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6. 양념치킨
문 사이로 비친 얼굴은 붉게 물들였다.
“아… 저 그게… 냄새가 너무 좋아서.”
침입자는 호준도 잘 아는 이였다.
약초 씨앗을 사 가지고 오겠다던 약사, 진수였다.
민망함에 입술을 만 그에게 호준은 손짓했다.
“급하지 않으면 치킨 먹고 가시죠?”
“그,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감사합니다. 호준 님.”
진수는 민망함에 볼을 긁적이며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호준은 그를 앞에 앉게 하고 요리가 완성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를 통해 호준은 대략 그의 사정을 알 수 있었다.
21살, 집안 사정이 어렵다는 것.
다리가 불편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도 이해가 갔다.
“휠체어를 타면,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버스를 타기도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여기 유토피아에서는 마음대로 다 할 수 있고. 생각한 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어서 더 편하게 느껴져요. 저한테는 천국이죠. 하하”
그렇게 말하는 진수의 눈이 반짝였다.
호준은 시종일관 밝게 이야기하는 진수를 온화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밝은 성격이구나.’
살짝 놀라기도 했다.
몸이 불편하면 마음도 힘들기 마찬가지인데.
호준도 동네에 휠체어를 타신 할아버지의 거동을 도와드린 적이 있어서 몸이 불편한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불편한 게 많았을 것이 분명한데, 진수는 붙임성도 있고 긍정적인 성격이었다.
진수는 금방 형이라 부르며 말을 편하게 할 것을 청했고, 호준도 그에 응했다.
“호준 형, 이건 홍삼 엑기스 재료로 쓰이는 약초예요.”
진수는 주머니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하나하나 설명했다.
그가 소개한 약초 씨앗은 총 5가지 종류였다.
【당귀 씨앗】 × 5
【감초 씨앗】 × 5
【천수구엽초 씨앗】 × 10
【금장화 씨앗】 × 15
【홍삼 씨앗】 × 30
“이걸로 홍삼 엑기스를 만들면, 개당 100골드로 판매하려구요.”
“그래. 가격은 네가 잘 아니까 네가 결정하면 될 것 같다. 음, 그런데 씨앗 개수가 너무 적은 거 아냐? 더 많이 가져와도 되는데.”
“아, 그게 약초 씨앗이 워낙 희귀해서 구하기가 힘들거든요. 이것도 겨우 산 거예요. 내일부터는 더 먼 마을까지 나가보려구요.”
“그래. 씨앗은 가져오면 다 심을 테니까. 마음껏 사와.”
“열심히 조달하겠습니다.”
그 뒤로 호준은 진수와 가벼운 일상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진수와 이전보다 거리가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이야기하는 사이 치킨이 완성되었다.
팅―
튀김 바구니가 농구공처럼 위로 튀어 올랐다.
치킨이 살짝 공중부양을 했다가 바구니로 내려앉았다.
호준은 가까이 다가가 바삭하게 튀겨진 치킨을 집게로 집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치킨은 겉이 완전히 바삭하게 튀겨져 있었다.
탁탁
치킨을 그릇에 내려놓을 때마다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났다.
호준은 치킨을 다 그릇에 옮기고서 슬쩍 메시지를 확인했다.
【치킨(1급)을 요리했습니다!】
【기기 소유자의 특전이 자동으로 적용됩니다】
【요정왕 특전 효과로 치킨 등급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요정왕 특전 효과로 요리 경험치가 2배 증가했습니다】
【요리 스킬을 레벨업했습니다!】
‘치킨은 원래 1급이구나.’
그는 특급 요리가 아닌 것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였다.
특급 팥빙수는 과일이 무려 7가지나 들어갔다.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추가 재료가 7가지가 더 들어가는 것.
하지만 치킨은 추가 재료가 우유 빼고는 없었다.
‘추가 재료가 많을수록 등급이 높다 이거로군.’
결국 정성 들인 재료가 많이 얼마나 많이 들어갔느냐에 따라 등급이 갈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특급이 아니라 1급 요리라 해도 치킨은 충분히 맛있어 보였다.
실제로 진수는 꼬리가 있다면 꼬리라도 흔들 기세로, 눈을 총총히 빛내며 치킨을 먹기를 기다렸다.
호준과 눈이 마주치자 진수는 엄지손가락을 척 들었다.
“와… 형, 그동안 맡은 치킨 냄새 중에 최고예요.”
“그 정도로 냄새가 좋나?”
“당근이죠. 만약에 여기가 시골이 아니라 도시였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가게로 들어왔을 거예요.”
“에이, 설마 그렇게까지 하려고.”
“호준형, 이건 오버가 아니라 진짜라니까요! 바깥에서도 치킨 냄새가 엄청 진해서… 와 저도 들어갈까 말까 하다가 들어온 거였어요.”
