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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대폰에서 군단이 자란다-237화 (237/254)

237화-미묘한 균형(7)

"문제는 이렇게 되면, 함선의 화력이 대폭 감소한다...!"

말그대로 뼈를 주고 살을 취했다.

함선 내부로 침투한 군단병들이 사방으로 퍼지는건 겨우 막았지만, 함선의 전투력이 급감하는건 막을 수 없었다.

'마지막 남은 희망은 저곳이다.'

이를 악문 사령관은 밖을 바라보았다. 자신들이 무언가 큰 돌파구가 되어주지 못한 이상, 이제 그들이 기댈 곳은 단 한곳 뿐이었다.

'존재 자체로 놈들의 움직임 부터가 달라진다는, 저 괴물들의 함대전을 담당하고 있는 또 하나의 특수종이다. 저 기함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내부 방어를 포기하고 함께 온 헌터들을 적의 기함에 침투시켰다. 그러니 그곳에서는 반드시 승리해야 했다.

통신이 끊긴 지금 알 수 있는 것은 행동을 멈추고 있는 적 기함이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였다.

"놈들의 공격이 다시 시작됩니다!"

"버텨라. 우리는 절대 무너질 수 없는 존재다."

물론 군단이 놀고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함선체들은 계속해서 그들을 공격해왔다. 반쯤 불능이 되어버린 이 거대 함선은 필사적으로 버텼다. 그래야만 했으니까. 이곳에도, 지상에도 그들을 믿고 싸우는 이들이 한가득이었다.

"그들은 이곳에 희망을 걸고 있는건가."

그리고 인간의 사고 방식을 이해하고 있는 리암은 그 모든 심리를 대강 예상하고 있었다.

"어지간하면 알겠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군."

기함의 최심부에 홀로 있던 리암은 군체의식을 통해 모든 상황을 보고 이해할 수 있다. 피식 웃은 그는 난처한 얼굴로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상대방의 각오가 느슨했다면 어느 쪽이든 빠르게 결단을 내렸을 것이나, 지금 죽을 각오로 버티고 있는 바깥의 적들은 물론 내부로 침투한 헌터들도 절대 물러설 기미가 안보였다.

'실망인걸? 아무리 그래도 저런 무능한 일반인들에게.'

"그건 좀 억울하다. 아무리 일반인이라 한들 필사의 각오로 자기 목숨마저 불살라 버린다면, 아무리 상대가 약하다 한들 무시할 수 없다. 하물며 그 숫자가 한둘도 아니고."

이브의 말에 그는 코웃음을 쳤다. 초생물인 이브 본인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한때는 그들과 같은 평범한 인간이었던 리암은 보다 객관적으로 상대를 평가했다.

"무시할 수 있는건 없다. 번뜩이는 한방은, 아무리 약하다 한들 언제나 강자에게 상처 한번은 남길 수 있으니까. 그러니 배울 점이 없는건 아니지. 어쩌면 가장 약하기에, 가장 쉽게 성장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어서 짓밟아. 놈들이 각성하고, 더 격렬해지기 전에.'

"...그렇게 해야지."

그는 열변을 토했지만 최근들어 여러 방면으로 확대된 이브의 가치관에도 힘 없는 이들에 대한 내용은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혀를 찬 리암은 다른 함선체에 탑승하고 있는 병력을 지원으로 부르기 위해 함선체들을 호출했다. 지금 그의 눈에서는 함선 내부에서 싸우고 있는 한무리의 존재들이 보였다.

이를 악물고 싸우고 있는 헌터들과, 방금까지 자신의 곁에 있던 에이미가.

"막아! 위다!"

일반적인 함선과는 다른,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의 내부와 같은 기함 내부. 기를 쓰고 최심부로 향하려는 연맹 소속 헌터들은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지금이다!"

사방에서 몰아쳐, 길고 큼직한 마상창 같이 생긴 창을 든 에이미를 합공하는 그들의 눈은 악에 받혀 있다. 그 시초부터가 군단과의 전쟁이었던 연합군 만큼은 아니라지만 그들 모두 군단의 공격에 소중한 것을 잃고 그 원한을 바탕으로 이번 일에 자원한 이들이었다.

그만큼 처절하고, 절박하다. 에이미가 빠르게 휘두른 창으로 한명을 날려보내고, 한명의 몸을 꿰뚫은 사이.

또다른 누군가가 응집한 에너지 탄을 쏘아내 그녀의 베리어를 순간 부숴버렸다.

"크, 하하핫!"

뒤이어 달려든건 거구의 사내였다. 그는 손에 든 큼직한 대검으로 에이미의 몸을 관통하는데 성공했다.

비록 그의 몸도 창에 꿰뚫렸지만, 피거품을 뱉으면서도 그는 검을 더 깊숙하게 박아넣으며 검을 움켜쥔 에이미를 내려다 보고 웃었다. 비록 동반 자폭에 가깝지만, 어쨌든 원수를 갚았다고 생각한 덕에.

"브리안!"

그의 숨이 끊어질 즈음 또다른 동료 하나가 다급히 검을 휘둘렀다.

