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42화 (42/200)

042. 콘테스트 준비 (2)

토지를 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콘테스트에 관한 메시지가 떴다.

‘어디 보자.’

호준은 메시지를 꼼꼼하게 읽었다.

【당신은 콘테스트 참가자 자격을 얻었습니다!】

【요리 재료는 직접 준비하십시오!】

【콘테스트 참가 시 오직 무대에 설치된 요리기구만 사용해야 합니다!】

【룰은 간단합니다. 30분 안에 요리를 완성해 테이블에 제출하십시오!】

“재료만 준비하면 되네.”

호준은 규칙을 머릿속에 잘 새겼다.

그 뒤의 것들은 상식적인 내용이라 술술 읽었다.

맨 마지막에는 심사 기준이 적혀있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에 호준은 빠짐없이 읽었다.

【현장에서 무작위로 뽑은 심사관이 요리를 평가합니다.】

【심사관은 음식을 맛보고, 상/중/하로 점수를 매깁니다!】

【맛과 향기, 식감이 좋을수록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상(上)을 가장 많이 얻은 참가자가 승리합니다!】

‘재미있겠는데.’

그는 팥빙수를 내놓기로 정했다.

팥빙수는 팥과 아이스크림, 연유, 얼음이 기본으로 들어가고.

추가로 데코레이션 등을 연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팥빙수 재료를 완벽히 준비해야 했다.

‘오늘 안에 만들자.’

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 * *

집에 도착하자 호준은 각자 해야 할 일을 배분했다.

샤롯과 베티는 주스 잔 설거지와 가게 정리를 부탁했다.

그리고 다들 수고했다는 의미로 급여 50골드를 주었다.

워낙 일을 열심히 해주어서 10골드를 추가한 것.

둘은 50골드라는 사실에 난색을 표했다.

“이건 너무 많은데.”

“음… 이거 말고 25골드만 받을게.”

둘은 완강했다.

괜찮다고 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둘 다 돈을 마다하고 25골드만 가져갔다.

얻어먹은 것이 많아서 50골드를 받기가 미안하다고 했다.

“아까 주스도 나눠줬잖아. 그 정도면 충분해.”

“돈이 부족해서 하는 일도 아닌 걸 뭐… 하고 싶어서 하는 거지.”

그렇게 둘은 돈을 사양하고, 설거지하러 떠났다.

다음으로 호준은 농사팀을 꾸렸다.

씨앗 200개를 모두 심으려면 상당한 노동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농사팀은 요정 전체로 구성했다.

호준은 농사팀 리더, 별이를 붙잡고 당부했다.

“별아, 틈틈이 특제 주스도 부탁한다.”

“넵! 주스야 당근이죠. 후딱 해치우겠습니다!”

“그래 부탁한다.”

어깨를 다독이자 그녀가 가슴을 활짝 펴며 웃었다.

별이는 요정들 위로 날아올라, 주먹을 높게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자, 다들 가즈아아!”

“뀨우우!”

“끼루루!”

“아무우우!”

“묘오옹!”

별이 뒤를 따라 요정들이 쪼르르 달려갔다.

토지를 설치하고,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며 호준도 의지를 불태웠다.

‘나도 얼른 내 몫을 하자.’

그는 가게로 들어가, 소쿠리 가득 물건을 옮겨 담았다.

* * *

목표는 팥소와 아이스크림 만들기.

그중에서 팥소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레시피를 살펴보는데….

‘어라…? 달라졌네?’

달라진 점이 보였다.

【팥소】

【필수 재료】: 팥 3개, 설탕 1개, 물 10컵

【추가 가능한 재료】: 꿀, 설탕, 메이플시럽

【레시피】

【1】냄비에 재료를 넣습니다.

【2】냄비를 불 위에 올려 내용물을 끓입니다.

【3】3분간 국자로 저어주면 완성!

【최근 추가된 레시피】NEW

【1】자동화 냄비에 재료를 넣어주세요!

【2】요리메뉴에서 팥소를 선택합니다!

【3】3분을 기다리면 팥소가 완성됩니다!

연유 때와 마찬가지로 새 레시피가 떴다.

그 사실은 곧.

‘새 장비가 생겨서 레시피가 추가됐다는 소리인데.’

자동화 냄비라는 항목을 보니 바로 감이 왔다.

