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37화 (37/200)

037. 잠재력 발견 (2)

죽은 식물을 되살리면 얻는 점이 많았다.

먼저 경제적으로 이익이었다.

‘씨앗 값 굳었네.’

씨앗 값은 농사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씨앗 값이 덜 든다는 것은 이득이 되었다.

경제적인 부분도 마음에 들지만.

정든 식물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호준은 반가웠다.

이성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스킬은 마음에 쏙 들었다.

‘어디 보자.’

스킬 발동법이 메시지에 떴다.

【’요정왕의 댄스’라고 말하면 스킬이 발동됩니다!】

【해제라고 말하면 스킬이 해제됩니다!】

‘댄스니까 춤추는 건가.’

춤은 하나도 안 춰봤기에 조금 부담스러웠다.

말없이 옆에서 눈을 빛내는 별이도 몹시 부담스럽고.

별이에게 과일을 따라고 밭으로 보내고서 호준은 댄스를 한번 해보기로 했다.

뒤통수에 닿는 무언의 시선을 애써 잊으며, 스킬을 시전했다.

“요정왕의 댄스.”

【스킬을 발동합니다!】

츠파아아앗!

섬광과 함께 검은색, 네 개의 삼각형이 떠올랐다.

삼각형은 그로부터 3미터가량 떨어졌는데 각 꼭짓점이 동서남북을 가리켰다.

오락실에서 보던 DDR 게임판이 세워진 형태 같았다.

곧 춤에 관한 설명 메시지가 떴다.

【다가오는 도형을 터치해 생명력을 수집하십시오!】

【비트에 맞게 터치해야, 생명력을 수집할 수 있습니다】

【어설프게 맞추면 생명력을 수집할 수 없습니다】

【수집한 생명력】 : 0 / 100

【댄스를 시작합니다!】

‘비트에 맞게 맞추면 되는 거네.’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맞추면 되는 모양이었다.

호준은 긴장한 채로 양손을 어정쩡하게 들고 귀를 쫑긋했다.

드디어 비트가 시작됐다.

붐! 붐! 붐! 붐!

붐붐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비트박스 소리 같기도 하고.

심장이 쿵쿵 뛸 만큼 큰 소리였다.

비트소리에 맞춰 삼각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붐!

오른쪽 삼각형이 툭!

또다시 붐!

왼쪽 삼각형이 툭!

붐 소리에 한 개의 삼각형이 튀어나왔다.

튀어나오는 순간 터치해야 하는데.

붐! 붐! 붐! 붐!

이게 의외로 쉽지가 않았다.

왼쪽 삼각형이 움직일 때 재빨리 손을 가져다 대면.

【이런! 한발 늦으셨네요!】

【다음 기회에!】

왜 실패하는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소리를 듣고 움직이면 늦어. 미리 알고 움직여야 한다.’

몇 번 실패하고 나서야 깨달은 점이었다.

삼각형의 패턴을 외워서 본능적으로 탁 쳐야 했다.

붐! 붐! 붐! 붐!

삼각형들이 춤을 추고 맞추지 못하자 호준은 이상하게 오기가 생겼다.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깰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그동안 한 것 중, 처음으로 겪는 어려운 난이도였다.

왠지 깨버리고 싶다는 욕구가 마음에서 샘솟았다.

그의 전략은 간단했다.

비트박스에 맞춰 움직이는 패턴을 외워버리는 것!

‘외울 수 있는 만큼 외우자!’

호준은 모든 정신을 집중했다.

들을수록 재미난 음악 때문일까.

정신 집중이 잘 됐다.

그는 패턴을 보이는 대로 외웠다.

입으로 중얼중얼, 방향을 읊으니 쉽게 외워졌다.

“왼 오 위 아래

왼 오 아래 위

오 왼 위 아래

오 왼 아래 위”

첫 번째 패턴 외우기 끝.

아쉽게도 패턴은 한 가지가 아니었다.

다음 패턴도 정신을 집중해 입으로 외웠다.

전체적으로 패턴은 4개 이상이었으나 호준은 2개만 확실히 외우기로 했다.

