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59화 (59/200)

059. 간장 치킨 먹방

아무, 메이, 토순이, 미르, 송이.

그리고 직원인 베티, 샤롯까지.

호준은 이 모두를 화면 속에 담고 소개했다.

그리고 소개를 마치고서 모두를 일터로 돌려보냈다.

아직 일터에는 할 일이 많이 있기 때문이었다.

다들 사라지고 호준만 남자 시청자들은 무척 아쉬운 모양이었다.

└ 아아. 송이 더 보고 싶었는뎅

└ 미르야아 가지마아!

└ 아무파 모여라! 아무인형 만들고 싶음…!

└ 별이처럼 작은 애한테 일을 시키다니, 혹시 블랙 기업 사장이심?

└ 블랙기업설2222, 각성하라! 각성하라! 주먹만 한 송이에게 일을 시키다니! 피도 눈물도 자비도 없는…….

└ 베티 샤롯 여신님들은 어디 감? 아…… 호준 님밖에 없는 거야? 이런…… 나가고 싶다.

호준은 모두의 아쉬움을 가라앉히고자 말을 이어갔다.

“자자, 여러분. 진정하시고. 직원들과 소환수들이 일하는 사이에 저는 치킨을 만들 생각입니다. 잠시 후에 모두를 불러서 먹방을 할 테니 기다려주세요! 치킨 메뉴는 간장 치킨이랑 고추장 양념치킨, 그리고 겨자 치킨을 만들어볼 생각이랍니다. 그리고 저 나쁜 사장 아니에요. 다들 열심히 일하는 애들입니다. 하하. 다들 자발적으로 일한다는 점, 꼭 알아주세요!”

└ 사장님 나빠요오오 ㅋㅋㅋㅋㅋ

└ 저 나쁜 사람 아니에요가 떠오르는 건 내 착각인가.

└ 오빠 나쁜 사람 아니야겠지. ㅋㅋㅋㅋㅋㅋㅋ

└ 치킨이라니까 봐줌. 치킨은 어떻게 만드나요? 빨리 보고 싶음!

└ 치킨이니까 튀겨 만들겠지 ㅋㅋㅋㅋ

└ 누가 방법 물어봤냐 닭이 어디있냐고오오!

“닭을 지금 만나러 가보겠습니다. 고고!”

호준은 닭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을 밀밭으로 걸어갔다.

잠시 걸어가는 사이 많은 질문을 받았다.

그중에는 농사하면서 제일 중요한 게 뭐냐는 질문이 있었다.

호준은 자기 생각을 그대로 답했다.

“농사에서 제일 중요한 건, 역시 수익성입니다. 수익이 어느 정도 나야 농사할 맛이 나겠죠.”

└ 맞음. 성과가 너무 없으면 쳐지기 쉬움!

“저도 동갑입니다. 제가 처음 농사짓는 분들에게 드릴 말씀은…… 음. 처음부터 큰 욕심을 부리지 말고 여유자금을 충분히 준비하고 시작하세요. 계속 농사 스킬 레벨을 올리면 더 좋은 과일을 수확할 수 있어요. 과일을 판 돈으로 새 씨앗을 사고. 과정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여러분도 어엿한 농부가 되어있을 겁니다! 그리고 농부가 아주 희귀한 거 아시죠? 희귀한 세태가 계속 유지된다면 어느 정도 결과물만 내면, 수익을 내는 데는 문제 없을 겁니다.”

계속 노력하면 언젠가 반드시 결과가 나올 거라는 긍정적인 확언이었다.

그 말에 대부분 동의하는 반응을 보였다.

└ 저도 공감해요. 농사는 성격 급한 경우 추천하지 않음. 조금 느긋한 면도 있어야지 처음부터 급하게 치고 들어가면 기대치에 조금만 못 미쳐도 금방 좌절함. 좀 진득한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 추천!

└ 호준 님. 몇 시간을 주야장천 기다리면 너무 지루하지 않음? 기다리다 지쳐서 과일 내놓으라고 줄기 잡고 흔들듯!

└ 응 아니고요. 식물이 자라는 속도가 있는데 느리다고 불평할 거면 애초에 키우지 말아야지. 50점 맞는 애한테, 왜 100점 안 맞냐고 소리지르면서 때리는 거랑 똑같음.

