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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너무 잘함-20화 (20/200)

020. 주스 가게 시작 (1)

휴식은 달콤했다.

“하아암…!”

달콤한 휴식을 끝낸 별이가 잠에서 깨 기지개를 켰다.

그 신호에 맞춰 나머지 요정도 꼼지락대며 깨어났다.

아무래도 요정들끼리는 통하는 모양이었다.

호준은 꼬물대는 녀석들을 향해 검지로 손장난을 쳤다.

“뀨우우우!”

녀석들이 손가락을 잡으려 팔을 뻗는 모양새를 보다가 슬그머니 장난을 거두었다.

문득 호숫가와 숲이 비를 머금은 모습이 보인다.

숨을 들이마시자 생기가 폐를 가득 채웠다.

비는 생명의 다른 이름이었다.

째째짹

기지개를 켜자 참새들이 나선 모양으로 얽혀 날아올랐다.

흡사 뫼비우스의 띠 같다 느끼며 눈부신 호수 너머를 바라보았다.

새삼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호수를 발견하다니.

멍하니 빛나는 호수와 새의 행진을 바라보는데 메시지가 떴다.

【산딸기 덤불이 수확 가능합니다】

【꿀사과 나무가 수확 가능합니다】

일할 때가 됐음을 알리는 알림이었다.

“자, 다들 일어났지?”

“네엡!”

“무우우우…!”

“끼루우우…!”

“뀨우우…!”

호준은 자신을 보며 눈을 깜박거리는 요정들을 양팔로 안아 그대로 일어났다.

요정들은 꽃다발처럼 한 뭉텅이로 안겼는데 기분이 좋은지 저항이 없었다.

도리어 아무는 가슴에 머리를 비비적대는 바람에 간질간질했다.

유일하게 별이만이 어깨에 앉아 한 덩어리가 되는 것을 피했다.

“가자.”

푹 쉬었으니 농사일을 하러 갈 시간이었다.

그의 발걸음은 힘이 넘쳤다.

* * *

일을 하는 것 못지않게 사전계획이 중요한 법.

호준은 요정들을 불러모아 임무를 주었다.

힘이 좋은 미르의 임무는 과일 수확하기.

이동속도가 빠른 별이의 임무는 과일을 적당한 위치로 옮기기였다.

농사의 요정 아무는 작물에 축복을 내려 수확 시간을 앞당기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토순이의 임무는 물주기였다.

지시를 마치고서 호준은 박수를 한 번 짝 치며 시작을 알렸다.

“자, 다들 맡은 자리로 가도록!”

“넵!”

“뀨우우!”

“끼루루!”

“아무우!”

일동은 임무를 수행하러 분주히 자신의 자리로 움직였다.

요정과 마찬가지로 호준도 작업에 들어갔다.

‘비료 먼저 만들자.’

그는 비료통에 풀을 넣고 비료 20개를 뚝딱 만들었다.

그다음 농지를 설치하고, 비료를 뿌리고.

최종적으로 바나나 씨앗을 뿌렸다.

츄와아악―

씨앗이 굴착기처럼 땅을 파고들고서, 나무가 솟아올랐다.

순식간에 넓적한 잎을 주렁주렁 매단 바나나 나무가 생겼다.

호준은 흐뭇하게 웃으며 바나나 나무의 성장을 바라보았다.

【바나나 나무가 목말라합니다】

메시지의 말대로 잎이 늘어져 힘이 없었다.

‘토순이가 올 때가 됐는데.’

때마침 토순이가 긴 울음을 내며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뀨우우!”

수 미터 거리에서 토순이가 물바가지를 머리 위에 이고 통통 뛰어 왔다.

호준은 토순이가 목적지를 알 수 있도록 바나나 나무를 가리켰다.

“토순아. 여기다가 물 부어!”

“뀨우우!”

토순이는 냉큼 바나나 나무로 다가가 호숫물을 부었다.

물을 붓자마자 메시지가 떴다.

【바나나 나무가 시원한 물을 좋아합니다】

【바나나 나무의 생기가 충전되었습니다】

【작물의 성장이 빨라집니다】

【수확까지 남은 시간 : 2시간】

바나나 나무의 활력이 살아나고 이파리가 위로 벌떡 솟았다.

“잘했다.”

“뀨우웅!”

토순이는 칭찬을 받자 종아리에 몸을 비비며 골골댔다.

비비적댈 때마다 바가지 속의 물이 찰랑찰랑거리며 소리를 냈다.

이제 물도 주었으니, 다음은 아무의 축복이 내려질 차례였다.

