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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너무 잘함-40화 (40/200)

040. 확장하자 (3)

처음은 특별하다.

많은 이들이 처음 뭔가를 경험하면 가슴이 뛰게 마련이다.

호준도 그 많은 이들에 속했다.

그는 처음으로 우유를 얻었고 그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그런 즐거운 기분으로 강남소에게서도 우유를 짰다.

총 우유 10개를 얻는 데 성공했다.

【우유(5급)】× 10

체크해 보니, 우유 수확 시간은 1시간.

1시간마다 10개를 얻을 수 있으니.

앞으로도 수많은 우유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우유도 팔아볼까.’

잠시 우유를 신메뉴로 올릴까 생각했지만.

그는 우유를 팔지 않기로 결정했다.

고개를 저으며 원래 우유의 목적을 상기했다.

‘팥빙수 만들어야지.’

그는 우유의 원래 목적을 잊지 않았다.

팥빙수를 만들어 먹겠다는 생각에서 소를 키우게 되지 않았던가.

그는 한번 결심하면 해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일어난 김에 팥빙수 재료나 만들자.’

호준은 카탈로그를 펼쳐 팥빙수 레시피를 살폈다.

【팥빙수】

【필수 재료】: 얼음 열매 3개, 팥소 2개, 연유 1개, 아이스크림 1개

얼음 열매는 이미 준비 완료!

팥소는 요리과정이 복잡했다.

팥과 설탕무를 냄비에 넣고 끓여야 했다.

‘이건 복잡하니까 패스!’

아이스크림은 재료 부족으로 만들 수 없었고.

이제 남은 재료는 하나!

달달한 우유, 연유가 남았다.

그는 연유 레시피를 켜서 살펴보았다.

“어…? 다르잖아?”

연유 레시피가 이전과는 조금 바뀌어 있었다.

레시피 하단부에 새로운 정보가 추가되었다.

【연유】

【필수 재료】: 우유 1개, 설탕 1개

【추가 가능한 재료】: 꿀, 메이플시럽

【레시피】

1. 그릇에 재료를 넣고 1분간 저어주세요!

【최근 추가된 레시피】NEW

― 자동 믹서기로 제작 가능합니다!

― 자동 믹서기에 재료를 넣고, 원액 추출 모드를 선택하면 끝!

참 간편하죠?

최근 추가된 레시피, 이 부분은 이전에는 없는 정보였다.

‘원래 그런 내용은 없었는데. 믹서기를 업그레이드해서 생긴 건가.’

그렇게밖에 추정할 수 없었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점은 믹서기 업그레이드 말고 없었으니까.

사실이야 어떻든.

손쉽게 믹서기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정보였다.

그릇을 들고 휘저어야 할 필요가 없어져 버렸다.

‘얼른 만들자.’

그는 믹서기 쪽으로 걸어갔다.

“쿠우울 쿠우우울―”

“으으무우우 으으무우우―”

“마아앙고오오오―”

요정, 소, 직원들.

모두 단잠을 자는 중이었다.

잠이 깨지 않도록 까치발로 걸어 믹서기에 도착했다.

“시작해 볼까.”

팔을 걷어붙인 호준은 우유와 설탕을 믹서기 통에 넣었다.

우유 5개, 설탕 5개를 집어넣자 메시지가 떴다.

【자동 믹서기에 재료를 가득 넣었습니다.】

【원하는 작동 모드를 선택해주십시오!】

【원액추출 모드】 【가루분쇄 모드】

“원액추출 모드.”

【원액추출 모드를 설정했습니다】

【작동을 시작합니다!】

퓌이이잉―

믹서기가 휘파람 소리를 냈다.

믹서기 안 내용물이 빠르게 회전했다.

‘얼마나 걸릴까. 한 1분?’

호준은 차분히 시간을 체크했다.

1초, 2초, 3초….

20초가 지나자 메시지가 떴다.

【연유(5급)을 제작했습니다!】

【기기 업그레이드 효과로 동급의 아이템 1개를 얻습니다!】

【기기 소유자의 특전이 자동으로 적용됩니다】

【요정왕 특전 효과로 연유 등급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요정왕 특전 효과로 요리 경험치가 2배 증가했습니다!】

【요리 스킬을 레벨업했습니다!】

【재료가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자동 믹서기가 자동으로 연유를 계속 생산합니다!】

“금방이네!”

연유 2병이 20초면 뚝딱 만들어졌다.

더군다나 재료가 남아있기에 믹서기가 스스로 돌아갔다.

‘차례대로 하나씩 제작되는구나.’

연유는 우유 1개, 설탕 1개면 충분한데, 5배의 재료를 넣었으니.

하나씩 순차적으로 제작되는 것이다.

이제 그에게 남은 일은 재료를 채워 넣는 일뿐.

호준은 쉬지 않고 우유와 설탕을 보급해 주었다.

통에 재료를 넣는 일은 하품이 나올 정도로 쉬웠다.

‘개꿀이네.’

시간이 흐를수록 연유 병이 쌓였다.

【연유(5급)을 제작했습니다!】

【연유(5급)을 제작했습니다!】

【연유(5급)을 제작했습니다!】

잠든 요정이 하나둘 일어날 즈음.

【연유(5급)】× 20

연유 20개를 완성했다.

호준은 연유 병 하나를 달랑달랑 들고 양탄자로 돌아왔다.

때마침 별이가 일어났다.

별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병과 그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으음… 그건 새로운 주스인가요? 색깔이 하얀 건 처음인 거 같은데….”

“아니, 과일로 만든 게 아냐.”

“네…과일이 아니면 뭘로?”

