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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너무 잘함-14화 (14/200)

014. 농사 시작 (5)

호준은 퀘스트 내용을 읽고 또 읽었다.

지금 보는 퀘스트는 그동안 본 퀘스트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메인 퀘스트】 요정국을 건설하라.

【퀘스트 기한】: 기한 없음

【퀘스트 목표】: 많은 이들에게 음식을 제공해 행복을 전파하세요! 보다 많은 이들이 행복할수록, 요정국 건설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퀘스트 설명】

*요리를 먹은 사람들의 행복이 모여 요정국 건설의 기반이 됩니다.

*요리 맛이 좋을수록, 직접 키운 농산물로 요리를 대접할수록, 퀘스트 달성률이 많이 상승합니다.

*요리 가격은 퀘스트 달성률과 상관없습니다.

【퀘스트 달성률】: 0 %

【퀘스트 보상】

* 본인 소유 영토에 요정국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

* 요정국 내 입법, 사법, 행정권은 요정왕에게 있습니다.

* 요정국 건설 시 군인 요정을 선발할 수 있습니다.

* 모든 요정으로부터 무한한 신뢰를 얻습니다.

* 요정성 도면을 얻습니다.

* 세계수 묘목 1개를 얻습니다.

* ???을 획득합니다.

일종의 장기 퀘스트이고, 보상도 훌륭했다.

‘음….’

아주 꼼꼼히 읽고 나서 호준은 눈을 감고 머릿속을 정리했다.

결국 퀘스트가 말하는 바는 요리를 많이 만들어 팔라는 말이었다.

‘직접 키운 농산물로 요리를 해서 팔면 되겠군.’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어차피 요리해서 팔 생각이었으니까.

기존 계획에도 부합하는 퀘스트였다.

더군다나 보상도 있고.

호준은 다시 한번 퀘스트 보상을 살펴보았다.

‘괜찮네.’

【요정성 도면】

【세계수 묘목】

【???】

요정성, 세계수라는 아이템은 범상치 않아 보였다.

물음표도 무엇인지 궁금했고.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차근차근하자. 그러다 보면 퀘스트도 깨겠지.’

호준은 조급하게 마음먹지 않았다.

생각했던 대로 요리를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요리를 대접해보기로 마음을 잡았다.

아직 요리를 할 만큼의 재료가 있지 않으니 급하게 생각할 것 없었다.

쏟아지던 잠도 달아나 버렸기에 호준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아암!”

때마침 별이가 일어났다.

그녀는 졸린 눈을 비비며 말했다.

“으응. 완전 푹 잤어요.”

호준은 일어난 김에 별이에게 퀘스트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다.

이야기를 다 듣자 별이는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와. 그럼 퀘스트에 성공하면 세계수를 얻는 거네요. 완전 보고 싶어요!”

“그래. 차근 차근 하다 보면 성공하겠지.”

“거기다 요정성도 기대돼요! 성벽 서서 호숫가를 내려다보면 얼마나 멋질까요.”

“으음….”

호준은 그 광경을 상상하며 옅게 미소지었다.

지금 호숫가 근처에 사는 것도 멋지지만,

성을 짓고 호수 주위에서 사는 것도 멋들어질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아직 집이 없구나.’

농사를 짓느라 바빠서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금 보금자리에는 작은 움막조차 없었다.

‘나야 로그아웃하면 된다고 쳐도, 별이나 미르, 아무는 이곳에서 생활하는데. 집은 있어야 하지 않나.’

별이와 그에 관해 말해보니, 로그아웃한 시간 동안 별이와 요정들은 숲에서 뒹굴며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집이 없으니 잠자는 것도 그냥 노상에서 잘 수밖에 없다고.

호준은 남은 시간 동안 집을 짓기로 마음먹었다.

‘이왕이면 제대로 짓자. 제대로 쉴만한 집으로.’

그는 즉시 행동에 들어갔다.

먼저 제작 카탈로그를 두루 살피었고 적합한 건축물을 찾았다.

바로 나무 오두막이었다.

【나무 오두막】

【재료】 : 나무토막 100개

【크기】 : 5m × 5m

【설명】

【비를 피할 집이 필요하다면 나무 오두막이 딱입니다】

【풋풋한 나무 냄새를 맡을 수 있습니다】

【숲에서 잠자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나무 오두막에 누워 보세요】

【시원하고 쾌적해서 깊은 잠을 잘 수 있습니다】

【제작 (재료 부족)】【닫기】

‘이 정도면 괜찮겠다!’

나무 오두막은 크기도 적당했고, 부가설명도 마음에 들었다.

호준은 나무 오두막으로 결정하고서 그밖에 다른 가구도 살펴보았다.

