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60화 (60/200)

060. 소고기 오븐 스테이크와 소고기 튀김

다 같이 식사를 마치고서 휴식 시간을 가졌다.

호준은 휴식하는 동안 머리를 쉬지 않고 팽팽 돌렸다.

먼저 그는 시청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채팅창을 구석에 작게 두고서 인벤토리를 살펴보았다.

인벤토리를 살피는 건 계획을 세우기 위함이었는데, 아이템들이 정말 많았다.

【인벤토리】

【특제 주스(3급)】: 710개

【팥빙수(특10급)】: 150개

【소고기(5급)】 : 220개

【우유(5급)】: 400개

【바나나 우유(3급)】: 200개

【달걀(4급)】: 300개【닭(5급)】: 117개

….

【올리브(4급)】: 400개

【드래곤 푸르트(1급)】: 55개

【얼음 열매(6급)】: 258개

【후추 열매(6급)】: 204개

【소금 열매(6급)】: 203개

【밀(6급)】: 2,322개

【팥(5급)】: 350개

【감자(3급)】: 30개

【양파(3급)】: 30개

【고구마(3급)】: 30개

【옥수수(3급)】: 30개

이 외에 밀가루, 올리브유, 팥소, 설탕 등등, 아이템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진수가 부탁했던 약초도 제법 많이 모았다.

【당귀(5급)】: 150개

【감초(5급)】: 150개

【천수구엽초(5급)】: 300개

【금장화(5급)】: 450개

【홍삼(5급)】: 900개

개인 메시지로 진수로부터 서너 시간 뒤에 도착할 거 같다는 메시지가 왔다.

서너 시간 후라면, 아마 장사할 즈음 녀석을 볼 수 있을 듯했다.

‘약 만들면 나도 한번 먹어봐야지.’

호준은 그 홍삼 엑기스란 것이 무슨 효과가 있는지 새삼 궁금해졌다.

잠시 인벤토리를 둘러본 그는 먼저 요정과 직원에게 일을 배분하고.

그 자신이 요리를 만들어 선보이며 방송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방송만 주야장천 하는 것보다는 요정들과 쉬거나 놀 시간도 필요하다 여겼기 때문이었다.

생각을 마친 호준은 모두를 불러모아 일을 배분했다.

별이는 홀로 팥빙수를 만들게 하고.

토순이는 팥소, 연유,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팥빙수 재료를 보충하도록 했다.

“특급 팥빙수 100개 만들기 도전입니다!”

“뀨우우우!”

【토순이가 의욕을 불태우며 귀를 부풀립니다!】

둘은 의욕이 넘쳐 흘렀다. 그렇게 둘을 다독여 보낸 뒤 호준은 베티와 샤롯에게 수확한 농작물을 정리하는 일을 주었다.

아무와 송이는 과일을 수확하도록 하고 미르와 메이는 소와 닭들을 관리하고 고기, 달걀, 우유를 수확하도록 했다.

인원이 많아서 일이 많음에도 다 맡길 수 있었다.

모두가 일터로 뿔뿔이 흩어지자 호준은 그제야 채팅창을 크게 켰다.

내용을 확인해보니 일하는 방식을 보고 신기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 쭌님이 사장이고 다들 일하는 직원 같음. 뭔가 시스템이 딱 있어.

└ 그니까여. 역시 쭌님임, 아까 보셨음? 아이템 재고 장난 아님. 밭도 개 넓고. 농부도 할 만한 직업이네.

└ 농부는 뭔가 흙에 파묻혀 살 것 같았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닌 거 같음. 그냥 풀밭에서 뛰놀면서 먹고 놀다가 과일 먹고. 괜찮아 보이는데?

몇몇 글에 쭌이라는 말이 보였는데 호준이란 이름을 자체적으로 줄인 것 같았다.

호준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채로 내용을 쭉 보다가, 변화를 발견했다.

인벤토리를 본 이들의 반응이 바로 그것이었다.

‘아…… 인벤토리 정보를 오픈했구나.’

호준은 인벤토리 정보를 비공개 설정하는 걸 까먹었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설정 창을 열어 살펴보니 맨 끝에 있어서 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제야 비공개 설정을 ON 해놓고서 창을 보았다.

채팅창의 사람들은 호준이 아이템을 뺏길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 호준 님! 아이템 많으면 불안하지 않으세요? 누가 PK로 뺏어가면 어떻게 함?

└ 저 아이템들 120%면 와… 장난 아니겠다. 인생 펴겠는데?

