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72화 (72/200)

072. 황금쌀과 삐약이

【전 직원이 모든 종류의 독에 내성을 갖습니다】

‘독 내성이라고?’

호준의 머릿속에는 당연한 의문이 생겼다.

‘레벨업만으로 이렇게 쉽게 독 내성을 준다고?’

그의 의문은 곧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추가 메시지가 떴으니까.

【회사 레벨업으로 회사 버프가 재설정되었습니다.】

【회사 버프는 912,231가지 버프 중 무작위로 결정됩니다】

【회사 버프는 전 직원에게 자동 적용됩니다】

【현재 보유 중인 회사 버프는 총 4개】

【노멀 등급】

― 이동속도 20% 증가

― 체력의 최대치 20% 증가

― 시력과 청력이 20% 증가

【레전더리 등급】

― 독 내성

호준은 메시지를 정독한 뒤에서야 알 수 있었다.

‘운이 좋았군.’

독 내성이 나온 것은 운빨이라는 사실을.

회사 버프는 91만여 개 중에서 무작위로 결정되는 것.

그중에서 운 좋게 레전더리 등급의 독 내성이 뽑힌 것이었다.

‘하긴. 누구나 독 내성을 가질 수 있는 게 아니겠지.’

즉, 회사 레벨업을 한다고 무조건 독 내성을 얻는 것이 아니었다.

그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거였다.

회사 레벨업 한다고 누구나 독 내성을 가지면, 게임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을 테니까.

‘레전더리 회사 버프를 얻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운빨이든 뭐든 간에 독 내성이 손아귀에 들어왔다.

독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는다니 절로 마음이 든든했다.

호준은 싱글거리며 남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앞으로 회사가 레벨업 할 때는, 새로운 버프를 무작위로 얻을 수 있습니다】

【회사 레벨이 높아질수록 우수한 버프를 뽑을 확률이 증가합니다!】

‘이번이 끝이 아니구나.’

앞으로도 버프를 또 얻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

그 희망은 곧 독 내성뿐 아니라 더 훌륭한 버프도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했다.

‘그냥 준다는데 땡큐지.’

즉, 앞으로 할 일은 자산을 늘려 회사 레벨만 높이면 되는 것.

‘지금처럼만 열심히 하자.’

호준은 기분 좋게 웃으며 자리를 나섰다.

독 내성을 얻어서인지 마음이 든든했다.

유토피아는 돈을 위해서라면 뭔 짓이든 하겠다는 자들도 많았다.

특히 강도질할 경우, 사람 좋은 얼굴로 접근해 몰래 음식에 독을 타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들었다.

굳이 싸우지 않는 이유는 독이 훨씬 깔끔하고 쉽게 상대를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부분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최고네.’

더군다나 이동속도 향상 효과 때문에 몸도 날쌔졌다.

마치 바람과 같이.

그는 쏜살같이 밭과 밭 사이를 질주했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다.

과일이 잔뜩 쌓인 언덕 꼭대기.

‘저기다.’

거대한 하얀 쌀이 번뜩이고 있었으니까.

* * *

호준은 먼저 그동안 열심히 일한 요정들에게 자유시간을 주었다.

요정들은 늘 그래왔듯이 호숫가에서 혹은 풀밭에서 휴식을 즐겼다.

그런 요정들을 뒤로 한 채로 그는 별이를 데리고 수확물 더미로 향했다.

그가 맨 먼저 확인한 것은 황금 쌀이었다.

‘정말 크네.’

황금 쌀은 거대했다.

12인승 승합차 정도 크기였으니까.

‘색깔은 하얀색이구나.’

황금 쌀이라길래 황금색인 줄 알았는데.

황금 쌀은 크기만 커진 하얀색 쌀알이었다.

황금빛 조각이 군데군데 박혔다는 점이 평범한 쌀알과 달랐다.

그는 쌀알을 한번 쓰다듬으며 물었다.

“이걸 바람 마법으로 옮겼다고?”

“토순이나 미르가 옮기다가는 깔릴 것 같더라고요.”

“그렇겠지. 잘했다. 별아.”

어깨를 토닥여주자 별이의 목이 붉어졌다.

쑥스러울 때마다 별이는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이건 몇 등급인가요?”

별이의 재촉에 호준은 쌀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쌀 위로 정보 메시지가 떠올랐다.

【황금 쌀(특 9급)】

【설명】

― 황금 쌀 품종은 많은 쌀 품종 중에서 가장 우수한 맛을 지니고 있다.