호준은 소쿠리 안을 뒤적여 냄비를 들었다.

“이건가….”

냄비는 검은색 암석 재질.

심플한 석제 손잡이가 달린 형태였다.

베티와 샤롯이 가져온 것이었는데, 그 위로 메시지가 떴다.

【자동화 냄비】

【설명】

*자동으로 재료를 조리할 수 있는 냄비입니다.

*재료를 투입하면 조리과정이 시작됩니다.

예상은 맞았다.

베티와 샤롯이 가져온 것이, 자동화 냄비였으니.

이제 이것으로 요리하면 되었다.

설명을 보면, 재료를 넣으라고 되어있으니.

호준은 바로 냄비 안에 설탕과 팥을 넣었다.

마지막으로 호숫물을 잔뜩 들이부었다.

콸콸콸

냄비 안에 물이 가득 찼다.

설탕은 진즉에 녹아서 사라졌고, 팥만 동동 떴다.

빙그르르 도는 팥을 바라보는데.

느낌표 메시지가 떴다.

【!!!!!】

【팥소를 만들 수 있습니다!】

【팥소 만들기】 or 【다른 재료 투입】

“팥소 만들기지.”

【팥소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3분 뒤 완료됩니다!】

【조리 중에는 뜨거우니 만지지 마세요!】

그야말로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냄비는 불 없이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와… 신기하네. 불 없이도 뜨겁네!”

냄비 위로 손을 가져다 대면 화기가 느껴질 정도로 뜨거웠다.

폴 폴 폴 폴 폴 폴!

불과 몇 초 만에 기포가 올라오고.

팥이 형태를 잃고 흐물흐물 해졌다.

점점 팥이 으깨지면서 걸쭉한 형태가 되어갔다.

“이대로 둬도 되려나? 타지는 않겠지.”

호준은 이전에 어머니가 팥죽을 쑤는 것을 도운 적이 있었다.

― 죽은 저어주지 않으면 아래가 타니까. 항상 냄비에서 눈을 떼면 안 돼.

그때는 죽이 다 될 때까지 곁에 붙어서 저어줘야 했다.

이번에도 그러려나….

호준은 주걱으로 저어줄까 했지만, 한번 시험 차원에서 놔두기로 했다.

“따로 메시지가 없었으니까.”

메시지를 믿기로 하고 묵묵히 기다렸다.

시간이 흘러 메시지가 떴다.

【팥소(3급)을 만들었습니다!】

【요정왕 특전 효과로 팥소 등급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요정왕 특전 효과로 요리 경험치가 2배 증가했습니다】

【요리 스킬을 레벨업했습니다!】

“이거구나.”

팥소는 투명한 미니 유리병에 가득 담겨 있었다.

갓 만들어서인지 병이 손난로처럼 뜨끈뜨끈했다.

병 입구에 코를 가져다 대자 고소한 팥 냄새가 났다.

만족스러운 향이었다.

‘오케이. 팥소는 이대로만 만들자.’

그는 또 다른 재료를 넣었다.

뽀글뽀글.

팥소 대량생산이 시작됐다.

* * *

팥소가 확보되었으니.

이제 아이스크림만이 남았다.

‘아이스크림은 만들기 전에… 따로 만들 게 있단 말이지.’

아이스크림은 새로운 요리기구가 필요했다.

그것은 바로 레시피에 적혀있는 【유제품 제조기】였다.

【아이스크림】

【필수 재료】: 우유 3개

【추가 가능한 재료】: 꿀, 메이플시럽, 과일, 견과류 등

【레시피】

【1】유제품 제조기에 필수 재료를 넣어주세요.

【2】재료를 10분 동안 쉬지 않고 저어주세요.

(저을 때는 휘핑기 등등 막대기 형태의 것을 사용)

【3】다 저었다면 완성!

10분만 저으면 되니 만들기는 간편했지만.

그 전에 유제품 제조기를 만들어야만 했다.

호준은 카탈로그에 유제품 제조기 항목을 바라보았다.

【유제품 제조기】

【설명】

*우유를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는 기기입니다!

*본 기기는 자동 세척기능이 탑재되었습니다.

*기기에 재료를 넣으면 조리가 시작됩니다.

【조리 가능 품목】

― 요거트, 치즈, 버터, 생크림, 아이스크림…….

