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예로 팔려간 곳이 황궁이었다-79화 (79/201)

< 뒤바뀐 입장 >

#079

벌써 몇 년이나 지났지만 저택은 루디의 기억에 남아있는 것과 거의 똑같았다.

다만 저택을 둘러싸고 있는 담장 일부에 구멍이 생기고, 들어가는 입구가 잡풀로 인해 조금 더 지저분해졌다.

일할 사람이 유모와 마리 외에는 없다 보니  관리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가축의 수도 약간 늘었다.

새로 들여온 것은 아니고, 기르던 녀석들이 새끼를 낳은 덕분이었다.

황궁 안에 가축이 있는 것은 아무래도 부자연스럽지만, 건강한 암수가 함께 있으면 새끼도 태어나기 마련이다.

특히 닭과 오리의 수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저택 입구에서 건물로 들어가는 동안, 여기저기에서 닭과 오리가 푸드득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덕분에 닭오리랑 계란은 원 없이 먹었어요. 게다가 황궁 밖에 있을 때는 쥐가 병아리 물어가는 게 정말 큰일이었는데 여기는 쥐가 병아리를 안 물어가더라구요. 그새 먹을 게 많이 늘었는지, 아니면 황궁 쥐들은 배가 부른 건지."

마리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것은 마생물 덕분이다.

이곳을 떠날 때도, 마력을 주기 위해 저쪽에서 부를 때도, 이 저택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빠짐없이 하도록 명령해놓았다. 가축을 지키는 것도 그들의 일이었다.

건물 안은 약간 어수선해졌다.

기본적인 청소는 되고 있지만 유모도, 마리도 마도구를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른다.

그 때문에 루디가 있을 때보다 효율이 안 좋았던 것 같다.

유모의 건강이 많이 나빠진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유모는 루디가 이곳을 떠날 때는 허리가 아프기는 했어도 정정한 편이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허리 굽은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유모의 병에 대해서는 나디아 마마의 약을 만드는 의사가 진찰을 한 번 했다.

병이 진행되면서 한 번 쓰러졌던 모양이다. 시종장의 주선으로 황후 몰래 다른 곳에서 의사와 만났다고, 저쪽에 있을 때 들었다.

의사에 따르면 몸 상태로 볼 때 이미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루디가 마잉크로 시행했던 조치가 약간은 도움이 된 것 같다.

CCTV로 볼 때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얼굴을 직접 보니 알겠다. 오래는 살지 못할 것이다. 내일이라도 당장 죽을 수 있다.

"이렇게 훌륭하게 되셔서. 나는 알고 있었지요. 루디가 반드시 마마의 아드님이 될 줄 알았습니다."

루디는 유모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사람의 생명은 하늘에 달린 것이다. 인간의 힘으로 아무리 아등바등해도 죽을 때는 죽는다.

그런 것은 알고 있지만 유모가 이빨 빠진 얼굴로 자신의 귀가를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아팠다.

'부디 조금이라도 행복한 마음으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콧속이 시큰해졌다.

루디는 두 손으로 리리샤 공주의 엉덩이를 받쳐 든 채 걸음을 옮겼다.

저택에 오자마자 시종이 루디의 일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했다.

그 일을 들은 마리는 엄청난 이야기에 당황했는지 한동안 땅바닥에 엎드려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리리샤 공주가 없었다면 아직도 그 모양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리리샤가 개구리처럼 팔과 다리를 이용해 루디에게 찰싹 붙어 있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오랫동안 긴장하고 있을 수 없다.

결국 몇 번 떼어내려다 모두가 웃어버리고 말았다. 몇 년 동안의 시간이 순식간에 메워졌다.

나디아 마마는 놀랄 만큼 변하지 않았다. 어린 외모도, 상태도, 여전했다.

의외였던 것은, 루디가 황제의 곁에서 공부한다고 했던 말을 잊지 않고 기다렸다는 점이었다.

다른 때처럼 이번에도 시간이 지나면 정신이 오락가락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디아 마마는 루디가 커졌을 모습을 가늠하며 옷을 짓고 계속 그를 기다렸다고 한다.

