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기사의 위기 >
#103 흑기사의 위기
리리샤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파랗다.
둥실둥실 흰 구름이 떠다니지만, 그 너머는 보이지 않았다.
가만히 하늘을 노려보고 있자, 마리가 가까이 다가와서 물었다.
"리리샤님, 뭘 그렇게 보세요?"
"하늘."
"하늘을 보는 건 알고 있어요. 한데 왜 그렇게 보시는 거예요? 아까부터 지금까지, 한 시간은 보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목이 아프다.
"마리! 목! 목! 목 아파! 머리가 안 올라와!"
마리가 한숨을 쉬며 머리를 받쳐 주었다.
약간 딱딱한 손이 뒤통수에 닿자 몸에서 힘이 빠졌다.
후우, 숨을 쉬면서 마리의 팔에 몸을 의지하자, 그녀가 다시 물었다.
"그래서, 왜 그렇게 하늘만 보고 계셨던 거예요?"
"마차가 보일까 하고."
"...."
"유모가 탄 마차가 어쩌면 다시 올지도 모르잖아."
"그래요."
마리가 조용히 말하고 리리샤를 무릎에 안았다.
리리샤는 그대로 몸을 기댄 채 다시 하늘을 보았다.
여전히 파랗다. 구름이 도톰해서 그 너머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그 위에 마차가 있을 텐데.
"나도 하늘을 나는 마차 타보고 싶어."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마리가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모가 마차를 타고 하늘로 놀러 가 버려서 외로운 걸까.
리리샤는 자신의 배에 감긴 마리의 손을 톡톡 두드렸다.
"괜찮아, 마리. 내 마차가 오면 함께 데려가 줄게. 재밌게 놀 수 있어."
"...네. 고마워요, 리리샤님."
리리샤는 가만히 하늘을 보았다.
멍하니 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실은 유모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이렇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올 생각을 하지 않네. 저쪽이 더 재미있나.'
어쩔 수 없다. 마리한테 물어봐야지.
리리샤는 머리를 한껏 위로 올려서 마리를 쳐다보았다.
마리의 턱과 콧구멍이 보였다.
왠지 웃겨서 깔깔거리자, 마리가 뭘 보고 웃는지 눈치채고 간질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또 물어보는 걸 깜빡 잊어 버렸다.
한참 땅위에서 뒹굴거리며 마리와 간지럼을 태우며 놀고 있는데, 남작 부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황후 마마, 시간이 되었습니다."
남작 부인이 엄한 표정으로 리리샤를 보고 있었다. 흙투성이로 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가 그대로 놔두라고 말했기 때문에 남작 부인은 리리샤가 이렇게 놀 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썹이 머리카락 위까지 삐죽이 솟을 뿐이다.
리리샤는 어깨를 축 늘였다.
리리샤의 마음도 모르고, 마리가 밝게 웃으며 일으켜 세웠다. 공부할 시간이네요, 말하며 자신을 남작 부인에게 내민다.
마리가 원망스러워졌다. 마리는 바보야.
리리샤는 남작 부인의 손에 이끌려 다시 옷을 갈아 입고 머리를 새로 올렸다.
나디아 마마는 요즘 풀이 많이 죽었다. 유모가 혼자만 하늘로 놀러갔기 때문이다.
힘 없이 가만 앉아서 멍하니 정원을 바라보다 리리샤에게 가끔 루디에 대해서 물었다.
오늘도 옷을 갈아입고 나가려고 하자, 나디아 마마가 그녀를 보고 물었다.
"황후, 황제께서는 편안하신가요?"
그 말을 들으니 리리샤까지 기분이 우울해졌다.
루가 왜 떠났는지는 모르고 있었는데, 나중에서야 전쟁하러 갔다는 사실을 알았다.
예전에 루가 해준 이야기 중에는 신나는 전쟁 이야기가 많았다.
'나도 함께 가서 싸우고 싶었는데.'
함께라면 재미있었을 거다.
하늘에는 빛나는 새 두 마리가 날아다니고, 땅에는 루의 마법 동물들이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루가 엑스칼리버라는 커다란 칼을 휘두르면 리리샤는 흑기사가 되어 커다란 검은 말을 타고 마구 달리는 거다.
멍하니 그 장면을 생각하고 있는데, 남작 부인이 작게 말했다.
"황후 마마, 나디아 마마가 질문하셨습니다. 대답하셔야지요."
"아."
리리샤는 파뜩 정신을 차리고 나디아 마마를 보았다.
문득 나디아 마마에게 말하지 않았던 것이 생각났다.
"루 머리가 까매졌어요."
나디아 마마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엔리코 머리가?"
