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64화 (64/200)

064. 보물상자

칠흑 같은 밤.

강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떠 있는 그 느낌이 너무 편했다.

호준은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

‘꿈이구나.’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지만.

꿈이라는 걸 알기에 깨고 싶지 않았다.

왠지 더 자고 싶었다.

번쩍.

그러나 밝은 빛 한 줄기가 번뜩였다.

빛줄기로 인해 어두웠던 강이 점점 밝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빛줄기에 이어 무언가가 그의 귀를 자극했다.

짹 짹 짹

새 울음소리.

생생했다.

생생하게 울려 퍼지는 새들의 노랫소리.

노랫소리에 반응하여 그의 귓불이 움찔했다.

“으하하! 더, 더 빨리!”

“한 번 더 간다!”

“끼루룩!”

“아무우!”

“뀨우우!”“메에에!”“묘오옹!”

첨벙―

이번에는 요정들이 깔깔 웃는 소리가 들렸다.

샤롯이 요정들을 등에 태우고 수면을 헤엄치는 모습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에 의식이 더 선명해졌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더 자고 싶다고 잠시 생각했지만 그의 저항을 무색하게 하는 존재가 등장했다.

츄릅

축축한 혀가 목덜미를 핥았다.

목덜미, 건드리기만 해도 간지러운 그곳.

축축해지는 목덜미를 느끼며 호준은 결국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으음… 핑구야.”

호준은 목덜미를 핥는 범인, 핑구의 뒷덜미를 들어 올렸다.

“케엑! 뀨뀨!”

핑구는 제 잘못을 아는지 모르는지.

짧은 날개로 파닥대며 구속에서 탈출하려 했다.

파드득!

저도 새라고 날개를 쓰는 모양인데.

날개가 짧아도 너무 짧아서 탈출은 역부족이었다.

호준은 핑구의 부리를 다른 손으로 툭 치며 말했다.

“요 녀석! 자는 사람 목덜미는 핥으면 돼 안 돼! 응?”

“뀨뀨!”

핑구는 그제야 제 잘못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은근슬쩍 날개로 목덜미를 가져가다가 찌릿하고 쳐다보면 동작을 멈추었다.

“꾸?”

제가 뭘 잘못했냐는 눈으로 바라보니.

요 녀석, 약간 요물의 기질이 엿보였다.

“자식, 귀여우니까 봐준다.”

호준은 핑구를 옆구리에 낀 채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길게 기지개를 켰다.

잘 자서 그런지 몸이 개운했다.

옆구리에서 핑구가 힘차게 울었다.

“꾸꾸!”

【핑구가 일어난 김에 자신의 배를 문질러 달라고 요청합니다!】

【핑구가 당신의 손길을 원합니다!】

제가 잠을 깨워놓고도 뻔뻔하게도 배를 문질러 달라니.

호준이 어이없어서 피식 웃으면서도 결국 핑구가 원하는 대로 손을 내주었다.

“이러면 돼?”

“꾸르르르”

그가 배를 문질러주자 핑구는 만족한 얼굴로 고륵 고륵 울었다.

핑구가 눈을 감고 즐기는 표정을 보면, 왠지 배 쓰다듬기는 꽤 중독성 있는 행위인 모양이었다.

일종의 펭귄 사이에서는 즐거움을 느끼는 수단 같은 것일까.

그런 잡생각을 하던 호준은 핑구의 체온이 매우 따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난로 같네. 따뜻하다.”

솜털 때문인지 핑구는 무척이나 따뜻했다.

얼마나 따뜻하냐면 목욕탕에 온수처럼 뜨뜻하달까.

몸에 닿으면 살짝 뜨겁지만, 몸을 달아오르게 하는 그 정도 온도인 것 같았다.

‘기분 좋네.’

따뜻하고 부드럽고.

만지는 것이 무척 기분 좋았다.

어느새 그는 저도 모르게 배 쓰다듬기에 푹 빠져들어 있었다.