― 황금 쌀 1개로 100인분의 쌀밥을 만들 수 있다.

― 요리를 위해서는 황금 쌀을 작은 황금 쌀 100개로 분해해야 한다.

“특 9급이네.”

“와. 이제 특급 농산물도 많아지고 있네요!”

“그보다 이걸 쌀밥으로 만들 수 있나 봐.”

호준의 머릿속으로는 쌀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송편, 시루떡, 가래떡으로 떡볶이 만들기, 식혜, 막걸리, 볶음밥, 비빔밥 등.

기존에 가지고 있는 닭고기와 소고기, 고추장, 된장 소스 등을 첨가하면 다양한 요리가 가능했다.

요리를 위해서는 작은 황금 쌀로 분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했다.

“별아. 일단 쌀 분해부터 해야 할 텐데. 할 수 있겠어?”

“쌀을 100등분 하는 거라면, 제게 맡겨 주세요!”

호준은 자신만만한 별이에게 마음대로 하도록 판을 깔아주었다.

사삭

별이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순간.

한 줄기 바람이 날아갔다.

황금 쌀알은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잘려나갔다.

“그럼 부탁하마!”

“네! 얼른 마무리하겠습니다!”

별이를 뒤로하고서 호준은 다른 것들을 싹 챙겼다.

주스와 팥빙수, 그리고 토순이가 만든 치킨까지 다 인벤토리에 넣고.

새로 얻은 청소 열매를 챙겼다.

【청소 열매(특 9급)】

【사용법】

― 청소하기 귀찮은 이들을 위한 최고의 열매다.

― 열매가 터지는 순간, 주위 공간을 가장 깔끔한 상태로 정돈한다.

‘그러니까 청소해주는 열매구나.’

설명에 의하면 청소 열매는 터지는 순간 주변을 청소한다고 했다.

청소 기능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바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더러워진 식기를 다 모으고서 열매를 터트리면 되겠네.’

그렇게 청소 열매까지 챙겼으니 이제 갈 곳은 정해져 있었다.

‘부화기로 가야지.’

부화를 앞둔 알을 만나러 갈 차례였다.

* * *

후다닥후다닥!

호준은 닭에게 아주 인기 만점이었다.

닭들은 마치 강아지처럼 호준에게로 달려들었다.

그 모습이 마치 재롱 피우는 새끼강아지들 같았다.

― 호준이다끼오!

― 반갑다끼오!

“그래그래. 잘 있었지?”

닭들은 그를 둘러싸고는 저마다 말을 걸어왔다.

동시에 스무 마리가 말을 거니 아주 정신이 없었다.

― 신발이 바뀌었다끼오!

어떤 닭은 발목에 제 날개를 비비적대며 말을 걸었고.

― 호준호주운끼오! 내 날개가 1cm 나 자랐다끼오!

그의 주위를 쫓아다니며 제 날개를 뽐내는 닭도 있었다.

그밖에도 여럿이 말을 걸자 호준은 졸지에 피리 부는 사나이라도 된 것 같았다.

그는 아예 자리에 눌러앉아 한 마리 한 마리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러면서 지난번 밀밭 나들이가 좋았는지 여론조사를 해보았다.

“밀밭에서 노는 거 좋았어?”

― 밀밭은 냄새도 좋고, 포근해서 잠도 잘 잤다끼오!

― 특히 밀알이 맛있었다끼오!

― 오늘도 밀밭 나들이 가는거냐끼오?

― 밀밭 가자끼오!

전원이 찬양하는 걸 보니 적잖이 밀밭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호준은 이번에도 밀밭에 풀어주겠다고 생각하며 가슴을 파고드는 닭을 살며시 안아주었다.

그렇게 닭의 부드러운 날개를 어루만지다가.

문득 그 생각이 떠올랐다.

‘닭이니까. 황금 쌀도 좋아하려나?’

목장 주인, 루돌프의 말에 의하면 유토피아의 닭은 잡식이지만 곡류를 제일 좋아한다고 했었다.

조금 전 얻은 황금 쌀은 쌀 중에서 제일 맛있다고 했으니, 닭도 분명히 좋아할 듯했다.

그는 닭의 배를 살살 문지르며 넌지시 물어보았다.

“얘들아. 혹시 황금 쌀이란 게 있는데 한번 먹어볼래?”

― 황금 쌀이 모냐 끼오?

― 쌀인가끼오?

― 쌀 좋아한다끼오!

― 밀알이든 쌀이든 다 먹고 싶다끼오!

