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를 너무 잘함-6화 (6/200)

006. 농사 준비 (1)

“호준, 아들의 목숨이 자네에게 달려있네. 제발 땡땡 무늬 버섯을 부탁하네.”

“잠시만 기다리고 계십시오. 조금 있다가 갖다 드리겠습니다.”

“고맙네. 그럼 기다리고 있겠네. 고맙네!”

간절한 호소를 마친 촌장은 부여잡은 손을 놓고 아들을 안고 나무 근처로 갔다.

그는 의식을 잃은 아들을 그늘에 눕히고 손수건으로 아들의 이마를 적신 땀을 닦았다.

시종일관 아들만 바라보는 촌장을 보니 측은지심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처음 해보는 퀘스트라 궁금하기도 했다.

호준은 노인에게서 시선을 떼고 차분히 퀘스트 창을 바라봤다.

【직업 퀘스트】 농사를 시작하세(1)

【퀘스트 제한 시간】: 30분

【퀘스트 목표】: 촌장에게 땡땡 무늬 버섯 5개를 주기

【퀘스트 설명】: 아들이 원인 모를 복통으로 쓰러지자 촌장이 깊은 시름을 잠겼습니다.

하필 그날 아침, 정체 모를 도인이 “땡땡 무늬 버섯을 모아 두게.”라고 말했다는데.

촌장은 아들을 구하고자 버섯을 가져오는 이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고자 합니다.

【퀘스트 보상】: 무료 농지 지급, 촌장과의 호감도 +10, 연계 퀘스트 진행

퀘스트 내용을 요약하니 간단했다.

‘30분 안에 땡땡 무늬 버섯 5개를 구하면 되겠군.’

그를 위해서는 먼저 땡땡 무늬 버섯 위치를 알아야 했다.

호준은 머리맡 근처를 날아다니는 별이에게 버섯의 위치를 물었다.

“별아. 땡땡 무늬 버섯이라고 들어 봤어?”

“음. 땡땡 무늬 버섯이라면 버섯밭에 종종 나옵니다. 다만 문제가 있는데.”

“문제라면?”

“문제가 땡땡 무늬 버섯은 움직이는 버섯이에요.”

“움직인다고?”

“네. 일반적인 버섯과 달리 잠깐 숨 쉬러 바깥에 나왔다가 지하로 숨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왔을 때 꼭 잡아야 돼요. 땅속으로 들어가면 찾기가 골치 아프답니다. 꽤 깊이 숨어버리니까요.”

“신기하군. 버섯인데 굴을 팔 수 있다니. 두더지도 아니고 말야.”

“희한한 버섯이긴 하죠.”

“어쨌든 위치는 알았으니 그쪽으로 가자.”

“넵!”

두더지 같은 땡땡 무늬 버섯을 따기 위해 호준은 별이의 안내를 받아 버섯밭으로 갔다.

버섯밭은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이 보라색 버섯들. 독버섯은 아니겠지?”

“독은 없습니다. 다 식용 가능한 버섯이에요.”

밭에는 무릎 높이까지 오는 보라색 버섯이 바람에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토실토실하게 살찐 버섯이었다.

만져보니 스펀지처럼 폭신폭신했다.

【보라 버섯 10 등급】

【보라 버섯 10 등급】

【보라 버섯 10 등급】

‘10등급이면 하급이겠군.’

등급 시스템은 농산물과 요리 등 다양한 아이템의 품질을 의미했다.

등급의 범위는 10급에서 1급으로, 그다음 특 10급에서 특1급까지 존재했다.

등급은 10급에서 1급으로 갈수록, 그냥 등급보다는 ‘특‘자가 붙을수록 더 좋은 것이었다.

즉 최하위 등급은 10급이고, 반대로 특 1급이 제일 최고 등급이었다.

‘등급이 높을수록 맛과 향이 풍부하고 비싸다고 했지.’

버섯이 10급이든 아니든 지금은 버섯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땡땡 무늬 버섯을 5개 찾아야 했는데 아쉽게도 밭에 땡땡 무늬는 보이지 않았다.

호준은 땅을 파볼까 잠시 고민했다.

‘일단 밭을 뒤져보고 결정하자.’

밭이 제법 넓어서 호준은 별이와 구역을 나누어 밭을 수색했다.

별이가 왼편으로, 호준은 오른쪽 구역을 맡았다.

호준은 자신이 맡은 구역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밭의 흙은 폭신폭신해서 걸을 때마다 발이 살짝 빠졌다.

한 발자국 걸을 때마다 버섯이 무릎을 스치며 무릎이 간질간질했다.

호준은 부지런히 발을 놀리며 꼼꼼히 밭을 살펴보았다.

