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예로 팔려간 곳이 황궁이었다-165화 (165/201)

#165 추억거리가 이상하다

높은 하늘에서 청명한 빛이 쏟아진다. 햇살은 몹시 더울 듯 보이는데, 의외로 피부에 닿는 빛은 기분 좋을 정도의 따뜻함을 품고 있었다.

푸른 나무와 너른 들판에서 맞는 자연은, 인위적인 것이 많은 지구에서와 달리 닿는 기분이 직접적이고 맑다. 지구에서의 가을은 아스팔트 때문인지 이런 기분이 되지 않았다.

아마 그런 게 느껴지는 것도 마음의 여유가 다소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어릴 때는 주변의 눈치를 많이 봐야 했다.

황제가 된 이후에는 미친 듯이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한눈팔 만큼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항상 어딘가 쫓기는 것 같았다.

지금은 다르다.

주변에는 항상 그의 마음을 살피는 시종이 있고, 병사들은 자신을 괴물 보듯 하는 귀족들과 달리 주군을 흠모해 준다.

자신만 쳐다보며 오매불망 기다려주는 리리샤의 존재도 컸다. 일을 끝내고 돌아갈 곳이 있다. 그녀가 있는 곳이 집이라는 느낌이다.

계속 진탕물에 발이 빠지며 걷는 것 같았는데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단단한 땅 위에 서 있는 자신의 발을 보게 된 듯했다. 아, 제국은 이제 나의 집, 내가 이 세상에서 뭔가 이루며 살아갈 곳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해야 할 일, 비참한 것들은 주변에 널려 있지만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을 구할 수는 없다. 그건 오만이다.

하지만 적어도 손닿는 곳에 있는 사람에게는 밧줄 하나 정도 내려주고 싶다.

지금의 자신이라면, 절망에서 기어올라 올 수 있는 한 줄기 빛 정도는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다.

루디는 눈을 가늘게 뜨고 왕도의 높은 성벽을 올려다보았다.

저 성벽 안에서 벌어지는 참상은 레빈의 편지를 통해 듣고 있었다. 다른 어떤 도시보다 심하다. 듣는 것만으로도 끔찍했다.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통제된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어 자식 굶어죽는 걸 눈앞에서 지켜본다고 한다.

성 안 어딘가에는 음식이 쌓여 있는 걸 아는데 손에 넣을 수 없다.

자신들은 배고픔을 맹물로 채우며 하루하루 죽어가지만, 귀족들은 흥청망청 먹고 마신 뒤에 남은 음식을 그대로 버리고 있었다.

그런 사실이 조금씩 퍼지면서 도시 안은 분노로 가득 차올랐다.

누군가 자신들의 오갈 데 없는 슬픔과 고통을 부딪칠 기회를 제공한다면, 그들은 지옥의 악마라도 상관없이 기쁘게 맞이할 거라고 레빈은 말하고 있었다.

그만큼 억눌린 분노가 도시 전체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

'레빈이 잘해주면 좋지만.'

루디는 속으로 중얼거리고 빙글 말을 돌렸다.

카니아 왕도를 멀리 앞두고 병사들이 천막 치기에 적당한 장소를 고르고 있다.

보좌관들은 주변에 서서 루디의 명령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반응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있었다.

보좌관 한 명이 루디 가까이 다가왔다.

"폐하, 이번에는 어찌할까요? 왕도 역시 전체를 포위하고 기다리십니까?"

루디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번에는 며칠만 기다려 보고 강제로 들어간다. 왕도 내부는 시간을 오래 걸 만큼의 상황이 되지 않아. 다른 도시의 눈도 있으니 길게 가져갈 이유도 없고."

루디는 어깨를 움츠리며 작게 웃었다.

"뭐, 잘 풀리면 안쪽에서 스스로 문을 열 거야."

보좌관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는 시종이면서 이번 전쟁에 보좌관으로 온 사람이다. 레빈의 일에 대해서는 루디보다도 잘 알 것이다.

"왕도는 카니아 자체를 상징하는 도시지요. 그들이 스스로 문을 연다면 다른 도시에도 영향을 줄 겁니다. 게다가 약탈과 유린도 없을 테고,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래."

보좌관들에게는 자신의 마음이나 바람 따위, 벌거숭이처럼 그대로 드러나있는 것 같다.

