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예로 팔려간 곳이 황궁이었다-87화 (87/201)

< 반란자들을 토벌하라 >

#087

방 안 창에는 모두 커튼이 쳐져 있다.

실내 공기를 조절하기 위해서 얇은 커튼을 겹겹이 쳐, 날이 따뜻하면 조금 얇게 드리우고 방 안 공기가 차게 되면 여러 겹을 모두 겹쳤다.

가장 자리에 묶인 두꺼운 커튼은 밤이 되면 모두 닫힌다.

오늘은 완연한 봄날 그대로라 낮에는 상당히 더웠다. 하지만 오후가 되면서 슬슬 공기에 찬 기운이 섞이기 시작했다.

루디에게는 약간 덥게 느껴졌지만, 몸 상태가 나쁜 황제를 위해서 방 안의 커튼은 약간의 틈만 열린 채 여러 겹으로 닫혀 있었다.

조금 어두운 실내에는 벌써 촛불이 켜져 있다. 불빛이 흔들리면서, 침대 사방에 늘어진 원단이 음산한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황제의 몸 위에서 그림자가 춤을 춘다.

왠지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황제가 입을 열었다.

"성전에서 반란을 일으킨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즉위식 전에 너를 납치하고 3황자를 황제로 추대한다더구나."

"이상한 시기군요."

루디는 시종의 시중을 받으며 의자에 몸을 가라앉혔다.

시종이 칼을 받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엑스칼리버라는 중2병 이름의 칼은 그대로 루디 무릎에 올라가 있다.

황제 앞에서 이렇게 칼을 들고 있어도 되는 걸까 싶지만, 아무도 제지하거나 넣으라는 신호를 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루디는 칼집만 씌우고 무릎에 올렸다. 무릎에 그냥 올렸다가 날카로운 칼에 베이면 곤란하다.

"왜 이상하다고 생각하느냐?"

황제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묻는다. 지금까지 여러 번 되풀이했던 문답 공부가 또 시작되는 모양이다.

"제가 즉위한다는 소식은 불과 며칠 전에 나온 겁니다. 그전까지는 당사자도 모르고 있었으니 반란자가 미리 준비할 시간은 없었겠지요."

루디는 신중하게 단어를 고르면서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보기는 어렵습니다. 폐하가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와병 중이라는 사실을 알 방법은 없었을 테니까요. 폐하가 계시는데 반란을 꿈꿀 만큼 무모한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 잘 생각했다. 그렇다면 성전의 특성을 한 번 보자꾸나. 전에 한 번 얘기했지만 그들은 와토린구의 후계자에 관심이 많지. 그래서 노먼을 노리고 미리 들어와 있었다면?"

"광신도라는 특성을 생각하면 납치나 습격 같은 걸 감행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 시기에 반란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3황자를 추대한다는 건 줄이 닿아 있다는 이야기인데, 아무래도 일을 꾸밀 시간이 너무 모자라지 않을까요?"

루디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황제가 큰 소리로 웃었다.

"그래, 너의 생각에 잘못은 없다. 그럼 황자 측면에서 한 번 생각해볼까? 네가 황자라면 어떻게 하겠느냐? 반드시 황위가 가지고 싶다면?"

"반란보다는 귀족들을 설득하고 정통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걸로 나가는 게 더 쉽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루디가 말끝을 흐리자,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죽은 다음에 행동하는 게 더 쉽지."

황제가 고개를 끄덕이자, 시종장이 두껍게 철해진 종이를 루디에게 내밀었다.

"읽어보아라. 제국에 들어와 있는 성전의 주요 신관들에 대한 보고서다."

시종 한 명이 공손히 손을 내밀어 서류를 받쳤다.

루디가 읽기 시작하자, 눈동자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건지 마지막 글자를 보면 곧바로 종이가 넘어갔다.

여러 번 생각하는 거지만, 시종들에게는 초능력이 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사람의 행동을 이리도 잘 예측하는지, 가끔은 조금 무서워졌다.

"세 번째 인물을 조금 더 눈여겨 보아라."

세 번째 목록의 신관은 작년에 제국으로 들어왔다고 적혀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수많은 문제를 저지르고 쫓겨나다시피 온 모양이다.

납치, 살인, 폭행, 귀족 여성과의 추잡한 소문....

악행이 끝도 없이 적혀 있었다. 서류의 반은 그자가 저지른 범죄가 아닐까 싶을 만큼 많다.

사람을 산채로 태워 죽였다는 대목까지 보고 루디가 고개를 들었다.

"이 사람이 주모자인가요?"

