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꺼풀 속의 잔상 >
* * *
‘맙소사!’
레이놀드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백작 부인은 아직 숨이 붙어있었다.
“백작 부인을 의국으로 옮겨라! 서둘러! 한시가 급하다.”
시종들이 재빨리 백작 부인을 마차에 옮겼다. 두터운 모피를 깔고, 그 위에 올린다. 마부가 줄을 세차게 당기고, 마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레이놀드도 다른 마차를 타고 뒤를 쫓았다.
‘이상해.’
레이놀드는 부인의 숨을 확인할 때 맡았던 냄새를 떠올렸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녀에게서 뭔가가 타는 듯한 냄새가 희미하게 풍겼다.
옷이 탄 듯한 냄새, 그리고 사람의 피부를 태웠을 때 나는 듯한 냄새···.
레이놀드는 고개를 저었다.
백작 부인이 쓰러졌던 자리에 불은 없었다.
‘아니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레이놀드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황후의 시녀 중에서 가장 신임을 받고 있는 여성은 제국의 백작 부인이다.
그녀는 처음 황후가 이 나라에 시집 왔을 때부터 곁에서 모신 사람으로, 남편은 한때 황제의 측근으로 일했다.
남편 쪽은 사려 깊고 나서지 않는 성격이다. 지금은 나이가 많아 영지에 들어가고, 대신 아들이 황궁에서 문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반면 백작 부인은 충성심 깊고 성실하지만, 신분에 대한 차별 의식이 강하고 감정이 쉽게 고양되는 편이었다.
부부 사이는 평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여느 귀족 부부처럼 행사나 연회 때에는 함께 하고, 나머지는 각자 편한 대로 지낸다.
남편인 백작은 영지에 첩을 여러 명 두고, 황궁이 있는 수도에도 후원하는 여배우가 한 명 있다.
귀족 남성이 여배우나 홀로 된 귀족 여성을 후원하는 일은 흔하다.
그런 여성은 첩과는 다르다.
일종의 애인인데, 여성의 작위나 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제도 때문에 선행이라고 여겨지는 측면이 있었다.
여성에게 가게 된 작위나 재산은 남편, 혹은 아들이 대신 갖게 된다. 만일 남편도, 아들도 없으면 그 다음 순서의 남자 혈족이 관리할 것이다. 여자에게는 아무런 실권도 없었다.
남자 혈족이 끊겨 가문을 이을 사람이 없는 경우에는 작위와 재산이 황실에 귀속하게 된다. 귀족 가문에서는 그런 일을 막기 위해 어떻게든 가문을 계승할 아들을 낳으려고 노력했다.
아들이나 제대로 된 후견인 없이 남편이 죽는 경우, 남겨진 부인이 돈 한 푼 없이 가문에서 쫓겨나다시피 하는 경우도 가끔 있었다.
그런 여성이 친정 가문에서조차 외면당하면 혼자 살아남기 어려워지고, 결국 다른 남자의 후원에 기대게 된다.
백작이 후원하는 여성은 늙은 남자의 후처로 들어갔다가 아이 없이 남편이 죽은 뒤 전처의 아들에게 쫓겨난 경우였다.
백작 부인은 남편이 첩과 애인을 가져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할 수 없다.
남성이 그런 여성을 갖는 건 부와 권력을 자랑하는 일종의 과시다.
올바른 귀족 여성은 너그럽게 그걸 허용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교육 받았다.
하지만 사회가 그렇다고 해서 마음까지 거기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 여자도 사람이다. 남자가 질투하듯 여자도 당연히 질투하는 마음이 있었다.
자신의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밤을 지낼 때, 다른 여자가 그 사람의 아이를 낳을 때, 여자의 마음은 찢어지고 망가진다. 억지로 실을 꿰어 붙여도 덕지덕지 이어 붙인 상처의 틈에서는 피가 흐르게 마련이다.
백작 부인은 그래서 황후의 분노에 더욱 공감했다. 황후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시켜, 오갈 데 없던 분노를 나디아그라에 쏟아부었다.
자신의 부인이 지나치다는 사실을 알고 백작이 몇 번이나 충고했지만, 백작 부인은 자신이 모시는 사람은 황후라는 말로 대답할 뿐이었다.
그런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황후와 백작 부인은 서로가 서로를 더욱 믿고 아끼는 관계가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는 본국에서 데려온 시녀들보다 더욱 가까워졌다.
‘···.’
