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47화 (47/200)

047. 마음을 움직이는 요리

유토피아에서는 특급 요리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특급을 달려면 그만큼 스킬레벨을 많이 올려야 하니까.’

특급 요리를 만들려면 보통 노력으로는 힘들었다.

요리스킬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야 하고.

요리재료도 훌륭해야 했다.

‘괜히 특급이 붙는 게 아니었지.’

호준은 미튜브 영상을 통해 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요리나 농사가 비주류에 속하지만 도전한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소수이지만 요리사와 농부로 살아가는 유저들이 존재했다.

영상에서 요리사들은 특급 요리에 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 특급 요리는요. 현실적으로 만드는 게 거의 불가능해요. 요리 스킬은 굼벵이처럼 오르고 재료 구하기도 빡세고. 일반 1등급 만들어도 충분히 잘하신 겁니다. 제가 요리만 1년 넘게 하는데도 1급 나오기가 어려워요.

비인기직인 요리사 숫자가 적고.

요리 스킬 레벨을 올리기 쉽지 않으니.

당연히 특급 요리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 현실적으로 특급 요리를 먹는 건, 정말 운이 좋아야 가능합니다.

특급 요리가 씨가 말라버려서 그 가치는 높아져만 갔다.

특급 요리 맛을 본 이들이 간증하듯 영상에서 말했다.

―제가 한번 특급 찐빵을 먹어본 적 있는데. 이게 겉으로 볼 때는 일반요리랑 별다를 게 없어요. 에이 뭐 특급이라고 해도 별거 없네 이러면서 한입 먹었는데. 와, 진짜… 괜히 특급이 붙은 게 아니더라구요. 비싼 값을 하더라구요. 그 맛은 말로 표현을 못 하겠습니다, 진짜. 이건… 먹어봐야 알 수 있어요. 여러분. 특급 먹을 기회 있으면 꼭 먹어보세요!

심지어 특급 요리를 발견하면, 그걸 훔쳐서 비싸게 팔라는 사람도 있었다.

― 후딱 쌔벼서 로그아웃 해버려요. 그러면 지가 어쩔 거야. 신고 들어가도 처리하는 데 시간 걸리니까. 그사이에 몰래 팔아버려요. 뭐, 뺏긴 놈이 분하다 해도 어쩔 거야.

훔치는 행위가 추후 적발되면, 3일간 접속 금지를 당할 수 있지만.

접속 금지를 감수할 만큼 특급이 가치 있다는 뜻이었다.

“이제부터 심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시작인가.’

호준은 진행요원들이 요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을 바라보았다.

테이블은 심사위원들 앞에 놓여있는데, 중국집에서 볼법한 회전식 원형 테이블이었다.

테이블 위에는 화려한 요리가 한가득 놓였다.

‘화채, 냉면, 소고기 스테이크. 맛있는 게 많네.’

식사류 요리가 많았다.

소고기 스테이크. 오므라이스. 비빔 냉면도 보이고.

디저트류는 채빈이 만든 체리 쿠키와 팥빙수.

그리고 망고로 만든 것 같은 노란 푸딩이 전부였다.

‘팥빙수가 소고기를 이길 수 있을까.’

호준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제아무리 특급 요리라 해도 요리 등급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제출된 요리 중에 특급 요리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반응을 지켜보자.’

호준은 차분히 사회자를 주시했다.

그는 목을 가다듬고 마이크에 입을 가까이 대고 말했다.

“모든 참가자분들 요리 만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이제부터 10명의 심사위원이 요리를 공정하게 평가할 겁니다! 상/중/하, 세 등급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지금부터 심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자각 자각

심사위원들의 포크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 * *

‘운이 좋았어.’

심사위원으로 뽑힌 장씨는 오늘 기분이 아주 좋았다.

친구 이씨와 마을에서 일이 있어서 만났다가 우연찮게 콘테스트하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어쩌다 심사위원으로 뽑혀서 무료 시식을 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

“아주 계 탔네. 후후.”

그는 시식에 집중했다.

먹는 데 말이 필요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

그는 말없이 맛을 음미했다.

‘오, 스테이크! 좋지. 소고기는 뭔들 안 맛있겠어.’

첫 타자는 오븐 치즈스테이크였다.

