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 오븐에 구운 닭고기
“허허, 닭을 사고 싶다고?”
“네. 가능한 많이 사고 싶습니다.”
“보아하니 돈을 두둑이 가져온 모양인데. 나를 따라오게나! 지금 닭들은 뒷마당에서 낮잠을 자고 있을 게야.”
“네!”
많이 산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 것일까.
루돌프는 걷는 내내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콧노래는 익히 들어온 유행가와 비슷해서 호준도 덩달아 기분이 들떴다.
루돌프를 따라가자 널찍한 뒷마당이 눈앞에 펼쳐졌다.
‘다들 자네.’
뒷마당에 널브러진 지푸라기 더미들은 수십 개였다.
각 더미 안에는 닭이 들어가 있어서 꽁지만 나와 있었다.
잠자던 닭들은 인기척에 깨어나 지푸라기 바깥으로 나왔다.
꾸루루루!
꾸루루!
닭들이 일제히 날개를 파드득거리며 비둘기처럼 울었다.
“잠깐만 기다리게. 다 깨워서 돌아올 테니.”
“아, 네.”
루돌프가 장화를 신은 발로 뒷마당을 누비는 사이.
호준은 닭들에게 둘러싸였다.
― 인간이다끼오 설마 우리를 사러온걸까끼오
― 에잉 간 보러 온 거다끼오! 요즘 닭을 사려는 사람들이 가뭄에 콩 나듯 한다끼오!
― 하긴 그러면 그렇지끼오! 얼른 잠이나 자고 싶다끼오!
― 루돌프 할아버지 얼굴을 봐서라도 예쁜 척하자끼오!
― 그래 그래끼오 할아버지 얼굴에 먹칠하면 안 된다끼오! 다들 제일 멋진 포즈 취해라끼오!
닭들은 자세를 취했다.
날개를 높이 추켜올리고.
가슴을 쫙 펴고는 강렬한 눈빛을 발사!
마치 기선제압을 하려는 듯.
잡아먹을 듯한 눈빛이었다.
꾸루루루루!
꾸루루!
― 이 정도면 됐겠지끼오!
― 맞다끼오! 닭 눈을 보고 놀랐는지 얼굴이 굳었다끼오! 분명 겁 먹은 거다끼오! 낄낄낄끼오!
― 쿠쿠쿠 이 정도 눈빛이니 겁먹을 만하다끼오!
‘귀엽네. 이 녀석들.’
호준은 굳었던 표정을 풀며 옅게 웃었다.
방금 전 얼굴이 굳었던 이유는 생각보다 닭이 컸기 때문이었다.
‘이 녀석들 진짜 크네. 개도 아니고 닭이, 왜 이렇게 커.’
그는 어릴 적 집에서 수탉을 키웠기에 닭의 크기를 잘 알았다.
그때의 닭도 나름 훌륭한 닭이라 생각했었는데.
지금 눈앞에 있는 닭들은 그 수준을 한참 뛰어넘었다.
‘한 마리만 들어도 꽤 무겁겠는데.’
눈앞의 닭은 그가 알던 닭의 2배 크기였다.
몸집이 크고 날개도 길고.
닭은 그만큼 상태가 훌륭했다.
잠시 닭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루돌프가 돌아왔다.
“휴, 조금 시간이 걸렸구만. 닭들은 다 골랐네. 지금 자네 눈앞에 보이는 녀석들이 다일세. 한번 보고 고르게나.”
그의 뒤쪽에 닭들이 줄줄이 서 있었다.
호준은 닭들을 쭉 살펴보다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먼저, 닭의 색깔이었다.
“닭의 털 색깔이 왜 다 다른 건가요?”
“털 색깔은 그때그때 다르네. 품종은 다 똑같은데 색깔만 다른 걸세. 마음 가는 대로 고르게.”
“그렇군요. 그럼 마리당 가격은 얼마입니까?”