황후가 벼랑 끝에 몰렸다고 생각했을 때, 누군가는 그녀를 위로하고 토닥여야 한다. 현재는 백작 부인이 아니면 제국 안에는 그 역할을 맡을 사람이 없었다.
‘잘못해서 황후가 모국에 기대기라도 하면 곤란한데···.’
남편과 가문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도록 교육받고 자란 백작 부인이다. 혹시 황후가 모국에 이상한 명분을 주게 될 상황이 되면 당연히 말릴 것이다. 그녀에게는 그런 역할을 기대하고 있었다.
미친듯이 달리던 마차가 서고, 건장한 시종이 부인을 업었다.
“조심! 조심해라!”
의국 안으로 들어가는 시종에게 주의할 것을 촉구하는 동안, 의사들이 허둥지둥 밖으로 나온다.
의국에 도착해 백작 부인을 의사에게 맡길 때까지 그녀는 죽지 않았다. 의식은 없지만 살아있었다.
하지만 이미 틀렸다. 눈동자는 풀어지고 치마 밑으로는 소변이 흘러 특유의 냄새가 묻어 있었다. 살아나지는 못할 것이다.
의사와 시종, 백작 부인이 한 무더기가 되어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레이놀드는 몸을 돌려 시종 한 명을 불렀다.
“백작 부인의 아들이 등성해 있을 것이다. 이쪽으로 오라고 기별을 넣어라.”
목소리를 죽여 시종에게 이것저것 지시한 뒤, 의사의 진찰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레이놀드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뒤늦게 오싹함이 가슴 속에 스몄다.
‘내가 그때 가지 않았으면 어찌되었을런지···.’
제3자가 없는 가운데 백작 부인이 죽거나 쓰러지면, 나디아그라 비가 엉뚱한 혐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레이놀드가 뛰어들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 있는 건 황후의 시녀들 뿐이다. 혐의를 날조하는 것도 쉽다.
‘정말 위험했구나.’
나디아 비의 처소 근처에는 호위 시종을 몇 명 배치해두었다. 그들이 곧바로 통지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곤란한 상황에 빠졌을 것이다.
레이놀드가 백작부인의 아들을 기다리는데, 황후가 시녀들을 거느리고 도착했다. 황후의 눈썹이 날아가는 새처럼 곤두서있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황후가 부채를 쥔 손가락에 잔뜩 힘을 주고 물었다.
“황후 마마, 백작 부인이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알아요. 그게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냐고 묻는 겁니다. 아무 병도 없던 건강한 그녀가 왜 갑자기!”
황후는 나디아그라가 뭔가 했다고 의심하는 모양이다. 레이놀드도 직접 보지 않았더라면 이상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말로 백작부인은 혼자서 쓰러졌을 뿐이다.
“마마의 시녀들이 바로 앞에서 목격했습니다. 아무 것도 없었어요.”
“···.”
레이놀드가 말했지만, 황후의 표정은 여전히 험악했다. 어쩌면 시녀들이, 자신은 보지 못했지만 뭔가 당한 게 틀림없다고 고했을지도 모른다.
레이놀드는 자신의 목소리가 잘 스며들도록 천천히 말을 이었다.
“항상 그 저택에 머무는 나디아그라 비와는 달리, 백작 부인은 갑자기 그곳에 도착했습니다.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니고, 나디아그라 비나 그 유모와 몸이 닿지도 않았어요. 정말 그녀 혼자서,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레이놀드는 독을 준비할 시간이나 사용이 가능했을 만큼의 접촉은 없었다는 의미를 담아 말했다. 이 정도면 정신없었던 황후도 충분히 알아들었을 것이다.
“···.”
부채를 쥔 황후의 손가락에 약간 힘이 풀렸다. 하얗던 손가락에 피가 돌아 혈색이 돌아왔다.
사람들 귀 있는 자리에서 황후가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을까 걱정하던 레이놀드는 안심하고 머리를 약간 숙였다.
“필시 평소에 몰랐던 병이 있었던 거겠지요. 가끔 그런 일이 있습니다.”
기별하라고 보냈던 시종이 상당히 서둘렀던 모양이다. 생각보다 훨씬 빨리 백작부인의 아들이 달려왔다. 어지간히 서둘렀는지 비오듯이 땀을 흘리고 있었다.
황후를 보자 백작 부인의 아들이 공손히 절하더니 입을 열었다.
“황후 마마,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어머님이 종종 현기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었사온데, 나이 때문에 증상이 더욱 심해진 모양입니다.”