【재료】 : 나무토막 1000개 or 돌조각 500개 or 코어 10개

세 가지 재료 중에 하나만 충족해도, 제작 가능합니다.

【제작(가능)】 【닫기】

미리 조사해서 재료를 마련했기에, 기기는 바로 만들 수 있었다.

호준은 바로 제작에 들어갔다.

【유제품 제조기 제작을 시작합니다】

콰아앙!

바닥에 돌로 된 허수아비가 내리꽂혔다.

허수아비의 키는 호준과 비슷한 크기였다.

허수아비 옆에 큼지막한 망치 하나가 놓여있었다.

【대리석 허수아비를 최대한 힘껏 망치로 내리치세요】

【세게 때릴수록 많은 포인트가 쌓입니다】

【1,000포인트가 모이면 제작 완료됩니다!】

‘단순해서 마음에 드네.’

망치로 세게 때려라.

이보다 더 간단할 수 있을까.

호준은 허리를 굽혀 망치를 꽉 쥐고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망치를 높이 치켜들고 내리꽂았다.

“으랏차!”

땅! 땅! 땅! 땅!

대리석 허수아비에서 섬광이 튀었다.

허수아비에서 가루가 퍼져나갔다.

【10포인트를 얻었습니다!】

【30포인트를 얻었습니다!】

【45포인트를 얻었습니다!】

【50포인트를 얻었습니다!】

【실력이 대단하군요!】

망치질은 계속되었다.

호준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주르륵 흘렀다.

“오늘, 끝, 낸다. 하압! 읏차!”

우직하게.

그는 망치를 내리쳤다.

점점 어깨가 떨어져 나갈듯했다.

이곳에서 그는 전투원이 아니다.

거기다가 하루종일 싸돌아다니고 한 짓이 얼마나 많던가.

‘피곤할 만도 하지.’

그러나 피곤을 느낀다 해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남은 플레이 시간이 얼마 없었고.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어정쩡한 것을 싫어하는 마음가짐 때문이었다.

탕 탕 탕 탕!

집념이 결실을 맺었다.

【1,000포인트를 달성했습니다!】

【유제품 제조기를 제작했습니다!】

【요정왕 특전 효과로 제작 경험치가 2배 증가했습니다】

【제작 스킬을 레벨업했습니다!】

쿠우웅―

“후아아아…!”

호준은 기기를 확인도 안 하고 바닥에 대자로 누워버렸다.

온몸이 땀에 푹 절었다.

어깨도 저릿저릿했다.

눈도 슬슬 감겨왔다.

“아이스크림… 만들어야 하는데.”

말과는 달리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잠시 눈을 감고서 쉬다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재료만이라도 넣고 쉬기로 한 것이다.

촤르르륵!

우유 3병을 들이붓자 이전과 마찬가지로 메시지가 떴다.

【!!!!】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이스크림 만들기】 or 【다른 재료 투입】

“만든다.”

【아이스크림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10분간 쉬지 않고 저어주세요!】

【중간에 쉬면 다시 초기화되어 10분을 저어야 합니다】

【시작해 주세요!】

“조금 있다가… 저어야지.”

10분 동안 쉬지 않고 하기에는 피곤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잠시 쉬기로 하고 나무에 몸을 기대는데.

“뀨우우우!”

근처에서 농사일을 하던 토순이가 통통거리며 다가왔다.

토순이는 상의 속으로 들어가더니 배를 핥았다.

너무 간질거려서 크게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 토순아. 잠깐 쉬었다 해.”

“뀨우우우!”

그 말에 토순이는 가슴 위에 자리를 잡았다.

토순이가 가공기를 귀로 가리키며 관심을 보이기에 호준은 그 용도를 설명해 주었다.

토순이는 귀를 쫑긋하며 들었다.

“뀨우뀨우!”

토순이가 귀로 가공기를 가리키더니.

“어어…?”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토순이의 귀에서 연갈색 연기가 뿜어져 나와 가공기를 감쌌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 메시지가 떴다.

【토순이가 신비한 힘을 발휘합니다!】

【요리과정을 생략합니다!】

【아이스크림 조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이스크림(3급)이 완성되었습니다!】

‘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토순이의 힘 덕분에, 10분간 젓는 요리과정이 생략되었다.

난생처음으로.

토순이는 요리의 요정다운 능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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