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35화 (35/200)

035. 목축 시작 (4)

강남소가 말하기를.

미소는 수없이 버려졌다고 했다.

― 소들이 버려지는 건 일반적이다무우우 미소는… 조금 많이 버려졌다무우우― 미소가 사람들을 좋아해서 더 다가가서 그런 거 같다무우우

미소는 다른 소와 달리 먼저 다가가서 더 많이 선택됐고.

더 많이 선택되니 더 많이 버려졌다는 것이다.

“소를 왜 버리는데?”

― 돈이 되지 않으니까무우우우

강남소의 말에 의하면, 돈 때문이었다.

소가 버려지는 것은.

― 돈이 안 되니까 다들 돈을 회수하려고 되판다무우우

대화를 통해 알아낸 바에 의하면, 목축스킬은 농사스킬과 마찬가지였다.

투자비용은 많고, 돈이 되지 않았다.

수확 시간이 길고 스킬레벨 올리기 어렵고.

스킬레벨이 낮으면 9급 꿀사과처럼 저급품이 나왔다.

팔 수조차 없는 아이템이 나오니 다들 포기하는 것도 이해가 됐다.

수익이 나오려면 시간 느긋한 부자가 시간을 버리기 위해 플레이를 해야 했는데.

아쉽게도 느긋하고 욕심 없는 부자는 유토피아에 희박하다는 사실.

유토피아 접속하는 것 자체가, 돈이 많이 들어가니 다들 돈에 혈안이 된 상황이었다.

“그럼 대부분의 소들이 버려지는 거야?”

― 그렇다무우우― 길면 일주일이다무우우― 어쩔수 없다무우우―

호준도 물론, 사람들이 다시 되파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강남소의 다음 말을 들으니, 화가 났다.

― 가끔씩 소를 화풀이로 때리는 경우가 있다무우우―

“뭐?”

― 대부분의 소들은 한 번씩 겪었다무우우― 아마 미소가 가장 많이 겪었을거다무우우―

강남소가 말하는, 소를 구타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소가 제값을 하지 못한다고 치더라도 그게 소의 잘못은 아닌데.

일부가 소에게 화풀이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게임이니 찢어 죽이든 발로 차든 상관 없다는 걸까.’

홧김에 머리를 처맞을 때도 많았고.

한때 목축이 유행했을 때에는 칼에 꽂힌 채 버려진 소들의 시체가 길거리에 많았다고 했다.

미소도 한번은 옆구리가 반 찢겨서 돌아왔다는 말을 듣자 속에서 구역질이 올라왔다.

‘하아….’

찢어진 배를 치료받으며 미소가 한 말은 가관이었다.

충격적이게도 미소는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 내가 더 잘했어야했다무우우― 나도 잘하고 싶었는데무우우― 잘 안 된다무우우―

그런 미소를 보며 강남소는 답답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적당히 비위를 맞추고 기대하지 말고.

소들의 삶이란 그런 것이라면서 말이다.

‘끔찍하네.’

소들은 한결같이 주인을 따르는데, 주인은 폭력을 퍼붓는 상황이 씁쓸했다.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힘들었겠구나….”

대화를 마친 호준은, 갈대를 내려두고 잠시 생각했다.

무심코 바라본 강남소의 옆구리에 고기 추출기.

그 위로 메시지가 떴다.

【고기 추출까지 남은 시간】: 2시간 30분

슬쩍 시선을 더 올리자 30분 전에 나타난 메시지가 보였다.

고기 추출기를 부착하며 떴던 메시지였다.

【고기 추출기를 부착했습니다】

【요정왕 특전으로 소고기 추출 시간이 단축되었습니다】

【수확까지 남은 시간 : 6시간 → 3시간】

【요정왕 특전으로 소고기 품질이 대폭 상승합니다】

【소와 친밀도가 높아질수록 수확품 품질이 상승합니다】

고기 추출 시간은 6시간이 3시간으로 단축되었다.

우유 수확 시간은 소젖이 빵빵하게 부풀어야 알 수 있었다.

미소가 당했던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음… 뭘 해주지.’

현실적으로 미소가 겪은 학대의 경험을 잊게 해줄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좋은 기억을 만들어 주는 것.

그건 할 수 있었다.

“강남아. 미소가 뭘 좋아하지?”

그렇게 호숫가를 마주한 채로 앉아 강남소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소가 헐레벌떡 달려오기 전까지 대화는 이어졌다.