레이놀드가 지시한 대로 이미 살아나기는 힘들 것 같다고 시종이 전한 것 같다. 쓰러진 장소가 나디아그라 비의 처소라 미묘하다는 점도.
아들은 현명하게도 평소 지병이 있었다고 은근히 둘러댔다.
백작부인 아들의 말에, 황후 역시 이미 모두가 죽음을 예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모양이다.
어깨가 조금 굳더니 눈을 감았다. 한참 그렇게 서 있던 황후가 눈을 떴다
“나는 방에 가 있을 테니 백작 부인이 깨어나면 곧바로 사람을 보내 주게. 그대의 어머니는 내게 단순한 시녀가 아니야. 내 영혼의 친구일세.”
“알겠습니다, 마마. 그 말씀, 어머니도 가슴에 사무치도록 감사히 생각할 겁니다.”
백작부인의 아들이 깊숙이 고개를 숙인다.
황후는 여러 시녀를 이끌고 조용히 의국을 나갔다.
그날 오후, 백작 부인이 숨을 거두었다. 끝까지 의식은 찾지 못했다고 한다.
황후는 그날 저녁 식사를 하지 않았다. 미리 정해져 있던 면회도 취소한 채 계속 방에 머물렀다. 전해 들은 바에 따르면 황후의 통곡 소리가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 * *
타닥타닥타닥, 모닥불 타오르는 소리가 조용히 숲으로 퍼졌다.
모닥불 위에는 고기를 꿴 나무 꼬치가 여러 개 올라가 있다. 돌과 굵은 나무로 허공에 자리를 만들어 너무 많이 타지 않도록 해 놓았다.
레빈이 옆으로 와서 털썩 주저앉았다.
처음 만났을 때 여리여리한 미소년이던 레빈은 이제 스무 살 청년이 되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름다운 건 마찬가지지만 주는 느낌은 완전히 달라졌다.
십 대일 때 레빈은 시골에서 갓 상경한 순이처럼 순박하고 어리버리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눈빛이 예리한 미청년이다. 어리숙한 모습은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실수로도 여자와 착각할 수 없을 정도로, 몸도 크고 건장해졌다.
레빈이 수통을 꺼내 내밀었다.
“근처에 산에서 내려오는 개울이 있었습니다.”
한 모금 마시고 옆으로 넘긴다. 다른 병사가 한 모금 마시고 다시 그 옆으로 수통이 옮겨졌다.
지금 루디와 레빈, 그리고 총 스무 명의 병사는 모의 전쟁 중이다.
적의 대장은 보리스.
병사의 수와 장비는 같다. 마도구는 일체 없이, 물도 불도 현지에서 조달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루디 팀은 전쟁에서 패해 도망 중이었다. 그런 설정이 아니라, 실제로 싸우다 패했다.
스무 명의 병사 중 여덟 명은 적에게 포로로 잡혔다.
현재 루디의 곁에 남은 것은 열 두 명.
내일 새벽 동이 틀 때까지 몇 명을 남길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처음 모의 전쟁을 했을 때는 몇 시간 이내에 모두 잡혔다. 너나 할 것 없이 흠씬 두들겨 맞았다. 부러진 곳은 없었지만 온 몸이 멍투성이가 되었다.
그 뒤로 몇 년,
여전히 보리스에게는 패하고 있지만, 모두 잡힐 때까지의 시간이 벌어지면서, 현재는 상당수가 종료 시점까지 곁에 남는다.
이번에는 기회를 잡고 보리스를 급습했다 패했다. 함정이었다. 늪이 있는 지대에 잘못 들어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들은 모의 전쟁 전에 그 장소를 알아낸 모양이다.
그 사실을 몰랐던 루디는 이번에야말로 승리할 기회라고 생각하고 재빨리 병사들을 이끌고 습격했다.
늪에 빠지지 않도록 바닥을 창으로 찌른 뒤에만 발을 디디며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속도가 느려졌다.
이쪽과 저쪽 팀의 가장 큰 차이는 나이다.
루디 팀은 십대 후반에서 이십 대까지, 보리스는 사십 대부터였다.
보리스의 팀은 노련하다. 전쟁에서 노련함은 곧바로 생명과 이어진다. 진짜 창으로 싸우는 거였다면 루디 팀의 병사들은 전원이 수십 번씩은 죽었을 거다.
이쪽의 강점은 몸이 빠르고 체력이 좋다는 것이다.
한데 늪지대를 신중하게 지나면서 빠르다는 강점을 버렸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몸을 돌렸을 무렵에는 끝을 뭉툭하게 만든 나무 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젠장.’