└ 캬아. 비유 오지네. 팩폭 맞아 hp 100을 잃었습니다!

호준도 그 대화를 바라보며 동감했다.

무슨 일이든 간에 기다림은 필요했다.

특히 농사의 경우에는 기다림은 필수였고.

“저도 기다림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다리는 건 농부의 숙명이죠. 기다리는 동안 이것저것 만들면 지루할 일이 없을 거예요. 저도 쉴 틈 없이 계속 움직여줍니다. 자, 이렇게 얘기하는 사이에 벌써 밀밭에 도착했습니다! 보시죠!”

호준은 팔을 활짝 펼쳐 황금빛 밀밭을 가르쳤다.

어깨를 우쭐할 만큼 밀밭에는 풍성한 밀알을 매단 밀들이 가득했다.

└ 와아앙…… 좋다. 무슨 휴대전화 배경화면 같다 아아. 보는 거로도 힐링임!

└ 저게 밀밭이구나. 밀밭 처음 봄!

└ 밀밭이 쏘아 올린 공에 심장을 강타당한다!

└ 어!! 저기 하얀 거 보임, 닭이야 닭!

부스럭부스럭

인기척을 느낀 닭들이 밀밭에서 하나둘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금색 밭에서 하얀 닭 머리는 아주 잘 보였다.

푸르르!

호준은 몸을 부르르 떨던 닭과 눈이 마주쳤다.

“이리 와볼래?”

그는 그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가며 손짓했다.

꾸르르르!

― 먼일이냐 끼오!

닭은 별 의심 없이 뒤뚱뒤뚱 엉덩이를 흔들며 걸어왔다.

호준은 닭 앞에 쪼그려 앉아 그 뒷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닭아 고기 조금 다오.”

꾸르르르!

― 알았다 끼오 맘대로 해라 끼오!

└ 닭한테 고기를 달라니. 그냥 죽으라는 거잖아. 너무 잔인한 듯 ㅠㅠ

└ 닭이 뭔 죄냐.

└ 닭고기가 맛있는 죄겠지.

└ 닭 완전 착하다…! 닭을 함부로 뭐라고 하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닭이라도 되어본 적이 있던가.

동정여론이 이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닭은 순순히 밀면 미는 대로 고개를 앞으로 수그렸다.

호준은 총을 꺼내 닭의 뒷덜미에 가까이 댔다.

채팅창은 경악하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 저렇게 가는 것인가.

└ 치킨이 맛있고 좋기는 한데 닭이 죽는 걸 보니까 왠지 마음이 그렇네.

└ 호준 님 너무 잔인해요. 총구가 저렇게 가까우면 살점이 막 퐈아악하고 튀지 않을까요?

└ 아. 못 보겠음.

└ 무슨 소리야. 치킨이든 뭐든 총 쏘면 터질 듯. 풍선 터지듯 터지는 거 아냐?

시청자의 반응은 경악과 연민이 주를 이루었다.

이런 반응을 예상했기에 호준은 그리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총구를 더욱 닭에게 가까이 대며 능청스럽게 연기했다.

“여러분. 닭에게도 빨리 끝내는 게 고마운 일일 테니 후딱 고기를 빼겠습니다. 잘 보세요!”

└ 으으으으… 안돼애애!

퓽 쑤와아아아악!

방아쇠를 당기자 닭으로부터 연분홍색 생닭이 튀어나왔다.

마치 세포 분열하듯이 똑같은 크기의 생닭이 튀어나오는 건 아무리 봐도 기괴한 느낌이 들었다.

호준은 추출한 닭고기를 챙기고서 닭의 엉덩이를 톡 쳤다.

“수고했다. 이따가 밥줄 테니까 쉬고 있어.”

꾸르꾸르!

― 알았다끼오옹!

닭이 엉덩이를 흔들며 밀밭으로 숨어들자 호준은 그제야 채팅창을 확인했다.

채팅창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 와 금방 그거 무슨 마법임…? 고기가 막 튀어나와!

└ 호준 님 그거 무슨 템이에요? 총? 고기 빨아내는 총인가?

└ 저거 사람한테 쏘면 어떻게 돼요? 사람이 막 튀어나오나?

└ 현실에 있으면 최고일 듯. 닭고기 크기 좀 봐. 저건 무슨 대포도 아니고 왜 이렇게 커?