그러다 잊고 있던 것을 문득 떠올렸다.

‘아 방송 켜놨지.’

그제야 방송을 떠올렸다.

자기 전에 방송 끄는 걸 깜박했다는 것을 그제야 떠올리고서 채팅창을 보았다.

채팅창에는 글이 주룩주룩 올라왔다.

└ 호준 님 이제 깨달음ㅋㅋㅋ

└ 방송 완전히 잊으신 듯ㅋㅋㅋㅋㅋ

└ 잠방 잘 봤습니다 ㅋㅋㅋ 잠이 솔솔 오더이다!.

└ 원래 밤낮 바뀌어 생활하는데 이거 보니까 잠이 오네요. 이제 슬슬 잘까 고민 중…!

└ 눕방 좋다. 근데 다른 녀석들도 같이 자면 더 좋을 듯. 나중에 풀 멤버로 눕방 한 번 가죠.

잠방, 눕방 등 여러 용어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하하, 이제 잠은 다 깼습니다. 정말 깊게 잤네요.”

잠을 잘 잤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잠을 아주 깊이 잤다.

아무래도 몸이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었다.

‘생각해보면 오늘 많이 바빴지.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오늘 한 일은 정말 많았다.

먼저 밀가루, 올리브유를 만들고.

첫 치킨도 튀기고.

양념 소스, 양념치킨을 만들고.

진수가 가져온 약초들, 감자, 고구마, 복숭아 등 각종 작물을 심었고.

방송 업데이트로 첫 방송 시작.

방송하면서 농장과 외양간, 닭장을 소개하느라 한참 걸어 다녔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 낚시 장비를 가져다 낚시까지.

이게 고작 몇 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피로가 안 쌓이는 게 더 이상했다.

‘뭐, 지금은 개운하지만.’

피로감이 말끔히 사라졌다.

정신도 맑았다.

컨디션은 최고.

└ 이젠 낚시 ㄱㄱ?

└ 배고픈데 요리하죠. 물고기도 있으니까 매운탕?

└ 오, 매운탕 좋다. 안주로 제격이지.

└ 저 경치에서 매운탕 먹이면 죽이겠네.

‘매운탕도 괜찮겠다.’

호준은 채팅창을 바라보며 간단히 계획을 정했다.

먼저 다 같이 식사하고 가게를 오픈하기로.

판매를 완료한 뒤 로그아웃.

그렇게 하면 시간이 딱 맞을 것 같았다.

그는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이제부터는 먹을 것 좀 만들어보겠습니다.”

└ 와. 대박. 요나스 마을에서 장사하신다고 했죠. 이따 꼭 갈게요!

└ 거기 가면 치킨도 있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치킨은 대신 한정판매이니 일찍 오셔야 해요.”

└ 덴타르 마을인데 토끼 바위 보면 바로 들어가야겠네요. 후후!

└ 호준 님 가게 미어터질 듯.

└ ㅇㅇ. 왠지 그럴 삘.

“자, 그럼 요리 시작하겠습니다!”

이제 든든하게 음식을 먹을 차례였다.

* * *

호준은 진지한 얼굴로 요리 준비에 들어갔다.

먼저 요리 냄비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분주한 그에게로 근처에서 산책하던 베티가 가까이 다가왔다.

“호준, 혹시 나도 도울 일 있을까?”

“아냐. 괜찮아. 쉬고 있어.”

“으응! 혹시 도움 필요하면 말해. 난 저기 있을 테니까.”

“응!”

베티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천천히 호숫가를 거닐었다.

호준은 냄비 옆에다 도마를 내려놓고 칼을 꺼내 들었다.

이제 요리 도구는 세팅 완료.

베티의 호의는 고맙지만, 첫 요리, 매운탕은 스스로 해보고 싶었다.

슬쩍 보니 채팅창에서는 베티를 향한 칭찬이 이어졌다.

└ 와, 착하네.

