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 이러니 내가 늙지
붉은 강을 건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네. 노란 꽃, 하얀 꽃을 지나 검은 꽃이 흐드러지면 그 사람이 있는 곳.
핏빛의 물을 저어, 은빛 칼을 달빛에 비추며, 사랑하는 그분의 심장을 찾아가네.
노랫소리가 하프의 선율과 함께 허공으로 퍼졌다.
귀부인들이 보석과 깃털 장식으로 치장된 부채를 부치며 한숨을 쉬었다.
몇 명은 감정이 과격해졌는지 눈물을 흘리고 있다.
흠, 자신이 부르고는 있지만 대체 이 노래가 뭐가 슬픈지 잘 모르겠다. 그저 겉멋만 잔뜩 든 것 같은데, 어쨌든 여자들은 굉장히 좋아한다.
이곳은 여러 연회장 중 한 곳이다.
카니아는 다소 작은 홀을 두서너 군데 개방해서 연회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연회장이라고 해서 제국처럼 화려한 것은 아니다. 그저 술과 거기에 맞는 약간의 음식을 준비해두고 남녀가 어울려 춤을 추거나 악사가 음악을 연주했다.
어떤 연회장에는 레빈처럼 귀퉁이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 음유시인이 몇 명 있고, 어떤 연회장에서는 남자들이 오리 경주로 도박을 하거나, 광대가 묘기를 뽐냈다.
각자가 아무렇게나 놀다 왕궁의 수많은 방 중 하나로 숨어들어 즐거움을 누린다.
때로는 귀족 남녀가 어울리고, 또 때로는 음유시인이나 광대가 귀부인을 모셨다.
또 어떤 경우는 귀족 남성이 시녀나 하녀를 데리고 들어가는 일도 있다.
저 밖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카니아 왕궁은 완전히 별세상이었다.
정보가 제대로 닿지 않는 것이다.
전쟁에 관한 것들은 숨겨지거나 축소되었고, 때로는 왜곡된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최근 들어, 2왕자와 비보 궁정백작은 정보의 전파를 막기 위해 왕도의 성문을 닫고 엄격하게 검문을 실시하고 있다. 요즘이었다면 레빈이 이 도시로 들어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레빈은 궁정 연회장의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노래하다 문득 시선을 멀리에 던졌다.
궁정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인 시녀장이 서 있었다.
시녀장은 가만히 레빈을 바라보다 시선이 마주치자 살짝 신호를 하고 고개를 돌렸다.
레빈은 노래가 끝나자, 부인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명이 그를 잡았지만, 귓가에 "내일 밤"이라고 속삭이자 얼굴을 붉히며 손을 놓았다.
시녀장은 이미 몸을 돌리고 도망치듯 연회장을 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가 쫓아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끔 뒤를 돌아보았다.
레빈은 속으로 웃으며,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언뜻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눈치 채이지 않게 살짝 주변을 확인하자, 경비대장이 그를 보고 있었다.
경비대장의 부인과는 여러 달 전에 잠시 사귀었다. 레빈이 다른 여자를 만나고 그녀는 다른 음유시인과 유희를 즐기면서 약간 소원해졌지만, 여전히 두 사람은 밀회를 거듭하고 있다.
'조금 위험한걸.'
자신이 하는 일은 결코 깨끗하지 않다.
그는 여자와 가까워진 뒤 남편이나 아버지, 형제의 정보를 빼냈다.
때로는 누군가를 미행하거나 접근하는데 여자를 이용하기도 한다.
고위 귀족의 집에 낯선 이가 접근할 방법은 거의 없지만, 그 집에 사는 귀부인이나 하녀와 동행하면 자기 집이나 마찬가지로 드나들 수 있다.
음유시인은 노래를 짓기 위해 가는 곳마다 여러 가지 소재를 주워 담는다. 레빈이 연회장에서 부른 노래의 가사도 오래전에 실제로 있었던 일을 두리뭉실 뭉그러뜨려서 만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를 지어내기 위한 거라고 속삭이면 여자들은 레빈을 경계하지 않았다. 뭐든지 말한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게 기밀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때로는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도 거리낌 없이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오래 작업하다 보면 누군가는 이상하다고 눈치챌 것이다. 모두가 바보는 아니다.
