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5. 언박싱
【히든 피스 발견!】
【히든 박스(요리 스킬 전용)를 오픈했습니다!】
【본 히든 박스는 요리 스킬 레벨이 40 이상인 분에 한정해서 1회 제공됩니다!
(단, 소리소문없이 나타난 박스를 1분 안에 터치하지 못하면, 박스는 자동 소멸합니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박스이므로 극소수만이 박스를 여는 데 성공합니다!)】
호준은 메시지를 보며 감탄했다.
말 그대로, 그는 소리소문없이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것이었다.
‘와아. 그나저나 이거 발견하는 사람, 거의 없겠네. 이걸… 어떻게 발견해.’
히든 박스라는 이름답게, 단 1번, 소리 없이 나타나고, 나타난 지 1분 안에 발견하지 못하면 자동 소멸하였다.
즉, 박스를 발견하려면, 그처럼 우연히 눈을 굴리다가 발견하는 운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운이 있다고 해도 10원짜리 동전만 한, 박스를 발견할 만큼 관찰력도 우수해야 했다.
과연 히든 피스를 발견했으니 그 보상은 무엇일까.
호준은 눈을 빛내며 메시지를 살폈다.
【요리 스킬 전용이기 때문에, 요리와 관련된 특성이 부여됩니다!】
【!!!!!】
【!!!!!】
【!!!!!】
【레전더리 직업을 가지셨군요!】
【상위 유저에게는 보상이 상향 조정됩니다!】
【상향 조정을 위해 시간이 필요합니다】
【요정왕에 어울리는 적합한 보상을 탐색합니다!】
【탐색 중!】
【탐색 중!】
【탐색을 완료할 때까지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탐색 중!】
【탐색 중!】
‘호오?’
이런 상황을 두고 겹경사라고 하는 것일까?
요리와 관련된 특성을 준다고 하니 반가웠는데.
보상이 상향 조정된다고 했다.
원래 받으려던 것보다 더 좋아지는 것이니, 싫을 리가 없었다.
‘얼마든지 기다리마.’
호준은 침을 꼴깍 삼키며 얌전히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시청자에게 잠시 기다려달라고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차피 메시지와 정보창은 비공개 설정되었기에 다들 어떤 상황인지 추측하고 있었다.
설명은 나중에 하기로 마음먹고 그는 지금 직면한 상황 분석에 들어갔다.
주룩주룩 뜨는 다른 메시지들.
그 메시지를 읽으면서 적잖은 소득을 올렸다.
【지금 호준 님이 보유한 특성은 미공개 정보(???자세히 보기)입니다.】
【앞으로 보상으로 새로운 특성을 얻을 예정입니다!】
앞으로 보상으로 특성을 얻는다는 것까지는 이해했다.
그러나 미공개정보, 그리고 그 옆에 자세히 보기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한 번 본 이상,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호준은 본능적으로 자세히 보기를 터치했다.
그러자 그 위로 팝업창이 떴다.
그 안의 내용은 흥미로웠다.
【???재료 손질】
*???요리 스킬 습득자에게 기본으로 주어지는 특성입니다.
*???스킬 레벨과 비례하여 요리 속도가 눈에 띄게 증가합니다.
*???기본 특성 정보는 게임 관리자 외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아아…… 그래서 빨리 다듬었구나. 이 특성 때문에 요리 속도가 빨라진 거였어.”
그는 이제야 요리 속도가 빨라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로 이 재료 손질이라는 특성 때문이었다.
왜 미공개정보인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궁금증이 해결되니 속이 편했다.
다만, 의아한 부분은 마지막 줄.
‘관리자 외 열람이 불가능하다는데. 잘만 보이네. 내 눈이 이상한 건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맨 마지막 줄의 게임 관리자 외 정보 열람이 불가능하다는 것뿐.
그러나 그는 오래 생각하지 않고 생각을 접었다.
‘직업 카드의 뒷면이 보이는 것처럼, 비슷한 오류겠지.’
가볍게 넘겼다.
어차피 생각해도 답이 나올 리가 없었다.
괜한 시간 낭비할 필요 없었다.
호준은 다시 새로 얻게 될 특성이 뜨기만을 기다렸다.
애써 들뜨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아직 기뻐하기에는 일렀다.
어떤 보상이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렇게 1분쯤 기다리자 마침내 메시지가 떴다.