카탈로그에는 다양한 가구가 있었는데 그중에서 필요한 것 하나를 추렸다.

‘풀 침대라….’

바로 풀 침대였다.

【풀 침대】

【재료】 풀 30개, 나무토막 10개

【설명】

【풀 침대는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실용적인 침대입니다】

【풀 침대의 크기는 키 150cm 이하에 적합한 크기입니다】

【이불대신 폭신폭신한 풀이 깔려있어 편안함이 예술입니다】

【제작(가능)】【닫기】

풀 침대는 움푹 파인 침대 틀 안에 풀이 가득 담겨있는 형태였다.

폭신폭신하다고 하니 침대 기능을 할 것 같고.

풀 침대 3개를 만들 재료를 가지고 있기에 바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럼 풀 침대 3개랑 오두막집 1개를 만들자. 30분 안에 만들려면 좀 서둘러야겠네.’

로그아웃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호준은 서둘러 재료 준비에 들어갔다.

풀 침대 재료는 준비되어있고, 추가로 필요한 재료는 오두막을 만들 나무토막 100개였다.

‘먼저 풀 침대를 만들고 요정들이 재료를 가져오는 대로 오두막을 만들자.’

그렇게 순서를 정하고서 호준은 별이와 계획을 공유했다.

아무와 미르를 데리러 호숫가로 가자 찰박찰박 물소리가 났다.

둘은 한참 수영을 하고 있었다.

“미르야! 아무야!”

“끼루루!”

호준이 손을 흔들며 부르자 미르가 물찬 제비처럼 호수 위로 날아올랐다.

공중제비를 한 바퀴 돌고 지면에 착지한 미르는 폴짝폴짝 뛰어왔다.

“무우우!”

아무도 부리나케 따라왔으나 속도에서는 미르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미르는 순식간에 달려와 호준의 품에 안겼다.

“미르야. 잘 놀았어?”

“끼우웅!”

매끈한 이마를 쓰다듬었더니 목을 핥아주었다.

【미르가 당신에게 애정을 표합니다】

호준은 작게 웃으며 미르의 엉덩이를 잘 받쳐 안았다.

곧이어 아무가 도착했다.

“무우우우…!”

아무가 볼을 붉히며 뿌리를 손 위로 슬그머니 내밀었다.

【아무가 당신에게 안기고 싶어 합니다】

“그럼. 우리 아무도 안아줘야지.”

호준은 마저 아무를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요정 둘을 양팔에 안은 채로 호준은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미르야. 아까처럼 나무를 해야 되는데.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아. 할 수 있겠니?”

“끼루루!”

【미르가 의욕에 불타오릅니다】

“고맙다. 그럼 별아. 너는 아무를 데리고 나무를 옮겨주렴.”

“넵! 잘 데리고 갔다 오겠습니다!”

미르를 바닥에 내려주자 쏜살같이 숲을 향해 뛰어갔다.

별이는 아무의 손을 잡고서 치마를 부여잡고 인사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아무!”

“잘 다녀와!”

그렇게 요정들이 나무를 하러 간 사이 호준은 홀로 제작에 들어갔다.

요정들이 쉴 만한 풀 침대를 만들고자 카탈로그를 열고 제작 버튼을 눌렀다.

‘다들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네.’

풀 침대 제작이 시작되었다.

【풀 침대 제작을 시작합니다】

【풀 10개와 나무토막 30개를 잃었습니다】

떠오른 화면 중앙에는 장작이 회전하고 있었다.

【화면 속 장작을 두 쪽으로 갈라주세요】

‘얼마든지.’

호준은 지시대로 도끼로 장작을 내리찍었다.

빠각 빠각

빠가각

장작 패는 소리가 끝없이 이어졌다.

은은하게 미소짓는 호준의 이마를 따라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 * *

‘이제 마지막이다.’

호준은 도끼를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내리찍었다.

빠각

도끼는 장작을 정확히 두 동강 냈다.

이어서 나타나는 메시지를 보며 호준은 소리 없이 웃었다.

【풀 침대를 제작했습니다】

【풀 침대 1개를 얻었습니다】

【제작 스킬을 레벨업했습니다】

3번째 풀 침대를 마련하는 데 성공한 순간이었다.

때마침 나무를 하러 간 일행이 돌아왔다.

“오오! 이건 침대네요! 보들보들해요!”

“끼루루!”

“……!”

아늑한 풀 침대를 만지작대며 별이는 환하게 웃었다.

미르는 풀 침대에 머리를 푹 파묻고 흡흡 냄새를 맡느라 바빴다.

아무는 이미 그 안에 들어가서 뿌리를 휘적휘적대며 웃고 있었다.

