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 잠자는 황궁의 리리샤
후궁의 저택에서 오래된 마도구를 찾았다.
모든 것이 모자라던 어린 시절, 루디가 만들어준 것이다.
새엄마에게 구박받던 신데렐라가 왕자님을 만나 행복해지는 이야기의 영상.
그때는 몰랐지만, 루디는 깊은 밤 리리샤를 위해 여러 번 전등 마도구를 수정했었다. 신데렐라를 보여준 뒤에는 다시 전등으로 바꾸어 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그녀의 곁에는 수도 없이 많은 마도구가 있지만 그 당시 후궁의 저택에는 전등도, 물이나 불 마도구도 당장 사용할 것밖에는 없었다. 그 당시에는 모든 것이 귀하고 소중했다.
리리샤는 침대 위에 옆으로 톡 누워 마도구를 배에 갖다 댔다.
주문을 외워 마도구를 가동하자 살아움직이는 것 같은 영상이 눈앞에서 흔들흔들 움직였다. 신데렐라와 왕자님이 만나 춤을 추고 열두시를 알리는 종소리에 도망치는 모습을, 배에 손을 댄 채 가만히 본다.
"...."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어두운 공간 속, 지금과 달리 한 마리였던 봉황이 책상 위에 깃들면 작은 손으로 열심히 펜을 움직이던 루디의 모습을, 리리샤는 잊지 않았다. 언제나 마음 한 곳에 그 모습이 존재하고 있다.
"이게 아버지가 만든 거야."
리리샤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지만, 그녀의 배는 잠잠했다.
"...."
리리샤는 가만히 손을 배에 대고 있다가 물었다.
"타이라, 정말로 내가 하는 말이나 생각을 뱃속에 있는 아기가 알아듣는다고 생각해?"
침대 옆 바닥에 무릎을 꿇고 가만히 리리샤의 배를 쳐다보던 타이라가 말했다.
"아니요."
"...그렇지?"
"저는 폐하가 굉장히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요, 아기가 뱃속에서 모두 듣고 있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해요."
"...."
루디는 바다에 나가기 직전까지 매일 리리샤의 배에 손을 대고 아기한테 말을 걸었다. 리리샤가 왜 내 배에 대고 말을 하느냐고 묻자, 굉장히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우리 아이한테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려주는 거야. 기다리고 있으니 건강하게 태어나 달라고 말하는 거지. 뱃속에 있어도 아이는 모두 듣고 있으니까.]
그래서 리리샤도 따라 하고 있는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다.
타이라가 침대 위에 머리만 살짝 얹었다. 고개를 기울여 뺨을 이불에 대고 리리샤와 얼굴을 마주한다.
"생각해 보세요, 마마. 갓 태어난 아기도 말을 못 알아듣잖아요? 한데 뱃속에 있는 애가 어떻게 사람의 말을 알 수 있겠어요. 아무리 천재라도 불가능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폐하가 너무 진지하니까."
"그렇죠. 폐하 앞에서는 도저히 이런 말 못 하죠. 하지만 폐하는 남자잖아요? 그러니까 잘 모르는 거예요."
"절대 동감."
자기 뱃속에 있으니까 알 것 같다. 아기가 말을 알아듣는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거라는걸.
만일 아기가 말을 알아듣는다면 [네 엄마는 정말 멋진 사람이란다. 세계 최강의 기사야. 검을 휘두를 때마다 수십 명의 사람이 나가떨어지지]라고 말했을 때 잠잠할 리가 없다.
그렇게 시시때때로 움직이면서 엄마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말해줄 때마다 조용할 리가 없어.
"...알아듣는 걸까."
"마마,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해요."
타이라의 시선이 허공에 머문다.
리리샤의 눈동자도 공간을 가득 메운 신데렐라를 향했다.
신데렐라의 마지막 장면이다. 마중 나온 왕자님을 따라 궁으로 간 신데렐라가 행복하게 춤을 추고 있었다.
"이 장면이 제일 좋아요."
타이라의 말에 리리샤는 작게 웃었다.
"나는 왕자님이 마중 나올 때가 가장 좋더라."
"거기도 좋죠. 하지만 행복의 완전판인 이쪽이 저는 더 좋아요."
"하지만 말이야...."
***
"...그건...말이지...하암."
리리샤가 하품을 한다. 눈은 이미 반쯤 감겨 있었다.
타이라는 잠시 동안 리리샤의 말이 되지 않는 대화에 응하다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이불을 리리샤의 몸에 덮어준다.