두툼한 소고기에 치즈가 듬뿍 올라가 보는 것만으로 침이 고였다.

서걱 서걱

스테이크를 적당히 잘라서 한 조각 입에 넣고서.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 생각보다 맛있지는 않네.’

치즈와 소고기 조합이 맛없기가 힘든데.

소고기 비린 맛이 났다.

비린 맛 때문에 치즈 맛도 마음에 들지 않고, 불쾌감만 늘었다.

‘재료가 거지 같거나 요리사가 실력이 없거나. 둘 중에 하나겠네.’

그는 포크를 내려놓고 회전 식판을 돌렸다.

그리고 재빨리 입 안을 물로 헹궜다.

식재료 값이 비싼 것은 유토피아 유저 누구나 아는 상식!

‘하긴, 자동화 오븐보다 더 비싼 재료를 쓸 리는 없지.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니. 너무 기대하지 말자.’

당연한 사실을 까먹었던 스스로를 달래며, 그는 다음 요리를 시식했다.

그래도 공짜로 배 채우는 것이니 불만은 없었다.

― 소고기 스테이크 : 하

그의 평가는 냉정했다.

다음 요리는 크림치즈 바게트였다.

‘비주얼은 좋네.’

바게트는 먹음직스러웠다.

바삭한 바게트 빵 가운데 몽글몽글한 크림치즈가 가득했다.

빵을 좋아하는 장씨는 맛을 기대하며 바게트를 한 입 먹었다.

바사삭―

‘이건 나쁘지 않네.’

바게트는 먹을 만했다.

최고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배를 채우기에 적당했다.

그러나 두어 번 먹고 나자 물렸다.

치즈의 느끼한 맛이 올라왔다.

― 크림치즈 바게트 : 중

시식 시간이 한정되었기에 장 씨는 빨리 음식을 먹어야 했다.

블루베리 베이글, 비빔냉면, 망고 푸딩, 누룽지탕, 허브삼겹살 구이 등.

수많은 요리가 장씨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하, 중, 하, 하, 하, 중

평가는 대부분이 하(下)이고, 일부 중(中)이 있었다.

상(上)은 없었다.

‘하나같이 맛이 그냥 그러네.’

요리는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장 씨는 떠돌이 장사꾼으로 3년간 생활했기에 각종 길거리 음식을 섭렵했다.

그동안 먹어본 음식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으니.

그의 눈에 차는 음식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다.

‘기대를 너무 많이 했나. 대도시도 아니고 괜찮은 음식이 있을 리가 없지.’

그는 마지막 요리를 향해 포크를 가져다 댔다.

마지막 요리는 팥빙수.

이미 많은 이들이 먹은 터라 팥빙수 양이 적었다.

‘마침 느끼했는데 잘 됐다.’

크림치즈, 돼지고기, 소고기, 치즈 등.

느끼한 걸 연달아 먹었더니, 얼음이 들은 팥빙수는 제법 맛있어 보였다.

남은 과일들도 입가심하기에 좋아 보였고.

‘그냥 적당한 맛이겠네.’

장씨는 큰 기대를 하지 않으며 팥빙수를 그릇에 퍼 담았다.

단팥과 과일, 그리고 얼음, 연유를 골고루 섞고서 한 입을 먹었다.

“……!”

팥빙수는 정말 맛있었다.

장 씨는 본능적으로 그리고 전투적으로 수저를 퍼먹었다.

그릇에 담긴 팥빙수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새 팥빙수를 그릇에 옮겨 담는 장 씨의 눈은 별처럼 빛났다.

‘팥빙수는 나이 들어서 잘 안 먹었는데. 진짜 맛있네.’

단팥과 우유가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한번 씹을 때마다 더 먹으라고 뇌에서 명령했다.

톡톡 터지는 과즙은 싱그러운 과일 맛 그대로를 간직했다.

앞서 먹었던 쓴맛 신맛이 너무 강해서 인상이 찌푸려지는 과일 맛이 아니었다.

‘재료를 좋은 걸 썼구나.’

재료를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훌륭한 맛이 좋은 재료를 증명해 주었으니까.

“괜히 다른 것으로 입만 버렸네. 진작 이걸 먹을 걸.”

장 씨는 시식 시간이 1분밖에 남지 않은 사실과

앞서 먹은 사람들 때문에 팥빙수가 별로 안 남은걸 아쉬워했다.

