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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너무 잘함-41화 (41/200)

041. 콘테스트 준비 (1)

노력을 들여 적절한 보상을 받을 때.

그 기분은 좋기 마련이다.

‘최고지. 직접 노력해서 얻어냈다면 더욱 성취감을 느끼니까.’

스스로 노력해 얻은 보상은 작은 보상이라 할지라도 가치가 있게 느껴졌다.

남들에겐 하찮아 보이는 성과일지라도 말이다.

그 노력을 들인 당사자에게는 절대 작은 성과가 아니었다.

성과를 얻으면 성취감을 얻고.

성취감은 곧 만족감으로 이어진다.

호준이 카운터에 서서 미소짓는 것도.

마음속에 차오르는 성취감과 만족감 때문이었다.

【메인퀘스트 달성률 업데이트 성공!】

【메인 퀘스트】요정국을 건설하라.

【퀘스트 목표】: 많은 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 행복을 전파하세요!

【퀘스트 달성률】: 7퍼센트 NEW

‘드디어 올랐구나.’

7퍼센트.

누군가는 고작 7퍼센트로 실실 웃냐고 하겠지만.

호준에게는 7퍼센트라는 수치보다도.

수치가 올랐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꿈쩍도 안 하던 수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즉, 앞으로도 계속 장사하면 언젠가 메인 퀘스트를 깰 수 있다는 말이었다.

희망이 보였다.

“좋았어. 이대로 가자.”

의욕이 듬뿍 생겼다.

“뀨우우웅!”

때마침 토순이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주스 병을 가득 안고 통통 점프하며 다가오는 토순이.

“고맙다.”

토순이에게 상으로 설탕을 건네주자 방실방실 엉덩이춤을 췄다.

그 모습에 피식 웃고는 주스를 정리하는데, 주문이 들어왔다.

“여기 5개 추가요!”

“네에!! 갑니다!”

호준은 목청 높여 대답하고 서빙에 나섰다.

그의 얼굴에는 꽃같이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 * *

손님들과 이야기를 하며 호준은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다들 먹는 거에 돈을 잘 쓰는구나.’

음식값이 비싸도 그 값을 지불하고 먹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이 게임상 음식에 값을 지불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값어치를 하니까요. 맛좋지 살도 안 찌지. 아무리 먹어도, 살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서 좋아요.”

가상현실에서 아무리 먹어도 현실의 몸은 그대로.

그러니 유토피아에서는 음식을 먹고 싶은 정신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가 있었다.

‘하긴, 막말로 치킨 3마리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도 전혀 살이 찌지 않으니. 현실이라면 불가능하지.’

호준도 그에 동의했다.

꿈틀대는 식욕을 해결하기에는 딱 좋았으니까.

그 자신도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게임 하고 나서 식사량이 줄었지.’

다이어트 효과를 본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손님들 여럿이 그 경험을 털어놓았다.

“원래 제가 100킬로그램이 넘었는데, 게임 하고 나서는 10킬로그램 감량했어요. 간헐적 단식도 신기하게 되더라니까요.”

“저도 식욕이 확 줄어들어서 뱃살이 쏙 들어갔죠. 음식 맛도 여기가 훨씬 맛있어서 만족해요!.”

남녀 불문하고 다이어트 효과에 엄지를 번쩍 들었다.

“음식 맛은 진짜… 말할 필요가 없구요.”

“맞아. 내가 알던 맛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맛있잖아! 그쵸?”

음식은 맛도 훌륭해서 만족도도 높았다.

다들 음식 이야기를 하며 얼굴에 행복이 가득했다.

얼굴에 기쁨이 가득해서 보기 좋았다.

“여기 음식이 맛있기는 하죠.”

호준도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제안도 들었다.

바로 주스를 정기적으로 거래하자는 것.

정기 거래 제안을 건네는 손님이 한둘이 아니었다.

“전 65골드에 10개씩 살 생각이 있습니다. 점점 거래를 늘릴 수도 있구요.”

“저쪽에서 얼마를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70골드까지 생각이 있습니다. 상단에 잘 입 털면 75골드까진 가능할 것 같은데.”

“수도에서 이거 나오면 대박이라니까요. 백프로 장담합니다.”

호준은 제안을 곰곰이 생각했고.

고심 끝에 거절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거절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가게 운영이 꽤 재미있단 말이지.’

가게를 운영하는 것은 그의 예상보다 더 즐거웠다.

매장에서 주문을 받고, 음식을 서빙하고.

손님들이 웃고 떠드는 것을 바라보고.

가끔 대화도 하고.

의외로 그런 과정들이 재미있었다.

‘재미로 하는 건데. 돈에만 목맬 이유가 없지.’

매장 운영에 비해 상인에게 주스를 파는 것은 따분해 보였다.

‘괜한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고.’

너무 앞서나간 것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매장에서는 손님들 간에 경쟁심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주스를 제안한 이들 간에 눈치를 보며 견제하는 것이 느껴졌다.

‘골치 아픈 건 질색이야.’

불필요하게 갈등이 생기는 건 사양이었다.

“고마운 제안입니다만. 사양하겠습니다. 저는 가게 운영하는 걸로도 벅차서요.”

“아… 그러시면 어쩔 수 없죠. 쩝… 아쉽네요.”

거절당한 손님들은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순순히 받아들였다.

모두 거절당하는 걸 보자 다들 불만이 없는 눈치였다.

판매는 원활히 진행되었고.

“주스 매진됐습니다!”

드디어 주스가 매진되었다.