이제 나디아 마마가 루를 엔리코라고 부르는 건 모두가 무시하고 있다. 아무도 그 이름이 이상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리리샤도 그 이름은 그냥 넘기고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응, 루 머리가 까맣고 눈동자도 까매요. 갑자기 그렇게 돼서 깜짝 놀랐는데, 상황제 폐하가 굉장히 기뻐했어요. 엄청나게 강한 마력소유래요."
"...."
나디아 마마는 이상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 그리고 잠시 뒤 중얼거렸다.
"상황제 폐하가...."
나디아 마마는 고개를 약간 숙이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검은색 머리는 코레아 왕조의 것인데 어째서...."
마리가 약간 초조한 듯이 나디아 마마의 곁에 다가가 말했다.
"어쩌면 먼 옛날 제국에도 코레아 왕조의 피가 섞여 있을지 몰라요, 마마. 지난번에 루디 님께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어, 그랬어?
리리샤가 눈을 동그랗게 뜨는데, 남작 부인이 마리와 눈짓을 나누었다. 그리고 리리샤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저택 밖에는 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지붕은 없는 거지만, 예전에 저택에 다니던 것과 달리 굉장히 예쁘다. 꼭 신데렐라의 호박 마차를 반으로 뚝 자른 것처럼 생겼다.
마차 뒤에는 또 다른 마차가 있었다.
그 마차 앞에는 항상 리리샤의 뒤를 따라다니는 호위와 시녀들이 서 있다.
그들은 리리샤가 저택에 들어가 있는 동안 이 근처에 있는 다른 건물이나 저택 앞에 머물고 있다.
따라오지 않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황후는 항상 쫓아다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시종장과 남작 부인이 말했다.
리리샤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마차에 올라탔다.
지금부터 제국어 읽고 쓰기와 댄스 공부가 있다.
"언제부터 말 타는 거 배워?"
마차에 올라 남작 부인에게 묻자, 얼굴이 잔뜩 굳은 부인이 대답했다.
"어제 상황제 폐하께서 황후 마마께 선물한 말이 도착했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오늘 보게 되실 거라 생각됩니다."
"좋았어!"
리리샤가 흥분해서 주먹을 불끈 쥐고 위로 치켜 올리자, 남작 부인이 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전에 상황제 폐하께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합니다. 말을 보는 것은 그다음이에요."
"좋아! 지금 간다!"
"마마, 항상 말씀드리는 거지만, 상황제 폐하를 뵈올 때는 미리 연락을 하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실례에요."
남작 부인은 그렇게 말했지만 기다릴 수 없다. 그렇게 주장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남작 부인이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실 거라고 생각하고 미리 면회 신청을 해두었습니다."
너무 기뻐서 벌떡 일어났다. 맞은편에 앉은 남작 부인을 껴안자, 깜짝 놀라며 얼른 리리샤의 허리를 잡았다.
"황후 마마! 위험합니다. 아무리 느리다고는 해도 달리는 마차에서 일어나다니!"
남작 부인은 걱정이 너무 많아서 주름이 생기는 것 같다. 마차가 후궁을 나가는 문에 도착할 때까지 잔소리가 이어졌다. 아, 귀 아파.
상황제 폐하의 궁에 도착하자,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맛있는 과자와 음료수가 나왔다. 과일을 갈아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엄청나게 맛있다.
우물우물 그걸 먹으면서 상황제 폐하에게 말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하자, 그래 그래 하며 할아버지 폐하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
리리샤는 아까 유모나 마리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일을 떠올렸다.
왜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을까. 여기에 본인이 있잖아. 직접 물어보면 되지 않아?
입에 뭔가 있을 때 말하면 안 된다는 매너 선생님의 말 때문에, 리리샤는 급히 입안에 있는 걸 씹어 삼켰다.
그리고 막 입을 열려고 하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시종이 들어왔다.
약간 당황한 것 같다.
항상 싱글벙글 웃던 시종이 얼굴을 딱딱하게 만든 채 가까이 오더니 허리를 숙였다.
"황후 마마와의 즐거운 시간에 죄송합니다, 상황제 폐하."
"무슨 일인가?"
"상황후 마마께서 오셨습니다."
"약속은 내일 아니었나?"
"그렇사온데."
시종이 힐끔 리리샤를 보았다.
상황제 폐하는 아, 하고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리리샤를 보러 온 건가. 들라 하게. 내가 있을 때 서로 만나는 게 좋겠지."
'상황후 마마가 나를 보러 왔어?'
리리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설마, 그런 건가. 자기도 모르게 긴장이 됐다.