붉은 안광을 번득이던 머리가 베여 피를 뿌리며 땅에 떨어지고 검에 관통당한 그 몸은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이, 이미 늦었어. 상처가 너무 큽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뛰어와 그의 상처를 살폈다. 만약 상처가 조금이라도 얕았다면 치유술의 일종인 자신의 능력으로 회복시킬 수 있었을 것이나, 상처가 너무 깊어 거의 즉사였다는게 문제였다.

"5명이나 죽었지만, 이 상위종을 끝으로 이제 더 이상 수비 병력은 없는 모양입니다."

"...동료들의 원수까지 갚으려면 지금 이대로 가서, 이 함선도 같지 않은 괴물의 중추를 제거하는 수밖에 없소."

그 광경을 보고 그들은 전의를 다졌다. 다시금 무기를 챙겨, 부상당하고 피로가 누적된 몸을 이끌어 더 깊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끝은 당연히 리암이 있는 함선 최심부. 사방으로 퍼진 촉수다발 하나하나가 인간의 뇌를 초월하는 신경체인 것을 눈치채지 못한 그들은 마침내 거미줄 같이 얽혀 있는 그 신경체의 중심부에 도달했다.

*

"이, 이럴 수가..."

"저것! 사람 아닌가?!"

큼직한 동공, 그리고 그곳에 있는건 그저 수많은 촉수와 점액 뿐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경악한 그들 중 하나가 전방을 가리켰다. 그 거미줄 한가운데 덜렁 걸려 있는 리암의 머리를.

그들은 한때 반군연합 소속의 사령관이었던 리암의 얼굴을 알아보지는 못했다.

"결국 여기까지 오고 말았군."

"말, 말을 한다..."

오히려 리암이 먼저 말을 꺼내자, 경악하며 놀랄 정도였다. 이브는 서브마인드들에게 타 세력과의 소통금지령을 내렸지만 이번 경우는 유효했다.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절대 새어나가지 않을' 자신이 있었으니까.

"당신들도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이곳에 왔겠지. 원한, 사명 뭐 그런 것들 말이야. 나도 한때는 그랬다. 한때는 내가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이 괴물들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당황해서 말문이 막힌 그들을 향해 주절주절 이야기를 쏟아내었다. 한결 같이 늘 곁에 있는 에이미를 제외, 다른 이들과 해보지 못했던 이야기가 고팠던 탓이었다.

"어리석은 생각이었지. 결국은 내게도 결코 버리지 못할 것이 있다는걸 깨달았으니까. 개인적으로 나는 하이브마인드가 당신들 같은 이들을 자극하고 괴롭혀서 성장의 양분으로 쓰려는 행위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너무나 안타깝고, 불쌍하다."

"무,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냐 괴물놈아!"

"말도 안 돼...말도 안 돼...Z와 소통이 가능하다고? 그런..."

리암은 속시원하게 하이브마인드의 존재까지 오픈했지만 이미 패닉에 빠진 헌터들은 그 말을 캐치하지 못했다.

"다들 현혹되지 마십시오! 이건 분명 우리를 타락시키려는 사악한 혀놀림이니, 흔들리지 말고 할 일을 해야 합니다!"

"오호."

일행이 위기에 처하면 나타나는 영웅도 있는 법, 누군가 목소리를 높였다. 치유술 능력을 가진 사내였다.

리암은 그저 흥미롭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게 맞아. 우선 임무를 완수한다. 밖은 지금 시간이 없다!"

"좋은 마음가짐이로군. 그런데, 자신은 있나?"

리암은 마음을 다잡고 싸우려는 이들을 비웃었다. 지금 곁에 아무것도 없는 존재가 보일 여유는 아니었다.

"무, 무슨...!"

"그럴리가! 분명 베었는데!"

물론 그의 여유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곁에 있던 육벽이 쩍 갈라지며,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검은 갑각을 두르고 붉은 안광을 빛내며, 손에는 큼직한 마상창을 든 상위종이.

"...내 몸에 저장된 에이미의 몸은 총 35개체. 용케 한번 죽였다 하지만 총 35번 되살아나는 그녀를, 너희가 막을 수 있을까."

쓰게 웃은 리암이 창을 세우고는 그들을 향해 달려나가는 에이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것도 상당히 분노한 그녀를?"

에이미의 창에는 전과는 다른 분노까지 담겨 그들의 몸을 찢고 꿰뚫었다. 직전에 자신을 죽였다는 분노, 그리고 감히 리암을 향해 적의를 보였다는게 원인이었다.

'만약 뭉쳐든 세력들이 군단을 막지 못한다면. 이 우주 전체가 이브의 실험장, 더 나아가 한낱 양식장이 될수도 있다. 희망을 보려면 적어도 에이미를 35번 죽이고 난 뒤 여기서 나까지 죽였어야지.'

되살아난 에이미가 당황하고 절망한 헌터들을 향태로 무쌍을 찍는 모습을 보던 리암이 속으로 혀를 찼다.

그는 서브마인드로 군단에 충성하나 신앙 수준의 무조건적인 충성을 보내는 레이나와는 달리 약간 지켜보는 포지션에 있었다.

그런 그가 판단했을때, 아직 반격이 약했다. 이브의 야욕을 막으려면 연맹은 더 힘을 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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