왕도의 주민이 스스로 문을 열고 제국군을 맞으면, 제국의 황제를 카니아 백성이 영접하는 형태가 된다. 그러면 굳이 약탈하고 유린할 필요도 없다.

이미 염탐꾼들을 통해 제국이 점령한 도시를 어떻게 대우하는지는 어느 정도 소문이 퍼져 있었다.

황제를 스스로 맞이하는 백성은 약탈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퍼지면 스스로 봉기하여 문을 여는 도시도 생길 것이다. 백성의 희생이 적어진다.

어쩌면 레빈도 루디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굳이 안쪽에서 민중을 선동해 문을 열고자 하는 건지도 모른다.

괜스레 얼굴이 붉어졌다.

"....너무 보지 마라."

그렇게 쳐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벌거벗긴 채 그대로 보여지고 있는 것 같다. 어이, 정말 부끄럽거든. 묘한 얼굴로 웃지 마라.

루디는 자신을 보고 빙글빙글 웃는 보좌관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다른 보좌관들도 마찬가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낯간지럽게 그러지 마라. 마음이 한없이 부끄러워질 것이다.

그날 저녁은 조용하게 지나갔다.

***

제국군이 도착했다.

이제 왕도는 끝장이다.

귀족도, 평민도, 모두 제국군 말굽 아래에 짓밟혀 죽어버린다.

그 절망이 전체를 움직인 시발점이었다.

분노에 사로잡혀 비보 궁정백작을 죽인 군중의 흥분까지 겹쳐서, 상황은 걷잡을 수없이 번졌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내 자식, 내 아내의 원혼이라도 달래고 마지막을 맞이하자.

누군가가 그렇게 외쳤던 것 같다. 그 말에 동조하는 사람이 군중 속 여기저기에서 함께 분개해 소리쳤다.

군중이 모인 중앙 광장에는 누군가가 갖다 놓은 농기구와 몽둥이가 여러 개 있었다.

한 명이 그걸 집어 들고 뒤를 이어 다른 사람이 몽둥이를 잡았다.

소란을 눈치챈 병사 이십여 명이 달려와 바깥에 있는 군중을 향해 무기를 겨누었다.

병사를 앞둔 사람들이 잠시 주춤했지만, 누군가가 병사를 보고 외쳤다.

"저놈! 저놈이다. 내 누이가 저놈한테 끌려갔다."

다른 사람이 소리친다.

"내 아들이 저놈한테 맞아 죽었다."

"죽이자! 왕의 개를 죽여 버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은 이미 비보 궁정백작을 죽였다. 이대로 있으면 끌려가서 모진 고문 끝에 죽고 말 것이다.

누군가가 병사에게 돌을 던졌다. 병사가 주춤하는 사이, 군중이 한데 뭉쳐 물밀듯이 몰려갔다. 한 사람이면 두렵지만 여럿이 되면 무섭지 않다.

수십 배로 불어난 군중이 왕궁으로, 성문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

해가 높이 떠 있다. 이제 정오가 지나갈 무렵일 것이다. 성벽 위 카니아 병사들의 움직임이 이상하게 소란스러워졌다.

"폐하, 성에서 움직임이 있습니다."

보좌관의 이야기를 듣고 성을 주시하자,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성문을 덮고 있던 격자무늬의 철문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철문의 도르래를 돌리고 있는 모양이다.

"레빈이 성공한 것 같다. 성문이 올라간다."

루디는 곧바로 말에 올랐다.

왕도는 영주군이 아닌 본대가 맡는다.

성문이 열리는 것을 본 병사들 역시 곧바로 무기를 갖추었다.

"가자!"

루디가 거대한 칼을 들고 말을 달리자, 요란한 함성과 함께 제국군이 뒤를 쫓았다.

루디는 칼을 옆으로 늘어뜨린 채 달려가다 성문에 가까이가자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웅웅 소리를 내는 엑스칼리버가 나무와 철로 된 성문을 긋자, 무 잘라지듯 두꺼운 문이 갈라진다.

"와아아아아아!"

그 모습을 본 제국군 병사들에게서 함성이 올랐다.

크게 잘려 뻥 뚫린 문을 지나자, 누군가가 루디의 옆으로 바짝 다가왔다.

레빈이었다.