새근새근 숨을 쉬는 리리샤의 얼굴은 어린아이 같았다. 실제로도 아이 같아서 한 번 잠들면 잘 깨어나지 않는다.
그런 경향은 임신하고 나서 더욱 심해져, 그야말로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였다.
약간 떨어진 곳에 있던 시녀가 다가와 침대의 휘장을 내렸다.
타이라는 조용히 침대에서 물러났다.
창을 덮고 있는 커튼의 틈새가 있는지 일일이 살핀다.
이미 불 마도구가 은은하게 방을 덥히고 있지만, 창문과 벽에서 전해지는 찬 기운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차가운 밤공기가 작은 틈새를 타고 들어온다.
'겨울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황제가 궁을 떠날 때만 해도 한창 더울 무렵이었건만 어느새 밤은 겨울처럼 춥다.
"타이라 님도 이제 좀 쉬세요."
오늘의 당번을 맡은 시녀 두 명이 웃으면서 휴식을 권했다. 타이라는 그들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한 뒤 조용히 방을 나왔다.
복도를 메우고 있는 쌀쌀한 바람에 몸이 살짝 떨렸다. 타이라는 양손으로 자신의 뺨을 탁, 소리가 나도록 쳤다. 조금 느슨해져 있던 마음을 다잡아야 할 시간이다.
...아프다.
타이라는 얼얼한 뺨을 만지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정말, 마마 곁에 있으면 깜빡 흘러가버린 다니까. 정신을 바짝 차려야 되는데.'
작게 한숨이 나왔다.
제국의 황후가 임신을 했다.
그렇게 엄청난 일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며 보살피는 시녀들의 압박감은 엄청났다. 항상 긴장해야 한다. 잘못해서 태아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몸통에서 머리가 떨어져 나가 버린다. 그게 누구의 잘못이든 상관없다.
하지만 느긋하고 태평한 리리샤와 있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긴장감이 희미해졌다.
'정말 곤란해.'
그래도 시녀들과 함께다. 하마터면 지금쯤 혼자 외로이 이 세상 전체와 싸울 처지가 되었을지 모른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다행이다.
'뭐, 그전에 머리가 떨어졌겠지만.'
타이라는 입을 가리고 킥킥 웃었다.
지금에야 웃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나름 처절한 심정이었다.
리리샤의 임신이 처음 밝혀졌을 때, 타이라는 모든 사람과 싸울 각오를 다졌다.
아이를 갖고도 온갖 집안일을 하며 출산 직전까지 몸을 움직이는 초원의 여자와 달리, 제국은 임신한 여자의 외출을 잔인할 만큼 금지한다. 방에서 내보내지 않았다.
신분이 높을수록 그런 경향은 심해서, 조금이라도 유산할 위험이 있다거나 집안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아이를 낳을 때까지 침대에 묶어두듯이 감금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심지어 남작 부인마저도 태아를 위해서는 그렇게 과장된 조치를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누구보다 황후의 편일 터인 남작부인마저도 그렇다. 다른 사람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래도 싸운다고 결심했다. 목숨을 잃게 되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리리샤가 자신을 구한 것처럼, 이번에는 그녀가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임신 기간 내내 숨 막히게 구속한다면 리리샤는 반드시 무너져버릴 테니까. 그렇게 되도록 놔둘 수는 없었다.
"...."
지금 되돌아보면 조금은 바보 같은 생각이다. 자신에게 무슨 힘이 있다고 그런 싸움을 할 수 있을까. 시작도 하기 전에 조용히 리리샤의 곁에서 배제되어 황궁에서 쫓겨나기나 했겠지.
아니, 그전에 싸울 필요가 없었다.
'정말 나는 바보야.'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황제는 리리샤의 옷과 신발, 주변의 환경 등에 대해서는 전에 없이 엄격하게 대했지만, 방에 억류하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황후가 매일 산책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음악을 들어야 한다고 명령을 내렸다. 아무도 황후의 행동을 제한하지 못하게 했다. 황후가 느끼는 행복이 바로 태아의 행복과 직결된다고, 그렇게 말했다.
황제의 그런 말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리리샤의 상황은 끔찍했을 것이다.
방에 갇혀, 침대에 묶여, 햇빛조차 들어오지 못하도록 겹겹이 막아둔 방에 혼자 있었겠지. 한 나라의 후계자라는 건 황후의 마음이 무너지는 것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니까.