호준은 차근차근 고기 추출기에 관해 설명해주었다.

“이건 마법이 아니라 고기 추출기라는 신문물입니다. 스캔 형 고기 추출기라고 하죠. 목축 레벨이 높아지면 얼마든지 목장에서 살 수 있답니다. 개당 가격은 꽤 비쌌습니다. 1,000골드. 그러니까 100만 원이 넘는 거네요. 그래도 편하게 고기를 추출할 수 있고 고기 형태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나중에 사실 생각이 있다면 저는 추천합니다!”

호준은 그밖에도 목축에 관한 기본 사항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에 대해 답해주면서 부지런히 총을 쏘았다.

간편하게 생닭 20마리를 챙기고서, 호준은 모이를 듬뿍 뿌려주고 가게로 향했다.

호준은 도마가 올라간 카운터 앞에 서서 생닭에 칼집을 냈다.

서걱서걱

칼질도 익숙해진 것인지 자르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그때그때 요리에 관해 설명도 했다.

“이렇게 고기에 칼집을 내고. 양념에 버무리면 됩니다. 다음은 소스입니다! 볼 안에 우유, 후추, 소금을 넣고 마지막으로 소스를 첨가하는데 이번에 넣을 소스는. 제가 손수 만든 간장, 고추장, 겨자 소스입니다. 고추장은 먹어봤는데 간장이랑 겨자는 안 먹어봐서 맛을 모르겠네요!”

└ 간장은 짭짤하니 괜찮을 것 같아요. 겨자는 왠지 매우 매울지도? 파닭 맛이려나?

└ 고추냉이 맛 치킨일 듯. 매콤해서 괜찮을 거 같은데.

└ 치킨 보니까 시켜 먹고 싶음. ㅠㅠ

└ 닭 다리 진짜 오지게 크다. 와…… 저 닭 다리에 머리 한 대 맞으면 기절할 듯.

└ 호준 님, 혹시 치킨 만드는 거 이번이 처음이 아니신가요? 왠지 능숙해 보이심!

호준은 적당히 채팅창을 보다가 마침 들어온 질문에 답했다.

“치킨 만드는 건 처음이 아닙니다. 얼마 전에는 고추장 양념치킨을 먹어봤는데 맛이 꽤 괜찮더라고요.”

└ 고추장 양념치킨은 무슨 맛인가요? 굳이 묘사하자면?

“음…… 비교하자면 시중에 불닭 라면보다 조금 덜 매운맛입니다. 왠지 매운맛이 속 쓰린 부류는 아닌 것 같고 칼칼하면서도 매콤해서 제 입맛에 딱 맞았어요. 닭고기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살살 녹아서 별로 안 씹어도 술술 넘어가요. 중요한 건 양념이 겉에 묻은 게 아니라 속에 진하게 배어있어서, 씹을 때마다 간이 되어있는 고기 맛이 괜찮았다는 점입니다. 오늘부터 가게에서 판매할 예정이니 한번 와서 드시고 가세요!”

└ 와 아아…… 저 그쪽 갈 생각 있었는데 꼭 들러야겠어요. 아…… 진짜 침 고인다 침 고여.

└ 치킨이 그냥 치킨이겠거니 반박하려고 했는데 이건 왜 이렇게 먹고 싶지…….

└ 양도 많고 맛도 좋으면 진짜 대박일 듯.

└ 호준 님은 왠지 진솔하게 얘기하는 느낌이라서 좋아요.

└ 호준 님, 한 3시간쯤 뒤에 그 근처 지나는데요. 치킨 가격은 얼마인가요? 돈이 넉넉지 않은지라…… 친구 모아서 가려고요.

취이이이익!

호준은 양념을 흡수한 닭고기를 튀김기에 투입하며 가격 부분에 답했다.

“음…… 가격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약 300골드?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치킨 등급은 특10 급이고요. 수량도 별로 많지 않으니까 장사 시작할 때 빨리 오셔야 됩니다!”

300골드라는 답에 갑자기 채팅창에 불이 붙었다.

호준은 눈을 댕그랗게 뜨고 보았다.

전반적으로 다들 가격이 너무 낮다고 놀라고 있었다.

놀라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경악에 가까운 반응이었다.

└ 헐… 특10급이 300골드요?