"그래. 보면 알겠지만 그 사람은 성격도 그렇지만 지금 절벽 끝에 몰려 있는 형국이다. 말이 좋아 가장 큰 나라로 온 거지, 제국에서는 성전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일 만큼 힘을 못쓰지."

황제가 담담히 말을 이었다.

"그자는 어떻게든 공을 세워서 다른 나라로 가고 싶은 거야. 이곳에서는 자신이 즐겨하는 행동을 하나도 할 수 없으니. 그런 남자와 3황자가 손을 잡으면 일이 이상하게 굴러가게 마련이지."

3황자에 대해서 루디가 아는 것은 적다. 그저 똑똑하지만 왜인지 황제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상황에 대해서는 시종장이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황제가 루디를 쏘아보듯 강하게 시선을 주었다.

"모레노 공작, 그대에게 첫 임무를 주마. 그 검을 들고 반란자들을 토벌하거라. 성전의 주모자와 3황자를 끌고 와 사형장에 세워라. 그 검을 사람들의 눈에 펼쳐 보여, 모두에게 네가 다음 황제라는 것을 알려라."

시종이 재빨리 서류를 치웠다.

루디는 의자에서 내려 검을 든 채 몸을 바닥에 내리고, 공손히 무릎을 세웠다.

"나의 폐하시여, 명령대로 시행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루디의 위에 황제의 말이 떨어졌다.

"3황자만큼은 절대로 놓치지 마라."

"예, 폐하."

***

사람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변하는 순간이 좋다.

조금 전까지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을 맹목적으로 따르던 사람이, 경악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이 되어야 비로소 살아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자신이 왜 그 눈동자를 좋아하는지는 알고 있다.

어릴 적, 단 한 번 보았던 아버지의 눈을 잊지 못해서일 거다.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않다. 다른 것들은 모두 아버지의 눈동자 너머로 사라지고 그 눈만이 기억 속에 남았다.

하지만 한 번 뿐이었다.

기억하는 한 아버지가 다시 그런 표정을 보인 적은 없었다.

그날 이후로는 마치 사람 아닌 물건을 보는 듯 잔잔한 눈으로, 관심조차 없는 것처럼 자신을 보았다.

실제로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큰 형인 황태자에게는 처세술을 비롯한 모든 공부를 시키고 호통치며 때로는 다정하게 굴었다.

아마 같은 배의 형제들 중에는, 아니 황자 황녀를 통틀어 큰 형님이 가장 사랑받았던 게 아닐까 싶다.

형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그게 사실이다. 아버지는 나약하고 오직 자신의 그림자만 밟으며 쫓아다니는 황태자를 사랑했다.

딸들에게 나긋나긋  다정한 척 굴지만, 3황자는 알고 있다. 아버지의 가장 큰 사랑은 황태자가 독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왜일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당신을 가장 닮은 것은 3황자 자신일 터인데, 어째서 아버지는 가장 닮지 않은 그를 사랑하는 걸까.

황태자만큼은 아니지만, 둘째 형님도 나름대로 아버지의 관심을 받았다.

아버지는 둘째 형님에게 무술을 중점으로 가르쳤다. 머리 나쁘고 몸만이 장점이었으니 그것은 올바른 교육이었을 것이다.

사냥 시즌이 될 때마다 아버지는 둘째 형님을 동반하고 짐승을 몰았다. 아버지를 두려워하는 형님이지만 그 시간은 즐거웠던 것 같다. 종종 그때의 이야기를 자랑처럼 하곤 했다.

하지만, 셋째인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황자들처럼 형식적인 교육은 모두 받았지만 그뿐이었다. 아버지가 특별히 그를 위해서 뭔가 생각해 준 것은 없었다.

함께 사냥을 한 적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적도 없다. 그의 특성에 맞는 공부를 선택해 준 일도 없었다.

심지어 시집가는 것 외에는 어디에도 써먹을 데 없는 황녀들조차 아버지의 관심을 받는다.

황녀들은 예절교육을 기본으로 하여,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미래 시댁이 될만한 나라의 언어와 관습을 몇 개 정도 골라서 교육받았다.

보통은 시종장이 알아서 선생과 나라를 선택하지만, 실제로는 정세를 보고 아버지가 말하는 걸 그대로 따르는 것이다.

딸의 성격과 그 나라의 사정을 얼추 맞추어 아버지 스스로 판단을 내렸다. 딸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면 그런 일은 할 수 없다. 아주 작은 조각이지만 황녀들은 아버지의 관심을 확실하게 받고 있었다.