“300골드네. 소보다 조금 비싸지만 나오는 고기양은 비슷하니까. 고기양은 충분할 걸세.”
‘은근 비싸네.’
닭은 소보다 100골드나 비쌌다.
소는 200골드인데 닭은 300골드라니.
동물의 크기와 가격은 상관없는 모양이었다.
그에 관해 묻자 루돌프의 대답이 돌아왔다.
“가격은 상부에서 결정해서 내 권한 밖일세. 내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을 잘 돌보고 좋은 곳에 보내는 것뿐이지.”
위는 시스템을 가리키는 말인듯했다.
호준은 닭을 몇 마리 살지 곰곰이 생각하고,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닭은 20마리를 사겠습니다.”
“허허. 역시 통이 크구만. 색깔은 어떤 색으로 하겠나.”
“하얀색으로 통일하겠습니다.”
“알겠네. 아, 그리고 닭고기를 추출하는 장비가 들어왔는데 한번 보여주고 싶네.”
“무슨 장비인가요?”
“신제품인데 이전과는 다른 거야. 잠시 기다리게.”
루돌프는 뒤편에 있는 창고로 황급히 달려갔다.
그는 총 같은 걸 들고 나왔다.
‘총?’
호준이 난데없이 웬 총이지 싶어 고개를 갸웃하는데.
루돌프가 옅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놀라지 말고 잘 보게.”
루돌프는 총을 들어 닭을 겨냥했다.
‘어어?’
그리고 호준이 말릴 새도 없이 루돌프가 방아쇠를 당겼다.
호준은 굳은 얼굴로 보다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지이이잉 ―
총구에서 레이저광선이 일직선으로 튀어나와 닭에게 꽂혔다.
광선은 닭에게 닿자 그대로 흡수되었다.
눈 깜짝할 새에 레이저광선이 사라졌고.
쪼아아악 ― 착
살구색 생닭이 닭의 몸 바깥으로 빠져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닭에게서 생닭이 빠져나오는 광경.
소름 끼치면서도 신기하고.
호준으로서는 도무지 말이 나오지 않는 황당한 광경이었다.
꾸르르르
― 다 끝났으니까 자러 들어간다끼오
정작 당사자인 닭은 태연했다.
닭이 루돌프를 향해 꾸벅 인사하고 지푸라기로 들어가 버렸다.
한두 번 한 게 아니라는 증거였다.
“그 총은 대체 뭡니까?”
호준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루돌프가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감 있게 답했다.
“놀랄 만도 하지. 이건 스캔형 고기 추출기네.”
“스캔형이라면. 금방 그 레이저로 스캔을 한 겁니까?”
“그렇네. 이전에 자네가 사간 추출기하고는 유형이 다른 거지. 신제품이지만, 목축스킬이 낮은 사람은 쓸 수 없네. 자네는 실력이 충분하니까 쓸 수 있지만 말야.”
“이전 고기 추출기와 다른 점이 뭡니까?”
“중요한 질문이네. 스캔형 추출기는 뼈가 있는 상태로 추출할 수 있네. 일반형 추출기는 뼈 없이 고기만 추출할 수 있는 것은 자네도 알고 있겠지. 기존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네.”
“으음. 그렇군요.”
“이건 다른 동물들도 쓸 수 있네. 만약 소에게 이 장비를 사용하면, 소뼈가 있는 소 한 마리를 얻는 걸세. 물론 어떤 장비를 누구에게 쓸지는 자네 마음일세.”
“가격은 얼마나 합니까?”
“개당 1,000골드네.”
“음, 비싸네요.”
가격이 꽤 비쌌다.
기존의 추출기가 50골드인 걸 감안하면, 이 추출기는 무려 20배의 가격인 셈.
그러나 호준은 스캔형 추출기의 기능이 마음에 들었다.
‘뼈를 같이 추출하면 고기양도 더 많을 것 같고. 돈도 충분히 있다.’
돈은 충분했다.