잠시 뒤 상황후 마마가 안으로 들어왔다. 왠지 모르게 그녀 주변에서만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상황후 마마는 리리샤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대로 조용히 미끄러지듯 할아버지 폐하 앞으로 다가왔다. 발 없이, 치마가 스르르 혼자 움직이는 것 같았다.
[우아한 부인은 허리 밑을 움직이지 않습니다. 조금 더 상체를 똑바로, 하지만 물속에 있는 해초처럼 흐느적거리는 느낌으로 팔다리를 움직이세요. 힘을 빼세욧, 마마! 지금의 마마는 꼭 통나무 같습니다. 치마가 혼자 미끄러지듯 걸어가고 몸은 거기에 딸려 있는 것처럼 움직이셔야 합니다. 오오, 신이시여. 마마의 움직임을 도우소서.]
매너 선생님이 매번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마 상황후 마마가 걷는 게 바로 매너 선생님이 말한 것과 똑같은 걸 거다.
자기도 모르게 리리샤는 손뼉을 쳤다. 힘껏.
상황제 폐하가 껄껄거리고 웃는다. 상황후 마마는 리리샤를 노려 보았다.
그리고 얼음이 묻어 있는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황후! 내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예의가 아닌 줄 알면서도 상황제 폐하를 만나 뵈러 왔습니다."
그러면 상황제 폐하에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 왜 리리샤를 보고 말하는 거지.
리리샤가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자, 상황후 마마가 눈을 옆으로 쭉 찢으며 그녀를 보았다.
"황후가 승마를 배우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게 사실입니까?"
왠지 조금 무섭다. 조금 전까지는 이 시끄러운 마마가 그다지 무섭지 않았지만, 만일 이 상황후 마마가 리리샤가 생각한 대로라면....
리리샤는 힐끔 상황제 폐하를 보았다.
상황제 폐하가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고 묻는다.
"황후,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건가? 괜찮다. 상황후를 두려워 말고 말해 보라."
리리샤는 침을 꿀꺽 삼키고 입을 열었다.
"며칠 전에 이상한 말을 들었어요."
"그래, 무슨 소리를 들었기에 그러는가?"
"상황제 폐하가 내 아버지라고 그러더라구요."
"...."
상황제 폐하가 약간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상황후 마마는 너무 놀라서 입을 약간 벌리고 있었다.
'역시 그렇구나. 아니었어.'
리리샤는 약간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상황제 폐하의 다음 말은 리리샤를 깜짝 놀라게 했다.
"리리샤! 황후는 아직 모르고 있었는가? 확실히 내가 그대의 아버지다. 나 아닌 사람이 황후의 아버지일 리가 없지."
"엇!"
리리샤의 입이 딱 벌어졌다. 침이 떨어질 것 같았지만 지금 거기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다.
리리샤는 돌아가지 않는 목을 억지로 움직여서 상황후 마마를 보았다. 쭉 찢어진 눈의 얼음 여왕 같은 얼굴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면, 상황후 마마가 내 어머니였어?"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외친 게 입 밖으로 나왔다.
"쿠쿠쿠쿠쿠쿡. 하하하하하하하하!"
갑자기 상황제 폐하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방에 있던 시종들도 빙글빙글 웃는다.
웃지 않는 것은 리리샤와 상황후 마마뿐이었다.
"가, 감히, 내가 그대처럼 우아함의 조각도 없는 아이를 낳았다고, 감히, 그런 착각을."
상황후 마마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하지만 리리샤도 같은 기분이었다. 저렇게 인형처럼 움직이는 마마의 아이라니, 나중에 똑같아지면 정말 곤란하다.
"나도 상황후 마마의 아이인 건 싫었어요. 하지만 상황제 폐하의 부인은 상황후 마마니까, 내가 상황제 폐하의 딸이면 당연히 상황후 마마의 아이인 거라고 생각했는데."
리리샤가 그렇게 말하자, 상황제 폐하가 몸을 구부리고 더 큰 소리로 웃었다.
상황제 폐하가 너무 웃기만 했기 때문인지, 상황후 마마는 잠시 뒤에는 그냥 가버렸다.
그 뒤에도 한참을 웃던 상황제 폐하에게 리리샤의 어머니가 나디아 마마라는 말을 들었다.
유모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물어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마차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버렸기 때문에 물어볼 수 없었다고 말하자, 상황제 폐하가 다시 리리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황제에게는 여러 명의 부인이 있는 거지. 내가 황제일 때에 황후 외에 여러 여자가 내 자식을 낳았다."
상황제 폐하가 그렇게 말하며 나중에 다른 황자 황녀를 만날 기회가 있을 거라고 했다.