보리스와 책상에서 공부할 때였다면 그런 함정에는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막상 현장에서 습격할 기회라고 생각하니 판단력이 약해졌다.
루디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쪽의 강점은 빠른 속도 뿐인지도 모른다. 체력도 저쪽이 위인지 몰라. 늙은이들이 어찌나 힘이 좋고 지구력이 강한지, 지치지도 않고 차근차근 쫓아온다. 꼭 걸어 다니는 거머리 같았다.
누군가가 불쑥 중얼거렸다.
“정말, 나이든 노인네들만 아니면 쳐죽이는 건데.”
한 명이 그렇게 말하자, 여기저기에서 그렇지, 하고 동조했다.
허세 부리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입이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랬다고, 쳐죽여도 된다면 죽는 건 이쪽일 거다. 농담이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말자. 아니, 지금은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농담이 필요한 걸까.
루디는 우울해진 마음을 추스르고 고개를 들었다. 싱긋 웃으며 병사들을 보았다.
“그 일착은 나야. 선수 치지 말라구.”
병사들이 히죽 웃는다. 자기가 얘기할 때는 그 말이 얼마나 바보같은지 몰라도 남이 하면 안다. 정말 멍청이처럼 보였을 거다.
고기 타는 냄새가 병사들 사이로 퍼졌다. 누군가가 침을 꿀꺽 넘겼다.
“맛있겠네요.”
“배고파 죽겠어요.”
병사들이 중얼거린다.
지금은 꽁지가 빠져라 도망친 덕에 적과의 거리가 상당히 벌어졌다.
덕분에 저녁으로 다람쥐와 새를 잡아 구워 먹을 수 있었다.
감사한 일이다.
지난 번에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도망만 다녀야 했다.
“정말···지금 내 뱃가죽은 등에 붙어 있어. 서둘러 먹고 치우자.”
루디가 말하자, 병사들이 와하하 웃었다.
다 익은 새고기 나무 꼬치를 루디가 집어 들자, 병사들도 하나씩 잡았다.
지독한 노인네들은 지금도 쫓아오고 있을 게 분명하다. 서둘러 먹고 흔적을 지워야 한다.
조용히 우울한 식사를 마치고 모닥불을 껐다.
모래를 덮어 불씨를 죽인 다음 불에 탄 나뭇가지들은 땅에 묻는다.
그 위를 다시 낙엽과 흙으로 덮어 위장할 무렵, 경계를 위해 주변에 설치한 줄을 병사 둘이 회수해 가져왔다.
척후가 길을 확인하고 일행은 다시 출발했다.
식사하는 동안 따라잡힌 거리를 다시 늘여야 한다.
“악귀 같은 노인네들.”
누군가가 한숨과 함께 중얼거리자 다른 이의 한숨이 뒤를 이었다.
“···.”
루디는 묵묵히 걸어가며 어제 보았던 영상을 머릿속으로 되새김질했다.
마생물들에게 위험해지면 사람을 죽여도 좋다고 허락한 것은 루디 자신이다.
상대가 완벽한 적의를 가지고 있다면 어설프게 상대하는 거보다는 확실하게 지워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마생물이 그 여자를 죽였다는 말은 그 당시 여자가 상당한 악의를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 상황에서 올바른 일이었을까. 오히려 일이 꼬여버리는 것은 아닐까.
마생물에게 사회적인 판단은 힘들다. 만들어낼 때 이름으로 정의한 특성은 상당수가 마생물의 성격을 이루었다.
벌레는 벌레처럼, 고양이는 고양이처럼 행동하는 면이 적지 않게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루디는 복잡한 명령 대신 악의에 초점을 맞췄다. 맞춘 건데···. 지금에 와서는 조금 걱정이다. 자신이 조금만 가까이 있었어도 상황은 훨씬 쉬웠을 텐데.
루디는 문득 하늘을 보았다.
맑은 하늘에서 불새가 가끔 하얀 빛을 일으키며 빙 빙 날았다.
루디가 리리샤 공주와 여자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나 보다.
“···.”
마지막 영상에서 여자들이 부둥켜 안고 우는 장면이 잔상처럼 눈꺼풀에 남아있다.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 세상 모든 괴로움에서 그녀들을 숨겨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눈꺼풀 속의 잔상 > 끝
(72)
작가의 말
죄송합니다. 하루종일 잠자고 글쓰는 것 외에는 어제 소설조차 보지 않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