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 콘테스트 준비 (3)
솔직히 호준은 요정을 탐구하는 데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다른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정말 일을 많이 하긴 했지.’
그가 눈을 감았다.
수많은 일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땅이랑 씨앗을 사고.
건축물, 각종 기구를 만들고.
농사짓고.
요리하고.
장사하고.
소를 키우고.
요정 교배시키고.
퀘스트도 계속 깨고.
3일간의 플레이 시간을 정말 바쁘게 보냈다.
그런 바쁜 와중에 낮잠도 몇 번 잤고 먹기도 잘 먹었다.
이미 벌려놓은 일이 산더미라서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토순이가 새로운 힘을 각성한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상냥한 어투로 칭찬해주세요!】
【작은 칭찬이 큰 성장의 밑거름이 됩니다】
그런데 토순이가 갑자기 스스로 각성을 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냥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는데.
작고 여려 보이는 토순이가 자란 것만 같아 기분이 남달랐다.
그는 토순이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한 다발 안겨주었다.
“우리 토순이. 혼자 각성하느라 고생 많았다. 지금처럼 건강하게 있으면 돼! 알았지?”
“뀨우우우!”
토순이가 몸을 2배로 부풀리며 헤죽헤죽 웃었다.
칭찬으로 인해 토순이 얼굴에 꽃이 피었다.
순수함이 꽃핀 눈빛을 마주하자 호준도 웃음이 났다.
호준은 혹시 몰라서 철저히 주의를 주었다.
“토순아. 무리해서 힘을 쓰면 안 돼. 알았지? 할 수 있는 만큼만 쓰렴.”
“뀨우우우!”
혹시나 자기도 모르게 무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나 편하자고 토순이가 기진맥진하는 일은 사양이었다.
호준은 첫 아이스크림을 선물로 건네주었다.
“토순아. 각성 축하한다! 이건 너 혼자만 먹어.”
“뀨우우우!”
다른 요정들과 마찬가지로.
토순이는 먹을 것을 사양하지 않았다.
제 몸의 절반밖에 안 되는 유리병에 토순이가 몸을 넣기 시작했다.
츄릅 츄릅!
고양이가 유리병 안에 들어가는 것과 형태가 동일했다.
다만 토순이는 밑바닥에 아이스크림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완전 흡입하고 있었으니까.
“완전 청소기네…!”
아이스크림이 고작 10초 만에 증발했다.
놀라운 흡입속도에 감탄할 틈도 없이.
토순이는 아주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병 바깥으로 나왔다.
입 주변에는 하얀 아이스크림이 묻어있었는데 혀로 쭉 핥자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런 토순이에게 호준은 전직을 제안했다.
“토순아. 오늘은 농사일 그만하고 요리 도와줄래?”
“뀨우우우!”
토순이는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그렇게 토순이는 농사일을 면제받고 요리사로 다시 태어났다.
* * *
요정이 나타나는 시점은 불확실했지만.
확실한 정보도 존재했다.
농사, 제작, 요리, 목축, 낚시.
바로 이 다섯 분야에서 요정이 나타난다는 것.
호준은 토순이와 아이스크림을 만들며 곰곰이 생각했고.
그리고 알아냈다.
요정이 나타나는 패턴은 존재했다.
농사를 시작하고 농사의 요정이 나타났고.
제작을 시작하고 제작의 요정이 나타났다.
‘요리를 시작하고서, 요리의 요정 토순이가 나타났지.’
남은 요정은 목축의 요정과 낚시의 요정.
오늘 목축을 시작했으니, 슬슬 목축의 요정이 나올 타이밍도 되었다.
과연 어떤 요정이 나올지 기대가 되었다.
생각의 흐름은 요정의 능력에 관한 것으로 흘러갔다.
‘먼저 별이는 바람 마법을 썼지.’
별이는 바람 마법을 자유자재로 부렸다.
그녀 자신은 어떤 요정인지 기억 못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별이는 요정 중에서 유일하게 언어로 소통이 가능했다.
마을 심부름. 바람 마법으로 가게 시원하게 만들기. 바람 마법으로 물건 옮기기. 요정들 지휘하기 등.
별이는 다재다능했다.
그리고 별이의 바람마법은 전투용으로도 가능해 보였다.
그런 식으로는 굳이 쓰고 싶지는 않지만.