└ 그니까여. 인벤토리 비공개 설정해놓으삼. 안 그러면 망하는데.

PK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자 걱정과 부럽다, 그리고 뺏고 싶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PK(Player Killing)는 플레이어 간에 서로 죽이는 행위를 말했다.

유토피아에서 PK를 당하면, 당한 자에게만 페널티가 부과됐다.

└ PK당하면 저 아이템 20% 뺏기잖아요. 나라면 눈물 날듯 ㅠㅠ

└ 키보드 때려 부술 각!

└ 아이템만 뺏기면 다행이게? 골드도 20% 뺏기고 3일 동안 접속 불가잖아. 약하면 페널티 먹는 이 더러운 세상 같으뉘라고! 피도 눈물도 없는 이 세상!

채팅창 말대로 PK 당하면 패자의 아이템과 골드의 20% 가 승자한테 돌아간다.

아이템은 무작위로 20%의 양만큼을 뺏기는 방식이었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패자는 3일 동안 접속 불가.

죽은 것도 짜증 나는데 3일 동안 게임까지 못 하는 것이다.

패자에게는 짜증 나는 규칙이었다.

‘이 규칙 때문에 칼부림도 났었지. 왜 날 죽였냐면서 가해자한테 칼 들고 찾아가고 말이야.’

실제로 미국, 일본, 한국 가리지 않고 강력 사건이 몇 번 일어났다.

미국에서는 총 들고 찾아가는 일까지 벌어져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그러나 그런 사건에도 불구하고 규칙은 건재했다.

└ 이러다 누가 호준 님 죽이러 가는 거 아님?

└ ㅎㄷㄷ….

└ 꿀잼각!

└ 호준 님 이놈 강태하삼.

└ 강태가 아니라 강퇴다 짜샤!

└ 뭐야아! 이 강퇴넘이

댓글 창의 반응은 호준이 PK를 당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었는데.

과민반응이 아니었다.

소중한 돈과 시간을 지키고자 플레이어들은 본능적으로 PK에 예민했으니까.

그러나 호준은 여유만만하게 받아쳤다.

“아아. PK 말인가요? 그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저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호준은 PK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요정왕이라는 직업이나 스킬 레벨이 높거나,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다.

“여러분, 저는 PK에 관한 대책을 다 준비한 상태입니다. 혹시라도 아까 제 아이템을 보고 눈독 들여서 괜히 죽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인벤토리 오픈한 건 제가 설정을 깜박해서랍니다. 앞으로는 가리고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분이 제 신변에 관해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저는 소환수와 직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절대 죽지 않을 겁니다!”

호준이 호언장담할 수 있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PK로는 죽을 리가 없지. 레벨 1이니까.’

시스템상 레벨 1인 그가 PK로 죽는 건 불가능했다.

게임 운영진이 레벨 1은 절대로 PK를 당할 수 없도록 시스템상 막아놓았다.

그는 한 번도 사냥하지 않았고 전혀 전투 경험치를 얻지 못했다.

덕분에 레벨이 1.

스탯도 저 스탯이지만, 스킬이 높은 레벨이기 때문에 농사와 요리하는 데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즉 레벨 1이기에, 아이러니하게도 PK를 걱정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채팅창의 시청자들은 그가 레벨 1이라는 걸 추측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 와는 정반대로 추측했다.

└ 역시… 초보자 거적을 입었지만, 알고 보면 고수인 듯. 왜 고인물 중에 나신으로 다니는 미친 녀석도 있잖아? 덜렁덜렁.

└ 여유 보니 인정. 습격한 놈을 박살 낼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인 듯.

└ 역쒸…! 쭌 오빠, 응원합니다. 아무바라기가 야광봉을 흔들며 응원합니다!

└ 아무바라기222

“하하. 응원 감사합니다. 저 별로 안 세요. 여러분 중에 저보다 센 분 많을걸요?”

└ 전형적인 우등생의 대사다. 99점 맞아서요. 100점 맞는 애들도 많아요. 이런 삘.

└ 호준형뉘임 부럽습니다. 어떻게 적선 좀 안될까요? 아이디:거지love줘줘 입니다. 하나만 적선해줍쇼.

└ 아, 거지 저리 가라! 일해 자식아!

사실대로 말했음에도 시청자들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들었다.

앞서 본 거대한 밭과 수많은 요정.

인벤토리가 터질 것 같은 수많은 아이템을 본 뒤라, 돈 많은 고레벨 농부라는 선입견이 생긴 것 같았다.