아직까지는 누구도 그가 정보를 빼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만 조금씩 자신에게 부어지는 의혹의 시선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마무리하고 떠날 때인가.'
시녀장의 뒤를 쫓다 보니, 어느새 소음 가득한 연회장에서 벗어나 한적한 정원에 접어들었다.
시녀장은 왕궁에 퍼져 있는 거의 모든 소문을 아는 사람이다. 누가 누구와 밀회를 나누는지, 어디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지난밤에는 누가 무엇을 먹었는지조차도 안다.
시녀장을 품에 떨군지 열흘 남짓, 어느 정도의 정보는 빼냈다.
마녀에 대해서도 조금 더 알아내고 싶었지만 이제는 시간이 없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을 모두 빼내고 몸을 숨겨야한다.
어느새 사람의 목소리가 완전히 멀어진 정원 한 귀퉁이에서, 레빈은 시녀장을 따라잡았다.
"부인."
레빈은 달콤한 목소리로 시녀장을 부르며, 통통한 손을 가져와 입에 붙였다.
깜빡 녹을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시녀장의 귓가에 꿀처럼 달콤한 말을 속삭이자, 여자의 입에서 열에 들뜬 한숨이 새어 나왔다.
미약 한 방울을 슬쩍 손가락에 묻혀 여자의 입술에 문지른다.
효과가 약한 것이다.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아주 조금 혼란스러워질 정도의 매우 약한 약.
시녀장의 숨소리가 점차 거칠어졌다.
약기운이 도는 듯하자, 레빈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부인, 지난번에 꺼냈던 이야기를 해주세요. 국왕이 점점 이상해졌다던 그 얘기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왜...왜 그런 것이 궁금해...."
약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궁정에서 오래 지내 경계심이 많은 탓인지 여자가 물었다.
레빈은 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부드럽게 속삭였다.
이야기를 짓기 위해서예요. 알고 있잖아요. 부인이 해주는 이야기로 아름답고 슬픈 노래를 만들 거예요. 부인에게 가장 먼저 들려줄게요.
"...."
손가락에 약을 한 방울 더 묻혀 여자의 입술을 쓰다듬는다. 입술이 살짝 벌어지자 그 사이로 손가락을 넣었다.
부드럽게 이를 만지며 혀에 문지르는 사이 마침내 저항은 완전히 사라졌다.
시녀장의 입술이 달싹거리며 국왕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요, 잘 하고 있어요. 그 뒤에는 어떻게 되었나요?
레빈의 질문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
제국군은 카니아의 왕도를 향해 올라가면서 주요 도시를 하나씩 떨구어갔다.
기본 전략은 변한 게 없다. 여전히 도시를 포위해 외부와 단절시킨 뒤 점령하는 식이다.
하지만 함락에 걸리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제국이 카니아에 들어온 지 햇수로 삼 년째, 카니아가 제대로 밭을 경작하거나 수확하지 못한 기간도 똑같이 삼 년이다.
거기에 상당수의 땅이 제국에 점령되면서, 그나마 오가던 물류도 여기저기 멈췄다. 카니아 각지의 식량난은 더욱 심해지고, 덩달아 농성을 견뎌낼 수 있는 기간도 짧아졌다.
루디는 처참한 모습의 도시를 둘러보면서 아무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카니아 백성들의 모습이 점점 더 형편없어진다.
'이렇게 하느니 차라리 힘으로 밀고 나가며 서둘러 점령하는 게 낫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나라 백성들의 삶은 본래부터 고단한 편이었지만, 그것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것은 자신이다. 물에 젖은 솜처럼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병사들이 군장을 꾸리는 가운데, 고함소리가 들렸다.
"자, 출발이다! 서둘러! 잘못하면 다른 부대에 뒤진다. 제일 늦는 놈의 입에는 진군하는 내내 열흘 동안 빨지 않은 내 양말을 처넣어 주마! 꼬랑내에 기절하고 싶지 않으면 서둘러!"
입에 욕을 달고 다니는 이십인 대장 한 명이 병사들 사이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문득 이십인 대장이 걸음을 멈췄다.
이십인 대장 앞에는 허둥지둥 짐을 꾸리는 병사가 있었다.