물론 리리샤 황후는 그런 뒷면은 손톱만큼도 모르고 있다.
제국의 황제가 황제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그때만큼 절실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타이라!"
"?"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레빈이 히죽 웃고 있었다.
"뭘 그렇게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거야?"
어째서 바다에 나가있을 사람이 황궁 복도에 있는 건가, 생각하다가 깜짝 놀랐다.
"폐하가 돌아오셨습니까?"
"그래, 황후 마마가 보고 싶다 하셔서 말을 달려왔다. 폐하는 황후궁으로 들어가셨어."
타이라는 자기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냈다.
"으아."
레빈이 이상하다는 듯 타이라를 내려다본다. 하지만 그것도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당황했다.
"어쩌지. 마마는 지금 이상한 복대 하고 있는데."
"이상한 복대? 그게 뭔데?"
"마마가 그림을...."
타이라는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레빈이라도 그걸 말해줄 수는 없다.
리리샤는 자수도 못하지만 그림도 못 그린다. 그쪽 계통이 아예 절망적이다. 바느질도 못하고, 글씨도 그리 예쁘지 않았다.
아니, 타이라가 볼 때 글씨는 나름 예쁜 것 같은데, 황족이라는 게 워낙 하나같이 글씨를 잘 쓴다. 하루 종일 글만 쓰는지 선 하나 긋는 것도 예술이야.
글 선생님 말에 의하면, 황후마마가 쓴 글씨는 거기에 비하면 쥐가 글자를 뜯어먹는 것 같다고 했다.
리리샤는 뭔가 앉아서 차분히 하는 분야가 전혀 안 맞는 것 같다.
레빈이 킬킬 웃으며 말했다.
"아아, 황후마마가 쓴 그림 이야기 말하는 건가?"
"어, 그걸 어떻게 알고 있나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자, 레빈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봐, 이 황궁 안에서 시종한테 뭔가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폐하도 알고 계십니까?"
"물론이지. 직접 보여드리지는 않았지만 내용은 이미 알고 계신다."
"망했다."
"괜찮아. 오히려 폐하는 기대하고 계시니까. 뭐라더라, 세계 최초의 동화라던가? 우리 리리샤는 정말 대단한 재능을 가진 거라면서 시종에게 자랑하시더라."
"...."
폐하는 조금 이상하다. 이상해서 다행이기는 한데, 어쨌든 그게 그렇게 자랑할 만한 것이 아니다.
리리샤는 자신의 오랜 꿈을 긴 천에 그림으로 그려 넣었다. 아기가 아직 글자를 모를 테니 그림을 그리는 거라던가, 뭐라던가.
태아가 말을 알아듣는다는 황제의 말이 진짜일지도 모른다며, 자신과 황제의 만남에서부터 위기에 빠진 남편을 구하는 황후의 활약을 촘촘하게 그림으로 그려 넣었던 거야.
당연히 모두가 허풍이고 거짓말이다.
게다가 백마를 타고 달려가 수만의 적을 무찌르는 황후가 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나는 직접 보지는 못했는데, 그게 그렇게 엉망인가?"
"...등장인물이 여자고 남자고 말이고 간에 모두 구분이 안 갑니다."
"...."
게다가 엉성하게 감아놓은 복대는 보기에도 안 좋다. 황제 앞에서는 항상 완벽하게 예뻤으면 하는 황후의 바람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타이라는 다시 황후의 방으로 돌아갔지만, 이미 시녀들이 모두 밖으로 나와 있었다.
눈으로 복대를 숨겼는지 묻자, 시녀들이 고개를 저었다. 다들 한숨이다.
그 부끄러움을 감당해야 하는 건 우리 모두의 몫이다.
다들 한숨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
침대의 휘장을 살짝 젖히자, 새근새근 숨 쉬는 리리샤의 얼굴이 보였다. 입을 약간 벌리고 뭔가 말하는 것처럼 입술을 달싹거린다.
'꿈을 꾸는 건가.'
가만히 귀를 기울이자, 루, 라고 말하는 작은 소리가 들렸다.
"내 꿈을 꾸고 있나."
귀엽다. 자면서도 자신을 그리워할 만큼 좋아해 준다면, 얼굴에 줄만 그은 진짜 호박이라도 귀엽지 않을까.
언제 들어왔는지 남작 부인이 침대 옆에 서서 조용히 몸을 낮췄다.