‘별이 말고도 아무랑 송이도 능력이 있지.’
아무는 농작물 치트키를 썼다.
수확 시간이 절반이 되는 치트키를.
주먹만 한 송이는 왕 뿌리를 불러내는 재능이 있었다.
편의상 ???의 뿌리는 왕뿌리로 부르기로 정했다.
지난번처럼 위험해지면 왕뿌리는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알던 능력이었는데.
‘오늘로써 토순이도 새로운 능력을 얻었다.’
일명, 요리시간 스킵능력!
【토순이가 요정력을 발휘합니다!】
【요리 과정을 생략합니다!】
【아이스크림 조리가 완료되었습니다!】
【산딸기 아이스크림(3급)이 완성되었습니다!】
【산딸기 아이스크림(3급)을 제작했습니다!】
【기기 소유자의 특전이 자동으로 적용됩니다】
【요정왕 특전 효과로 아이스크림 등급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요정왕 특전 효과로 요리 경험치가 2배 증가했습니다】
【요리 스킬을 레벨업했습니다!】
쿠웅!
단번에 먹음직스러운 아이스크림을 얻었다.
귀에서 연기를 뿜어내는 토순이 덕분이었다.
‘과연 몇 번까지 가능할까.’
호준은 산딸기 아이스크림을 챙겨 들며 곰곰이 메시지를 보았다.
무한정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닐 텐데.
다음 재료를 유제품 가공기에 넣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메시지가 떴다.
【요정력이 낮습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해주세요!】
【이 상태로 한 번 더 능력을 사용할 경우 탈진상태에 빠집니다!】
【탈진상태에서 토순이는 24시간 동안 강제로 수면에 빠집니다.】
“토순아. 수고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뀨우우!”
말 잘 듣는 토순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닥에 널브러졌다.
이번 경험을 통해 호준은 알게 됐다.
콘테스트용 아이스크림 3개.
그리고 과일 아이스크림 3개를 만들고 나자 이와 같은 메시지가 떴다는 것을.
“토순아. 이리와!”
“뀨우우우!”
“이대로 요정력이 회복될 때까지 쉬는 거야. 알았지?”
토순이는 가슴을 핥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시간이 다 됐네.’
플레이 시간이 20분밖에 남지 않았다.
더 오래 있고 싶지만 출근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다들 분주하게 일했다.
이마에 굵은 비지땀을 흘리면서 말이다.
‘다 같이 아이스크림 먹을까.’
괜찮은 생각 같았다.
팥빙수 재료는 따로 챙겨뒀으니.
과일 아이스크림은 3개나 있었다.
착 착 착!
호준은 양탄자에 아이스크림 유리병을 올려놓았다.
【산딸기 아이스크림(3급)】
【바나나 아이스크림(3급)】
【파인애플 아이스크림(3급)】
그다음 개인용 접시와 수저를 놓고.
특제 주스 5병과 잔까지 준비하고 모두를 불렀다.
“다들 쉬면서 하자! 먹을 것도 먹고!”
요정들은 굽힌 허리를 펴고 눈을 반짝였다.
다들 먹을 것이라는 말에 환호했다.
“딱 배고팠는데!”
“아무웅!”
“끼루루루!”
“묘옹?”
요정들은 씨앗 주머니를 내려놓고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는 요정들의 시선은 호준이 아니라 아이스크림에 꽂혀 있었다.
츄르릅
호준은 침을 흘리는 송이에게 유아용 접시와 수저를 건네주었다.
베티와 샤롯이 도착했다.
샤롯은 아이스크림을 보며 화색이 되었다.
“와… 나 아이스크림 킬런데. 이거 무슨 맛이야?”
“산딸기랑 바나나랑 파인애플 맛.”
“오…! 좋다! 파인애플 진짜 좋아하는데!”
“끼루루루!”
“자, 다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어. 힘들었던 일도 여기서 먹으면서 풀자고!”
“네엡!”
“잘 먹을게!”
“뀨우우우!”
스푼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이스크림을 한입 가득 먹고.
서로 장난도 치고 이야기하며.
웃고 떠들며 추억을 쌓았다.
그렇게 마음도 몸도 배부른 채로.
호준은 3일 차 플레이를 마무리했다.
소소한 일상이 행복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