【탐색 완료!!!】
【탐색 완료!!!】
【탐색 완료!!!】
【레전더리 특성 획득!】
【속도의 달인 특성을 얻었습니다!】
【속도의 달인】
【효과】 : 요리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집니다!
【설명】 : 당신은 요리의 달인 수준으로 요리를 빨리 만듭니다! 빠름 빠름! 성격 급한 사람에게는 최고의 특성입니다. 칼이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감각을 직접 느껴보세요!
【요리 관련 특성은 요리할 때 자동 적용됩니다!】
레전더리 특성은 요리 시간을 단축하는 버프였다.
요리할 때에 자동 적용.
즉, 언제 어디서나 요리만 하면 요리 시간이 자동 단축된다는 소리였다.
아무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버프였다.
‘토순이가 힘쓰고 늘어질 일이 없겠네!’
토순이를 뺑뺑이 돌리지 않아도 대량으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게다가 지금도 아주 빨랐는데 더 빨라진다니.
왠지 칼의 신이라도 된 것처럼 칼춤을 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기대감에 어깨가 들썩거렸다.
‘오늘 정말, 운수 좋은 날이네.’
정말 운이 좋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웃음이 절로 났다.
애써 들뜨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심호흡을 하는데.
그때.
“어…?”
쿵.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아직 다가 아니었다.
보상이 아직 남아 있었다.
【레전더리 특성 획득!】
【천하장사 특성을 얻었습니다!】
【천하장사】
【효과】 : 모든 요리기구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투척 공격 가능!)
【설명】
이제 당신은 요리 재료, 요리기구에 한해서는 천하장사입니다. 당신이 못 드는 요리 재료와 기구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무게 상관없이 요리 재료와 요리기구를 한 손으로 들고 자유자재로 집어 던질 수 있습니다! 심지어 푸드트럭도 얼마든지 한 손으로 집어 던질 수 있다니까요?
【특이사항】
요리기구를 몬스터에게 던질 경우, 무게에 비례한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마음에 안 드는 몬스터가 있다고요? 오븐으로 깔아 뭉개버리십시오! 잠시 뒤, 호떡처럼 납작해진 몬스터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레전더리 특성 획득!】
【튼튼한 피부 특성을 얻었습니다!】
【튼튼한 피부】
【효과】 : 그 어떤 요리기구, 기구의 내용물이 몸에 닿아도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습니다.
【설명】 : 요리할 때 손이 날카로운 칼날에 베이거나, 뜨거운 기름이 몸에 튈까 걱정이라고요? 이제는 걱정 단단히 붙들어 매고 편안하게 요리하세요! 튼튼한 피부를 가진 당신은 날카로운 칼이 살갗을 찔러도, 튀김기가 뒤집혀 펄펄 끓는 기름이 얼굴에 튀어도,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않고 심지어 전혀 상처 입지 않습니다! 튼튼한 피부가 당신을 철벽같이 보호하니까요!
정리하자면.
요리 속도가 로켓처럼 빨라지고.
10톤짜리 요리기구도 투척할 수 있는 괴력을 얻고.
끓는 기름에 닿아도 멀쩡한 강인한 피부도 얻었다.
‘끝내주네.’
정말 억수로 운이 좋은 날이었다.
* * *
후후후.
호준이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자 채팅창에 글이 꼬박꼬박 올라왔다.
└ ㅋㅋㅋ뭐지. 왜 이렇게 음흉한 웃음 짓냥ㅋㅋ
└ 뭔가 비밀이 있는데 말하지 않는 것 같음!
└ 아까 상자에서 뭐 얻은 거겠지. 부럽다…!
└ ???? 저 상자 대체 뭐야?
예리하게 시청자들은 웃음의 진의를 알아차렸다.
그러나 호준은 일을 복잡하게 하지 않기 위해, 손가락을 입술에 댔다.
“음. 그건 비밀입니다!”
└ 대체 뭐길래…!
└ 궁금하다 궁금해. 아.
└ 하긴. 이해는 함. 다 알려주면 안 되겠지. 다 먹고 살아야 하는데.
└ ㅇㅇ, 공감. 혹시 누가 공격할지도 모르고.
└ 뭐… 혹시 상자 정체 알려주면, 음…… 하트 1,000개 드림!
└ 저는 1,001개.
└ 궁금 궁금 궁금.
“에이, 이건 비밀입니다. 안 알려드려요! 후후!”
호준은 여유롭게 받아치고는 기분 좋은 미소를 흘렸다.
