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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너무 잘함-36화 (36/200)

036. 잠재력 발견 (1)

외양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원이 필요했다.

*외양간 재료

― 나무토막 600개

― 미니 갈대 50개

그러나 자원을 구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호준 님! 벌써 다 준비됐어요! 어서 만들러 가자구요!”

재료 준비팀의 일 처리는 남달랐다.

벌써 별이가 찾아와 준비가 되었음을 알렸다.

재촉하는 별이를 뒤따라 오두막 뒤편으로 가자, 거대한 나무토막탑이 보였다.

― 에오에오엥 에오에~

― 무우우우 무우우우

재료 준비팀, 아무와 미르, 강남소가 한참 탑돌이를 하고 있었다.

강남소가 무우 무우 울면 아무와 미르가 에오에오―라고 받아쳤다.

뒤따르는 요정들의 춤을 보니 설핏 웃음이 났다.

짧은 손발로 휘적휘적 춤추는 게 귀여웠다.

시선을 알아챈 것일까.

아무와 미르가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아무우우!”

“끼루루!”

― 왔냐무우우

“다들 수고했다.”

호준은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들어 나무탑을 보았다.

나무탑은 정사각형 모양. 건물 2층 정도 높이였다.

나무토막이 총 600개이니 높은 것은 당연했다.

호준이 손바닥을 탑에 갖다 대자 메시지가 떴다.

【나무토막 600개를 얻었습니다】

나무토막을 인벤토리에 넣는 데 성공.

그와 동시에 나무탑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재료는 준비 완료.

‘이제 외양간만 만들면 돼.’

호준은 고생한 요정들과 소에게 자유시간을 주었다.

요정들과 소가 풀밭으로 떠나자 호준은 홀로 남아 카탈로그를 폈다.

카탈로그에 외양간 항목을 선택, 다음으로는 제작버튼을 눌렀다.

외양간 제작 과정이 시작되었다.

【외양간을 제작합니다】

【미니게임 창이 생성됩니다】

【단도를 던져 날아가는 물풍선을 터뜨리세요】

이번에는 비교적 간단한 게임이었다.

바닥에 산더미처럼 쌓인 단도로 화면 속에 날아가는 물풍선을 터뜨리면 끝.

‘물풍선이 어디… 저기 있구나.’

좌에서 우로.

또다시 좌에서 우로.

물풍선이 여러 개가 재빠르게 날아갔다.

화면이 3D였기 때문에 물풍선과의 거리는 멀었다.

대략 5미터는 될 듯싶었다.

‘집중하자.’

호준은 온 정신을 물풍선에 쏟았다.

하나, 그리고 또 하나.

물풍선마다 뚫어질 듯 바라보며 정신을 집중하자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서서히 그 움직이는 궤적이 머릿속으로 연상이 되었다.

‘위로 한 바퀴 굴렀다가 5시 대각선으로, 그다음 1시 방향으로 곡선.’

한 풍선이 일정한 패턴으로 움직였다.

다음에 어디로 움직일지 예상이 되었다.

호준은 스스로의 판단을 의심하지 않고 믿기로 했다.

예상되는 방향으로 그는 단도를 던졌다.

단도가 속사포처럼 날아갔다.

푸와아악!

풍선이 물을 뿜어내며 터져버렸다.

갈기갈기 찢긴 풍선 조각이 바닥에 떨어졌다.

【명중입니다!】

【제작이 5% 완료됐습니다】

【외양간 제작 중(5% 완료)】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네?’

호준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물풍선이 푸왁하며 터지는 순간.

알 수 없는 쾌감이 터져 나와 머릿속이 시원해졌다.

또다시 푸왁 소리를 듣고 싶어졌다.

‘방금처럼 해보자.’

감이 오는 순간, 그는 거침없이 단도를 내던졌다.

백발백중!

단도는 던지는 족족 명중했다.

호준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푸왁 푸와아악 푸왁!

【명중입니다!】

【명중입니다!】

【명중입니다!】

푸왁 소리에 중독될 것만 같았다.

풍선 터뜨리기 삼매경에 푹 빠져있는데 구경꾼이 나타났다.

“호준 님, 저도 해봐도 되나요?”

“그럴래?”

“완전 재미있어 보여요!”

포르르 날아온 별이에게 단도를 넘겨주었다.

때마침 어깨가 뻐근했기에 쉬어도 될듯했다.

단도를 받은 별이는 파이팅을 외치며 눈을 빛냈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할게요!”

“쉬엄쉬엄해!”

물론, 별이는 만사에 쉬엄쉬엄하는 자세가 아니었다.