리리샤 공주와 약혼했다는 시종의 설명에도, 약간 외로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폐하께서 그렇게 결정하셨다면 그런 거지요, 라고 중얼거리면서.

마리가 재빨리 주방에서 말린 허브를 가져와 따뜻한 차를 내놓았다.

나디아 마마가 식사하는 동그란 테이블에 의자를 갖다 놓고 모두 앉았다.

잠시 차를 마시며 지난 이야기를 했다.

리리샤 공주가 공부를 시작했지만 매번 도망 다녀 진척이 없다는 푸념, 전혀 공주답지 않은 모습에 유모가 절망하고 있다는 사실, 어느 날 나타나 정원에 자리를 잡은 고양이 일가족과 염소 새끼 이야기....

저택의 일상은 매일 조용하고 온화하게 흘러갔다. 듣고 있노라니 가슴이 따뜻해졌다.

루디는 바깥세상의 이야기를 그녀들에게 들려주었다.

높은 산 정상에 올라가 앉은 성의 모습과 곳곳에 피어 있는 작은 꽃들, 처음 보는 새와 사냥을 하는 매, 황제의 행렬이 지나가면서 거쳤던 숙소와 가게, 제국과는 다른 외국의 사람들 모습....

"아, 그리고 선물이 있어요."

루디가 말하며 고개를 약간 돌리자, 시종이 앞으로 나섰다.

저택 안으로 들어갈 때는 타인의 시선이 필요하다. 루디는 이곳에 두 명의 시종을 데리고 왔다.

루디와 여자들이 이야기하는 동안, 시종 두 사람은 마차에서 산더미 같은 상자를 건물 안에 운반해 놓았다.

계속 루디의 품에 팔다리로 엉겨 붙어 있던 리리샤가 벌떡 일어나 선물 상자 쪽으로 달려갔다.

루디와 여자들이 그 모습을 보고 작게 웃었다.

작고 큰 상자에는 각종 가게에서 구입한 달콤한 과자와 원단, 이국의 과일 같은 것이 들어 있다.

리리샤 공주는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상자들을 하나씩 열어보았다.

9살이라고 하는데, 저런 모습을 보면 여전히 세 살 아이 같다.

리리샤 공주는 11월 말쯤에 태어나 같은 9살과 비교하면 한참 어린 편이다.

하지만 황족의 8, 9살은 상당히 조숙하다고 들었다.

황녀의 경우에는 왕자보다 공부가 적지만, 예절만큼은 어릴 때부터 엄격하게 익힌다던가.

반면 리리샤 공주에게 가정교사가 붙은 것은 루디가 떠난 후였다. 다른 공주들에 비하면 한참 느리다.

그때까지는 외부의 접촉도 전혀 없이 유모가 조금씩 가르친 게 다였다.

루디는 살짝 한숨을 쉬었다.

황제는 리리샤에게 큰 걸 바라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장식품처럼 루디 옆에 앉아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마 그것은 황제의 배려일 것이다.

안 그래도 루디는 공주의 배우자라는 입장으로 황제가 되는 몸이다. 공주가 너무 똑똑하거나 눈에 띄면 훗날 루디의 존재가 희미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황제는 공주 대신 루디가 황궁의 모든 후광을 받을 수 있도록 여기저기에 손을 썼다.

화려한 옷차림을 하게 하고, 자신의 시종 중에서 가장 연륜 깊은 자들과 마도병을 루디 옆에 놓는다.

작위 수여를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서두른 것도 그 때문이었다.

제국을 강하게 하는 것은 마력소유의 남자라는 의식이 황제의 머리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장식품으로 두고 싶지 않다.

지금 리리샤가 루디에게 집착하는 것은 어리기 때문이다. 사랑이 뭔지, 가족으로의 정이 어떤 건지, 리리샤는 몰라. 그저 어릴 때부터 함께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면서 루디에게 집착한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먼 미래, 혹시 리리샤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인간이라는 것은 평생에 한 번 정도는 사랑을 할 것이다. 평생 누군가와 사귀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첫사랑이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래서 첫사랑이라는 말이 있는 거다.