‘나오는 순간, 그대로 하는 거야.’

두 번째 패턴도 외우는 데 성공했다.

“왼 오오 왼 오

위 아아 위 아

왼 오오 위 아

왼 오오 위 아.”

첫번째와 두 번째 모두, 왼오로 시작하는 게 같았다.

패턴을 달달달 외우고 나서 그는 이제 패턴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잠자코 엎드려있다가 ‘왼오’가 나오면

‘바로 움직인다.’

패턴대로 춤을 추는 것.

이번에야말로 성공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비트에 맞춰 삼각형을 관찰하던 그때.

【왼 오―】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그는 양손을 동시에 뻗어, 첫 번째 패턴과 두 번째 패턴을 동시에 적용했다.

둘 중에 하나만 걸리면 됐다.

그다음은 패턴대로 하면 되니까.

‘간다!’

손을 뻗은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오른쪽 삼각형이 반짝이며 형광노랑색이 되었다.

성공 메시지도 떴다.

【퍼펙트!】

【수집한 생명력】 : 1 / 100】

‘두 번째 패턴이다!’

패턴을 확신했기에 그는 거침없이 손을 뻗었다.

비트가 붐붐 울려 퍼지면!

붐! 붐! 붐! 붐!

절도있게 삼각형을 터치! 또 터치!

패턴대로 팔을 놀리면 퍼펙트 메시지가 계속 떴다.

【퍼펙트!】

【2 콤보 달성!】

. . .

【퍼펙트!】

【5 콤보 달성!】

【놀라운 실력입니다!】

. . .

【퍼펙트!】

【10 콤보 달성!】

【보너스 생명력 5 추가 획득!】

. . .

【퍼펙트!】

【13 콤보 달성!】

【대단한 춤실력입니다!】

【보너스 생명력 10 추가 획득!】

【수집한 생명력】 : 50 / 100

【생명력 100 달성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분발해주세요!】

두 번째 패턴을 완성하고서 생명력을 무려 50이나 얻었다.

첫 성공으로 그는 깨달았다.

‘콤보 효과가 장난 아니네.’

생명력 수집에 있어 콤보는 중요했다.

삼각형 하나만 맞추면 생명력이 1씩 올랐는데,

콤보 보너스가 추가로 5에서 10까지 올랐다.

무조건 콤보로 하는 게 이득인 셈.

‘패턴대로만 하자.’

한번 성공하니 자신감이 샘솟았다.

호준은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삼각형을 사냥하는 매로 빙의했다.

“왼오 왼오.”

왼오를 주문처럼 외우며.

다음 왼오가 나오는 순간 매와 같이 움직였다.

* * *

“아래 위!”

패턴을 마무리하자 삼각형이 일제히 멈추더니 폭죽 소리를 내며 팡 터졌다.

곧 뜨는 메시지에서, 삼각형이 터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퍼펙트!】

【콤보 15달성!】

【춤신이신가요!】

【수집한 생명력】 : 100 / 100

【놀라운 춤 실력을 발휘해 충분한 생명력을 모았습니다!】

차오르는 성취감에 호준은 진한 미소를 지었다.

남들이 볼 때 뭐 하는 짓인가 싶어도, 은근히 순발력을 요하는 게임이었다.

‘붐붐 소리도 은근 듣다 보니 중독성 있고.’

나중에 한 번 더 해보는 것도 즐거울 듯했다.

살짝 뻐근한 어깨를 스트레칭하며 몸을 푸는데,

별이의 외침이 들렸다.

“어! 호준 님, 손끝이 반짝거려요!”

“어어…?”

그 말에 고개를 내리니 손끝에서 오색빛깔 가루가 뿜어져 나왔다.

허공에 돼지 꼬리 모양을 그리자 그대로 그림이 그려졌다.

“이게 뭐지?”

“요정가루 같기도 한데 오묘한 것이. 신기하네요.!”

그녀의 말대로 눈 호강이 될 만큼 아름다운 가루였다.

가루의 정체는 곧 알 수 있었다.

【손끝에서 생명력 가루가 뿜어져 나옵니다!】

【직접 죽은 식물에게 생명력을 전달해주세요!】

“생명력이라….”