호준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진수의 말이 진짜라고 해도 도심지에서 장사할 생각은 없었다.
손님이 많아지면 지금처럼 여유롭게 사는 게 불가능했으니까.
호준은 적당히 요리하고 적당히 농사지으며 요정들이랑 놀면서 메인퀘스트를 깨자는 생각이었다.
“형은 도시에서 장사해볼 생각 없으세요?”
그렇기에 호준은 질문에 망설임도 없이 답할 수 있었다.
“아무리 요리하는 게 좋아도, 너무 몸을 혹사하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아, 도시에서는 확실히 몸이 힘들긴 하죠. 북적거리는 게 좋은 것도 한때지, 사시사철 북적거리면 답답하기도 하구요.”
호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식기를 가지러 카운터로 가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삐그덕
호준도 진수도 문가로 고개를 돌렸다.
“뀨우우!”
“끼루루루!”
“호준 님! 무슨 맛있는 냄새가 나서 그만….”
별이와 요정들이 종종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왔다.
요정들의 눈길이 은연중에 치킨으로 향하자 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제 말이 맞죠 형? 냄새 때문에 다 들어온다니까요.”
“하하. 그래 네 말이 맞네 맞아.”
“진짜 이 치킨은 냄새가… 아니 냄새도 그렇지만 닭다리가 무슨 팔뚝만 해요. 와. 이걸로 맞으면 아플듯.”
호준은 피식 웃고는 요정들을 불렀다.
“얘들아. 다들 와서 식사 준비하자.”
“네!”
“뀨우우!”
“별아, 베티랑 샤롯도 데려올래?”
“아, 네!”
호준은 진수와 요정들에게 닭고기를 먹기 좋게 분리하도록 했다.
닭다리와 날개, 가슴살, 그 밖의 부위를 해체하도록 한 것.
다들 닭을 해체하는 사이, 호준은 새 닭을 꺼내 칼집을 냈다.
닭고기를 양념에 잰 뒤, 밀가루 옷을 입히고.
총 튀김 바구니 세 개를 닭 세 마리로 가득 채웠다.
바구니를 튀김기에 집어넣자 메시지가 떴다.
【치킨을 완성하기까지 10분 남았습니다】
【치킨을 완성하기까지 10분 남았습니다】
【치킨을 완성하기까지 10분 남았습니다】
“토순아. 지금이야.”
“뀨우우우!”
토순이는 그 즉시 힘을 발휘했다.
연갈색 연기가 토순이 귀에서 뿜어져나와 튀김기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요리가 즉석에서 완료되었다.
【토순이가 신비한 힘을 발휘합니다!】
【요리 과정을 생략합니다!】
【치킨(1급)을 요리했습니다!】
【치킨(1급)을 요리했습니다!】
【치킨(1급)을 요리했습니다!】
‘치킨 만들기 참 쉽네.’
1급 치킨 3마리를 눈 깜짝할 새에 만들었다.
* * *
요정들과 베티, 샤롯, 진수까지.
모두 치킨을 배불리 먹고서 각자 일을 하러 갔다.
진수는 씨앗을 사러 떠났고.
요정들은 농장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베티와 샤롯은 오솔길과 이어지는 자갈길을 만들러 갔다.
호준은 홀로 남아 약초 씨앗을 밭에 심었다.
두둑한 돈으로 밭 1,000개를 사두었기에 비어있는 밭은 많았다.
약초를 다 심고 나자 눈앞에 새로운 퀘스트가 떴다.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직업 퀘스트】소스 개발하기(2)
【퀘스트 목표】: 소스 만들기
고추장 소스 10개 (0/10)
된장 소스 10개 (0/10)
간장 소스 10개 (0/10)
겨자 소스 10개 (0/10)
*양념 열매를 믹서기로 원액 추출하면 소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퀘스트 설명】
*소스는 요리 맛을 더 맛있게 만들어 줍니다.
*양질의 소스 열매를 수확해 믹서기로 즙을 짜면, 소스를 얻을 수 있습니다.
【퀘스트 보상】
*1급 케첩 열매 씨앗 10개
― 케첩 열매로 다양한 재료와 어울리는 케첩 소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일반 상점에서 구하기 매우 힘든 씨앗입니다.
*1급 마요네즈 열매 씨앗 10개
― 마요네즈 열매로 연어, 참치, 각종 요리에 두루 쓰이는 마요네즈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일반 상점에서 구하기 매우 힘든 씨앗입니다.
‘퀘스트 보상이 괜찮네.’
호준은 보상으로 주어지는 케첩과 마요네즈가 마음에 들었다.
케첩, 마요네즈 둘다 감자튀김이나 야채튀김을 찍어 먹는 등, 소스의 활용 분야가 많을 것 같았다.