└ 원래 저렇게 다들 친절함? 이상하다. 내가 아는 여캐는 무뚝뚝하던데.

└ 그건 님이라서 그러고요 ㅋㅋㅋ

└ 사람마다 다른가 봄.

└ 착한 데다 이쁘니 뭐 부족한 게 없네. 어떻게 베티랑 친해지셨음?

“아, 베티는 말이죠.”

호준은 대략 베티와 만나게 된 썰을 풀었다.

대충 간추리자면 아는 손님의 소개로 베티를 만났고.

베티 본인이 일하기를 원해서 고용했다고.

그렇게 말하자 채팅창에 글이 속사포처럼 올라왔다.

└ 운빨 지린다. 왜 나한테는 저런 인연의 끈이 오지 않는 거지.

└ 네 얼굴 때문이고요!

└ 응 아니고요

└ 응 맞고요

└ 난 괜히 들이댔다가 욕만 먹었는데. 외모가 문제인가.

└ 응 맞고요

└ 역시 될놈될 안될놈 안될이야.

‘베티가 좋은 직원이기는 하지.’

“베티는 정말 좋은 동료입니다. 제가 운이 좋았죠. 하하.”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흘려넘기고서, 호준은 화제를 전환했다.

“자, 슬슬 요리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만들 요리는 매운탕입니다!”

그는 요리 카탈로그를 손으로 클릭하고 책장을 넘겼다.

매운탕 레시피를 찾자 차분한 얼굴로 레시피를 살폈다.

【매운탕】

【필수 재료】: 어류 1개, 야채류(마늘, 양파, 고추, 사탕무 등) 1개, 물, 양념장(고추장 소스, 된장 소스, 후추, 소금 각 1개)

* 물은 물고기가 충분히 잠길 정도까지 넣으면 됩니다.

【추가 재료】: 마늘, 양파, 고추, 사탕무, 대파 등의 야채류, 감칠맛 가루

【요리에 추가 재료를 넣으면 맛이 더 좋아집니다】

【레시피】

【1】 어류를 토막 냅니다.

【2】 토막 낸 어류를 추가 재료와 함께 물에 넣고 끓입니다.

* 어류와 야채에서 흘러나오는 수분이 감칠맛을 더합니다.

【3】 고추장, 된장, 후추, 소금을 섞어 양념장을 만듭니다.

* 된장과 후추가 비린 맛을 잡아줍니다.

【4】 재료가 충분히 익을 때까지 끓입니다.

* 자동화 냄비 사용 시, 10분이 걸립니다.

‘음. 재료는 완벽하네. 이제 만들기만 하면 된다.’

기본 재료는 다 갖췄고 심지어 추가 재료까지 가득했다.

야채류, 즉 양파와 사탕무도 인벤토리에 가득 있었으니까.

‘추가 재료를 듬뿍 넣으면 등급이 대폭 오르지 않을까. 상상만 해도 좋네.’

기분 좋은 상상에 미소를 지으며, 호준은 먼저 인벤토리를 열었다.

“매운탕 주재료인 물고기를 꺼내겠습니다. 잠시만요!”

인벤토리는 비공개설정 해두었기에 호준만이 볼 수 있었다.

얼마 뒤, 그의 선택을 받은 물고기가 도마 위에 내려앉았다.

타앙…!

물고기와 도마가 부딪치며 묵직한 소리가 났다.

“오늘은 이것으로 매운탕을 만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요리를 시작하려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츄르릅.

귀신같이 달려온 핑구가 주위를 뱅뱅 돌았다.

눈을 별처럼 반짝이면서.

입을 헤벌레 벌린 채로 물고기 한번 호준 한번 번갈아 보았다.

명백히 물고기가 먹고 싶다는 신호였다.

“뀨뀨!!”

호준은 그 절박한 외침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음, 일단 핑구부터 먹이도록 하죠. 너무 배고파 보이네요. 핑구야, 이거 먹어!”

“뀨뀨!!!”