└ 저 수도 릴츠에서 궁중 잡부로 일할 때 특 10급 요리는 800골드라고 들었어요. 궁중 요리사들이 외부에 요리를 팔 때가 있는데 특급이면 최소 800은 부른다던데요? 이건 요리사에게 직접 들은 얘기니까 사실일 거예요.

└ 저 말이 사실이면 특급인데 300골드는 너무 저렴한 거 같음

└ 그러게. 그나저나 호준 님 특급 요리사이심. 아까 보니까 밭도 넓던데 요리까지 잘하고. 완전 부럽당…!

└ 저거 사다가 수도에 800골드에 팔면 개당 500골드 이득이네. 500골드이면 50만 원인데.?

심지어 직거래하자며 사업을 제안하는 이도 있었다.

└ 호준 님, 혹시 떼돈 벌 생각 있으신가요? 저는 법인 다팔아를 운영 중인 다팔아맨이라고 합니다! 직거래 관심 있으시면 제 아이디 dapala7777로 연락해주세요! 큰 수익을 남겨드릴 것을 맹세코 약속드립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 와 이 와중에 영업하네 ㅋㅋ

└ 가격 낮으면 좋지 왜 그래요! 서민 유저들도 친구들 데려가서 먹으면 될 듯! 가격 그대로 낮게 가즈아!

가격을 내려라 올려라, 너무 싸다 등등

치킨 가격 논쟁은 치킨이 완성되어 모두를 불러모을 때까지 식지 않았다.

호준이 결국 그 종지부를 찍었다.

“저는 많은 사람이 먹을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가격은 더 생각해보려고요. 300골드로 해도 딱히 돈을 적게 벌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답하고 나서야 겨우 열기가 진정되었다.

* * *

“다들 맛있게 먹어!”

“잘 먹겠습니다!”

호준의 말에 모두가 포크를 들어 올리며 우렁차게 답했다.

드디어 치킨 만찬이 시작됐다.

“으음!”

“너무 맛있어어엉!”

“진짜. 말이 필요 없네.”

“역시 치킨은 행복입니다.”

“매일 치킨이라니. 정말 좋다아!”

“우리만 먹기 좀 미안하기는 하네요. 시청자분들. 뭐 맛있는 거라도 먹으면서 보세요. 찹찹찹”

“뀨우우우웅!”

적당히 농담도 하면서도 다들 치킨을 향한 손놀림이 무척 빨랐다.

요정들은 간장 치킨을 좋아했다.

달달하고 짭짤한 맛이 입맛에 잘 맞는 모양이었다.

반대로 겨자 치킨은 매콤한 맛 때문에 베티와 샤롯에게 인기 폭발이었다.

호준은 두 치킨 모두 좋아서 둘 다 잘 먹었다.

“와. 겨자 치킨은 진짜. 매콤 허니 속이 뻥 뚫리는데!”

“그렇지? 여기에다 밥 볶아서 먹으면 맛있을 것 같다.”

“오. 나도 그 생각했는데! 역시 우리는 운명이라니까아아!”

샤롯이 베티를 꼭 끌어안은 채로 화사하게 웃자 채팅창에 눈 호강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 옆에서 말없이 간장 치킨을 흡입하던 별이에게도 질문이 들어왔다.

└ 별이 님! 치킨 너무 맛있게 잘 드시네요.! 간장 맛 치킨은 무슨 맛이에요?

“으음…… 간장 치킨은 씹을 때마다 짭조름하면서 달달한 육즙이 입안에 가득 차요. 그 육즙이랑 닭고기를 같이 먹으면 너무 맛있달까. 이건 진짜 제 취향입니다! 여러분도 나중에 한번 가게에 놀러 오세요! 간장 치킨을 드실 수 있을 거예요!”

└ 아아… 맛있겠다. 결국, 치킨 시킴. 밤에 이거 보는 게 아니었어.

└ 단짠은 실패할 수 없는 조합임. 그런 의미에서 저 갈색 닭 다리 하나만 먹고 싶다. 하나만. 츄릅.

└ 닭 다리가 내 허벅지만 하네. 크크 저만한 닭 다리 먹으면 세상 행복할 듯. 지금 다이어트 중이라 너무 부러워어어

호준과 그 일행들이 거대한 치킨 3마리를 해치우는 동안, 부러움 섞인 반응은 끝없이 이어졌다.

그렇게 첫 먹방이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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