먹는 이야기가 나오니 잠잠해졌던 닭들이 다시 시끌시끌해졌다.

결론은 먹고 싶다는 듯하기에 호준은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배고프면 별이한테 가서 내가 황금 쌀 주라고 했다고 말하고. 한번 먹어봐.”

― 우왕 호준 최고다끼오!

― 사랑한다끼오!

흥분한 닭들이 푸드덕 날아올라 그를 뒤덮고 날개를 문지르며 애정표현을 했다.

그렇게 열렬한 감사 표현을 마친 닭들이 엉덩이를 흔들며 문밖으로 쪼르르 달려나갔다.

“빨리도 나갔네.”

닭이 사라지고 나니 닭장이 무척 조용해졌다.

호준은 이마에 땀을 살짝 닦고서 부화기로 다가갔다.

지푸라기로 엮은 요람 형태의 부화기.

내부의 하얀 이불 위에 달걀이 놓여있었다.

달걀 주위로는 신비한 은빛 광채가 흘러나왔다.

【부화가 완료되었습니다!】

【달걀을 터치해주세요!】

호준은 침을 꼴깍 삼키고는 달걀에 손바닥을 댔다.

그러자 달걀로부터 섬광이 터져 나왔다.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니.

삐약 삐약―

호준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했다.

손바닥 위에는.

병아리가 동그란 눈망울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너무 귀엽잖아!’

샛노란 병아리는 탁구공 하나 만한.

너무 작은 사이즈였다.

한순간, 인형인가 싶을 정도로 작고 여려 보였다.

‘작아서 잘 걸을 수나 있나?’

다리가 샤프심보다 조금 더 두꺼운 정도.

과연 걸을 수 있는지 염려되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병아리는 착착 손바닥 위를 잘 걸어다녔다.

병아리는 짹짹 소리내며 인사했다.

― 반갑다삐약! 나는 병아리다삐약!

자기소개를 마친 병아리는 손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아 말을 이었다.

― 배고파서 졸리다삐약! 으음삐약!

날개로 주린 배를 움켜쥐던 병아리가 하품을 쩍 하더니.

말하다 말고 잠을 자기 시작했다.

고르르르 고르르르

인사만 하고 3초 만에 잠드는 병아리라니.

‘독특한 녀석이네.’

호준은 잠든 병아리를 집게손가락으로 들어 주머니에 넣어두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인벤토리에서 밀을 꺼내 알곡이 있는 부위를 바닥에 후려쳤다.

파팟

밀알이 후두둑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밀알을 적당량 쓸어모아 손바닥 위에 놓고, 병아리를 손바닥 위에 놓고 밀알을 입에 대주었다.

― 음냐아악삐약! 좋은 냄새다삐약!

톡 톡 톡

병아리는 눈을 뜨지 않고서도 냄새만으로 밀알을 알아냈다.

부리로 밀알을 콕콕 찍어 먹기 시작하는데 제법 잘 먹었다.

오독 오독 오독

밀알을 먹자 병아리의 감았던 눈이 번뜩 뜨였다.

― 맛있다삐약!

그 순간, 병아리의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

톡 톡 톡

호준은 작은 강아지를 먹이는 기분이 들어서 병아리가 밀알을 삼키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보았다.

왠지 모르게 병아리의 눈빛과 몸짓에 생기가 감돌수록 기분이 좋아졌다.

병아리는 밀알을 두 줌이나 먹고서 손바닥 위에 나동그라졌다.

제 몸집보다 훨씬 많이 먹었으니 나름 대견하다 할 만했다.

병아리는 날개로 손가락을 살살 간지럽히며 말했다.

― 호준은 친절하다삐약! 먹을 것도 잘 줘서 좋다삐약! 배부르다삐약! 잠이 온다아삐약! 고르르르….

이번에도 말하다 말고 잠이 들어버렸다.

잠이 아주 많은 녀석인 듯하다.

병아리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는데 메시지가 떴다.

【병아리가 당신에게 큰 호감을 보입니다】

【병아리의 이름을 지어줄 수 있습니다】

“음.”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너는 노랑이다. 노랑이!”

― 으음삐약!

잠꼬대하는 노랑이를 데리고 닭장을 나오자, 화사한 햇빛이 얼굴을 내리쬐었다.

화창한 날씨,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길을 걷는데 그 앞에 메시지가 떴다.

【요정의 집의 쿨타임이 끝났습니다】

【요정의 집을 사용 가능합니다!】

병아리에 이어, 새 요정을 맞이할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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