시종장은 아버지가 한두 마디 흘린 걸 기초로 황녀가 시집갈 나라를 선정, 그 나라 출신의 선생을 불러오고 공주의 주변을 그런 나라의 것들로 채웠다.

그런 사정 따위 아무것도 모르고 자라난 공주는 처음부터 시댁에 익숙해져 호감을 품고, 자라서는 순조롭게 아버지 명에 따라 시집간다.

자신의 호감조차 아버지가 조작한 거라는 사실은 손톱만큼도 모른 채, 아버지에게 매우 사랑받는 딸이라는 착각을 품고 시댁에 가 남편에게 성심을 다했다.

누구나 자신에게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너그럽게 된다. 심지어 제국이라는 거대한 배경의 황녀가 자신들 나라에 대해 공부하고 왔다면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시집가 순조롭게 상대 국가에 적응한 제국의 황녀들은 사랑하는 아버지를 위해 그 나라 생활을 미주알고주알 모두 써서 보냈다.

정보가 많은 사람은, 오늘 매일 먹던 빵의 종류가 바뀌었다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서도 뭔가를 알아낼 수 있다. 황궁 깊숙한 곳에 자리한 밀정의 탄생이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 이렇게 속속들이 알아내는 자신을 왜 아버지가 무관심하게 대하는지 모르겠다.

이 정도라면 황태자를 제치고 자신이 가장 사랑받아야 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어떻게 노력하고 뭘 해도 아버지는 묵묵부답, 무관심이다. 이 세상에서 오직 아버지만이 의문투성이였다.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아버지의 관심을 끌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의 강렬한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드는 것이 보고 싶어. 그 외의 모든 것이 다 보잘것없게 느껴졌다.

사라락, 사라락, 옷이 스치는 소리를 내며 하녀가 술잔이 담긴 쟁반을 들고 다가왔다.

"새로 온 하녀냐?"

"예, 주인님."

3황자가 묻자, 처음 보는 하녀가 부들부들 떨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쟁반에 올라가 있는 술잔이 달그락거리고 흔들린다.

3황자의 얼굴에 히죽거리는 미소가 떠올랐다. 오랜만에 보는 참신한 반응이다. 외모는 다소 예쁜 정도로 평범하지만 그가 좋아하는 유형의 얼굴이었다.

"여기에 두어라."

3황자의 말에, 하녀가 조심조심 다가와 책상 앞에 섰다.

행동이 조잡하다. 귀족의 예절을 배운 적 없는 평민 출신은 교육을 베풀어도 단기간에 익숙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딱 좋다. 그 머뭇거리고 겁에 질린 표정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졌다.

귀족 출신의 시녀는 표정을 숨기는 게 익숙하다. 그런 여자를 울리고 겁에 질리게끔 하는 것도 분명 재미지만, 건드린 뒤가 어려워질 것이다.

귀족이랍시고 펄펄 뛰며 아버지에게 고발이라도 하면 멀리 떨어진 곳에 유배당하듯 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건 곤란하지.'

3황자는 하녀의 행동을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그런 면에서 평민 하녀는 편하다. 사람 하나 정도 없어져도 약간의 돈만 쥐어주면 해결되고, 황도 구석에 있는 이 저택에 누가 들어와 일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어렵다.

빈민굴에서도 여러 명 데려왔지만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발견된 적이 없었다.

황도 구석에 자리한 이 비좁은 저택은 측근 몇 명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여우 같은 시종장조차도 아직 알아채지 못했다.

긴장한 탓인지 하녀의 행동이 인형처럼 삐걱거렸다. 그 때문에 쟁반을 책상에 내려놓으면서 술잔이 조금 움직였다.

책상에 쟁반이 닿는 타이밍에 탁! 소리가 나도록 서류를 내려놓자, 하녀가 깜짝 놀라 쟁반을 놓쳤다. 쨍강 소리가 나면서 은 술잔이 옆으로 넘어졌다.

"죄, 죄, 죄송합니다, 주인님."

하녀가 기절할 듯 놀라며 바닥에 엎드렸다.

평민이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임금이 높은 대신, 이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엄격한 규칙이 적용된다.

일주일 동안의 교육을 베풀고 그대로 행동하도록 요구했다. 그것을 어기거나 실수하면 곧바로 체벌된다.

가벼운 것은 채찍 몇 대로 끝나지만, 값비싼 물건을 깨뜨리거나 손상하면 배상해야 한다.

3황자가 저택에서 쓰는 물건은 어느 것이나 매우 비싼 것뿐, 평민이 갚을 수 있는 가격의 것이 아니었다. 배상하려고 하면 결국엔 노예로 몸을 떨구거나 무슨 짓을 하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3황자가 채찍을 들자, 하녀가 부들부들 떨면서 애원하기 시작했다.

