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 가게 오픈 (3)
“허어억….”
“이, 인어잖아?”
“인어가 왜 육지에 있지?”
“세상에… 실물은 처음 봐!”
가게에 있던 모두가 인어족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당연했다.
난데없이 지느러미로 서 있는 인어족을 본다는 게 말이 될 리가.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와아… 진짜 미인이네요. 그림에서 튀어나온 거 같아요.”
별이는 넋을 놓고 인어족을 바라보며 침까지 흘렸다.
그녀의 반응은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웨이브진 푸른 머리카락이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고.
조가비로 덮인 가슴은 볼륨감이 있었다.
‘완벽한 조각상 같네.’
피그말리온이 자신의 이상을 조각으로 만들어 사랑에 빠졌다는 우화가 문득 떠올랐다.
그녀는 흠잡을 데 없는 미인인 데다 묘하게 무시할 수 없는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아우라 때문일까.
지금 이곳의 사람들 또한 감탄을 금치 못하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연하늘색 눈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잠시 얼음 상태가 되었던 호준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어, 어서오세요! 요정의 쉼터입니다. 편한 데 앉으시겠어요.”
인어족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우아하게 지느러미로 걸어갔다.
적당한 의자에 걸터앉은 그녀의 허리는 꼿꼿하고 가슴은 활짝 펴졌다.
― 화보 촬영하는 거 같다.
― 진짜 연예인 같아. 아우라가 다르네 달라.
여자들의 감탄 섞인 말이 이어졌다.
호준도 내심 동의하는 바였다.
남자들은 아주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한 용병은 입을 헤 벌리고 있다가 코피를 주르륵 흘렸다.
“크흡… 읍….”
“어이. 자네 코피 아냐?”
“아, 아닐세. 이 주스야 주스. 주스가 왜 묻었… 크흡.”
“쌍코피 터졌네. 크하하하!”
“예끼. 색깔이 완전 다르구만. 무슨 이상한 상상을 한 겐가.”
“아, 아니라니까.”
코피를 흘린 남자가 코피 색깔처럼 얼굴이 붉어져 갔다.
주위 동료들은 그를 놀리느라 바빴다.
여자들은 동경의 눈으로 인어족을 바라보고 있었다.
― 와… 진짜… 넘사벽이다.
― 가슴 볼륨감 장난 아니야. 거기다 눈빛도 뚫어질 듯 포스가 느껴지잖아?
― 그러니까. 인어국이라는 데도 있던가? 그런데 왕족 아냐? 아우라를 보면 그냥 인어는 아닌 거 같아.
― 음, 인어국이 있다는 얘기는 한 번도 못 들어봤는데?
― 유토피아에 숨겨진 곳이 한 둘이어야지.
― 하긴. 불확실한 데가 많기는 하지. 그럼 인어족 공주인가?
그녀의 아우라에 압도당한 손님들은 각종 추측을 속닥거렸다.
그렇게 손님들은 인어족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다.
정작 소란을 일으킨 인어족은 긴 손가락을 어루만지며 여유만만이었지만 말이다.
‘얼른 장사해야지.’
호준은 잡념을 떨치고서 부지런히 메뉴판을 들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호준이 다가서자 인어족은 바로 이곳에 온 경위를 말했다.
“베아트리체 소개로 왔습니다.”
“그, 그렇군요.”
호준은 갑자기 인어족이 온 이유를 내심 알게 되자 잠시 베아트리체를 떠올렸다.
인상이 참 순해 보이던 베아트리체.
올 때와는 다르게 그녀는 떠날 즈음, 힘이 넘쳐 보였다.
집에 잘 돌아갔으려나.
그녀가 지인 소개를 해줬다니, 그 배려심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다음에는 더 챙겨줘야겠네.’
그렇게 다짐하며 호준은 인어족에게 메뉴판을 건네려다가 문득 잊었던 것을 떠올렸다.
‘맞다. 주스가 다 떨어졌지.’
이미 주스는 매진된 상태였다.
연금술사가 아닌 이상 주스를 만들어 낼 수 없는 법.
영락없이 토순이가 주스를 가져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호준은 침을 한번 삼키며 입을 열었다.
“실례지만 손님. 주스를 팔 수가 없습니다.”
“왜 그렇지요?”
인어족의 연하늘색 동공이 의문으로 가득 찼다.
호준은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다.
“지금 주스는 매진된 상태입니다. 20분 정도 기다리면 새 주스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인어족은 입술을 뾰로통하게 내밀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녀의 머리칼이 굴곡진 가슴 사이에서 흐트러지자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매력적인 저음의 목소리가 가게에 울려 퍼졌다.
“기다림은 즐거운 법이죠. 그 대신….”
“그 대신?”
“제게 당신의 사랑이 담긴 주스를 주시겠어요?”
그녀가 처음 뱉은 말에 모두 경악했다.
“허업…?”
“뭐야. 고 고백?”
“갑자기??”
“사장님 아는 분인가?”
“진짜? 능력자네…!”
각종 추측이 들렸으나 호준은 그를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갑작스런 말에 깜짝 놀란 것도 놀란 것이지만.
그녀의 활짝 꽃 피는 미소를 보자 숨이 돌연 멈춘 탓이었다.
호준은 애써 심장을 가라앉히며 생각을 했다.
‘뭔 소리지? 이렇게 갑자기 대시를 하나?’
이런 상황은 처음인지라 호준이 말을 잇지 못하는 그때.
갑자기 퀘스트 창이 나타났다.
【특급 퀘스트 발생】
【특급 퀘스트】인어의 마음 사로잡기
【퀘스트 목표】: 인어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음식을 대접하십시오.