배를 탕탕 두드리던 손님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게를 떠나기 전 손님들은 호준과 요정들,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요즘 우울증이 심했는데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아요. 다음에도 이 근처 오면 꼭 들르겠습니다! 하하!”

“저두요 사장님. 주스 진짜 끝내줬습니다! 다음 장사 시간은 언제인가요?”

“정해진 시간은 없습니다. 토끼 바위 옆에 표지판을 설치해놓으니, 그걸 보고 오시면 됩니다.”

“토끼바위라. 즐겨찾기에 저장해놔야겠네요. 어쨌든 잘 먹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뀨우우우!”

손님들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가게 문을 나섰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기분도 좋았고.

【보유 골드】: 2,700

지갑도 두둑해졌다.

장사는 대성공이었다.

* * *

“우와. 한 줄로 가는 것 좀 봐!”

“아기 오리 같다. 용도 있어!”

지나가던 이들은 한 번쯤 멈춰서서 호준 일행을 돌아보았다.

호준 일행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호준 뒤를 쫄망쫄망 따라가는 요정들은 어미 오리 뒤를 쫓는 아기 오리 같았다.

요정들끼리 옹알거리는 소리는 사람들이 듣기에는 노랫소리처럼 들렸다.

‘마을에서 일은 이제 끝났고. 땅 사러 가면 되겠다.’

호준은 시선을 뒤로하며 호숫가 촌장집으로 향했다.

그는 지나가는 여자를 보다 무심코 제나의 경악한 얼굴이 떠올랐다.

―어머… 어디서 로또라도 맞으신 거예요??

금화를 쏟았더니 제나는 까무러치듯 놀랐다.

그 돈으로 씨앗을 대량으로 구매하자 제나는 말 그대로 경악했다.

‘규모가 너무 커져서 놀랄 만도 하지. 씨앗을 100개 넘게 샀으니.’

새로 산 씨앗은 다음과 같았다.

【꿀사과, 사탕무, 팥】: 각각 10개.

【바나나, 키위】: 각각 25개.

【망고, 파인애플, 얼음 열매】: 각각 20개

【후추 열매】: 20개

【소금 열매】: 20개

【통밀】: 20개

과일 씨앗은 특제 주스 대량생산을 위해 샀고.

후추와 소금은 나중에 소고기를 요리할 생각으로 샀다.

‘통밀은 나중에 빵을 만드는 데 쓰자.’

자세한 빵 레시피는 나중에 살피기로 하고, 그는 발을 옮겼다.

우아하게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는 촌장님은 그를 보자마자 화색이 돌았다.

“허허허, 자네 왔는가. 아기 오리들도 달고 왔군.”

“안녕하세요. 촌장님. 제가 만든 건데 한잔 드셔보시라고 가져왔습니다.”

“이런 거 안 줘도 되는데. 고맙게 잘 먹겠네.”

【촌장이 당신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촌장의 당신에 대한 호감도가 대폭 올랐습니다!】

촌장은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고, 덩달아 주는 호준의 기분도 좋아졌다.

촌장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을 붙였다.

“땅을 사려고 왔겠구만. 그래. 얼마나 필요한가.”

“주실 수 있는 만큼 부탁드립니다.”

그 말과 함께 호준은 돈 전부를 테이블에 쏟아부었다.

촤르르르륵.

촌장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금화 더미와 호준을 번갈아 보았다.

“호오! 자네 수완이 대단하군. 미다스의 손이라도 되는 겐가.”

“뭐, 이 정도야 껌이죠.”

“허허, 능청도 늘었어. 잠시 기다리게. 금방 가져올 테니. 어디 보자아.”

가방에서 끄적끄적 준비를 마치고서 촌장이 토지문서를 내밀었다.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떴다.

【토지 200개를 얻었습니다】

토지도 얻었겠다 호준은 갈 채비를 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허허, 그래 주면야 고맙지. 잘 가게.”

집으로 돌아가려는 발걸음을 촌장이 돌연, 붙잡았다.

“아, 맞다. 좋은 정보가 있네만. 잠시 듣고 가겠나?”

“좋은 정보요?”

“그래. 좋은 정보지. 내일 마을에서 요리 콘테스트가 열리는데. 크흠.”

목이 타는 모양인지 촌장은 차를 들이켰다.

“자네도 참가하면 좋은 경험이 될 게야. 듣기로는 1등 하면 자동화 오븐을 준다고 하던데.”

“자동화 오븐이요?”

“그래. 오븐은 금광석이 필요해서 만들기 까다롭지 않나. 자네라면 관심 있을 것 같은데. 어때 참가하겠나?”

【촌장이 당신에게 요리 콘테스트 참가를 제안합니다】

【참가 일시 및 장소】: 20시간 뒤, 요나스 마을 광장

【1등 보상】: 자동화 오븐 1개, 명예 +20, 인기 +20, 마을 사람들과 친밀도 향상

【참가 보상】: 없음

【요나스 마을 요리 콘테스트에 참가하시겠습니까?】

【촌장에게 참가 의사를 밝히면 참가자로 등록됩니다!】

‘콘테스트라. 재미있겠는데.’

보상도 있고 더군다나, 꽤 재미있어 보였다.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호준은 노회한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리하면 제가 빠질 수 없죠.”

“허허, 잘 생각했네!”

【콘테스트에 참가 신청을 했습니다!】

【20시간 뒤, 요나스 마을 광장. 잊지 말고 참가해주세요!】

‘기대된다.’

콘테스트에 대한 기대로 그의 가슴이 쿵쿵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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