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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너무 잘함-27화 (27/200)

027. 개업 준비 (2)

새로운 물건을 얻으면 당연히 기분이 좋은 법이다.

더군다나 새 건물을 얻으면 말해 무엇하랴.

주스 가게를 볼 때마다 호준은 흥이 절로 났다.

기분이 좋아서인지 가게에 물건을 배치하는 일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자, 이제 이걸로 끝이다.”

“이제 주스만 준비하면 되네요!”

“뀨우우!”

【테이블 설치를 완료했습니다】

마지막 테이블을 창가에 놓고 나자 가구 배치는 끝이 났다.

호준은 감개무량한 기분으로 가게 내부를 둘러보았다.

창문가에서 비친 햇살이 쟁반과 잔이 진열된 장식장을 비추었다.

카운터 너머로 원형 목조테이블 7개가 가지런히 배열되었다.

외부 테라스에 테이블 3개까지 포함하면 총 10개의 테이블을 설치를 마쳤다.

테이블이 딱 적당해서 마음에 들었다.

사실 그는 가슴이 조금 떨렸다.

‘이게 내 가게구나. 조금 어색하네.’

하루아침에 가게가 생겨서인지 기분이 좀 싱숭생숭하고, 살짝 떨리기까지 하다니.

마음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 뿌듯함도 느꼈다.

‘이제 메뉴만 정하면 되겠군.’

남은 것은 메뉴와 주스 준비뿐.

호준은 나무 메뉴판을 꺼내 메뉴판 위에 떠오르는 정보를 유심히 살폈다.

【나무메뉴판】

【메뉴】

【―】

【주문내역】

【―】

【메뉴가 없습니다】

【메뉴를 설정해주십시오】

【메뉴 이름과 가격을 말하면 메뉴가 자동 입력됩니다】

메뉴는 미리 생각해둔 바가 있었다.

피로 효과가 있는 산딸기를 베이스로 한 조합 주스로 하기로.

피로가 줄어드는 스페셜주스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전략이었다.

별이는 계획을 듣자마자 열렬히 호응했다.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피로에 지친 분들한테 피로회복 효과는 확실히 효과가 있을 테니까요. 그분들 통해서 저희 가게 이미지도 이곳저곳으로 알려질 거구요.”

“그렇지? 그럼 메뉴는… 이 다섯 개로 하자.”

그렇게 최종결정까지 마치고서 구두로 메뉴를 입력했다.

메뉴판에는 5개의 메뉴가 올라갔다.

【MENU】

【산딸기 꿀사과 주스】. . . 40 골드

【산딸기 망고 주스】. . . . 40 골드

【산딸기 파인애플 주스】. . 40 골드

【산딸기 바나나 주스】. . . 40 골드

【산딸기 키위 주스】. . . . 40 골드

메뉴판도 준비했으니 남은 일은 주스를 준비하는 일.

그리고 알이 잘 있나 한번 살펴봐야 했다.

호준은 바닥을 뒹굴거리며 몸을 납작하게 한 토순이를 냉큼 들어 품에 안았다.

“뀨우웅!”

“토순아. 우리 밖에 나가자. 응?”

갑작스러운 변화에 토순이가 몸을 꿈틀댔으나 꼭 안아주자 불만을 잠재울 수 있었다.

미르와 아무를 보러 간다고 하니 기분이 좋은지, 목을 할짝할짝 핥아댔다.

이래서 토순이를 안으면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하하. 별아. 가자. 알도 그대로 잘 있나 보자고.”

“넵!”

“뀨우우웅!”

말랑말랑한 토순이 뱃살을 조물락대며 호준은 성큼성큼 걸었다.

요정의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즐거움이 가득했다.

‘잘 있구나.’

붉은 장미잎 사이, 알이 반짝였다.

* * *

【부화까지 남은 시간 : 31분 23초】

【부화까지 남은 시간 : 31분 22초】

아쉽게도 알 부화까지 남은 2시간은 금방 지나가는 시간이 아니었다.

호준, 별이, 토순이.

셋은 알 부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초원에 일렬로 누웠다.

각자 자기만의 시간을 보냈는데, 호준은 생각을, 별이와 토순이는 눈을 감고 햇볕을 즐기고 있었다.

‘아아… 덥네.’

햇볕이 내리쬐는 한낱.

그늘이라 해도 살짝 몸이 달아오르는 날씨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별이의 바람 마법이 있다는 것.

휘르르륵―팡

별이가 1분마다 한 번씩 허공에 손을 휘저으면 돌풍이 전신을 감쌌다.

바람의 습격으로 마른 풀이 날아 이마에 탁 붙었다.

손으로 풀을 떼어낸 호준은 긴 신음을 흘리며 기지개를 켰다.

“하아아….”

여유로워서일까.

잡생각이 솔솔 올라왔다.

지금까지는 주스를 만들고, 가판대 판매를 시작하고, 요정의 집을 얻었다. 주스 가게 오픈도 목전에 두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걸 했네.’

물론 빠른 진행을 하는 데는 전적으로 요정의 도움이 컸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앞으로도 잘 해줘야지.’

