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49화 (49/200)

049. 닭장 만들기

살다 보면 기회는 찾아온다.

예고 없이 갑자기.

‘채빈이한테는 진짜 고맙네.’

채빈이가 주고 간 아이템 덕분에 호준은 여러 혜택을 봤다.

혜택은 그와 요정들, 그리고 직원에게 돌아갔다.

직원 등록을 마치자 모두에게 혜택이 적용되었다.

【직원 등록을 마쳤습니다】

【페어리 컴퍼니의 직원은 총 8명입니다】

【직원 명단】 : 송이, 토순이, 별이, 미르, 아무, 메이, 베티, 샤롯

【전 직원의 이동 속도가 10퍼센트 증가합니다!】

【전 직원의 최대 체력이 30퍼센트 증가합니다!】

호준은 메시지를 확인하고서 농장에 돌아왔다.

농장에 도착해 일하던 중인 요정들과 베티, 샤롯을 불러모아 사정을 설명했다.

이야기를 경청한 샤롯과 베티는 변화를 쉽게 받아들였다.

“어쩐지 힘이 남아돌더라니. 그거 때문에 힘이 났구나. 그 녀석 괜찮네.”

“오래 일해도 피곤하지 않다는 건 직원으로는 최고지.”

“저도 날아다니는 속도가 빨라졌어요!”

씨이이잉 ―

별이는 부스터를 단 것처럼 날아다녔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돌풍이 불었다.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다른 요정도 몸이 가벼워진 것에 만족을 표했다.

“뀨우우우!”

【토순이가 몸이 무척 가볍다며 히죽히죽 웃습니다】

【미르는 뭐든 좋다며 어서 일하고 싶어 합니다】

【송이가 어서 농사일을 하고 싶다며 어깨를 들썩입니다】

다들 몸이 근질근질하다며 일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

호준은 농사일과 가게준비 등, 일을 적절히 배분하고 마지막으로 박수를 치며 말했다.

“장사 시작 전까지 다들 수고하자!”

“네엡!”

“바쁘다 바빠!”

“끼루루루!”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흩어졌다.

농장에는 활기가 가득했다.

* * *

가게 오픈 전까지

호준은 특급 팥빙수 10개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물론 혼자서는 무리였다.

그래서 별이와 함께 작업했다.

착 착 착

【얼음 열매를 완전히 부쉈습니다】

【팥소를 추가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추가했습니다!】

호준이 얼음 열매와 팥소, 아이스크림을 그릇에 세팅하면 그의 역할은 완료.

다음은 별이 차례였다.

별이가 춤을 추듯 바람마법을 시전했다.

사사사사삭

날카로운 칼날 바람이 과일을 조각냈다.

망고, 드래곤 푸르트, 바나나 등.

수많은 과일이 산산 조각났다.

자른 모양의 종류는 다양했다.

별, 토끼, 달, 하트, 새싹 등

착 착 착

앙증맞은 과일 조각이 섬세한 컨트롤로 팥빙수 위에 안착했다.

‘이 정도면 예술이네 진짜.’

수많은 조각한 과일들이 원형으로 가지런히 놓이자, 호준은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전에 만들었던 팥빙수는 그냥 넓적하게 자른 수준이었는데, 이건 그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일일이 모양을 조각한 정성이 들어갔기에 과일이 한데 모이자 예술작품같이 보였다.

화룡점정으로 다이아몬드 모양 드래곤 푸르트가 팥빙수 위를 수놓았다.

번뜩이는 무지개색 과일 위로 호준이 연유를 흩뿌린다.

촤악

‘완성이다.’

호준은 흐뭇하게 웃으며 메시지를 봤다.

【팥빙수(특10급)을 완성했습니다!】

【망고, 바나나, 키위, 꿀사과, 산딸기, 파인애플, 드래곤 푸르트가 추가되어 팥빙수 등급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요정왕 특전 효과로 팥빙수 등급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요정왕 특전 효과로 요리 경험치가 2배 증가했습니다!】

【요리 스킬을 레벨업했습니다!】

그렇게 호준은 별이와 함께 분업해서, 팥빙수 10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만드는 데는 30분 정도 걸렸다.

‘진짜 빨리 만들었네.’

기존에 혼자 만들면 30분에 1개였으니.

요리 시간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별이 덕분에 과일 깎기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30분 만에 특10급 팥빙수 10개 성공.

이것은 꽤 의미 있는 기록이었다.

‘오늘은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별아, 주스를 부탁한다!”

“네엡! 맡겨주세요!”

별이는 쏜살같이 농장으로 날아갔다.

사사사삭

바람마법으로 과일이 믹서기로 옮겨지는 것을 잠시 보다가 호준은 고개를 내렸다.

― 헤헤 이제 내 차례다무우우! 젖이 간지럽다무우우!

젖 짜기를 기다리던 미소가 히죽 웃고 있었다.

“그래. 많이 기다렸지.”

― 기다릴만했다무우우!

꼬리를 살랑거리는 녀석을 바닥에 눕혔다.

미소가 자리를 잡자 호준은 재빨리 유축기를 장착하고 작동시켰다.

이제는 꽤 익숙한 동작이었다.

쭈와아아압

― 흐읏! 하응!