호준은 핑구에게 도마 위의 물고기를 건네주었다.

그것은 아까 잡은 쏘가리였다.

핑구는 제 몸의 6배는 될 법한 쏘가리를 바닥에 내려두고, 머리를 박고 먹기 시작했다.

츄르릅 챱 챱 챱

마치 사과를 한 입씩 베어먹듯.

핑구는 쏘가리를 야금야금 베어 먹었다.

그런데 베먹는 속도가 정말 빨랐다.

무슨 기인열전이라도 보는 것 같았다.

눈 깜짝할 새에 쏘가리의 3분의 1이 사라졌다.

└ 와 먹방 찍네.

└ 몸은 작은데 왜 저렇게 많이 먹음?

└ 핑구 똥은 안 싸나요? 저렇게 들어가면 나오는 게 있어야 인지상정. ㅇㅋ?

└ 똥 싸면 이미지 깨지니까 안 쌈

└ 아하ㅋㅋㅋㅋㅋ

“핑구가 많이 배고팠나 보네요. 하하.”

호준은 적당히 대꾸하면서 핑구를 다시 슬쩍 보았다.

츄르르르르릅!

핑구가 거의 흡입기처럼 물고기를 빨아들였다.

몸 안에 청소기라도 있는 걸까?

순식간에 쏘가리가 사라지고 겨우 3분의 1만 남았다.

‘한 마리로 부족할 거 같네.’

호준은 추가로 가물치 하나를 더 주었다.

핑구는 아주 방실방실 춤을 추었다.

가물치 하나에 세상을 얻은 듯 기뻐했다.

“뀨뀨유!!!”

【핑구가 당신에게 느끼는 애정이 급상승합니다!】

【핑구가 당신을 자비로운 천사라고 생각합니다!】

└ 핑구 반응 쩐다. 엉덩이 흔드는 거 봐ㅋㅋㅋㅋ

└ 우리집 고양이는 먹을 거 줘도 별 반응 없던데. 핑구는 완전 개 같네ㅋㅋ

└ 입꼬리 올라감ㅋㅋㅋㅋ

└ 내가 준 것도 아닌데 뿌듯한 이유가 뭐지. 크크

호준도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기분이 좋았다.

핑구가 엉덩이춤을 출 정도로 격하게 기뻐하니.

덩달아 좋아질 수밖에.

챱챱챱챱

다시 핑구가 먹는 것에 전념하는 사이 호준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칼을 잡고 진짜로 요리를 시작했다.

남은 물고기를 꺼내 들었다.

도각 도각

그는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히 설명했다.

탁―

“자, 이렇게.”

탁―

“물고기를 토막 내서, 냄비에 넣습니다. 참 쉽죠?”

└ 그건 무슨 구렁이인가요?

└ 아까 낚은 그 물뱀 같은데. 너무 두꺼워서 징그러움 ㅠㅠ

└ 설마 큰 장어인가요?

└ 저 정도 길이면 장어 아님?

└ 장어로 매운탕이라니. 뭔 맛일까?

물뱀, 구렁이, 장어.

모두 정답이 아니었다.

호준은 고개를 저으며 답을 말했다.

“아뇨. 이건 미꾸라지입니다. 6급짜리, 길이는 70cm네요. 굵기도 음…… 제법 두꺼운데 제 팔목보다 더 두껍습니다.”

호준은 비교 삼아 제 팔뚝을 미꾸라지에 갖다 댔다.

미꾸라지는 팔뚝보다 1.5배 정도 굵었다.

겉보기에는 미꾸라지가 아니라 작은 구렁이 같다고 할 정도.

‘두꺼운 데도 잘 잘리네.’

그러나 두께와는 별개로 자르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칼을 내리치는 족족

탁― 서걱

댕강댕강 잘렸으니까.

‘쉽네.’

호준은 토막 내기에 집중했다.

탁―

마지막 조각을 냄비에 집어넣다가 그는 뭔가를 발견했다.

