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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대폰에서 군단이 자란다-238화 (238/254)

238화-미묘한 균형(8)

"그래서, 당신은 우리가...최후에 승리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그 외계인놈들과, 그리고...군단과 싸워서."

"확신할 수 없지요. 하지만 저 개인은, 당연히 저희가 이길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주에서, 그리고 지상에서도 아직 한창인 전장을 바라보고 있던 이브의 말에 검을 손질하던 지창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간을 찌푸린 이브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자신의 설계를 위해서는 그들이 힘을 내줘야 했지만, 절박함과 처절함을 원했지 희망과 단결을 바란건 아니었다.

"하지만 외계인 놈들도 다 물러갔고, 더 많은 괴물들이 쳐들어오면 어쩌지? 수억, 수십억, 수백억의 병력을 이끌고 말이야. 지금 고작 그정도도 못막고 골골대고 있잖아."

"그건 그다지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만. 당신은 물론, 수많은 세상과 문명의 사람들이 만나서 새롭게 만들어진 기구에서조차 의외로 대다수가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그게 뭐지?"

"진정한 초월자의 강함을."

지창현은 쓰게 웃었다. 그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플레이어이자, 스승. 자신을 한차원 위의 존재로 개화시켜준 존재이자 그가 인정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기도 했다.

"하, 단신으로 질량만 수억배에 달하는 수많은 적을 상대할 수 있다라. 그렇게 강한 이들이라면 왜 연맹에게 소개시켜주지 않는거야?"

이브는 그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 스스로 강함을 추구하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군단의 일부로 그러는 것일 뿐, 개인은 결국 군단을 이길 수 없다는 법칙을 일찌감치 깨달은게 이브였으니까.

"물론 그정도는 아니겠죠. 하지만 장담컨데 그와 유사한 정도는 충분히 재현할 수 있을 겁니다. 무신이라고 불리던 사람이라면."

"...그래?"

이브의 눈이 불신으로 물들었다. 지금까지 한 세상에서 신으로 추앙받던 이들을 만나거나 싸운게 없는게 아니었다.

그런 초월자들이 존재하는건 분명 사실이나,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 어떠한 '신'도 이브를 막아서지 못했다.

"가능하다면 그 사람이랑 이야기 해보고 싶은데."

"불가능할건 없죠. 하지만 당연히 그냥은 안됩니다."

희미하게 웃은 그가 검을 들었다. 피식거린 이브도 마찬가지였다. 수업을 방자한 대련만 며칠째.

그리고 그 사이 분명 이브는 그에게서 무언가를 배우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그 잘나신 분들은 왜 직접 안나서는건데?"

"선택과 집중이라 하셨습니다."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지창현도 이브처럼 다른 곳을 떠올리고 있었다.

지금 한창 싸우고 있을 현장들. 그곳에서, 사람들은 출신 성분 따지지 않고 모든 것을 걸고 싸운다.

걔중에는 지금 부축을 받으며 치료 받고 있는 세나처럼 끝내 격렬한 분노와 함께 성장한 이들도 있었다. 그는, 그런 이들에게 희망을 걸고 있었다.

'...잘된건가?'

이브 입장에서는 다소 애매한 결과다. 그들을 성장시킨 뒤 자신이 그것을 꺾어 수확하려는게 계획이었으니까. 하지만 상처와 고통이 아닌 그것을 극복한 희망과 사명이 새로운 가치로 떠오르는 것은 경계했다.

"그렇다면 이제 이 전투의 마무리를 어떻게 지을 것인지 슬슬 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재미 볼건 다 봤어. 물러서서 지상 방어 위주로 돌려.'

지창현과 일대를 초토화로 만드는 과격한 대련을 시작한 이브는, 리암의 독촉에 회군을 명령했다.

침투한 헌터들을 모두 사살해 소화시켜 함선의 동력원으로 써버린 리암은 2번 부활한 에이미를 곁에 두고 공세를 취하던 함대를 뒤로 물렸다.

어차피 자코프는 그 거대한 몸체의 절반이 파손되어 무응답 상태로 리타이어. 다른 함대도 급하게 파견되 이상 숫자로 찍어누르는 군단의 함선체들을 막을 수 없었으니까.

연맹도 최소한의 손실을 위해 지원군 파견을 미루고 있었으니 적어도 우주에서는 군단이 판정승을 거두고선 스스로 물러난 꼴이 되었다.

이 모두 최소한의 숨구멍이었다.

"사령관님?"

"지금...지상에 연락해라. 우주는 지키는데 성공했으나, 지원은 불가능하냐고. 계속해서 보급을 보낼테니 반드시 놈들을 막으라고!"

이를 악문 사령관도, 군단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역공은 불가능한 그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이 별로 남지 않았다.

군단은 이미 지상에 둥지를 펼쳤다. 그걸 막으려면 지상전에서 승리해야 했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지금도 복구작업을 때려치고 지원을 퍼붓고 있다. 만약 저 괴물들이 더 몰려온다면.'

그는 얼마 있지도 않은 머리를 쥐어 뜯으며 행성을 바라보았다.