착 착 착 착

소리 나는 곳을 돌아보자 눈치 빠른 아무가 뿌리를 앞뒤로 휘적거리며 뛰어오고 있었다.

아무가 호준과 눈이 마주치자 뿌리를 흔들며 인사했다.

“아무우!”

“아무. 여기다 하면 돼!”

“아무우우우!”

아무는 부리나케 달려오더니 양팔을 사선으로 휘둘렀다.

마치 허공에 선을 긋는 듯한 동작이었다.

뿌리손 끝에서 새하얀 스파클링 가루가 터져 나왔다.

스파클링 가루는 육안으로 보기 힘들 만큼 눈부셨다.

가루는 바나나 나무를 폭삭 덮더니 이윽고 메시지가 떴다.

【아무가 농작물에게 축복을 내립니다】

【아무의 축복을 받아 바나나 나무의 수확 시간이 단축되었습니다】

【수확까지 남은 시간 : 1시간 59분→ 59분】

‘수확 시간이 1시간이나 줄었네. 때에 따라 다른 건가.’

지난번 아무는 수확 시간 30분을 줄였는데, 이번에는 1시간을 줄이는 신기록을 세웠다.

호준은 고마운 마음에 아무의 머리에 달린 꽃을 조심히 쓰다듬어주었다.

아무는 꽃을 만져주면 특히 좋아했다.

“고맙다. 아무.”

“무우우!”

아무가 볼을 붉히며 종아리를 꼭 안아주었다.

나름의 애정표현인 셈이다.

【아무가 당신의 관심에 기뻐합니다】

그런 아무를 데리고 호준은 다음 농지로 갔다.

그렇게 작업이 이어졌다.

호준이 비료를 뿌리고 씨를 뿌리면, 토순이가 물 주고, 아무가 가루를 뿌리고.

분업 덕분에 10분 만에 20개의 작물을 심는 데 성공했다.

농지를 새로 설치하니 규모가 제법 커졌다.

호준은 키우는 작물을 한번 정리해보았다.

【바나나 나무】× 5

【키위 나무】× 5

【산딸기 덤불】× 20

【꿀사과 나무】× 10

이렇게 호준 일행이 새 작물을 심는 동안, 미르와 별이도 쉬지 않고 과일을 수확했다.

둘이 수확한 과일양도 제법 많았다.

【산딸기】× 10

【꿀사과】× 10

모두가 일을 마치자 호준은 다들 한자리에 모아 격려했다.

“다들 일하느라 수고했다.”

“별말씀을요!”

“아무우!”

“끼루루!”

“꾸우우!”

“이제 편히 쉬렴.”

“끼야아아!”

요정들은 물놀이를 즐기러 호숫가로 달려갔다.

호준은 넘어지니까 천천히 뛰어가라고 한마디 하고는 수동 믹서기 쪽으로 걸어갔다.

유일하게 남은 요정 별이가 어깨에 올라타 말을 걸었다.

“이제 믹서기를 만드시려구요?”

“그래. 재료도 다 있으니 만들어 봐야지.”

“자동 믹서기로 만들면 어떤 등급이 나올까요?”

“글쎄. 어디 한번 보자고. 이번 믹서기는 얼마나 대단한지.”

그렇게 말한 호준은 카탈로그에서 자동 믹서기 제작을 클릭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자동 믹서기 제작이 시작되었다.

【자동 믹서기 제작을 시작합니다】

【나무토막 200개를 잃었습니다】

【돌조각 50개를 잃었습니다】

【코어 5개를 잃었습니다】

【팝업창을 확인하십시오】

제작 과정에 항상 따라오는, 익숙한 팝업창이 떴다.

‘흠. 이번엔 조금 다르네?’

이번 팝업창은 기존과 조금 달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총이네.’

오른쪽 하단에 총 한 자루가 있었으니까.

기존에는 도끼를 휘두르는 방식이었는데 이제는 무기까지 지급해줬다.

그가 의아한 얼굴로 총을 바라보자 메시지가 떴다.

【총을 쏴 날아가는 공을 맞추십시오】

【공을 많이 맞출수록 빨리 제작을 끝낼 수 있습니다】

‘단순하군.’

호준은 재빨리 총이 들어있는 쪽 화면에 손을 갖다 댔다.

그러자 총이 화면을 뚫고 나와 그의 손에 탁하니 잡혔다.

한번 시험 삼아 앞을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기자.

피유우우웅!

총알이 발사되어 화면 속으로 사라졌다.

마치 슈팅게임을 하는 것 같은 기분.

호준은 흥미진진해 눈을 빛냈다.

【미니게임이 시작됩니다】

메시지와 함께 왼쪽 상단 화면에서 노란색 고무공이 튀어나왔다.