【퀘스트 설명】
억울한 누명을 쓰고 추방당한 한 인어가 있습니다. 그녀는 억울함을 해명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사무치는 외로움을 묵묵히 견딥니다.
그녀의 마음을 위로할 만한 음식을 대접해주세요. 그녀에게 행복을 전해줄 수 있다면 신비한 선물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퀘스트 보상】
스킬 ????을 배웁니다.
난생처음 특급 퀘스트를 마주한 순간이었다.
* * *
특급 퀘스트를 얻은 순간, 호준은 빠르게 결단 내렸다.
빨리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서 그녀에게 대접하기로 말이다.
먼저 미르를 오솔길로 보내 개업 팻말을 제거하도록 했다.
이미 주스는 충분히 팔은 상태.
더 이상 손님이 오는 걸 막기 위함이었다.
미르를 보냄과 동시에 호준도 가게를 나섰다.
“그럼 갔다 올게!”
“넵! 다녀오세요오!”
“아무우!”
“묘오옹!”
요정에게 가게를 맡기고서 밭으로 급하게 향하는 것은 특급 퀘스트 때문이었다.
‘최고의 주스를 만들어야 돼. 그래야 새로운 스킬을 얻지.’
퀘스트 보상을 생각하자 호준은 가슴이 뛰었다.
퀘스트 보상은 무려 새로운 스킬을 배운다는 것이었다.
【퀘스트 보상】
스킬 ????을 배웁니다.
‘무슨 스킬일까.’
그가 들뜨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유일한 스킬.
요정왕 댄스는 있으나 마나 한 스킬이었다.
스킬 정보창을 아무리 열어도 알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열람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만 가득했으니까.
‘스킬 발동도 안 되고 말야.’
혹시나 싶어 요정왕 댄스라고 중얼거려도 소용없었다.
아무리 말해도 스킬이 발동되는 일은 없었다.
스킬이 없다는 아쉬움은 늘 남아있었다.
그러니 새 스킬을 반길 수밖에 없는 것.
이번 기회는 그에게 꼭 놓치지 말아야 할 찬스였다.
“토순아아! 스타압!”
과일을 줄줄이 사탕처럼 귀로 받쳐 든 토순이를 보자 호준은 작업을 멈추게 했다.
“뀨우우우?”
“토순아. 과일은 믹서기 앞에 놔줄래?”
“뀨우우우!”
토순이가 빠릿하게 과일을 옮기는 사이 호준은 요리 카탈로그를 살펴보았다.
“어디 보자….”
요리 스킬이 많이 레벨업했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레시피가 많았다.
호준은 음료 중 괜찮은 레시피를 발견했다.
지금 딱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 이거야. 특제 주스!”
【특제 주스】
【설명】
특별한 분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특제 과일주스가 최고의 선물입니다.
특제 주스는 과일의 효과를 최대로 높인 주스의 왕이랍니다.
특제 주스로 마음을 전한다면 마음을 흔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랍니다!
【레시피】
*7종류 이상의 과일 혹은 야채를 믹서기에 넣기.
【주의사항】
*최대 재료 10개까지 혼합 가능.
*과일 등급이 높고, 과일 종류가 다양할수록 주스 등급이 높아진다.
설명도 재료도 마음에 딱 들었다.
재료도 준비 완료!
산딸기, 꿀사과, 바나나, 키위, 망고, 파인애플, 그리고 사탕무까지 있었다.
레시피 상에 야채가 적혀있으니 사탕무도 상관없을 듯했다.
‘한번 만들어보자.’
호준은 침을 삼키며 과일을 믹서기에 투입했다.
데구르르 톡
데구르르 톡
【산딸기를 투입했습니다】
.
.
【꿀사과를 투입했습니다】
주스를 만들려면 과일 10개가 필요하기에 7종의 과일 야채를 투입하고 나머지 3개는 산딸기로 채워 넣었다.
【투입을 완료했습니다】
【주스를 제작합니다】
가가가각―
진한 과즙이 흘러나와 유리병에 모였다.
과연 특제 주스는 무슨 맛일까.
주스의 왕이라는 칭호답게 훌륭하겠지.
인어족의 반응이 어떨지 사뭇 기대되었다.
‘퀘스트 끝나면 한 번 먹어볼까.’
특제 주스의 맛은 무척이나 궁금했다.
마침내 주스가 1분 만에 완성.
특제 주스의 향은 천국의 향이었다.
“흐읍… 하아…! 진짜 향이… 이건 대박이다.”
이게 지상천국일까.
향만 맡았음에도 몸이 나긋나긋해졌다.
설명대로 주스의 끝판왕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았다.
호준은 나른하게 웃으며 공중에 뜨는 메시지를 보았다.
【특제 주스(3급)을 제작했습니다】
【기기 소유자의 특전이 자동으로 적용됩니다】
【요정왕 특전으로 주스 등급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요정왕 특전으로 요리 경험치가 2배 증가했습니다】
【요리 스킬을 레벨업했습니다】
【특제 과일 주스(3급)】
【설명】
*7종의 과일을 갈아 만든 싱싱한 영양 덩어리 주스입니다.
*섭취 시 피로도가 즉시 30퍼센트 감소합니다.
【추가 효과】
*제작자의 특별한 힘이 담겨있어 기존 등급보다 훌륭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작자의 특별한 힘이 담겨있어 섭취 시 1시간 동안 이동속도가 10퍼센트 빨라집니다
*제작자의 특별한 힘이 담겨있어 섭취 시 1시간 동안 체력, 정신력, 민첩이 +10씩 오릅니다.
호준은 효과를 보고 경악했다.
“잠깐… 뭐?? 이동속도에다가… 스탯까지?”
주스의 끝판왕이 아니라
스탯업의 끝판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