"주, 주인님! 용서해 주세요.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사람의 정신을 극한까지 몰아넣는 건 즐겁지만 이렇게 단순한 공포를 주는 일은 시시할 뿐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이렇게 지내는 수밖에 없다. 숨을 죽이고 발톱을 집어넣어야 한다.

시시한 일로 시간을 보내면서 인형들의 실을 당긴다.

자신이 준비한 연극이 시작될 때까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3황자가 날린 채찍이 여자의 등에 떨어졌다. 새된 비명이 터져 나오고, 머릿속에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빌어먹을!'

본래 황제의 자리에 미련은 없었다. 와토린구의 후계자라 소문 난 장님 아이가 나타날 때까지는 그랬다.

누가 황태자가 되든 아버지의 사랑에 큰 차이는 없다. 가장 사랑받는 아들은 첫째지만, 그 차이는 도토리 키 재기 정도라는 걸 알고 있었다.

오히려 황제처럼 귀찮은 일은 큰형님한테 떠넘기고 자신은 뒤에서 재미있는 일만을 하면 되니 좋다고 생각했다.

그는 셋째라는 특성상 황위 계승과 거리가 멀다. 첫째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둘째가 계승하게 된다.

보통 그렇기 때문에 형님들은 3황자를 그다지 경계하지 않았다. 그 자신이 황위에 욕심 없다고 어필해온 것도 컸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보다 계승권이 위인 형님들이 황제가 된다는 전제가 있을 때였다.

어디서 불쑥 튀어나온 개뼈다귀 같은 놈에게 빼앗긴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큰 형님이 자식을 낳지 못하게 된다 해도 아버지가 둘째 형님한테 황제 자리를 물려줄 리는 없다.

둘째 형님은 생각하는 뇌가 없다. 황제가 되면 보나마나 무식하게 전쟁만 하다 멸망하고 말 것이다. 아버지가 그걸 모를 리 없었다.

자신한테 그 자리가 올 리도 없었다. 그것만큼은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절대로 자신을 황제로 만들지 않는다.

결국 남는 건 노먼이라는 눈먼 아이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놈에게 아버지가 황제 자리를 준다면, 그것은 말 그대로 그 아이가 소중하기 때문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놈한테.'

아버지의 관심을 모두 빼앗겼다. 자신은 물론 형님들조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관심을 다른 아이가 가져간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강하게 억누르고 있던 이성의 테두리에 금이 갔다.

망가뜨려준다. 아버지가 사랑하는 이 제국을 조각조각 내서 당신이 고른 자가 어떻게 나라를 망쳐가는지 보여주겠다고 생각했다.

노먼이라는 그 아이가 황제 위를 이을 가능성이 있다고 알게 된 날부터, 3황자는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전부터 와토린구의 후계자를 쫓아다니던 성전에 소식이 들어가도록 손을 쓰고, 그들이 제국에 자리를 잡도록 남모르게 도왔다.

하지만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오랜 시간 동안 아버지의 눈앞에서 천천히 망가뜨리려고 생각했는데, 황제는 병들어 버렸다. 이제 금방 죽어버린다.

하녀를 향해 내리치는 채찍이 강해졌다. 단 세 번 만에 하녀는 등에서 피를 흘리며 기절해버렸다.

채찍을 바닥에 버리자, 이 저택에서만 사용하는 남자 노예가 가까이 다가와 여자를 들쳐업고 밖으로 나갔다.

'아버지에게 속았어.'

노먼은 가짜였다. 진짜는 금색 노예로 삼고 버려둔 것처럼 보이는 아이였다.

그 아이를 보는 눈동자에 떠 있는 자애와 믿음, 자랑스러움.... 하하, 아버지, 그런 표정도 지을 수 있었구나. 기절하는 줄 알았다.

그 아이를 용서하지 않는다.

그 아이를 사랑하는 아버지도 용서하지 않는다.

아버지로 하여금 그런 아이를 찾아내게 만든 이 나라도 절대로 용납 안 해.

이런 절망을 남기고 가는 아버지를 용서할까 보냐.

3황자가 이를 악물고 있을 때였다.

문이 벌컥 열리고 호위로 두고 있는 노예가 뛰어들어왔다.

"주인님, 성전에서 기별이 왔습니다. 준비가 다 됐다고, 반란 준비가 다 됐다고 합니다."

"...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반란이라니.

< 반란자들을 토벌하라 > 끝

(87)

작가의 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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