다들 만족스러워하는 걸 보니 호준은 왠지 뿌듯했다.

‘만들기를 잘했네.’

조금 품이 들기는 했지만 고마운 마음에 비해 이 정도는 전혀 아깝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호준 님!”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

호준은 넉살 좋게 웃자 별이가 어깨에 냉큼 앉았다.

그녀는 풀로 볼을 살살 간지럽혔다.

호준은 그 장난을 받아주며 장작을 부지런히 챙겼다.

“금방 돌아왔네.”

“미르가 꼬리치기를 점점 잘 하더라구요. 일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요. 그나저나 이제 집 만드는 일만 남았네요.”

“그렇지. 침대는 그 안에 두면 되겠다.”

“호준 님이 안 계시는 동안 집은 저희가 지키고 있겠습니다.”

이야기하는 사이 나무토막을 다 주웠다.

호준은 재료가 준비되자 과감히 【제작】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처음으로 건물 건설을 시작했다.

【나무 오두막 제작을 시작합니다】

【본 건물의 제작은 최대 3명까지 참여 가능합니다】

【제작을 시작한 사람이 제작 경험치를 가져갑니다】

【화면 속 장작을 두 쪽으로 갈라 주세요】

곧 세 개의 화면이 떠올랐는데 각 화면에는 장작이 놓여있었다.

기존처럼 장작을 가르면 되는 방식인데 다른 점은 3명이 할 수 있게 화면이 3개라는 사실.

‘음. 경험치는 내가 가져가는데 3명이서 나무를 패니까 제작 속도는 빨라지겠군.’

요리보고 저리 보아도 이득이었다.

3명이 함께 나무를 패니 빨리 제작할 수 있고.

제작 경험치는 제작을 시작한 사람, 즉 자신이 다 가져갔다.

별이는 메시지를 같이 읽고서 이해를 마쳤는지, 스스로 자원했다.

“호준 님! 제가 미르랑 같이 하겠습니다. 저랑 미르, 호준 님 셋이서 하면 금방 성공할 거 같아요.”

“그래. 그 방법이 좋겠다.”

호준도 그 생각이었기에 흔쾌히 자원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오두막집 제작이 시작되었다.

무려 3명의 멤버들이 각각 화면 앞에 서서 장작을 패기 시작했다.

“크아아앙!”

미르는 꼬리치기로 장작을 박살내 버렸고.

슈슈슈슈슛―

별이는 바람을 쏘아 장작을 칼로 자른 듯 도려냈다.

쫘자자작―

호준 역시 부지런히 장작을 빠갰다.

그렇게 호준, 미르, 별.

셋이 동시에 장작을 팼다.

【장작을 완벽히 쪼갰습니다】

【나무 오두막 제작이 5% 완성되었습니다(35% 달성)】

【장작을 완벽히 쪼갰습니다】

【나무 오두막 제작이 5% 완성되었습니다(40% 달성)】

메시지가 비처럼 주룩주룩 쏟아졌다.

읽을 틈도 없었고 굳이 읽을 필요가 없었다.

빠각!

【장작을 완벽히 쪼갰습니다】

【나무 오두막을 제작했습니다】

【제작 스킬을 레벨업했습니다】

【원하는 위치에 오두막을 배치해주세요】

불과 5분도 안 되어서 집 한 채를 얻는 데 성공했다.

그냥 집도 아니고, 널찍한 내부 튼튼한 외관을 가진 집을.

호준은 호숫가가 한눈에 보이고 농지와 가까운 곳에 집을 설치했다.

집 안에 풀 침대를 들여놓자 떠날 시간이 되었다.

그는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다녀올 테니까 다들 잘 있으렴. 풀 침대에서 잠도 자고. 배고프면 산딸기도 따 먹고.”

“걱정 말고 다녀오세요! 잘 돌보고 있겠습니다!”

별이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씩씩한 별이와 달리 아무와 미르는 시무룩한 얼굴로 발치를 빙빙 맴돌았다.

은근슬쩍 몸도 비비적대면서.

【아무가 당신의 부재에 아쉬움을 느낍니다】

【미르가 꼬리를 돌돌 말며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아쉽지만 헤어질 시간이었다.

호준은 둘의 엉덩이를 토닥여주며 인사했다.

“금방 돌아올게. 다들 잘 쉬고 있어!”

“다녀오세요!”

“아무우우!”

“끼루우!”

접속 해제 버튼을 누르자 요정들이 서서히 흐릿해졌다.

요정들은 흐릿해가는 와중에도 계속 손을 흔들었다.

호준도 마찬가지로 계속 손을 흔들었다.

‘내일도 기대되네.’

호준은 다음 만남을 기대하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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