그녀는 진지한 눈빛으로 물풍선을 원수처럼 노려보더니 기합을 크게 내질렀다.

“히야압!”

그녀는 허리를 뒤로 휙 접었다가 앞으로 꺾으며, 단도를 던졌다.

단도는 제법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꽤 빠른데? 내가 던진 속도랑 비슷하잖아.’

호준은 단도가 날아가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단도가 이동하는 속도는 훌륭했다.

그러나, 정말 아쉽게도 방향은 좋지 않았다.

단도는 물풍선 위로 지나가 버렸고, 미스 판정이 떴다.

【아쉽네요. 털끝도 닿지 않았습니다】

【다음 기회에!】

“아 아까워라!”

“그러게. 조금만 아래였으면 됐는데.”

별이는 그 뒤로도 여러 번 도전했으나 결과가 좋지 못했다.

열에 아홉은 맞추지 못하고 하나만 성공.

성과가 좋지 않자 별이는 시무룩해졌다.

“그 정도면 잘 한 거야. 처음이잖아?”

호준이 어깨를 다독이자 기운을 차린 별이가 대뜸 물었다.

“아까 진짜 잘 맞추시던데, 호준 님은 어떻게 맞추신 거예요?”

“아, 그게. 대강 감이 오던데.”

감이 어떤 건지 대강 설명해주자 별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역시… 운이 좋으신가 봐요!”

“그런가…?”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서 호준이 다시 단검을 쥐었다.

연달아 풍선을 터뜨리자 보스 몬스터처럼 대형 물풍선이 나타났다.

대형 TV만 한 물풍선이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날쌔게 움직였다.

호준은 예상되는 경로로 연달아 단도를 날렸다.

팍 팍 팍 팍

단도 4개가 모두 목표물에 명중했다.

푸와아아아아악!

마침내 대형 물풍선이 폭탄처럼 터지고, 메시지가 나타났다.

【명중입니다!】

【대형 물풍선 제거에 성공했습니다!】

【제작이 20% 완료됐습니다】

【외양간 제작 중(100% 완료)】

【제작 성공】

【물풍선 파괴에 성공하여 외양간을 제작했습니다】

【외양간을 얻었습니다】

【제작 스킬을 레벨업했습니다!】

【퀘스트 목표 : 외양간 달성】

【퀘스트 성공】

【퀘스트 보상으로 미소와 친밀도가 +50 상승했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강남소와 친밀도가 +50 상승했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대형 풀 침대 1개를 얻었습니다】

쿠쿵 쿵!

외양간과 대형 풀 침대가 앞에 내려앉았다.

“널찍하고 괜찮네요!”

별이가 입을 벌리며 감탄했다.

호준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외양간도 풀 침대도 흠하나 없이 깔끔했다.

‘이걸 내가 만들었구나.’

마음속에서 뿌듯함이 우러나왔다.

외양간 안에 풀 침대를 배치하고 모두를 불러 모았다.

“갈대 냄새가 너무 좋다. 그치 미르야?”

“끼루루!”

“아무우우!”

“뀨우웅!”

별이와 요정들은 갈대가 깔린 바닥 냄새를 특히 좋아했다.

그 풋풋한 냄새에 호준도 만족했다.

‘창문도 커서 햇빛이 잘 들어오네.’

커다란 창문으로 들어온 햇볕이 안을 포근하게 해주었다.

미소와 강남소는 햇빛을 맞으며 눈을 끔뻑거렸다.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 이건 꿈이다무우우― 드림 컴트루무우우우!

― 꿈이 아니다무우― 정신 차려라무우우!

― 너무 좋다무우우!

미소가 흥분해 발을 구르자 먼지가 일어났다.

강남소가 꼬리로 미소 엉덩이를 탁탁 치며 진정시켰다.

미소는 헤헤 웃고는 냉큼 호준에게 안겨들었다.

녀석은 머리를 비비적대며 응석을 부렸다.

― 고맙다 호준무우우!

“하하, 간지러워.”

처음 선보인 외양간에 모두가 만족했다.

* * *

“이걸 다 가져왔단 말야?”

“어차피 많아서 쓰지도 못하는 거야.”

샤롯이 어깨를 으쓱하자 옆에서 베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아. 지금 저택에는 우리 둘만 지내거든. 안 쓰던 조리도구가 좀 많아서 추려서 가져왔어. 어때? 보기에 괜찮아?”

괜찮다마다.

카운터 위에 놓인 고급스러운 유리잔 20개.

유리잔은 빙수를 담을 수 있는 둥그런 형태였다.

“정말 많이도 가져왔네.”

그밖에도 냄비, 주걱, 국자, 칼 등 기본 조리도구가 가지런히 놓였다.