닭 20마리를 사고서도 2,000골드가 남아있으니까.
“하나 사겠습니다.”
“하하, 역시 시원시원해서 좋구만. 이것저것 사주니 자네에게는 고맙네. 저기 그리고. 혹시나 하고 말하네만. 부화기를 살 생각이 있나?”
“설마 알을 넣으면 부화되는 그런 건가요?”
“자네 말이 맞네. 달걀을 넣고 시간이 흐르면 병아리가 태어나지. 어때. 사겠나?”
“사겠습니다.”
차라라랑!
호준은 최종적으로 골드를 지불했다.
닭 20마리에 6,000골드
부화기에 1,000골드
스캔형 고기 추출기에 1,000골드
총 8,000골드였는데 호감도 덕분에 할인이 들어갔다.
【7,500골드를 잃었습니다】
【루돌프씨가 당신에게 호감을 느껴 500골드를 할인해줍니다】
【닭 20마리를 얻었습니다】
【스캔형 고기 추출기를 얻었습니다】
【부화기를 얻었습니다】
호준은 무리를 이끌고 떠났다.
가기 전에 입가심이나 하라고 루돌프에게 특제 주스 2개를 건네주자 호감도가 더 높아졌다.
루돌프는 언덕 아래까지 내려와 호준을 배웅했다.
“허허, 주스는 잘 마시겠네! 조심히 가게나! 다음에도 들르면 서비스 팍팍 넣어줌세!”
“먼저 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호준은 그에게 꾸벅 인사하고 집으로 향했다.
같이 걸어가면서 그는 닭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다들 집을 마련해뒀으니까. 이제부터 거기서 살면 된다. 알겠지? 잘 따라와.”
꾸루루루루!
― 알겠다끼오! 반갑다끼오!
“그래 나도 반갑다!”
닭들과 집으로 가는 길.
닭들은 저들끼리 쑥덕대면서도 뒤를 잘 따라왔다.
그들의 대화 주제는 당연히 새로운 주인이 된 호준이었다.
― 호준은 말이 통해서 좋다끼오!
― 친절한 인간이다끼오!
― 배고프다고 말하면 바로 밥준다고 했다끼오! 밥 잘 주는 주인이 최고다끼오!
― 나도 같은 생각이다끼오! 밥이 최고다끼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잖나끼오!
우호적인 분위기라서 호준도 그저 가볍게 듣고 넘겼다.
그렇게 집으로 가는데 갑자기 퀘스트가 떴다.
【직업 퀘스트】보들보들 구이 치킨 만들기!
【퀘스트 목표】: 오븐에 구운 닭고기 10개 요리하기
【퀘스트 설명】
*오븐에 구운 닭고기는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대중적인 닭요리입니다. 손님이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요리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기본 오븐 구이를 베이스로, 다양한 응용메뉴도 만들 수 있습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응용은 그다음에!
【퀘스트 보상】
*소스 제조기 1개
―다양한 소스를 만들 수 있는 기기입니다
*올리브 씨앗 30개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2급 씨앗입니다
‘보상이 괜찮네.’
닭과 연관된 요리 퀘스트였다.
퀘스트 보상은 소스 제조기와 올리브 씨앗.
둘다 필요한 것들이기에, 마음에 쏙 들었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면… 음, 맛있겠다.’
호준은 웃음이 절로 났다.
현실이라면 치킨을 시키는데 가격 부담이 되었겠지만.
이곳은 유토피아였다.
유토피아에서 그는 자급자족을 하기 때문에, 치킨 먹는 데 돈이 들지 않았다.
본인이 먹고자 하면 얼마든지 치킨으로 배를 채울 수 있는 것.
‘그 양이라면 배부르게 먹어도 남겠지.’
생닭은 성인 남자 셋이 먹어도 배부를 크기.
치킨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호준은 피식 웃음이 났다.
‘역시 요리하길 잘했어.’
그는 기분 좋게 웃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