요정왕으로서 사명감을 불태우던 호준은 문득 갈증을 느꼈다.

물을 먹고 싶다는 류의 갈증이 아니었다.

달달하고 시원하면서 배도 부른 디저트를 먹고 싶다는 욕망이 문득 들었다.

‘주스 말고 이건… 음. 그래 팥빙수 같은 거.’

여름 하면 팥빙수의 계절 아니던가.

더워서인지 팥빙수 생각을 한번 시작하자 입이 심심해졌다.

달콤한 팥소에 아이스크림을 살살 비벼서 같이 먹어도 일품.

거기다 연유 살짝 뿌려주면 달콤함은 배가 된다.

팥빙수의 맛은 뭐니 뭐니 해도 적당히 녹여 먹을 때 수저로 한번 떠먹는 달달하면서도 시원한 국물맛.

‘어떻게 만들지?’

생각하고 나니 더 팥빙수를 만들고 싶어졌다.

‘요리스킬 창을 한번 볼까?’

호준은 적극적으로 팥빙수 레시피를 찾았다.

그렇게 스킬창을 탐색한 끝에 그는 요리 카탈로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제작 카탈로그와 동일한 형식으로, 요리라는 글씨가 적혀있었다.

카탈로그를 펼치자 다양한 요리메뉴가 나왔다.

【요리 카탈로그】

【산딸기 주스】(제작가능)

【망고 주스】(제작가능)

【복숭아 주스】(제작가능)

…….

【대패삼겹살 오븐 구이】(제작불가능)

…….

카탈로그를 여러 장 넘기자 드디어 팥빙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와… 비주얼이 장난 아닌데?’

레시피 한쪽에 자리한 팥빙수 이미지는 신성함이 가득했다.

마치 백금을 갈아 만든 눈꽃얼음 위로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팥소가 살포시 몸을 드러냈다.

순백의 아이스크림 꼭대기에 화산보다 붉은 산딸기가 화룡점정을 이루었다.

은색의 연유가 장식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팥빙수를 보는 것만으로 요리사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감이 왔다.

‘입에 넣으면 살살 녹겠네.’

보는 것만으로 침이 고일 정도였다.

팥빙수의 맛을 기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현실과 달리 산딸기 주스도 그렇고, 다른 과일의 맛도 비교가 불가능했다.

오죽하면 현실에서 식욕이 조금 줄어들었을 정도일까.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이 유토피아에서 먹을 것을 마음껏 먹고 현실로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돌았는데,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만큼 맛이 끝내주지. 여기 음식들은.’

이제 관심의 중심은 팥빙수를 어떻게 만드냐 하는 거였다.

재료를 준비해야 만들 텐데.

호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앉은 채로 레시피를 빤히 들여다보았다.

‘어디 보자….’

의외로 팥빙수의 재료는 간단했다.

【팥빙수】

【필수 재료】: 얼음 열매 3개, 팥소 2개, 연유 1개, 아이스크림 1개

【추가 재료】: 과일, 빙수떡, 인절미, 콩가루

【추가 재료를 투입하면, 식감과 맛이 향상됩니다】

일단 팥빙수의 필수 재료는 네 가지였다.

얼음 열매, 팥소, 연유, 아이스크림.

얼음 열매는 씨앗을 구하면 될듯했고 팥소, 연유, 아이스크림을 구하는 게 까다로워 보였다.

잠시 화면을 빤히 보는데 이상한 버튼을 발견했다.

‘흠… 이 버튼은 뭐지?’

얼음 열매와 달리 팥소와 연유, 아이스크림에는 플러스 버튼이 같이 있었다.

궁금해 팥소 옆에 위치한 버튼을 클릭하자 팥소의 레시피가 떴다.

【팥소】 【뒤로 가기】

【필수 재료】: 팥 3개, 설탕 1개, 물 10컵

【추가 재료】: 꿀, 설탕, 메이플시럽

‘아… 이렇게 조작하는 거군.’

아무래도 플러스 버튼을 누르면 관련 레시피가 뜨는 모양이었다.

뒤로가기를 누르니 다시 팥빙수 레시피가 나왔다.

팥소, 연유, 아이스크림 레시피까지 확인하고 나자 아쉬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팥빙수가 이렇게 손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구나.’

새삼 몰랐는데, 재료들을 다 준비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팥소는 팥, 설탕이 필요했고, 연유와 아이스크림은 목축으로 젖소를 길러 우유를 얻어야 했다.

한번 먹고 말 게 아니라 계속 만들려면 목축은 필수였다.

‘생각보다 일이 커지는 것 같네.’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마음이 조금 들뜨는 것도 사실이었다.

‘진짜 요리하는 기분인데? 그리고 왠지… 만들기 어려울수록 괜찮은 팥빙수가 나올 것 같단 말야.’

힘든 만큼 더 맛있는 음식이 나온다고 생각하니 의욕이 샘솟았다.

더군다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팥빙수는 괜찮은 메뉴였다.