보석은 다 그게 그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가루만큼 아름다운 보석은 없을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감상도 충분히 하고서 호준은 죽은 산딸기 덤불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음. 얘부터 살려볼까.”

죽은 덤불의 이파리를 쓰다듬자 생명력 가루가 덤불을 안개처럼 감싸 안았다.

가루가 뿌옇게 흩어지더니 메시지가 떴다.

【산딸기 덤불이 되살아났습니다】

【산딸기 덤불의 남은 소생횟수는 2회입니다】

【산딸기 덤불이 당신에게 느끼는 친밀도가 올라갔습니다】

【친밀도가 높아질수록 수확물의 등급이 올라갑니다】

좋은 소식이 많았다.

덤불을 2번 더 살릴 수 있고.

덤불과의 친밀도가 높아졌고.

수확물 등급도 높아진다고.

‘다들 살아나니 기분이 좋네.’

다른 무엇보다도 죽었던 덤불이 파릇파릇하게 살아난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파리를 톡톡 두드려주자, 살랑살랑 흔들며 인사했다.

【산딸기 덤불이 당신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남은 애들도 다 살리자.’

그렇게 밭 순회가 시작됐다.

얼마 뒤 죽음이 가득한 밭은, 생명이 가득한 밭으로 탈바꿈했다.

* * *

“배고프다.”

“그쵸… 저도 조금 배고파요.”

한바탕 춤을 춰서일까.

호준은 배가 고팠다.

굶주리면서까지 일할 수는 없는 법.

호준은 별이와 그늘진 곳에 앉아 주스 병을 땄다.

뽕!

콸콸콸콸

“캬아아!”

“으음!”

주스 맛은 훌륭했다.

산딸기와 바나나가 입안에서 춤을 추며 내가 더 맛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스를 먹어서인지 배가 든든해졌다.

마주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몸도 편안하고.

바닥에 딱 누워 배부른 배를 두드리니 여기가 극락인가 싶다.

“하아. 좋네.”

“주스 한 잔 더 하시죠!”

“그럴까?”

별이와 또다시 잔을 부딪쳤다.

원샷을 외치며 부어라 마셔라를 반복했다.

주스 병이 바닥날 때까지 마시고서 휴식을 한창 즐기는데.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새로운 직업 퀘스트가 떴다.

‘이번에는 뭐지?’

이번엔 내용이 많은 퀘스트였다.

내용을 읽을수록 그의 입꼬리가 스윽 올라갔다.

【직업 퀘스트】설탕은 팍팍 넣어야지유

【퀘스트 목표】: 요리에 필수 중의 필수!

설탕을 제조하세요!

설탕 100개 제조하기!

【퀘스트 설명】

*설탕은 천연 스트레스 제거제입니다.

*요리에 없어서는 안 되는 감미료, 설탕을 대량으로 비축해두세요!

*설탕 제조법 ― 어떤 방법으로 할지는 자유입니다.

방법 1. 사탕무를 얇게 잘라 건조시켜 칼로 마구 부셔서 가루로 만드세요.

방법 2. 사탕무를 믹서기에 넣고, 【가루분쇄기 모드】로 작동시키면 단박에, 설탕 제조 완료!

【퀘스트 보상】: 믹서기 업그레이드 주문서

주문서 적용시, 아래 옵션 중 1개 선택 가능

*【옵션1】: 통 1개 추가

적용 예시) 통1은 주스 제작, 통2는 사탕무로, 통마다 다른 작업 가능

*【옵션2】: 작동 속도 2배 증가

적용 예시) 주스 생산 기존 2분에서 단축된 1분으로, 빠르게 생산 가능.

*【옵션3】: 제조물 2배 증가

적용 예시) 과일 10개 투입 시 기존 1병에서 2병으로, 대량 생산 가능!

옵션을 읽는 순간 감이 왔다.

대박의 감이.

‘당연히 제조물 2배 증가지.’

기회가 찾아왔다.

주스 10병을 20병으로.

주스 50병을 100병으로.

주스를 2배로 뻥튀기할 기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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