* * *

미소가 돌아오자 새로운 퀘스트를 얻었다.

시기적절한 제작 관련 퀘스트였다.

【직업 퀘스트】 소는 집에서 자는 게 좋다네!

【퀘스트 목표】: 외양간과 대형 풀 침대를 제작하십시오.

*외양간 재료

― 나무토막 600개

― 미니 갈대 50개

*대형 풀 침대 재료

― 나무토막 50개

― 풀 400개

【퀘스트 설명】

소가 풀밭에서 뛰놀고 낮잠을 잔다고 풀밭에 두실 생각이시라면 노노!

소에게 안락한 외양간을 제공하면, 더 훌륭한 양질의 수확품을 얻을 수 있답니다.

물론 애정과 신뢰를 얻는 건 당연하겠죠?

대형 풀 침대까지 만들어 주면 그야말로 베스트 오브 베스트!

이슬 맞지 않는 아늑한 집과 침대는 무언의 사랑이랍니다!

【퀘스트 보상】

휘하의 소들과 친밀도 대폭 상승

대형 풀 침대 1개 추가 증정

‘어차피 만들 거였는데, 잘됐네.’

퀘스트를 깨고자 일을 배분했다.

호준은 강남이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강남아. 저기 나무하는 애들한테 가서 나무토막을 오두막 뒤쪽에 옮겨줄래? 거기가 외양간 자리야.”

― 알았다무우우우

강남이가 재깍 떠나자 미소와 단둘이 남았다.

헥헥헥―

달리느라 힘들었을 미소를 데리고 호숫가로 갔다.

후루룩 후루룩 물을 먹고 나니 미소가 꼬리를 살살 흔들며 기뻐했다.

“미소야. 우리는 풀 침대를 만들 거야.”

― 호준침대냐무우우― 풀 침대 좋다무우우우―

네 침대라고 굳이 말해주지 않았다.

미소를 옆에 둔 채로, 제작 카탈로그에서 대형 풀 침대를 찾았다.

【대형 풀 침대】

【재료】 : 나무토막 50개, 풀 400개

【설명】

*대량의 풀을 깔아 폭신폭신함이 남다른 풀 침대입니다.

*주로 대형 동물의 보금자리로 사용됩니다.

*동물의 체온에 맞게 보온기능을 갖추었기에 안락한 잠자리로 충분합니다.

*비를 맞으면 풀이 부패될 수 있으니, 꼭 실내에 설치해야 합니다.

【제작 (가능)】【닫기】

출근하러 간 사이, 미르가 잘라둔 풀과 나무토막이 충분히 남아있었다.

제작 버튼을 누르자 두 개의 창이 떴다.

【풀 침대 제작을 시작합니다】

창 한가운데에는 동그란 찰흙판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원형 찰흙판은 가로세로 1미터가량.

원의 한가운데에 정사각형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표시선에 맞게 찰흙판을 절단하십시오】

【표시선에 맞게 가공할수록 제작 기여도가 높아집니다】

【최대 2명까지 제작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 모양대로 그으면 되겠네.’

도끼나 날카로운 장비로 네모를 따라 그으면 되는 모양이었다.

옆에 미소에게 같이하자고 제안했더니 미소는 뛸듯이 기뻐했다.

― 내가 해도 되냐무우우―

“그럼! 내가 하는 대로 해봐.”

― 알았다무우우우―

미소의 순한 눈망울을 한번 보고, 고개를 돌려 찰흙판을 보았다.

도끼를 들어 정확히 네 번.

삭 삭 삭 삭

깔끔하게 그었다.

도끼 끝에 닿는 젤리처럼 말캉거리는 감촉.

도끼를 내려놓자마자 가장자리가 스르륵 잘려나갔다.

네모난 판만이 남자 메시지가 떴다.

【완벽하게 찰흙판을 절단했습니다!】

【대형 풀 침대 제작이 1% 완료되었습니다】

【제작 중(1% 완료)】

옆에 미소가 발을 동동 구르며 기뻐했다.

― 와아아 성공이다무우우 신기하다무우우

“너도 하면 금방 할 걸? 그 뿔로 한번 해봐!”

― 정말 될까무우우?

“그럼!”

뒤에서 밀어주자 미소가 창 가까이 다가갔다.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지. 한번 하면, 금방 배울 수 있어.”

금방 배운다는 말에 미소는 용기를 얻은 듯 눈을 빛냈다.

― 이야압무우우우―

미소는 맹렬히 울며 뿔을 휘둘렀다.