‘가게 위치가 위치니만큼. 뛰어다니는 사람들한테 잠시 쉬면서 빙수 먹으라고 하면 반응은 괜찮겠어.’

주 고객은 날이 더운데도 뛰어다녔다.

가뜩이나 더운데 뛰기까지 하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런 이들에게 얼음을 갈아 만든 팥빙수야말로 가뭄의 단비.

작지만 확실한 행복.

일시적인 천국이지 않을까.

‘만들기 좀 어렵지만. 한번 해보자.’

차근차근 팥빙수를 준비하기 결정하며 호준은 별이에게 설탕 레시피를 물어보았다.

팥소에 필요하고 앞으로도 계속 필요한, 설탕을 만드는 법은 간단했다.

“사탕무를 믹서기에 넣으면 설탕이 된다 이거지?”

“네! 가루 분쇄 모드로 하면 사탕무가 설탕이 되거든요.”

“으음. 그런 식이면 밀가루나 쌀가루도 같은 방식이겠네?”

“네. 과일을 넣어도 과일가루가 만들어져요. 산딸기가루. 망고가루 이런 식으로요.”

“그래. 좋은 정보네. 고맙다.”

“헤헷, 별말씀을요. 그보다 팥이랑 얼음 열매, 사탕무를 사시려면 제가 갔다 올까요?”

“네가? 혼자서 갔다 와도 되겠어?”

별이는 의기양양하게 허리에 양손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물론이죠. 바람마법 레벨이 올라서, 바람을 타면 20분 안에 돌아올 수 있어요.”

“그래 주면야 고맙지. 가는 길에 땅도 좀 사 오렴.”

“넵. 맡겨주세요! 다녀오겠습니다!”

별이가 마을로 떠난 사이 호준은 주스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토순이와 함께 여물은 과일을 재배하고 믹서기에 과일을 넣어 갈았다.

둘이 함께하다 보니 그리 어렵지 않았다.

미르와 아무, 알은 여전히 미동도 없이 잘 자고 있었다.

믹서기가 주스를 제작할 때마다 요리스킬은 꾸준히 레벨업했다.

【산딸기 사과 주스(4급)을 제작했습니다】

【기기 소유자의 특전이 자동으로 적용됩니다】

【요정왕 특전으로 주스 등급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요정왕 특전으로 요리 경험치가 2배 증가했습니다】

【요리 스킬을 레벨업했습니다】

그렇게 한차례 일을 마치고서 호준은 토순이와 물가를 빙 돌아 걸었다.

도통 생각이 멈추지 않는 그는 외양간부지를 찾고 있었다.

‘이 정도 넓이면 괜찮겠다.’

괜찮은 외양간부지를 점찍고서 요정의 집 근처로 돌아오는데.

쿠우웅―

갑자기 땅이 마구 흔들렸다.

지진이 난 것 같았다.

땅이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흔들렸다.

쿠우우웅 쿠우웅 ―

지하에서 천둥이 치는듯한 소리가 나자 목에 소름이 돋았다.

호준은 당황하면서도 그 즉시 토순이를 안아 들고는 몸을 겨우 가누었다.

“뭐 뭐야?”

“끼우우!”

놀란 토순이를 쓰다듬으며 호준은 당황함을 짓누르고, 요정의 집을 재빨리 살폈다.

요정의 집은 여전히 고고하게 있었으나, 아무와 미르는 바깥으로 데굴데굴 굴러 나왔다.

‘위험해.’

여전히 지면이 움직였지만, 그는 전속력으로 달렸다.

지금 신경 써야 하는 1순위는 오직 요정의 안전뿐.

그는 토순이를 주먹에 쥐고 전속력으로 달렸다.

요리조리 굴러다니는 미르와 아무를 주워 상의 안에 집어넣고서 토순이까지 집어넣었다.

셋이 한데 엉켜서 끙끙댔으나 지금 호준은 그들에게 신경 쓸 수 없었다.

‘알이 없어.’

알이 어디에도 없었다.

바닥을 구르는 요정의 집안에도.

근처 어디에도 없었다.

‘어디 있지?’

발도 없는 알이 굴러다니다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었다.

걱정이 된 호준은 필사적으로 알을 찾고자 주위를 뒤적였다.

그렇게 정신없이 주변 나무를 맴돌던 그는 멀리 있는 덤불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잠깐 번뜩이던 빛이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다.

덤불 나뭇가지를 하나하나 걷어내자 보석 알이 모습을 드러냈다.

“휴우우…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는 그때.

갑자기 지진이 멈췄다.

그리고 알껍데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까드득

까드드득

줄 하나가 둘이 되고.

여러 줄이 나무뿌리처럼 퍼져나가 마침내 작은 조각으로 깨졌다.

깨진 조각 틈 사이로 새하얀 빛이 흘러나왔다.

【땅의 축복을 받은 아기 요정이 탄생했습니다】

호준은 순백색 요정을 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기요정은 미르와 쏙 빼닮은 아기 용이었다.

아기용은 미르의 초록색이 아니라 아기무의 우유색이었다.

눈이 마주치자 백룡이 가늘게 울었다.

“묘오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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