밭의 절반 즈음을 가로지르던 순간.

퓨퓨퓨퓻!

앞쪽에서 수상한 소리가 났다.

워낙 조용했기에 소리를 못 들을 리 없었다.

그는 숨을 고르며 소리가 나는 곳을 날카롭게 바라보았다.

그 순간, 드디어 발견했다.

‘찾았다.’

기다리던 목표물을.

목표를 발견한 호준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보라색 바탕에 흰 땡땡 무늬.

명백한 땡땡 무늬 버섯이 흙을 비집고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땡땡무늬 버섯 9등급】

메시지로 땡땡 무늬 버섯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버섯이 완전히 지상으로 올라오자 호준은 버섯을 공격할 타이밍을 체크했다.

현재 그와 버섯과의 거리는 대략 1.5m 정도.

몸을 던져 버섯을 따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렇게 몸을 던질 마음의 준비를 마치는데 버섯 위로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호준은 메시지를 보는 순간 눈이 댕그라니 커졌다.

‘이게 뭐지?’

【땡땡 무늬 버섯이 지하로 돌아가기 전까지 10초 남았습니다.】

【땡땡 무늬 버섯이 지하로 돌아가기 전까지 9초 남았습니다.】

【땡땡 무늬 버섯이 지하로 돌아가기 전까지 8초 남았습니다.】

【땡땡 무늬 버섯이 지하로 돌아가기 전까지 7초 남았습니다.】

호준은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침착하게 마음을 가다듬었다.

아무래도 땡땡 무늬 버섯의 특징 아닐까 싶었다.

아마도 지하로 들어가는 시간이 숫자로 보여주는 게 당연한 모양이라고.

그렇게 별다른 의심 없이 숫자를 받아들였다.

【지하로 돌아가기 전까지 5초 남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땡땡 무늬 버섯을 잡는 일이었다.

호준은 고민 없이 몸을 던지며 손을 뻗었다.

버섯의 몸통이 손아귀에 잡히는 순간 그는 손에 힘을 주어 버섯을 뽑았다.

아예 버섯을 뿌리째 뽑아버렸다.

퓩 퓩!

뒤늦게 위기를 알아차린 버섯이 뿌리 끝에서 바람을 뿜었다.

그러나 이미 잡힌 몸이 도망치기는 너무 늦어버린 상황.

호준은 의기양양하게 버섯을 쥐고 높이 들어 올렸다.

그의 눈앞으로 승리의 메시지가 떴다.

【땡땡 무늬 버섯(9등급)을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목표: 땡땡 무늬 버섯 1/5개 달성】

【퀘스트 성공까지 4개 남았습니다】

‘이제 4개 남았군.’

호준은 버섯을 챙기고서 무릎을 털고 일어섰다.

그리고 또다시 사냥감을 찾았다.

새로운 사냥감은 무방비하게 바람 소리를 내며 등장했다.

퓨퓨퓻!

또 다른 땡땡 무늬 버섯이 흙을 머리로 파헤치며 땅 위로 올라왔다.

호준은 가차 없이 버섯을 뿌리째 뽑아버렸다.

두 번째 버섯을 획득한 순간이었다.

【땡땡 무늬 버섯(9등급)을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목표 : 땡땡 무늬 버섯 2/5개 달성】

【퀘스트 성공까지 3개 남았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끝나겠는데.’

호준은 연이어 버섯 뽑기에 재미를 느꼈다.

새 버섯을 인벤토리에 집어넣고서 그는 귀를 쫑긋 세웠다.

손에는 흙이 묻었지만 그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피어 있었다.

* * *

“아니, 자네. 벌써 일을 끝낸 것인가. 버섯을 가져온 게야?”

“네. 여기 땡땡 무늬 버섯을 다 준비했습니다.”

별이가 버섯 1개를 구하는 데 성공해 호준은 금방 퀘스트를 마칠 수 있었다.

호준이 건넨 버섯 5개를 받아들며 촌장은 헤벌쭉 웃으며 꾸벅꾸벅 인사했다.

“정말 고맙네. 이리도 구해 오다니. 자네 정말 대단하구만.”

“별말씀을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내 자네 이름을 기억해 두겠네. 호준. 자네에게 내 마음을 담은 보상을 주고 싶네만. 아들에게 버섯을 먹일 동안 잠시 기다려줄 수 있겠나.”

“그럼요. 천천히 하십시오.”

“그럼 잠깐만 기다려주게.”

말을 마친 촌장은 누워있는 아들을 일으켜 검붉은 입술을 열고 버섯을 욱여넣었다.

거의 쑤셔 넣다시피 버섯을 집어넣는 걸 보니 저래도 되나 싶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버섯이 입에 닿자마자 검붉은 입술에 생기가 감돌고 연분홍색으로 변했다.