"폐하, 날이 춥습니다. 시종장이 저에게 폐하를 부탁하셨어요. 잠시 몸에 손대는 걸 용서하십시오."
황궁으로 돌아오자마자 간단하게 물에 몸을 담그고 먼지를 떨어뜨렸다. 시종들이 서둘러 마무리를 했지만, 마음이 바쁜 탓에 멈추게 했다. 그 때문에 머리가 약간 젖어 있었다.
적당히 말렸으니 그냥 두어도 금세 마른다. 하지만 시종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남작 부인이 조용히 다가와 천으로 머리카락을 감쌌다. 부드러운 손길로 머리를 말리면서 작은 소리로 황후의 상태에 대한 보고를 올렸다.
"...마마께서 요즘 들어 태동을 느끼고 계십니다. 처음에는 내장이 움직인다고 생각하신 모양이에요. 나는 신기하게 몸속의 장이 움직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황후다운 말이구나."
남작 부인이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꼭꼭 누르며 작게 웃었다.
"특별히 몸에 받지 않는 음식은 없던가?"
"예, 입덧하실 때가 거짓말인 것처럼 모두 잘 드십니다."
촛불이 흔들리면서 리리샤의 얼굴에 닿은 루디의 그림자가 괴물처럼 흔들렸다. 하얀 얼굴이 어둠에 삼켰다 다시 나타난다.
"얼굴이 조금 동그스름해졌군."
"후후, 그런 말씀을 하시면 마마가 우세요. 매일 거울을 보고 폐하가 오시기 전에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이 귀여운데."
"저희도 그렇게 말씀드리지만, 아이 같아 보인다 하시며 싫어하십니다."
확실히 얼굴이 동그랗게 되자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인다. 몸이 커버린 채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다.
리리샤의 배에 느슨하게 감긴 천에 시선을 주자, 남작 부인이 웃음을 감추며 말했다.
"전에 말씀드린 이야기 복대입니다. 황후 마마가 저리 되고 싶었다고 하시더군요. 위험에 빠진 폐하를 구하는 흑기사가 되고 싶었다고."
살짝 손가락으로 복대를 둘추자 아이가 그린 것 같은 괴상한 그림이 보였다.
"저 괴물 같은 이빨은...."
"폐하의 것과 한 쌍인 황후마마의 흑마입니다."
"말에 저런 이빨은 아니지."
"강한 말이 가지고 싶었다고 하시더군요."
"불에 탄 것처럼 검은 괴물은 뭔가?"
"그게 황후 마마에요."
"괴물인 것 같은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정말로 우십니다."
"...."
"부디 칭찬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
아니, 정말로 대단하다고는 생각하고 있다. 이 시대에 아이를 위한 동화는 없는 거다. 그런데 스스로 동화라는 개념을, 그것도 태교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낸 거야. 우리 아이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다만, 그림이 좀....
다시 한번 그림을 들춰 보았지만, 여전히 잘 그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못 그렸다.
남작 부인은 머리가 얼추 마르자 손을 멈추고 물러갔다. 고개를 숙인 남작 부인의 어깨가 약간 흔들리고 있었다.
'웃고 있는 건가.'
배에는 이상한 그림의 복대를 감고, 손에는 오래된 마도구를 든 채 잠든 리리샤를 잠시 바라보다가, 루디는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
"다녀왔어, 리리샤."
내 귀여운 부인.
나란히 누워 잠시 리리샤의 얼굴을 보다 잠이 들었다.
*
다음 날 아침이 되었을 때 그녀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혼자 일어나 정무를 보러 본궁으로 향했다.
정신없이 바쁘게 일한 뒤 점심 식사를 함께 하자는 전갈을 보내려 하자, 시종장이 아직 깨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말했다. 실제로 확인해보니 여전히 자고 있었다.
오후가 되어 차 시간을 함께 하면 어떨까 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아직 이야기는커녕 돌아왔느냐는 인사도 받지 못했다. 리리샤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었다.
이제는 깨어났는지 황후궁으로 문의를 넣자 여전히 자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리고 저녁 식사 시간이다.
"...."
루디는 자신이 나갔을 때와 똑같은 얼굴로, 단지 방향만 바꿔서 자고 있는 리리샤를 내려다보았다.
"혹시 자는 게 아니라 기절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묻자 등 뒤에 서 있던 시녀들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니,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묻는 거다.
조금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시녀들의 대답은 일관되게 "주무시고 계십니다"였다.
진짜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