‘마침 만들 생각이었는데. 잘됐네.’
호준은 소스 제조기를 나중에 쓸 생각이 있었다.
치킨을 만드느라 바빠서 만들 시간이 없었을 뿐.
퀘스트를 잘 살펴보니 소스를 만드는 법이 자세히 나와 있었다.
*양념 열매를 믹서기로 원액 추출하면 소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간단하네. 열매를 믹서기에 갈면 된다.’
고추장 소스, 간장 소스, 된장 소스, 겨자 소스
각각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호준은 자동 믹서기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요정들은 과일을 수확하느라 바빠서인지 믹서기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호준은 믹서기 통 속에 고추장 열매를 넣었다.
투둥 퉁퉁
【고추장 열매를 투입했습니다!】
【고추장 열매를 투입했습니다!】
고추장 열매 10개를 넣고 모드를 설정했다.
“원액 추출모드!”
【작동을 시작합니다!】
그그그그극! 쭈와아압!
투명한 유리통 너머로 고추장 소스가 제작되는 과정이 보였다.
칼날에 갈기갈기 찢긴 고추장 열매의 과육이 바깥으로 흘러나왔다.
마치 용암 같은 걸쭉한 붉은색 액체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꾸덕 꾸덕 꾸덕 꾸덕
1분 정도 흐르자 통 속에는 진한 붉은 색의 찐득한 소스만이 남았다.
고추장 소스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고추장 소스(2급) 1개를 제작했습니다】
【기기 업그레이드 효과로 동일한 아이템 1개를 추가로 얻었습니다!】
【기기 소유자의 특전이 자동으로 적용됩니다】
【요정왕 특전으로 고추장 소스의 등급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요정왕 특전으로 요리 경험치가 2배 증가했습니다!】
【요리 스킬을 레벨업했습니다!】
유리병에 담긴 고추장 소스는 붉은색에 형광을 내었다.
색깔만 보면 엄청 매워 보였다.
호준은 소스를 잠시 들여다보다 문득 생각했다.
‘치킨에 고추장 소스를 추가하면 무슨 맛일까?’
그가 생각하기에 치킨과 고추장 소스를 같이 먹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먼저 찍먹, 치킨을 고추장 소스에 찍어 먹는 방법.
두 번째는 아예 치킨을 만들 때, 양념통에 고추장 소스를 넣어버리는 것이다.
닭고기 안에 고추장 양념이 그대로 흡수되는 방식.
호준은 이 두 번째 방식의 맛이 궁금했다.
‘닭고기에서 매운맛이 나면 그 나름대로 맛있지.’
그는 매운맛을 좋아했기에 그 즉시 행동에 들어갔다.
황급히 가게로 돌아온 호준은 닭고기에 칼집을 내놓고, 양념 준비에 들어갔다.
큼지막한 볼 안에 우유, 소금, 후추를 넣고.
마지막으로 고추장 소스를 다 들이부었다.
눈처럼 하얗던 양념이 석양처럼 붉어졌다.
그다음 닭고기를 볼 속에 집어넣자 고기가 양념을 그대로 흡수했다.
쭈와아아압
【닭고기가 매콤한 양념을 흡수합니다!】
【양념에 고추장 소스가 첨가되어 매콤한 맛이 추가됩니다!】
【고추장 소스의 매운맛과 우유의 부드러운 맛이 잘 어우러집니다!】
【추가 재료 간의 궁합이 훌륭합니다!】
메시지로 보아 추가 재료 선택이 괜찮았던 모양인 듯했다.
호준은 옅게 웃으며 튀김 바구니에 닭고기를 넣었다.
그리고 바구니를 기름이 예열된 튀김기 안에 투입했다.
타다다다다닥!
【고추장 양념치킨을 완성하기까지 10분 남았습니다】
매콤하면서도 식욕을 자극하는 향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10분이 흐르자 호준은 처음으로 양념치킨을 얻었다.
팅―
【고추장 양념치킨(특10급)을 요리했습니다!】
【기기 소유자의 특전이 자동으로 적용됩니다】
【요정왕 특전 효과로 치킨 등급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요정왕 특전 효과로 요리 경험치가 2배 증가했습니다】
【요리 스킬을 레벨업했습니다!】
‘특급?’
매콤한 향은 아무리 맡아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호준은 즉시 다리를 뜯어내 한 입 베어 먹었다.
그의 눈이 번쩍 뜨였다.
감탄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이건… 상상하던 것보다 더 맛있잖아?”
매콤한 치킨의 맛에 그는 완벽히 매료되었다.
맛있게 매콤한 맛은 찾기 힘든데 이 양념 맛은 과하지 않아서 딱 좋았다.
고기를 씹으면 씹을수록 뇌에 엔도르핀이 샘솟는 기분이 들었다.
화끈한 맛에 스트레스가 확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