공은 고속으로 5시 방향으로 날아갔다.

고속인 데다 지렁이처럼 구불구불하게 움직여 맞추기 어려워 보였다.

하나 호준은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일단 쏴보자.’

그는 목표물을 겨냥해 방아쇠를 당겼다.

확실한지 모르고 감에 의지해서 쏜 것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푸콰아악!

【명중입니다】

【놀라운 집중력을 가지고 있군요】

【자동 믹서기 제작을 10% 완료했습니다】

의외로 공이 그대로 터져버린 것.

‘왜 이렇게 잘 쏴지지?’

호준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할 일이었지만, 반가운 일이기도 했다.

그는 다시 한번 총을 쏘았다.

신기하게도 총알은 공에 빨려 들어가듯 잘 맞았다.

쏘는 족족 명중이었다.

【명중입니다】

【당신의 눈이 매의 눈은 아닌지 의심이 됩니다】

【자동 믹서기 제작을 10% 완료했습니다】

‘이렇게 된 거 그냥 즐기자.’

호준은 긴장을 풀고 총알을 쉼 없이 발사했다.

푸콰아악!

【명중입니다】

푸콰아악!

【명중입니다】

“오오오!”

그가 연달아 공을 터뜨리자 별이가 옆에서 물개박수를 쳤다.

“진짜 잘 맞추시는데요? 저격 연습을 따로 하신 거 아니에요?”

“뭐….”

그녀처럼 속으로 놀라고 있어서 호준은 어깨를 들썩여 답을 대신했다.

그렇게 공을 터뜨리며 자동 믹서기 제작에 성공할 수 있었다.

【자동 믹서기 제작에 성공했습니다】

【자동 믹서기 1개를 얻었습니다】

【제작 스킬을 레벨업했습니다】

성공 메시지가 뜨자 화면과 총이 동시에 사라졌다.

호준은 아쉬운 마음에 방아쇠 당기는 시늉을 하다가 고개를 들어 새 믹서기를 바라보았다.

새 믹서기는 거대했다.

“크네.”

“그러게요. 깔때기랑 통 크기가 기존보다 3배는 크네요. 과일이 아주 많이 들어가겠어요.”

그녀가 통을 손으로 두드리며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호준은 곧이어 과일을 넣는 작업에 들어갔다.

투입된 산딸기가 깔때기를 따라 데굴데굴 굴러 내려갔다.

데구르르―쿵

산딸기가 깔때기 밑 통에 담기자 메시지가 떴다.

【재료가 투입되었습니다】

【자동 믹서기는 넣은 순서대로 10개의 재료를 가공합니다】

‘순서가 중요하군.’

메시지대로라면 과일을 넣은 순서대로 주스로 만들어진다는 의미였다.

그러니 조합 주스를 만들려면 산딸기 5개, 꿀사과 5개로 넣으면 된다는 의미.

호준은 산딸기 5개와 꿀사과 5개를 넣고서 과일 모드를 선택했다.

【자동 믹서기 작동 모드를 선택해주십시오】

【원액 추출】【가루 분쇄】

【원액 추출모드는 재료를 압축해 원액을 추출합니다】

【가루 분쇄모드는 재료를 건조시켜 가루로 만듭니다】

고민 없이 원액추출 모드를 클릭하자 믹서기가 작동을 시작했다.

철그덕

【자동 믹서기가 작동을 시작합니다】

【재료가 떨어질 때까지 계속 작동합니다】

취이이이익

깔때기 밑에서 둥그런 판이 내려와 과일을 고압으로 짓눌렀다.

압력을 가하면 가할수록 진한 원액이 유리병에 가득 담겼다.

쪼르르르

향은 시름을 잊게 해줄 만큼 감미로웠다.

“으음….”

“하아….”

호준은 별이와 마찬가지로 작게 탄식하며 입맛을 다셨다.

그렇게 압착 과정이 1분 정도 이어지고 조합 주스가 완성되었다.

【산딸기 사과 주스(4급)을 제작했습니다】

【기기 소유자의 특전이 자동으로 적용됩니다】

【요정왕 특전으로 주스 등급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퀘스트 목표 : 조합 주스 1 / 5개】

【퀘스트 성공까지 4개 남았습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무려 4등급 주스를 1분 만에 뽑아내는 데 성공.

4등급은 지금까지 만든 주스 중 가장 높은 등급이었다.

무엇보다 재료만 넣어주면 만들어지기에 제작이 손쉬웠다.

호준은 옅게 웃으며 새로운 생각을 했다.

‘가판대를 어디다 놓을까.’

새로 얻을 가판대 생각에 가슴이 콩콩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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