“장식품으로 있느니 제 용도로 쓰는 게 좋을 거 같아서. 그래서 가져온 거야.”

“너희들이 쓸 거는 집에 남아있는 거야?”

“물론이지. 걱정 말고 써. 호준.”

물건 주인인 베티가 단호하게 말했다.

옆에 샤롯도 어깨를 으쓱하며 첨언했다.

“필요 없으면 어쩔 수 없지만….”

그 말에 호준은 고개를 저었다.

필요 없다니.

냄비, 주걱 등은 요리할 때 필요했다.

“고맙다. 잘 쓸게.”

고마움을 표하고 물건들을 받기로 했다.

“여기 밑에 정리해둘게!”

“그래. 부탁할게.”

베티와 샤롯이 비품을 정리하는 동안, 호준은 별이와 현재 상황을 점검했다.

“별아, 지금 수확물은 얼마나 있지?”

“음….”

수확물을 많은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았다.

【사탕무】: 160개

【산딸기】: 80개

【꿀사과】: 14개

【바나나】: 7개

【키위】: 8개

【망고】: 11개

【파인애플】: 12개

【팥】: 20개

【얼음 열매】: 8개

사탕무와 산딸기가 양이 제일 많았다.

둘 다 수확 시간이 30분으로 제일 단시간에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현재 가지고 있는 주스는 4급 조합 주스 6개.

‘조합 주스는 그만두고 특제 주스로 만들자.’

특제 주스는 조합 주스보다 등급이 더 높았다.

그 점을 별이에게 설명하고 특제 주스 가격은 60골드로 올렸다.

“이제 특제 주스만 전력으로 만들자.”

“넵! 등급도 높고 효과도 더 괜찮으니 잘 팔릴 것 같아요.”

“얼른 팔고 땅 사서 작물을 더 심자.”

별이와 둘이 밭일을 하기로 하고.

호준은 휴식 중이던 일동을 모아 일을 배분했다.

“베티, 샤롯. 둘은 그릇을 깨끗이 닦아줘. 호숫가에서 설거지하면 될 거야.”

“금방이지. 심심했는데 잘됐네.”

“얼마든지.”

베티와 샤롯은 흔쾌히 설거지하러 갔다.

“미르랑 아무는 나무를 베고 풀을 자르고. 토순이는 수확물을 오두막 옆에 옮기는 거야. 다들 할 수 있지? 무리하지는 말고.”

“아무우우!”

“끼루루!”

“뀨우우!”

요정들은 신이 나서 숲으로 달려갔다.

나무토막과 풀은 미리미리 준비해 두는 게 편했다.

임무를 전달을 마치고서 호준은 별이와 함께 밭으로 갔다.

“사탕무로 설탕이나 만들어 볼까?”

“음… 설탕 좋죠! 산딸기를 설탕에 찍어 먹으면 완전 맛있을 거 같아요!”

“찍먹 괜찮지! 잘하면 산딸기 잼을 만들 수도 있겠어.”

“아아…잼….”

별이가 잼을 듣자마자 입맛을 다셨다.

잼뿐만 아니라 설탕으로 또 뭘 만들까 생각하며 호준도 기대에 부풀었다.

그렇게 그는 기대에 부푼 채로 밭에 도착해 과일을 수확하려는데.

“호준 님 저 저기…….”

별이가 당황한 듯 말을 멈추었다.

호준도 뭔가를 보고 발을 멈추었다.

【산딸기가 시들시들해졌습니다.】

【산딸기가 죽었습니다】

‘죽은 건가….’

밭이 검게 물들었다.

초창기에 심은 산딸기 덤불 10개가 모조리 죽은 것.

검은 덤불은 말라비틀어져 소생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때 제나가 10번 수확하면 죽는다더니 이번에 죽었나 봐요.”

“10번보다 더 수확한 거 같던데….”

작물들이 요정왕 특전때문에 오래 살았던 것일까.

죽은 식물을 붙들고 물어볼 수도 없으니 알 수는 없었다.

“다들 오래 살다 죽었네.”

“…그러게요.”

속상했으나 호준은 이들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죽음은 누구도 막을 수 없으니까.

제나는 죽은 덤불을 제거하고 씨앗을 심으라고 알려주었다.

‘호미로 파내자.’

호준은 호미로 파내려다가, 마지막으로 한번 덤불을 쓰다듬었다.

그가 손을 떼는 순간.

뜻밖의 메시지가 떴다.

【스킬 사용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요정왕의 댄스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킬 사용 시 죽은 식물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되살린다고…?’

죽은 식물을 살릴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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