팥빙수를 먹을 만큼 먹고서 포크를 내려놓는데.

옆에 있던 심사위원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자네도 팥빙수가 입에 맞는 모양이구만. 정말 맛있지?”

“그러게요. 도대체 누가 만든 겁니까? 제가 원래 팥빙수 잘 안 먹는데. 이건 맛이 끝내주네요?”

“저기 얌전해 보이는 양반이 만들었네.”

“음, 옷은 평범해 보이네요.”

“그렇지. 아, 자네 이거 빼먹고 안 먹었구만. 요거 한번 먹어봐. 꼭 수박 같기도 하고, 맛이 좋더군.”

장 씨는 남자가 가리키는 쪽에 작은 과일 조각을 발견했다.

무지개색 과일은 손톱만 한 크기였다.

그는 남자의 권유대로 무지개 과일을 수저로 떠서 먹었다.

‘……!’

드래곤 푸르트를 씹는 순간, 장 씨의 동공이 커졌다.

‘그… 맛이네.’

20대 초반, 한여름에 군대를 전역한 장씨는 어머니가 계신 시골집에 돌아갔다.

어머니는 대야에 넣어둔 수박을 잘라서 건네주셨다.

― 많이 덥지? 아들 먹어봐.

― 아 진짜. 포크로 달라니까. 왜 손으로 집어서 줘.

― 얼른 먹어봐. 맛이 좋다고해서 너주려고 사 둔 거야.

어린날의 장씨는 짜증을 내면서도 수박을 주는 대로 먹었다.

짜증내는 아들이 뭐가 그리 좋은지

어머니는 태양처럼 환하게 웃으셨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어머니는 지병으로 돌아가셨고.

이제는 그때 그 수박을 먹던 평상 위에서 장씨는 아내와 아이들과 여름 휴가를 보냈다.

그때처럼 수박을 먹으면서.

‘이상하네. 왜 어머니가 주던 그 수박 맛이 떠오르지.’

장 씨의 가슴이 돌연 먹먹해졌다.

심란해진 마음을 달래기라도 하듯, 그는 팥빙수에 남은 과일 조각을 수저로 퍼먹었다.

그가 수저를 내려놓았을 때

그릇에는 과일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 * *

“결과가 나왔습니다. 우승자를 발표하겠습니다.”

우승자를 발표하는 중요한 순간이 되자 관객들이 조용해졌다.

다들 누가 우승하는지 궁금한 눈치였고.

무대 위 참가자들은 긴장한 얼굴로 사회자를 보았다.

“우승자는….”

사회자는 긴 숨을 몰아쉬고는 손에 쥔 종이를 높이 들어 올리며 외쳤다.

“바로 팥빙수를 만든 호준 님입니다! 호준 님은 유일하게 심사위원 전원에게서 상(上) 평가를 얻었습니다.”

진행요원의 안내를 받아 호준이 무대 맨 앞에 섰다.

심사위원들이 그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잘 먹었습니다! 음식점 위치 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제 친구 데리고 한번 갈까 합니다.”

“특히 무지개색 과일 맛이 아주 좋았어요.”

“덕분에 맛있는 식사 하고 갑니다.”

호준은 심사위원들에게 적당히 대답하고, 무대 중앙으로 갔다.

쿠웅

진행 요원들이 그의 앞에 우승 상품인 자동화 오븐을 내려놓았다.

사회자가 호쾌한 목소리로 소리높여 말했다.

“여기 계신 호준 님이 자동화 오븐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 와아아아!

짝 짝 짝 짝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호준의 심장이 박수 소리에 맞춰 쿵쿵 뛰었다.

그가 손을 오븐에 가져다 대는 순간.

보상이 쏟아졌다.

【요나스 마을 요리 콘테스트에서 우승했습니다!】

【보상으로 자동화 오븐을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인기를 +20 얻었습니다】

【인기가 높을수록 유토피아 주민들과의 친밀도를 빨리 올릴 수 있습니다】

【명예를 +20 얻었습니다】

【명예가 높을수록 장착할 수 있는 장비가 늘어납니다】

【보상으로 마을 주민과 친밀도가 대폭 향상되었습니다】

【마을 주민과 친밀도가 높을수록 물건을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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