“우유랑 설탕을 넣어 만든 연유다. 한번 먹어볼래?”

“네!”

별이와 함께 연유를 시식했다.

각자 병을 기울여 살짝 맛보았다.

“……!”

연유는….

설탕물의 농축액처럼 정말 달았다.

단맛의 최고봉이라 할만했다.

액체라서 부드럽게 목으로 넘어갔고.

설탕 성분 때문인지 스트레스가 화악 풀리는 것 같았다.

“우와아! 피로가 확 날아가네요! 진짜 좋다 이거.”

별이는 어찌할 바를 모르며 행복해했다.

흥분한 날개가 마구 파닥거렸다.

“으음… 뭐지. 이 달달한 냄새는?”

― 꿀 냄새가 난다무우!

잠에서 깬 다른 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을 하고 다가왔다.

베티, 샤롯, 요정들. 소들에게도 연유를 조금씩 나눠주었다.

샤롯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이거 진짜… 급여 받는 게 미안해질 정도로 맛있는데.”

“열심히 일해서 갚으면 되지.”

“그래야겠네, 진짜.”

정말 맛있었는지 샤롯은 연유를 2번 더 리필해 먹었다.

베티도 연유 맛을 보고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요정들, 소들은 말할 것도 없이 기뻐했다.

생전 처음 만든 연유는 대성공이었다.

* * *

오솔길 근처에 표지판을 내걸었다.

드디어 장사 준비 끝.

토순이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밭에서 특제 주스를 만들게 했다.

나머지는 가게에 손님을 기다렸다.

삐그덕―

문이 열리고 첫 손님이 들이닥쳤다.

남자 둘, 여자 셋.

더운 날씨 탓에 다들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시원한 바람이 휭 하고 불어오자 다들 탄성을 내질렀다.

“와… 시원해.”

“그러게. 내부인데도 바람이 부네!”

가게 내부에 미풍이 부는 것은, 별이 덕분이었다.

그녀는 내부 공기를 순환되게 했고, 덕분에 실내온도가 외부보다 훨씬 낮았다.

땀을 식히는 손님들에게 샤롯과 베티가 다가갔다.

“어서 오세요! 요정의 쉼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더우시죠? 시원한 데로 안내해드릴까요?”

샤롯과 베티는 상냥하게 웃으며 손님들을 자리로 안내했다.

둘은 속전속결로 주문까지 받아왔다.

“특제 주스 5개요!”

달가닥 달각

호준은 유리잔에 특제 주스를 따랐다.

유리잔에 담긴 주스의 빛깔은 화려했다.

‘나무잔보다 훨씬 보기 괜찮네.’

자고로 보기 좋은 요리가 더 맛있지 않던가.

유리잔 속에서 가지각색 과일 알갱이가 떠다녔다.

한눈에 보아도 먹음직스러웠다.

“와아아아!”

“음… 향 좋다!”

“비주얼도 장난 아닌데?”

손님들도 주스의 향과 비주얼에 감탄했다.

과연 주스의 맛을 어떻게 느낄까.

호준은 주스 잔을 기울이는 손님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꼴깍꼴깍!

“저, 여기 주스 하나 추가해주세요!”

“아냐 아냐, 내 것도. 저, 제 것도 하나 추가요!”

“저, 혹시 2개 추가해도 되나요? 주스는 넉넉하게 있는 거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다들 주스를 더 사고 싶다고 아우성이었다.

손님들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밤에 치킨을 먹을 때 지을 것 같은 그런 미소.

그 미소를 보니 만족감이 마음에 차올랐다.

호준은 마주 웃으며 주문을 응대했다.

“주스는 넉넉히 있습니다. 얼마나 드릴까요?”

그는 차분하게 추가 주문을 받았다.

손님들은 총 9개를 추가 주문했다.

즉, 5명에게 주스 14병을 팔게 되었다.

삐그덕―

“어서 오세요! 요정의 쉼터입니다! 몇 분이신가요?”

“아, 네. 둘이요!”

“많이 더우시죠. 시원한 자리로 안내해드릴까요?”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별말씀을요. 이리로 오시겠어요?”

문이 계속 열렸고.

손님이 계속 들어왔다.

왠지 오늘은 손님이 많은 날인 것 같았다.

“와… 여관 주스랑은 비교가 안 되네. 끝판이다.”

“에이, 여관 주스는 그냥 물이지. 이건 급이 달라, 급이.”

“3급 주스가 60골드면 진짜… 대박이네.”

“음. 정말 과일 알갱이가 입에서 살살 녹는다!”

다들 주스를 한번 맛보면, 그 맛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저 하얀 용은 진짜 귀엽다. 인형 같아!”

“나도 저런 소환수 갖고 싶다!”

“묘오옹!”

“울음소리도 귀여워어!”

송이가 자처해서 제 몸뚱이만 한 주스를 안고 서빙을 하러 다녔다.

여자 손님들은 송이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요정들이 싱글싱글 웃으며 주스를 서빙하고.

손님들은 주스 잔을 부딪치며 식사를 만끽했다.

모두가 즐거워하는 광경을 바라보며 호준도 옅게 미소지었다.

그렇게 순탄하게 흘러가는 와중에.

생전 처음 보는 메시지가 떴다.

【맛좋은 요리를 제공하여 충분한 행복포인트를 얻었습니다!】

【메인퀘스트 달성률이 업데이트됩니다!】

【메인퀘스트 달성률이 대폭 올랐습니다!】

메인 퀘스트.

음식으로 행복을 선사하라는 메인 퀘스트의 진전이 있었다.

단 한 번도 오르지 않았던 퀘스트 달성률이.

드디어 올랐다.

큰 결실을 얻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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