그때가 오면 그녀의 사랑을 이루어주고 싶다. 자신이 죽어서까지 맺어주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리리샤는 행복했으면 좋겠는 거야. 사랑에 애태우며 매일 밤 우는 리리샤를 보고 싶지는 않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리리샤를 여황제로 만들어주고 자신이 물러나는 일도 있을지 모른다고, 루디는 생각하고 있었다.

정 안 되면 자신의 묵인 아래 상대 남자와 지내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아무래도 리리샤 공주한테는 조카딸 같은 기분 밖에 안 든다. 이 기분이 여자를 대하는 마음으로 변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기저귀 갈아주던 아이의 남편이라니, 누구라도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한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상자 안의 과자를 입에 물고 있는 리리샤 공주를 보면서, 루디는 피식 웃었다.

정말, 저런 아이가 미래의 부인이 된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부디 괜찮은 남자를 사랑해 줘. 너무 허접한 놈은 내가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

결혼한 적도, 아이를 가진 적도 없지만, 마음은 왠지 아버지였다.

***

루디가 저택에서 여자들과 만남을 가지고 있을 무렵, 황태자 로베르토는 휘청휘청 자신의 처소로 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언제부터 자신의 병을 알고 계셨던 걸까. 그 모습으로 보아 생명이 길지는 않을 것이다.

부자간의 정은 이제 없어졌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더 이상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알아보지 못할 만큼 수척해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로베르토는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앞서가던 시종이 걸음을 멈추고 기다린다.

잠시 서 있던 로베르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모레노 공작의 작위 수여는 황궁에 있는 여러 홀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정평이 나 있는 장소에서 행해졌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홀의 벽과 천정에서부터 길게 내려온 샹들리에는 모두 보석으로 세공되어 있다.

홀에 놓인 비품들 역시 모두 황궁에서조차 보기 어려운 최상품뿐이다.

아주 특별한 의식 때만 열리는 홀이었다.

예를 들면 황태자 즉위식 같은.

"큭, 후훗!"

자기도 모르게 자조적인 웃음이 흘렀다.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를 목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앞서가는 시종은 그의 목소리를 들었을 텐데도 돌아보지 않았다.

즉위식은 어머니 황후가 없는 자리에서 이루어졌다.

오랜만에 돌아온 황제를 환영하는 짧은 연회가 끝나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보지 않고 그대로 떠났다.

황태자비도 함께였다. 그녀도 모레노 공작이 어떤 작위인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잔뜩 굳은 얼굴로 어머니를 부축해 나가버렸다.

아버지 황제는 그걸 보지 못한 것처럼 귀족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못 본 게 아니라 어머니가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가 연회장에서 나가자마자, 시종들이 열려 있던 문을 모두 닫고 다른 쪽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로베르토와 다른 황자, 귀족들은 꼼짝없이 시종들이 안내하는 방향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로베르토의 후원자들도, 어머니 황후와 연결 있는 귀족들도, 다른 황자와 쑥덕대며 황위를 노리던 자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중립파들이나 당주를 대신해서 참석했던 대리자들도 같았다.

시종들이 안내한 홀이 바로 즉위식이 열린 화려한 홀이다.

작위 수여식이 끝난 뒤에는 성대한 연회가 열렸다. 즉위식 전에 열렸던 연회는 그저 다과회에 불과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성대한 것이었다.

시종과 아버지의 관리들은 대체 얼마나 오래전부터 그 자리를 준비하고 있었던 걸까.

하나부터 열까지, 황궁에서도 유례가 없을 만큼 사치를 다한 연회였다.

연회는 아직 이어지고 있었지만, 황제와 모레노 공작인 루디가 자리를 떠나자 시종이 로베르토에게 다가와 귀띔을 했다.

지금 당장 황태자 처소로 가라는 황제의 명이 내렸다고 했다.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금색 아이가 공작위를 받았으니 이제 자신은 황태자 자리에서 쫓겨날 것이다.

어쩌면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아버지가 그쪽에서 기다리는 걸지도 모른다.

아버지를 만나면 조용히 마지막 인사를 하자. 어쩌면 이제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다. 아버지가 황태자위를 폐위한다는 말을 꺼내기 전에, 폐적한다는 말이 나오기 전에 스스로 물러날 뜻을 밝혀야지.