겉으로는 태연한 듯한 얼굴.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쾌재를 부르짖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요리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매운탕이 끓고 있었기에 식사가 먼저였다.
‘장사 시작하면, 어디 그 실력을 보자고.’
그는 지금 매운탕을 먹고 나면 제대로 실력 발휘하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뽀글뽀글.
거품 터지는 소리가 나는 매운탕 냄비.
그 위로 올라오는 향.
“으음…….”
매콤한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꼬르륵.
배가 어서 음식을 먹여달라고 아우성쳤다.
점점 매운탕의 향이 강렬해졌다.
이제 곧 완성될…….
“아. 냄새 너무 좋아요!”
“뀨뀨!”
“와! 매운탕이다 아아!”
“끼루루루!”
베티가 핑구를 품에 안은 채로 곁에 다가왔다.
그 뒤로 별이, 샤롯, 미르, 아무, 토순이 등.
호숫가에서 놀던 전원이 냄새에 이끌려 다가왔다.
신나게 뛰어놀았으니 배도 고플 때가 되었겠지.
“자, 물부터 닦자.”
“이리 와볼래?”
베티와 샤롯이 손수건 다발을 꺼내 요정들의 몸을 물기를 닦아주었다.
별이가 제일 먼저 닦고서 뽀송뽀송한 채로 날아왔다.
“매운탕은 또 언제 하셨어요?”
“별로 어렵지 않았어. 아주 잘 놀더라! 피곤하지 않아?”
“전혀요! 진짜 너무너무 재미있었어요!! 아, 호준 님 그거 아세요?”
“응? 뭘?”
“저 호수 밑에 손가락만 한 작은 물고기들이 엄청 많아요! 심지어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물고기도 있다니까요! 반짝이는 게 꼭 보석 같았어요!”
“무지개색?”
호준은 물고기가 무지개색이라는 말에 관심이 갔다.
드래곤 푸르트, 말랑말랑 복숭아.
1급 씨앗들이 유일하게 무지개색이었으니까.
1급 물고기라면 관심이 가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의 물음에 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네! 무지개색으로 번쩍였어요. 그런데 그 녀석은 금방 투명해지더니 금방 사라졌어요. 감쪽같이 말이죠.”
“혹시 그 물고기 이름은 알아?”
“아뇨, 이름은 몰라요. 저도 잘 모르는 물고기였거든요.”
“그렇구나. 알았다.”
호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생각했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그 무지갯빛 물고기를 찾아보기로.
그렇게 대화를 하는 사이, 매운탕이 완성되었다.
【매운탕(1급)이 완성되었습니다!】
【요정왕 특전 효과로 등급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추가 재료의 양이 많아 등급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요정왕 특전 효과로 획득 경험치가 2배 증가했습니다】
【요리 스킬 레벨업!】
생각보다 추가 재료의 효과는 훌륭했다.
물고기 등급에 비해, 결과는 훌륭했으니까.
‘어디 한번 먹어볼까?’
호준은 국자를 든 채로, 먼저 요리 완성 소식을 알렸다.
“자, 매운탕 먹을 그릇 준비해서 한 줄로 서도록! 내 것도 좀 챙겨줘!”
“넵!”
“메에엥!”
“뀨뀨”
힘차게 대답한 요정들과 베티, 샤롯이 식기를 챙기는 사이.
호준은 수저를 들고 매운탕 국물을 떠먹었다.
“음…!”
입안에 퍼지는 매운탕 국물의 진한 맛.
“와아아…!”
감탄이 절로 나왔다.
미꾸라지 때문일까.
아니면 추가로 넣은 수많은 재료 때문일까.
국물에서 매콤하고 개운한 맛이 났다.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았다.
어디에 내놓아도 흠잡을 데 없는.
진국이었다.
“끝내주네.”
└ 와. 얼마나 맛있길래.
└ 색깔 정말 맛있어 보인당. 그거 혹시 몇 급인가요?
└ 배고프다.
└ 못해도 3급 안쪽이겠지. 아주 맛있어 보임, 나도 한입만.
└ 매운탕에 쐬주 한잔이면 딱인딩.
└ 눈 풀어진 것 좀 봐 ㅋㅋㅋ 진짜 맛있나 보다
호준은 채팅창의 내용을 확인하고는 국물을 마저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정말로 국물맛에 푹 빠졌다.
이 매운탕은.
‘어머니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먹어 본 매운탕 중에 최고로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