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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대폰에서 군단이 자란다-224화 (224/254)

224화-물고 물리는 싸움(4)

"놈들의 군대가 어딘가로 단체로 이동...아, 어딘가 했더니 우리한테 오는건가?"

이브는 카사라스의 함대가 이동하는걸 실시간으로 관측했다. 이미 그들의 본성이 어느 곳에 있는지, 포로로 잡은 이들을 바탕으로 완벽히 복제하고 배워 그 좌표를 알아낸 상태였으니까.

그 이후로 쭉 숨어서 그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무리 우리라 해도 연맹의 지도부에겐 지금 반격하자고는 말 못하겠지?"

"놈들도 그걸 의식한게 분명해. 그러니까 굳이 전선의 병력을 동원하지 않고, 자기들 집을 지키던 병력을 보낸거겠지."

"그래. 그렇다면 일단 아직도 오만한 저 놈들이 정신 차릴 수 있게 만들어 줘야겠어."

내 대답을 들은 이브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이브가 군단을 움직이는 방향은 크게 두가지였다.

첫번째는 지금 카사라스 정복군을 공격하던 모든 병력을 회수하는 것. 두번째는 회수한 병력을 포함, 가능한 한 많은 함대 전력을 모아서 텅 비어버린 놈들의 본진에 때려박는 것.

에덴의 수비는 최근 그 전력을 강화한 둥지 방어 시스템으로 대체한다는 생각이었다.

"어디 어느 쪽 본진이 먼저 털리는지 한번 시험해볼까."

이브의 행동은 자신 있다는 듯 망설임이 없었다.

말그대로 배짱싸움. 어차피 서로 본진이 갈려나가도 후일을 도모할 다른 거점이 없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본진은 본진. 이 전투에서 패배하는 쪽은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물론 나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 가자."

"가자고?"

"연맹을 참전시키는건 힘들어도, 점령하고 있는 놈들을 공격해서 자기들 땅을 수복하는 것 쯤은 할 수 있잖아."

이브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내 손을 잡아 끈 이브는 곧바로 우리를 보좌해주는 레비크 중위를 호출했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크리스티안이든 뭐든, 비상의회 누구든 연결해봐. 긴급히 할 제안이 있으니까."

"...예?"

의아한 얼굴로 와서 경례를 하던 레비크 중위는 당황한 표정으로 굳어버렸다.

"까라면 까고 일단 빨리 움직입..."

"중요한 제안이 있습니다."

나는 성질 급한 이브의 입을 막고 대신 말을 전했다. 당연히 레비크 중위는 어리둥절해 했지만, 마침 하나 둘 들려오는 최전선의 소식이 우리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었다.

미친듯이 쏟아져 내리던 군단병들이 싹 사라졌다는 이야기부터, 카사라스 군대가 그 이후로 소극적으로 변해서는 자리만 지킨다는 소식들이.

"이건 기회입니다. 그러니 이제 다시 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놈들을 완전히 몰아내야 합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연맹의 모든 지휘부가 모인 자리에서 다시 한번 주장했다. 그들을 설득해서, 지금 신경이 다른 곳에 쏠린 적들을 치게 만들 목적으로.

"짓밟힌 긍지, 죽어간 사람들의 목숨, 파괴당한 터전까지. 이제 그것들을 되갚고 되찾을 때입니다."

그들은 절대 모를 것이다. 나도 결국 그들의 적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차라리 내가 나을 것이다. 나는 그들이 쓰러지지 않고 계속 싸우기를 바라니까.

"저 말이 맞는 것 같소."

"그렇습니다. 이건 기회입니다!"

내 제안은 생각 이상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그동안 열심히 구르면서 쌓아 온 전공은 나와 이브를 대단한 영웅으로 만들었으니까.

지도부인 의원들이 이정도 반응이라면 지금 한창 적들을 향해 분노하고 증오하고 있을 일반인들의 민심은 안봐도 뻔했다. 차지연을 조종하던 카사라스 플레이어가 노리던 것이 바로 이것일 것이다.

내부를 장악하여, 단결하지 못하게 갈등을 유발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것. 안타깝게도 그놈은 그것마저 우리에게 밀렸다.

"저, 절대 안됩니다! 아직 위험하지 않습니까?"

예를 들면 저기 있는 또다른 에볼루션 소속의 헌터처럼. 플레이어에게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주 하얗게 질려서 필사적으로 반격 반대를 외치고 있었다.

아마 저 사람도 머지않아 이브에게 정리당할 테지만.

"아니. 때로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소."

게다가 소수의 필사적인 반대는 이미 완전한 대세로 떠오른 반격 여론을 뒤집지 못했다.

결국 군단이 나타나 전쟁을 벌이던 사이 휴식하며 힘을 비축한 연맹은, 전방에서 멈춰버린 카사라스 점령군을 향해 반격할 것을 결단했다.

'표정 보기 좋은데. 하지만 저 뒤에있을 그 퍼런 외계인의 표정은 더 보기 좋겠지.'

회의가 끝나고, 이브는 홀로그램 화면에 보이는 에볼루션 소속 헌터의 얼굴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세상이 무너진 듯한 얼굴로 주저앉은 그의 얼굴엔 묘한 절망감이 가득했다.