거무죽죽하던 피부도 하얀색으로 돌아왔다.

곧 생기 가득한 얼굴을 한 아이가 눈을 떴다.

“으음… 아 아버지?”

“아이구. 이 녀석아. 바닥에 떨어진 건 주워 먹지 말라고 하질 않았어. 너 또 길바닥에 떨어진 걸 주워 먹은 거 아니냐.”

“아… 그게 보라색 사과가 떨어져 있길래 그만… 제가 오래 기절했나요?”

“이 녀석아. 저 호준이라는 분 아니었으면 넌 계속 누워있을 뻔했다. 얼른 인사드려라. 네 생명의 은인이시다.”

“가 감사합니다. 호준 님.”

안색이 파리한 필립이 넙죽 인사를 하자 호준은 어색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필립이 원래대로 고개를 드는 순간, 호준의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퀘스트 성공】

【퀘스트 보상으로 농지 9개를 얻었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촌장과의 호감도가 +10 올랐습니다】

“오오, 농지가 9개나. 호준 님 축하드려요!”

“그래. 고맙다.”

별이의 축하를 들으며 호준은 새로 얻은 농지를 바라보았다.

【농지】

【보유 개수 : 9개】

【농지 크기 : 1m × 1m 】

【상세 설명】

【원하는 곳에 농지를 설치하면 작물을 심을 수 있다.】

【하나의 농지에 하나의 작물만 심을 수 있다.】

【농지를 설치하는 장소로는 햇볕이 잘 드는 곳을 추천한다.】

호준은 농지를 설치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잠시 생각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호숫가는 농사하기에 적절해 보였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을 때 인위적인 시설이 없고 햇빛도 잘 비치고 경관도 훌륭했다.

배를 만들어서 물놀이를 해도 운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농사할 땅을 내정하는데 노인의 기침 소리가 들렸다.

촌장이 공손하게 손을 모은 채로 있었다.

아. 잠시 딴생각을 하느라 촌장님을 잊을 뻔했다.

호준은 촌장님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러자 촌장님이 품에서 뭔가를 꺼내 내밀었다.

“크흠. 호준 군. 이걸 받아주게나.”

“이건…?”

【행운의 동전을 얻었습니다】

촌장이 건넨 것은 닳고 닳은 동전이었다.

숫자가 없고 빛이 바랜 구리 동전.

동전은 딱 보기에도 세월이 흔적이 묻어 있었다.

호준이 의아한 듯 바라보자 촌장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 동전은 40년 동안 지닌 행운의 동전이네. 아무것도 없던 요나스 마을을 일으킬 때 항상 가지고 다니던 동전이지. 내 상징이라고 해도 좋네.”

“40년 동안 가지고 다닌 동전이라면 정이 많이 들었겠군요.”

“많이 들었다마다. 잠시 자네가 가지고 있게.”

“네? 잠시라면….”

“완전히 주는 것이 아니고 잠깐 동안 자네에게 빌려주고 싶군.”

호준이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자 촌장이 순박한 미소를 하며 말했다.

“원래 이방인이 마을에 정착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네. 스킬을 배우는 데는 돈이 필요한 법이니까. 그러나 자네에겐 특별히 무료로 기술을 전수받을 기회를 주고 싶네. 그 행운의 동전을 마을 사람에게 보여주면 무료로 스킬을 배울 수 있을 거야. 동전을 보여주기만 하면 다들 알아들을 걸세.”

정리하자면 무료로 스킬을 배울 수 있다는 말이었다.

동전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호준은 촌장이 자선사업가로 보였다.

호준은 촌장의 제안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촌장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웃으며 말을 이었다.

“허허. 스킬을 다 배우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나. 기다리고 있겠네.”

그렇게 촌장의 말이 끝나자 메시지가 떴다.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직업 퀘스트】농사를 시작하세(2)

【퀘스트 제한 시간】: 1시간

【퀘스트 목표】: 마을에서 생산 스킬 5개를 배우고서 촌장에게 말을 거시오.

* 5대 생산 스킬 : 농사, 목축, 낚시, 요리, 제작

【퀘스트 설명】

촌장이 아들을 구해준 일에 감사를 표하고자 합니다.

행운의 동전을 마을 사람에게 보여주면 무료로 스킬을 배울 수 있다고 넌지시 일러줍니다.

무료로 스킬을 배울 기회는 거의 없다고 은근슬쩍 말합니다.

【퀘스트 보상】: 튼튼한 쇠도끼 1개, 촌장과의 호감도 +10, 비옥한 농지 만들기(1) 연계 퀘스트 진행

이번에는 무료로 스킬과 쇠도끼를 얻는 퀘스트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