‘아. 그러고 보니 뼈랑 내장이 없네.’

토막 낸 단면에는 뼈와 내장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이 정보를 모두와 공유했다.

“여러분. 이 토막을 잘 보시면 내부에 뼈와 장기가 하나도 없습니다. 먹기 편하라고 이렇게 불편한 거를 제거했네요! 괜찮은 시도인 것 같습니다. 요리 시간이 확 줄어들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살밖에 없는 내부를 보여주어 모두가 확인할 수 있게 했다.

└ 신기하넹. 그럼 목에 가시 박힐 일이 없다는 거자나.

└ 편하긴 개편하네. 좋아용! 방송 완전 유익하다.

└ 미꾸라지 자르는 거 재밌어요 싹둑싹둑

└ 뼈와 내장이 없다. 메모 메모

└ 이 다음은 몬가요?

“다음은 야채입니다!”

호준은 다음으로 사탕무와 양파를 3개씩 꺼내 잘랐다.

양파는 6살 아이 머리 정도의 크기였다.

3개를 넣는 것이 적당해 보였다.

더 많이 넣으면 냄비가 넘칠 것 같았으니까.

착 착 착 착

칼을 움직일 때마다 양파가 숭숭 잘렸다.

왠지 오늘따라 칼질이 잘 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상하다. 칼이 왜 이렇게 가볍게 느껴지지? 그냥 기분 탓인가?’

기분 탓이겠지.

호준은 딴생각을 그만두고 요리에 집중했다.

순식간에 양파와 무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는 데 성공했다.

그는 왠지 손이 빨리 움직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낮잠으로 컨디션이 좋아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양념장은 완전 껌이죠! 자. 이렇게.”

와르륵 와르륵 슉슉슉

양념장은 야채 썰기보다 더 간단했다.

볼 안에 양념 재료를 넣고 쉭쉭 휘저으면 끝.

마지막으로 양념장까지 냄비에 투하하자 자동화 냄비 위로 메시지가 떴다.

요리를 진행하겠냐는 메시지였다.

【!!!!!】

【매운탕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매운탕 만들기】 or 【다른 재료 투입】

“매운탕을 만든다!”

【매운탕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10분 뒤 완료됩니다!】

냄비가 작동을 시작했다.

호준은 숨을 폭 내쉬고는 개운한 얼굴로 말했다.

“자, 이제 10분을 기다리면 됩니다. 매운탕 만들기, 참 쉽죠?”

└ ㅋㅋ 밥아저씨 같음

└ 나두ㅋㅋㅋㅋ

└ 근데 요리 엄청나게 빨리하시네요.

└ ㅇㅇ, 빨리 감기 하는 줄.

└ 손에 모터 다신 듯.

└ 스킬 레벨을 높이면 요리 속도가 빨라지는 건가요?

└ 역시 요리 고수는 달라.

“응… 고수…요?”

고수라니.

고수풀을 말하는 건 아닐 테고.

호준은 왜 손이 빠르다는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집중해서 하다 보니 정신없이 끝내기는 했는데.

빨리했다는 것이 아직 실감 나지 않았다.

호준은 재빨리 시계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기우뚱하게 했다.

‘어라…?’

시계가 이상했다.

재료 손질하는데 왜 2분도 채 안 걸렸지?

호준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오른쪽 대각선 구석에서 작은 선물상자를 발견했다.

요리하느라 정신이 팔려서 발견하지 못한, 검은 상자였다.

‘이건 뭐야?’

호준이 상자를 터치했다.

그 순간 선물상자가 화면 가운데로 오더니 팡, 소리를 내며 터졌다.

상자 속에서 메시지가 실처럼 쏟아져 나왔다.

메시지가 주룩주룩 화면을 가득 메웠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호준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겨우 정신을 가다듬으며 메시지를 읽어내렸다.

‘이건….’

이 상자는 보물상자였다.

요리사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돈으로 살 수 없는 보물이 들어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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