호준은 뭐라 생각하던 자유라 생각하기에 그를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 설마 레벨 1이라서 그런 거 아님? 레벨 1이면 PK 안 당하잖아.

누군가 정확한 추측을 제기했다.

그러나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반발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 에이. 소환수 여섯을 부리는데 레벨 1이라는 게 말이 됨? 생각을 해보셈. 저 소환수로만 돌아도 초보자 던전은 박살 내겠는데. 나도 소환수인데 소환수 늘리는 거 쉬운 일 아님. 최소 1년 각은 잡아야 함.

└ 1년 반 예상함. 전투 기대하는 1인. 호준 님, 전투도 하나요?

사람들의 강력한 반박에 정확한 추측을 제기한 사람이 꼬랑지를 내렸다.

└ 하긴 레벨 1은 너무 나갔지. 옷이 초보자라서 그런 거였음요.

호준은 굳이 논쟁에 끼어들지 않고 저벅저벅 가게로 걸어갔다.

레벨 1이어서 좋은 점은 PK뿐 아니라 하나 더 있었다.

‘날 공격하는 그 사람이 반대로 죽는다는 거지.’

레벨 1 초보자를 배려하는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누군가 레벨 1 플레이어를 공격할 경우, 가해자는 사망 페널티가 부여됐다.

즉 레벨 1 플레이어를 공격하면 사망 확정.

‘지나치게 비겁한 공격'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격한 상대가 도리어 사망하는 것이다.

초보자를 위한 이 시스템 덕분에 호준은 마음 놓고 플레이할 수 있었다.

싸우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며 그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삐걱

가게 안은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카운터 앞에 자리한 그가 도마 위에 소고기를 척 척 올리자 누군가 질문했다.

└ 호준 님, 소고기? 무슨 요리 하심요?

└ 소고기 스뛔이크 아니겠음?

└ 소고기면 구이로 먹어도 맛있징!

└ 소불고기?

채팅창에 각종 요리 메뉴들이 쏟아졌다.

호준은 소고기 5개를 놓고 고개를 들고는, 옅게 웃으며 말했다.

“소고기가 많이 쌓여서 이번에는 소고기를 주재료로 요리를 만들까 합니다. 요리하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여기 요리 스킬 탭을 들어가면. 카탈로그 보이시죠? 카탈로그를 열면… 음. 소고기 오븐 스테이크! 이거 괜찮네요. 저는 이 소고기 오븐 스테이크하고 요거. 소고기 튀김을 만들어보겠습니다! 재료가 충분하니 15분 내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네요!”

└ 소고기 튀김? 뭔가 신기한데? 튀김 is 뭔들…!

└ 소고기 튀김을 간장소스에 찍어 먹어도 맛있을 듯.

└ 스테이크 고기 실화냐 ㅋㅋ 뭔 고기가 내 몸뚱어리 크기만 하냐. 저기 천국임?

└ 그래서 이름도 유토피아잖아. 괜히 유토피아겠어?

└ 아아… 저만한 고기 하나만 먹고 싶다…… 그아아악….

시청자들도 요리한다는 말에 분위기가 들떴다.

호준도 새로운 요리를 할 생각에 기분이 들떴다.

그는 조리법 과정을 한 차례 설명하고서 화면 구석에 두었다.

그리 식칼을 높이 들어 올렸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자각자각

찹찹찹

취이이이익

호준은 소고기를 칼질하고서 양념한 뒤, 밀가루를 입히고 튀김기에 넣었다.

오븐에는 소금과 후추를 두른 스테이크용 소고기를 집어넣었다.

고소한 소고기 냄새가 가게에 가득 차버렸다.

“아아… 냄새 죽이네요. 저만 맡기 아까운 냄새랄까. 나중에 가게 오시면 한번 드셔보세요.”

그리 말하며 호준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잠시 눈을 감았다.

매콤한 양념과 소고기 향이 가슴 깊이 들어왔다.

잠시 냄새를 만끽한 호준은 카메라로 요리 과정을 있는 그대로 찍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 튀김소리 죽이네. 레알 침 고인다…!

└ 소고기 육즙 장난 아닌 듯. 어떻게 한 입만…!

└ 쭌님, 토끼바위 즐겨찾기 해놨어여! 이따 뵙겠습니다! 꼭 갈게여!

음식을 갈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져만 갔다.

【매콤한 소고기 튀김(특10급) 완성!】

【매콤한 소고기 오븐 스테이크(특10급) 완성!】

【요리 스킬 레벨업!】

향긋한 소고기 요리는 대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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