늙고 병든 아버지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떠나는 것이 로베르토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부자간의 정이요, 자존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황태자 처소에 가까이 가자,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태자비가 복도에 나와 울고 있었다.

아내의 시녀들도 마찬가지다.

모두 눈이 무너진 것처럼 눈물을 흘리고 있다.

"무슨 일이냐."

로베르토가 묻자, 황태자비가 달려와 그의 앞에 엎어진 채 울부짖었다.

"로베르토 전하! 이 무슨 처사일까요.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야 한답니다. 귀중품 챙길 시간조차 주지 않더이다! 황제 폐하의 명이라 하옵는데, 이것은 정말 너무...."

"뭐라고! 아버지는, 폐하는 어디에 계시느냐."

"폐하? 전하,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폐하는 이곳에 안 계십니다."

"안 계신다고?"

로베르토는 울고 있는 사람들을 헤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시종들이 하인과 함께 물건을 포장하고 있다. 시종장이 한가운데에 서서 냉정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시종장! 이게 무슨 일인가."

시종장 레이놀드가 고개를 약간 숙이며 말했다.

"로베르토 님, 용서하십시오. 서둘러 영지로 떠나라는 폐하의 명이 내려와 있습니다. 궁 밖에는 이미 몇 대의 마차가 준비되어 있으니 귀중품만 챙기시어 가시면 됩니다. 여기에 있는 물건은 제가 책임지고 챙겨서 보내드리겠습니다."

로베르토 님?

황태자 전하가 아니라, 로베르토 님?

로베르토가 멍하니 시종장을 바라보자, 레이놀드가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인장을 저에게 주시기 바랍니다."

멍한 상태의 로베르토의 손가락에서 인장 도장이 빠져 시종장의 손에 넘어갔다.

"나는, 벌써 폐적되었느냐?"

"예, 모레노 공작 전하의 즉위식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서류가 정리되었습니다."

"아버지는...."

"폐하께서는 만나지 않고 떠나는 게 좋겠다고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대신 제가 서신을 지니고 있습니다."

레이놀드가 품에서 밀랍이 찍힌 봉투를 내밀었다.

로베르토는 물끄러미 그걸 내려다보았다.

'아버지는 마지막 인사조차 받지 않으시는구나.'

못난 아들이지만 나름의 멋진 모습을 그 눈에 남긴 채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허용되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

로베르토의 물음에 레이놀드가 담담하게 말했다.

"기후가 온화하고 평화로운 영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세수도 안정되어 있으니 생활에 어려움은 없으실 겁니다."

"아버지를 만나 뵐 기회는...."

"그것은 황후 마마께 달려 있습니다. 황후께서 조용히 상황을 받아들이시면 한 번은 기회가 있겠지요. 하지만 황후께서 뭔가 하신다면 기회는 없으실 겁니다."

"그래, 알았다."

로베르토는 잠시 아버지의 편지를 보았다.

"비는, 아내는 함께 가도 되느냐?"

레이놀드가 잠시 말을 하지 않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안 된다고 말씀 올렸습니다만, 폐하께서 허락하셨습니다. 두 분의 사이가 매우 좋았으니 그 정도는 허용해도 된다고 하시더이다."

레이놀드가 허리를 깊이 숙였다.

"부디, 폐하의 온정을 악으로 갚지 마시기 바랍니다. 부인께서 이 상황을 받아들이시게 설득해 주십시오. 부인의 불평이 있으면 로베르토님까지 위험해집니다. 이렇게 빨리 떠나게 하는 것도 황후께서 당신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폐하의 배려이니...."

"그래, 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에게, 그리고 자신의 아내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아버지께 만수무강하시기를 빈다고 전해다오."

"예, 몸조심하십시오."

로베르토는 조용히 몸을 돌렸다.

복도에서 울려 퍼지는 아내의 통곡 소리가 심장을 아프게 두들겼다.

< 뒤바뀐 입장 > 끝

(79)

작가의 말

오타를 수정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름대로 꼼꼼하게 여러 번 검사기 돌리고 올린 뒤에도 핸드폰 화면으로 확인하는데, 왜 이렇게 틀린 게 많을까요. 도와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