영웅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영웅의 등장이 필요하다는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물론 그것이 바로 이브가 바라는 것이지만 그는 그것을 알리가 없으니까.

"우리를 더 몰아붙일 수 있던 놈들이 순순히 물러난 이유가 뭘까. 우리를 능욕하는게 아니라면 분명 무언가 노림수가 있다."

"둥지를 넓히는걸 더 중요하게 생각한게 아닌지."

부관은 그의 물음에 눈치를 보며 답했다. 정답을 알고 물어본게 아니니, 사령관도 이내 입을 다물었다.

*

"서둘러!"

"여, 여기 부상자가 있다!"

정신 없이 돌아가고 있는 피난 지역. 사방에서 외치는 다급한 물음등에 소음이 끊이지를 않았다.

이브는 첫 실험지인 이곳 렐에 나름 공을 들이고 있었다. 후발대에 적용할 모델을 구축할 필요도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주민들이 받는 고통은 다른 곳과 비교해도 적지 않았다.

"치열한 전투 끝에 하늘길은 지켜냈다. 문제는 지켜낸게 전부라는거지. 놈들의 본거지를 하늘을 통해 때리는건 불가능하다."

계속해서 도착하는 구호품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보급을 밭고 기뻐하면서도 대륙 반대편에도 아군이 갈 수 없다는 사실에는 절망했다.

"그럼 이대로 있으면 안되는 것 아닌가? 놈들이 둥지를 깠다며."

"그치만 이 상태로 뭘 어쩌란 건가. 우리는 여길 지키는 것도 힘든데."

차량 곁으로 자경단으로 보이는 두 남자가 총을 든채 투덜거리며 지나갔다. 그 차량 안에 있던 세나는, 한숨과 함께 시트에 몸을 기대었다.

'힘들다. 혹시 그들이 오는게 아니라면.'

그녀가 보기에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 상황을 타파하려면 더 강력한 힘이 필요했다. 예를 들면 지금 자신의 셔츠에 있는 사진의 주인공이라던가.

[지금까지 네가 한 수련보다, 그 짧은 경험이 네 피를 훨씬 더 강화시켰다. 그러니 싸우는걸...말리지 않겠다]

그녀의 플레이어는 성과를 낸 그녀에게 더 큰 자유권을 주었다. 하지만 자유롭게 활동한다 한들 강해지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안에 있지?"

그때, 누군가가 창문을 두드렸다. 살랑이는 꼬리과 움찔거리는 귀. 모리스에게 베어 죽임당할 뻔 했던 그녀의 목숨을 한번 살렸던 헌터 유리에였다.

세나는 창문을 열어주었다.

"대단해. 그 큰 상처가, 팔이 이렇게 다시 재생하다니."

"무슨 일이 있는건가요?"

유리에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세나의 상태를 보고 감탄했다. 지난번 창에 관통당해 어깨까지 뜯겨나갔던 때와 비하면 지금 완전히 재생한 손은 원래의 형태를 완전히 띄고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혈마법을 사용하는 흡혈귀 진조의 피를 이용한 능력중 하나였다.

"너도 용감히 싸운 전사니까, 전시 상황은 알아야 하는 것 같아서."

유리에는 정보가 고팠던 세나에게 적극적으로 상황에 대해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녀에겐 아직 이해못할 사실이 하나 있었다.

"시간을 끌면 우리가 져. 그래서 우리는..."

"다, 다른 지원은 오지 않는건가요? 신창이라던가 그, 붉은 눈처럼 강한 사람들 말이에요."

"그들에겐 그들의 일이 있을테니까."

자신이 외운 영웅들의 이름을 읊었지만 유리에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가지 잊고 있는 것 같은데 이곳 렐에서는 네가, 영웅이야. 사람들은 소문으로나 들었던 다른 이들보다도 네게 더 열광해."

"하지만 저는..."

"그래서 함께 싸우길 바라지."

유리에가 끝내 결론을 이야기했다.

결국 손가락 빨면서 지켜볼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어차피 망한다.

이대로 시간을 끌어도 세상은 망한다.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렐의 주민들은 이미 싸우기로 결정했다.

"선택권은 네게 있어."

역시 일족을 대표해서 온 유리에는 냉정하게 세나를 재촉했다. 영웅이 되어라. 그것이 요구조건이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품에 있는 사진을 꼭 쥐었다.

그동안 늘 바라만 보고 올려다만 본 영웅이라는 존재, 이제는 스스로가 다른 사람들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영웅이 되어야 했다.

"놈들의 병력이 사방으로 퍼져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계속해서 확장하려는 이 미친 괴물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기만 한다면, 우리 모두 싸울 의지는 가득하오."

렐의 육군 사령관은 어두운 목소리로 지도를 가리켰다. 그들은 공격을 나설 생각이었다.

어차피 아무것도 안하고 방어만 하고 있으면, 이곳 대륙 구석탱이를 제외한 모든 행성이 군단의 둥지로 뒤덮였을 테니까.

"...준비하게."

결국 임시 통령까지 거쳐 모든 준비가 끝났다. 몸도 제대로 못가누는 현지인들이, 최후의 반격을 준비한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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