뭘 하다 늦었는지, 다른 병사보다 반 박자 아니라 두 박자 정도 느리다. 눈이 시뻘겋게 부어오른 걸 보면 울었던 게 아닐까 싶다.
무슨 일인가 싶어 루디가 쳐다보고 있는데, 이십인 대장이 냅다 다리를 들며 병사의 엉덩이를 찼다.
"꾸엑!"
병사가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눔아! 네 녀석이 여자 천막에 돈을 갖다 바칠 때부터 알아봤다. 오늘 새벽에도 내내 여자 붙잡고 울더니만, 결국엔 차였구나."
이십인 대장이 꽥꽥 소리를 지르자, 주변에 있는 병사들이 왁자지껄 웃는다.
"너무 그러지 마세요. 이번 전쟁에서 돈을 바리바리 긁어모아서 꼭 그녀를 창관에서 빼낼 테니까요. 두고 보라구요."
고꾸라진 병사의 말에, 구경하던 병사 한 명이 킬킬거리며 말했다.
"야, 헛꿈 그만 꿔라. 그 여자, 영주군 중간 간부랑 붙은 것 같더라. 너 그래서 차인 거야."
"...."
차인 병사도 알고는 있었던 모양이다. 고개를 숙이고 주먹으로 눈물을 훔쳤다.
"폐하, 이번이 이 녀석 첫사랑이랍니다. 정말 멍청한 놈이에요."
이십인 대장이 루디에게 말하더니, 병사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두들겼다.
"정신 차려, 임마."
루디는 아직 젊은 병사의 등을 툭툭 쳐주고 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삭막한 전쟁터에서도 사랑과 배신은 피어나는 모양이다.
'다들 젊구나.'
왠지 노인 같은 심정이 되어 중얼거렸다.
얼추 병사들이 떠날 준비를 마친 것 같다.
루디가 병사들 사이를 돌아다니는데, 멀리에서 이번 도시를 맡게 된 대장이 다가왔다.
"무기 배치는 다 끝났느냐?"
루디가 묻자, 대장이 싹싹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예, 폐하. 각 성문과 성벽에 모두 마도병을 배치하고, 마석도 충분히 준비해두었습니다."
"크게 문제는 없겠지만 항상 조심하고 대비하도록 하게. 모처럼 안정되기 시작한 도시를 적에게 빼앗기면 눈 뜨고는 못 볼 일이 된다."
"예, 명심하고 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카니아 측의 도시가 점점 피폐해지는 데에 반해, 제국에서 점령한 도시는 점점 안정되어가고 있다.
루디는 점령한 도시에 일정량의 마도병기와 마도병을 남겨 방어력을 강화했다.
단지 몇 대의 박격포와 저격병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적을 억제하는 힘은 몇 배로 강해진다.
동시에 그것은 제국의 영주들을 누르는 힘도 되었다.
박격포와 레이저 총의 위력을 본 영주들 사이에서, 한때 루디를 얕잡아보던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더 이상은 어리고 미숙한 황제라고 웃을 수 없어진 거다.
뭐, 실제로도 이미 19살이다. 루디의 몸은 이제 완전히 남자의 것이 되어, 어리던 소년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그는 어느새 청년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박격포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는 일이었을 텐데.'
지난 전쟁에 참여했던 귀족 자제들이 벌써 보고를 마쳤을 것이다. 그런데도 보는 것과 듣는 데에는 큰 차이가 있었던 걸까.
멀리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영주들의 시선을 느끼고 루디는 쓴웃음을 지었다.
마도병기에 사용하는 마석은 정기적으로 루디의 마생물이 오가며 마력을 보충한다. 황궁에서도 계속해왔던 일이다.
하지만 전쟁터에서조차 그런 식의 일처리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영주들에게는 공포로 다가갔던 것 같다.
제국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척 떠들던 영주들이 더 이상은 한 마디도 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가끔씩 괴물 쳐다보듯 먼발치에서 루디를 보았다.
친근하게 다가오는 제국의 병사들과는 완전히 정반대다.
같은 힘이라도, 받아들이는 상대에 따라 이렇게 다르다. 선과 악도 마찬가지인지 모른다.
'나는 저들에게 악인가, 선인가.'