리리샤의 얼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다른 형제를 만나는 건 중요한 일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루도 황제인데.... 그러면 루에게도 리리샤 말고 다른 부인이 있나요?"
리리샤의 질문에 상황제 폐하가 빙그레 웃었다.
"지금은 없지. 하지만 나중에, 황후와 황제가 조금 크게 되면 다른 부인을 들이게 될 거야. 그때가 되면 황후가 다른 부인을 잘 이끌어 주게."
싫다.
리리샤는 벌떡 일어났다. 과자고 음료수고, 그딴 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밖으로 나왔다.
남작 부인과 약속을 했기 때문에 우선은 공부를 했다. 굉장히 열심히 해서 칭찬도 받았지만 마음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예전에 유모가 그랬다. 아내는 남편의 사랑을 나눠 갖는다고. 많이 가질수록 행복하고 적게 받으면 불행해진다고 했다.
지금까지 리리샤는 루와 결혼하는 게 자신 혼자 뿐이라고만 생각했다. 설마하니 리리샤 말고 아내가 더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루는 그런 말 하지 않았는데.'
결혼하면 항상 둘이 함께라고 했어요.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만일 아니라면, 다른 아내가 또 올지 모른다면....
'당장 흑기사가 되어야만 해.'
싸워 이기려면 힘이 필요하다. 강하게, 강하게, 더 강하게! 엄청 강한 흑기사가 되어서 모두 무찔러 줄 테다. 모두 내쫓아 버릴 거야.
"수고하셨습니다, 마마. 오늘은 굉장히 열심히 하셨네요."
공부가 끝나자 남작 부인이 칭찬하며 간식을 가져다 주었다.
굉장히 맛있어 보였지만 고개를 젓고 말을 보러 갔다.
나중에 익숙해지면 별궁까지 말을 데려다 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승마 연습장으로 가야 했다.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루의 말과 똑같이 생긴 까만 녀석을 머릿속에 그리자 저절로 콧김이 세졌다.
반으로 자른 호박마차를 타고 조금 달리자, 커다란 건물이 보였다. 엄청나게 크다. 고개를 한참 올려도 건물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컸다.
마차가 도착하자 커다란 건물의 문이 열리고, 안에서 여러 명의 사람이 나왔다.
시종과 호위병, 시녀들이 리리샤의 뒤에서 따라온다.
평상시라면 남작 부인의 잔소리 때문에 걸어다녔지만, 지금은 마음이 너무 급했다.
치마를 덥석 쥐고 힘차게 달려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건물 안은 겉에서 본 것보다 훨씬 넓었다.
나무로 만든 울타리 같은 것들이 건물 한편에 있고, 바닥은 나무나 돌이 아니라 흙이었다.
그리고 말이 두 마리 서 있었다. 하나는 크고 다른 하나는 작다.
"어...."
리리샤는 우뚝 서서 눈앞의 말을 보았다.
생각과 다르다.
루의 커다란 검은 말과 달리 눈앞의 말 두 마리는 눈을 뒤집어쓴 것처럼 하얗다. 갈기도, 털도, 등에 얹어 있는 안장까지 하얀색이었다.
흑기사의 말이 아니야.
무엇보다, 이 말은 작다.
루의 흑마는 다른 말보다 훨씬 컸지만, 이 말은 큰 것도 루의 것보다 훨씬 작아 보였다.
말을 잡고 있던 남자가 넙죽 고개를 숙였다.
"황후 마마, 제가 앞으로 마마의 말을 기르고 기초적인 것을 가르칠 사육사 입니다."
사육사는 두 마리의 말 중에서 작은 쪽을 가리키고 말했다.
"이 작은 아이가 황후 마마의 말입니다. 아직 어린 새끼라 훈련이 덜 되어 있습니다만, 지금부터 서서히 주인의 얼굴을 익혀 나가는 것이 좋기 때문에 오늘은 대면을 위해 데려왔습니다."
리리샤는 작은 망아지를 보았다. 예쁘기는 하지만 작고 하얗다. 이건 흑기사가 될 수 없어. 절대로 안 된다.
리리샤의 마음을 모르는 남자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마마의 승마는 앞으로 이 하얀 암말로 하시게 될 겁니다. 순하고 착한 아이인데다 훈련도 완벽하게 끝났으니 안전하게 타실 수 있습니다."
사육사가 공손히 절을 하고 옆으로 물러섰다.
리리샤의 어깨가 축 처졌다.
'어쩌지.'
이제 백기사가 되는 수밖에 없나. 하지만 아무래도 흑기사가 더 강할 것 같은데 큰일 났다.
< 흑기사의 위기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