좌에서 우로.

단번에 뿔이 찰흙판을 그었다.

사아악―

날카로운 뿔 끝에 찰흙판 상단이 떨어져 나갔다.

뿔이 자른 방향은 윤곽과 정확히 일치했다.

미소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찰흙판을 한번, 호준을 한번 바라보았다.

― 신기하다무우 잘린다무우우

“거봐. 할 수 있다니까.”

미소는 배시시 웃었다.

이제 미소는 재미가 들렸는지 거침없이 찰흙판을 잘랐다.

삭 삭 삭

눈 깜짝할 새에 찰흙판 자르기에 성공했다.

【미소가 완벽하게 찰흙판을 절단했습니다!】

【대형 풀 침대 제작이 1% 완료되었습니다】

【제작 중(2% 완료)】

호준은 방긋 웃는 미소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얼른 끝내고 쉬자. 누가 많이 자르나 시합할까?”

― 시합좋다무우우―

풀 침대 제작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미소의 신들린 해드뱅잉 덕분이었다.

【미소가 최단 시간으로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제작 중(40% 완료)】

. . . .

【미소가 최단시간으로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제작 중(70% 완료)】

【완벽한 절단입니다!】

미소는 신들린 듯이 뿔을 휘둘렀다.

반짝이는 눈빛을 하고 열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미소 덕분에 풀 침대 제작에 성공했다.

겨우 5분 만에.

모두 힘차게 뿔을 휘두른 미소 덕분이었다.

“고맙다. 미소야. 덕분에 금방 했어.”

― 벼, 별거 아니다무우우

칭찬을 듬뿍 해주자 미소는 입꼬리가 승천할 것처럼 올라갔다.

【제작 성공】

【찰흙판 가공에 성공하여 대형 풀 침대를 제작했습니다】

【대형 풀 침대 1개를 얻었습니다】

【제작 스킬을 레벨업했습니다】

【퀘스트 목표 : 풀 침대 달성】

【퀘스트 목표 달성을 위해 외양간을 제작해주세요!】

쿠우우웅!

대형 풀 침대는 정말 대형이었다.

소가 3마리 정도 들어가도 될만한 사이즈였으니까.

호준은 미소의 등 쓰다듬으며 풀 침대를 가리켰다.

“미소야. 이건 네 침대야. 한번 누워볼래?”

― 정말이냐무우우? 호준침대가 아니란말이냐무우우?

미소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순한 눈망울을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침대니까 한번 누워봐. 자, 어서.”

― 괘, 괜찮….

“얼른 들어오라니까?”

― 알았다무우우

먼저 풀 침대에 들어가 재촉하자 미소도 못 이기는 척 들어왔다.

보드라운 풀 침대의 감촉.

거기에 미소의 체온이 더해지자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미소가 옆으로 눕게 하고 등을 바라보는 자세가 되었다.

호준이 등 쪽을 살살 쓰다듬어주자 미소가 말했다.

― 침대가 참 따뜻하다무우우― 너무 좋다무우우―

미소가 기분 좋은듯 우우움하고 속울음 소리를 냈다.

울음의 진동으로 인해 호준도 같이 진동했다.

울림소리는 들을수록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

호준은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까부터 하고자 했던 말이었다.

“미소야. 강남이한테 들었어. 네가 이전에 다쳐서 죽을 뻔했다고. 많이 아팠지….”

미소의 등이 살짝 떨렸다.

말 많던 미소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호준은 계속 등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

“버려진 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때 기억은 기억으로 남겨두고 지금의 삶을 살아. 알았지?”

잠시 조용한 적막이 흐르고.

미소가 입을 열어 작게 말했다.

― 내, 내… 잘못이 아니다무우우―

“그래. 네 잘못이 아니야.”

미소는 몇 번이나 잘못이 아니라고 읊조렸다.

그 목소리가 많이 떨렸지만 모른척하며 몸을 쓰다듬었다.

그렇게 한참을 쓰다듬어주니 미소는 진정하고 잠이 들었다.

싸아아아

바람이 불었다.

혹시라도 추울까 봐 미소에게 풀을 덮어주었다.

편안하게 자는 미소를 보니 잠이 쏟아졌다.

‘잠깐 잘까.’

호준은 그 옆에 누워 눈을 감았다.

따뜻한 미소를 옆에 두니 전기매트에 몸을 지지는 것처럼 아늑했다.

미소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치유됐기를 바라며 낮잠에 들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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