"폐하는 성미도 급하십니다. 문이 막 열리는 참이었는데요."

레빈이 히죽 웃었다.

"잘 했어."

루디가 짧게 한 마디 하자, 레빈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성 안에는 오합지졸뿐입니다. 안내하겠습니다."

웬 남자가 말을 몰고 다가왔다. 지난번에 보았던 광대는 아닌 것 같다.

"보리스 님의 부하예요. 저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남자는 말고삐만 레빈에게 준 뒤 곧바로 군중 사이로 사라졌다. 묘하게 인상이 남지 않는 사람이었다. 첩자들에게는 사람 눈에 띄지 않는 특별한 비법 같은 게 있는지도 모르겠다.

레빈이 훌쩍 말위로 몸을 띄웠다.

"예전 생각나네요."

검을 크게 휘둘러 근처에 있는 병사를 두드리면서 레빈이 싱긋 웃는다.

추억거리가 사람 죽이는 거라니, 웃으면서 할 얘기는 아니다.

루디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삐를 흔들었다.

흑마가 크게 울음소리를 내며 앞으로 달려갔다.

제국군이 밀려오는 걸 보고 카니아 병사들이 등을 돌린 채 달아나기 시작했다.

루디는 그대로 말을 달리며 느슨하게 검을 옆으로 늘어뜨렸다.

카니아 병사들의 옆을 지나면서 검을 약간 흔들자, 빛으로 가득한 검이 그대로 사람의 몸을 갈라 버렸다.

바로 옆에서는 레빈이 지옥에서 뛰쳐나온 야차처럼 검을 휘두르고 있다. 곱상한 외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난폭한 동작이었다.

그렇게 거리를 달리는 동안, 일반병들과는 어느새 거리가 멀어져 있었다.

루디의 주위는 호위병과 저격병이 굳히고 있다.

하지만 굳이 그들까지도 필요 없을 것 같다. 레빈 한 명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루디와 레빈, 두 사람은 쌍둥이처럼 비슷한 동작으로 검을 흔들어 적을 베면서 왕궁을 향해 달려갔다.

그래, 왠지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다.

루디는 자기도 모르게 후후, 웃었다.

***

어제까지만 해도 궁전 안은 밝은 음악과 웃음으로 가득했다. 그러던 것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사방이 비명과 검 부딪치는 소리로 요란스럽다.

조금 전까지 교태 어린 웃음소리를 흘리던 귀부인들의 입에서는 돼지 멱따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입속의 혀처럼 자신을 모시던 시종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비보 궁정백작의 모습도 없다. 한참 전부터 보이지 않은 걸 보면 도망쳤는지도 모르겠다.

지저분한 차림의 평민들이 왕궁 한쪽에서 몰려 들어오고, 다른 쪽에서는 말을 탄 채 궁의 복도를 달리는 적의 모습이 보였다.

2왕자는 멋내기 용의 칼을 든 채 우왕좌왕 복도를 뛰어다녔다.

전투에 사용하는 검은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없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은 아름다운 보석이 박힌 좁고 가느다란 칼 한 자루뿐이었다.

이런 것으로는 적과 칼을 한 번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쉽게 부러져 버릴 거다. 어쩔 수 없어 그거라도 들고 있지만 실전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다.

언제부터인지 항상 근처에 있던 호위병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 두려워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비밀 통로가 어딘가에 있을 테지만, 정식으로 후계자가 되지 못한 그는 입구를 알지 못한다.

어쩌면 예전의 시종장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왕세자, 형님을 따라갔다.

지금 궁을 책임지고 있는 시종장은 자신을 오랫동안 모셔왔던 시종이었다.

'그도 도망쳤나. 나를 버리고 도망가 버린 건가.'

이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구나. 눈물이 날 것 같다. 2왕자는 이를 꽉 악물었다.

그때였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하! 전하!"

시종장의 목소리였다.

두리번거리자, 기둥 뒤에서 시종장이 헐떡거리며 뛰어왔다.

"전하, 무사하셨군요."

아, 다행이다. 그는 자신을 버리지 않았어. 역시 오랫동안 함께 있었던 그는 믿을 수 있다.

"시종장!"

기쁜 마음에 덥썩 그의 손을 잡았다.

시종장이 당황한 것처럼 눈을 껌벅거렸다.