익숙한 신음이었다.

【바나나 우유 수확을 마쳤습니다】

【버튼을 눌러 유축기를 떼어내 주세요】

유축기를 떼어내자 우유통 5개가 바닥에 놓였다.

우유통을 집어 들며 메시지를 살피는데

‘어라?’

【바나나 우유(3급) 5개를 획득했습니다!】

익숙한 메시지가 아니었다.

호준은 기민하게 그 변화를 알아차렸다.

‘우유가 3급이네. 원래 4급이었는데.’

우유가 한 등급 상승했다.

등급이 오른 원인은 아래에 적혀있었다.

【미소와 친밀해지셨군요!】

【미소와 친밀도가 높아 우유 등급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요정왕 특전으로 우유 등급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요정왕 특전으로 목축 경험치가 2배 증가했습니다!】

요정왕 특전은 원래 있던 효과이니.

등급이 상승한 건 미소와 친밀해져서였다.

― 흐으응!

호준은 미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마저 메시지를 보았다.

새로운 메시지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목축 스킬을 레벨업했습니다!】

【새로운 종류의 가축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닭을 키울 수 있습니다!】

‘닭… 치킨?’

닭이라는 단어에 호준은 치킨을 떠올렸다.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 * *

호준은 장사 오픈시간을 조금 늦췄다.

닭장 설치와 닭 구매 자금을 마련하는 시간을 고려한 것이다.

별이에게 특제 주스 100개를 가판대에서 팔도록 했다.

주스 장사로 파는 것보다 가판대 장사는 빨리 돈 벌기에는 이득이었다.

오늘따라 주스 시세가 올라있어서, 호준은 특제 주스를 개당 80골드에 팔도록 지시했다.

별이가 홀로 장사하러 간 사이, 호준은 닭장을 만들었다.

쩌걱 쩌거걱 쩌걱

“후우우! 후우! 후!”

닭장 제작을 위해서 해야만 하는 장작 패기는 무려 1,000번.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호준은 지치지 않고 계속했다.

그가 지치지 않는 이유는 최대 체력이 늘어난 데다.

피로도가 쌓이면 주스를 들이켰기 때문이었다.

벌컥벌컥

“후… 시원하네!”

【특제 주스의 효과로 피로도가 30퍼센트 감소합니다!】

【제작자의 특별한 힘이 담겨있어 1시간 동안 이동속도가 10퍼센트 빨라집니다 】

【제작자의 특별한 힘이 담겨있어 1시간 동안 체력, 정신력, 민첩이 +10씩 오릅니다.】

피로가 줄어드니 몸도 가뿐, 마음도 가뿐했다.

호준은 중간중간 주스를 들이켜며 장작을 팼다.

짜각 짜가각 짜각

마른 나무

물기에 젖은 나무

두툼한 나무

화면에 나오는 모든 나무를 쪼갰다.

마지막 천 번째 순서가 되자 보스몹, 아니 보스 나무가 등장했다.

지름 4m짜리 나무.

위압적인 나무를 향해 호준은 기합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으아압!”

쩍 쩍 쩍 쩍 쩍 쩍 짜가가각!

7번 만에 나무가 반 토막 났다.

【대단합니다!】

【장작패기를 완료했습니다!】

【닭장을 성공적으로 제작했습니다】

【제작 스킬을 레벨업했습니다!】

【닭장에는 최대 닭 20마리를 키울 수 있습니다】

쿠우웅

외양간만 한 닭장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이야. 크네! 이걸 내가 만들었단 말이지.”

호준은 감개무량했다.

작던 크던 땀 흘려서 얻은 것은 가치가 있는 법이었다.

투박한 나무문도 마음에 들었다.

삐걱거리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아늑한 내부가 펼쳐졌다.

‘지푸라기 바닥이구나. 안도 널찍하니 괜찮네.’

닭의 보금자리가 될 곳으로 적합해 보였다.

한참을 혹사시켰기 때문일까.

보드라운 지푸라기 바닥에 앉으니 눈이 감겨왔다.

피곤함이 밀려왔다.

호준은 슬쩍 누워서 지푸라기를 몸에 감쌌다.

“하암… 왜 이렇게 따뜻하지.”

솜이불을 덮은 것처럼 몸이 따뜻했다.

별이가 닭 구매 자금을 벌어올 때까지 잠시 자기로 하고 그는 눈을 감았다.

나른한 낮잠에 푹 빠져들던 찰나.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에 그는 눈을 떴다.

“호준 님, 다 팔았어요!”

문 너머에서 별이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렸다.

“주스 완판입니다! 80골드도 완전 잘 팔려요!”

그녀가 바람마법으로 주머니를 동동 날려 호준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호준의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8,00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팔천 골드라.’

돈 불어나는 속도가 점점 커지니, 호준은 기분이 묘하면서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몸에 묻은 지푸라기를 털며 닭을 사러 갈 채비를 하는데, 별이가 한 마디 덧붙였다.

“오는 길에 미르를 만났는데, 특제 주스를 100개 넘게 만들었대요! 그러니까 주스 재고는 팔기 전이나 팔고 난 후나 비슷합니다.”

돈에 욕심 없는 호준이 눈치챌 만큼.

그의 자산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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