루디는 성문으로 나가는 주민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도시 주민들은 제국군이 지급하는 밀가루와 약간의 식량에 의지하며 다시 본래의 삶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밭을 일구고, 집 뒤편의 작은 밭에서 야채를 기른다. 가게를 하던 사람은 없는 물건을 끌어모아 상점을 다시 열고, 화폐 대신 물물교환으로 생필품을 나누었다.
루디는 멀어지는 도시 주민의 모습을 가만히 보면서 말했다.
"앞으로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하다. 백성의 보호에 특별히 신경을 쓰도록 해."
"예, 폐하. 사람들이 밭을 일구는 시간에는 병사들이 도시 주변을 순찰할 예정입니다. 걱정 마세요."
"그래, 부탁한다."
보좌관이 말을 끌고 왔다. 이제 전군의 출발 준비가 완료된 모양이다.
루디가 흑마에 올라 병사들 사이를 지나가자, 저벅저벅 병사들의 발걸음이 땅을 울렸다.
이제 다음 목적지는 왕도다.
제국군이 왕도를 코앞에 두고 있는데도, 카니아의 파벌 네 곳은 여전히 서로 힘을 합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쪽에서 굽히면 다른 한쪽에서 세게 나오는 바람에, 오히려 더욱 삐걱거리는 상태였다.
레빈이 보낸 소식에 따르면 왕도에서는 제국군이 어디까지 왔는지 모르는 자들도 있다고 한다. 2왕자와 비보 궁정백작이 정보를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뭘 어쩌려고 그러는 건지.'
피츠 변경백작은 작년 말에 왕도를 떠나 자신의 영지로 돌아갔다. 에이나 왕국이 그쪽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에이나 왕국은 제국에 전령을 보내, 자신들이 이 땅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오히려 제국에 협력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다.
에이나에서 원하는 것은 국왕의 애첩 데보라였다.
어떻게 정보를 얻었는지, 그들은 카니아 국왕의 애첩이 마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루디는 마녀에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에이나와 제국 사이에는 협정이 맺어졌다. 제국이 데보라를 포기하는 대신, 피츠 변경백은 에이나가 맡는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일에 대한 협의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마녀에게 그런 가치가 있는 걸까.'
루디로서는 잘 모르겠다.
왕세자는 부하들을 이끌고 부인인 왕세자비의 친정 가문에 몸을 의탁하고 있다.
피츠 변경백작이 떠난 이후, 어쩔 수 없어서 한 선택이다.
왕세자는 변경백작을 포기하고, 위기감을 느낀 다른 귀족을 모으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
그나저나, 왕도로 가면 드디어 레빈을 만나게 된다. 어쩌지.
리리샤에게서 레빈과 타이라가 결혼 약속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은 뒤, 루디는 계속 고민 중이었다.
리리샤는 굉장히 기뻐하는 것 같지만, 그건 레빈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만일 레빈이 여러 여자를 유혹하고 다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분명히 말리지 않은 나를 원망하겠지.'
게다가 타이라는 그녀의 아버지에게서 자신이 직접 맡은 아이였다. 루디에게는 잘 키워서 좋은 남자에게 시집보낼 의무가 있다.
실제로도 루디는 타이라가 열서너 살 때 이미 남작 부인에게 괜찮은 혼처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해 놓았다.
혹시 타이라가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신분을 올려서라도 그 사람과 연결시킬 생각이라는 것도 말해 두었다.
루디는 타이라와 상대 남자가 서로 좋아한다면 웬만한 장애물은 넘기고 두 사람의 뜻대로 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레빈은.... 아무래도 결혼하기에 좋은 남자가 아닌 것 같은데.'
아니, 물론 좋은 놈이다. 착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여자에게 폭력을 쓰거나 이상한 트집을 잡아 처지를 곤란하게 만들 사람도 아니고, 상식도 있다.
게다가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초원 출신인 타이라와는 잘 맞을지 모른다.
출신 가문은 격이 다소 낮지만 황제의 최측근이다. 앞으로 출세길이 환하게 열려 있었다. 여자 쪽에서 보면 미래도 확실한 우량물건이다. 다만 하는 일이 문제인 거야.
'어쨌든 레빈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나저나 열 살짜리 아이가 벌써 시집갈 나이가 되었다니, 세월이 정말 빠르구나.
'이러니 내가 늙지.'
왠지 모르게 늙은이 심정이 되어 루디는 살짝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