그러고 보니 오랫동안 함께 있었지만 스스로 시종장의 손을 잡은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시종장이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빼냈다.

"전하, 저를 따라오십시오. 비밀통로 중 한곳을 알고 있습니다. 이쪽으로! 서두르세요. 적이 벌써 궁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래, 고맙네."

몇몇 시종이 미친 듯이 두 사람의 곁을 달려 도망쳤다.

말발굽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적이다. 마음이 급해졌다.

허둥지둥 그의 뒤를 따라가자, 시종장은 2왕자를 데리고 복도를 달려갔다. 건물 내부가 아니라 뒤쪽의 정원으로 가는 것 같다.

정원에는 나무뿐이다. 그런 곳에 뭔가 있는 걸까.

갑자기 시종장이 의심스러워졌다. 혹시 이놈, 누군가에게 자신을 팔아넘기려는 건지도 모른다.

2왕자는 주춤하며 걸음을 멈췄다.

"전하?"

뒤따라오는 소리가 없자 시종장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아까 내가 손을 잡았을 때 표정이 어색했지.'

배신자인 것 같다. 그래, 틀림없다.

2왕자는 몸을 돌리고 반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시종장이 당황해서 등 뒤에서 외쳤다.

"전하, 왜 그러십니까. 그쪽은 위험합니다."

웃기지 마. 나를 팔아넘길 작정이었으면서.

2왕자는 그렇게 생각하며 미친 듯이 달렸다. 이런 곳에서 죽을 수는 없다. 그렇게 하찮은 목숨이 아니야.

그때 궁을 지탱하는 굵은 기둥 뒤에서 거대한 흑마가 튀어나왔다. 말 등에는 칠흑 같은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가 타고 있었다.

"제국의 황제!"

보자마자 알았다.

역광을 이고, 제국의 황제가 히죽 웃는 것처럼 보였다.

"2왕자인가."

웅웅, 소리를 내는 황제의 검이 허공으로 올라갔다.

죽는다.

2왕자는 질끈 눈을 감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뭔가가 튀어나와 그의 몸을 감쌌다.

시종장이 두 팔로 자신의 목을 꽉 끌어안고 있었다.

"시종장...?"

눈을 껌벅이는데, 시종장의 팔이 풀리면서 몸이 바닥으로 무너졌다. 가슴에서부터 비스듬하게 하반신이 없다.

"히, 히에에엑!"

비명을 지르며 아직 자신의 몸에 걸려 있는 시종장의 팔을 떼어냈다. 시종장은 자신이 흘린 피와 내장 속에 덩그러니 떨어졌다. 힘없이 웃으며, 시종장이 말했다.

"...정말...끝까지...바...보같은 분...."

"...."

어째서야. 왜 시종장이 여기에 죽어 있는 거지.

"이런 것도 주인이라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키려 하는가."

제국의 황제가 혀를 차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설마, 그럴 리가 없을 거다. 저놈은 자신을 제국에 팔아넘기려 했던 놈이다. 분명히 그랬을 텐데.

2왕자는 자신의 몸에 묻은 피와 시종장의 주검을 번갈아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도망치자. 어쨌든 이 자리를 피해야 한다.

허우적거리며 발을 옮기는데, 시종장이 흘린 피에 신발이 미끄러졌다.

2왕자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시종장 옆으로 넘어졌다.

히익, 히익. 소리가 되지 않는 비명이 입속에서 터졌다. 시체와 눈이 마주쳤다. 시종장은 마치 그를 원망하는 것처럼 눈을 뜬 채 죽어 있었다.

흑마가 크게 울며 앞발을 들었다. 밟으려고 하는 걸까. 말 울음소리가 마치 그를 비웃는 것 같다.

2왕자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질끈 눈을 감았다. 하지만 말은 푸르르 거리면서도 다시 얌전히 다리를 내리고 섰다.

"칼이 아깝지만, 이런 놈을 위해 죽어간 시종을 위해서다."

황제의 목소리가 작게 들린 것 같더니, 순간적으로 목이 뜨끈해졌다.

햇빛이 감고 있는 눈꺼풀을 밝게 비추었다. 왜인지 눈을 가리고 있던 자신의 손이 없다. 그 이유를 아는 게 너무 무서워서 2왕자는 마냥 눈을 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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