*

"자. 결국은 외통수지."

끝없이 펼쳐진 군단의 둥지에서, 이브는 뭐 보이지도 않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물론 지금 가진 육체의 시각으로만 보지 못할 뿐.

지금 이브의 곁에 있는 모든 둥지에서 꿈틀거리는, 대륙 전체에 뻗어있는 수십만, 수백만의 방어 포탑들이 강력한 플라즈마 에너지 탄을 우주를 향해 쉴새 없이 쏘아보내고 있었다.

"이미 다 알고 있어."

우주에서 지상으로 내려 꽂히는 일격은 신목이 끌어모은 방어막으로 최대한 상쇄하며 타격을 상쇄했다.

이미 이브는 카사라스의 전력에 대해서 그들이 연맹을 공격하는데 사용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다급해졌는지, 우주함대가 끝없는 포격을 맞아가며 계속해서 고도를 내렸다. 그들이 왜 다급할 수밖에 없는지 알고 있는 이브는 입꼬리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들은 이미 전투를 시작한 지금, 본성이 공격 받고 있다는 통신에도 회군할수도 없다. 그렇다고 긴급히 후퇴해서 본성을 지원해야 할 최전선의 병력들도 지금 당장은 돌아갈 수 없었다.

다시 군을 재정비한 연맹군이 반격을 시작했으니까.

'이 기회에 완전한 주도권을 갖는다.'

이브는 연맹의 비밀병기, 요새급 초거대 함선 자코프와 견줄만한 카사라스의 거대 함선이 대공포탄 세례를 받으며 점차 깎여가는 푸른 방어막을 파직거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쪽 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는 연맹을 이용해 마치 2대1 같은 구도를 만드는데 성공했으니, 이브는 잘만 하면 이 기회에 껄끄러운 삼파전을 단숨에 끝낼 수 있다고 여겼다.

'결국 끝까지 내려오긴 했나. 상관 없지. 최소한의 피해로 막으면 그만이야.'

온갖 탱킹을 다 하고 있는 함선에서 수백기 이상의 함재기가 튀어나오며 동시에 강습을 시도하는 것을 보며, 가면을 쓴 이브 대기시키던 병력과 함께 활동을 개시했다.

어차피 여차하면 이 행성 절반 이상을 버릴 각오도 했다. 그런만큼 저 부대를 붙잡아 막으면, 결국은 자신이 이긴다고 확신했다.

"어?"

그러나.

이브가 대규모 군단병들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그 순간. 이곳에선 족히 수천km이상 떨어져 있던 카사라스 함선에서 투하된 무언가가 터지더니,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이브의 정신이 단숨에 아바타에서 이탈하여 군체의식으로 들어와버렸다.

"가라스님. 아무리 그래도 멸절탄은 자랑스러운 일족의 관습상..."

"입 다물라.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몰라서 그러는건가."

함선의 지휘실. 사령관을 맡은 카르코스 가라스는 조심의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그들이 보고 있는 화면엔, 이 거대한 함선의 동력장치 절반을 영구적으로 소모하여 투하한 행성파괴급 폭탄의 파괴력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핵폭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력이었다. 물이든 땅이든 군단의 둥지가 모조리 덮고 있던 행성 1/3 가량이 시뻘겋게 불타고 새까맣게 그슬린 상태였다.

"지금 당장 복귀한다. 본성을 지켜야 한다!"

물론 이 엄청난 위력의 폭탄은 섣부르게 남발할 수 있는 물건도 아니었다.

현재 그들이 모든 역량을 동원해 쓸 수 있는건 끽해야 몇발이 전부. 물론 그것들을 전부 투하한다면 군단이 점령한 행성 한두개는 통째로 태워버릴 수 있지만, 그 이후엔 그들도 큰 전력의 손실을 각오해야 했다.

"놈들의 본진에 타격을 주는 것도 어느 정도 성공했으니 어서 돌아간다. 본성을..."

"가라스님!"

그러나 요행을 바란 가라스의 희망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비록 행성의 일부가 통째로 복구불가능의 타격을 입었디만, 아직 남은 곳들이 있었다.

'나의 낙원에 손을 대었으니, 나는 너희의 모든 것을 가져가야겠다.'

상상도 못한 그들의 일격에 극도로 분노한 이브는 오히려 굉장히 차분해졌다. 아바타를 쓰지 않고 군단을 움직이기 시작한 이브는 오히려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비행종이든 함선체든 모조리 쏟아부으면서 역으로 후퇴하려는 그들에게 들러붙기 시작했다.

"놈들의 추격이 거세, 워프를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럴 수가. 전방에 워프 반응!"

당황한 그들의 눈앞에 워프 하며 등장한, 우주에 떠다니는 섬인 군단의 침략 요새가 함대와 함께 등장했다.

마치 그들이 한것 처럼 이브가 다른 행성의 방어 병력까지 긁어 온 것이다.

"큭...싸워라! 놈들을 모조리 격추하고, 그 뒤 본성으로 복귀한다!"

결국 총지휘관 가라스는 철수를 중단하고 싸울 것을 지시했다. 그렇게 군단과 카사라스 사이 처음벌어진 대규모 함대전이 반쯤 타버린 에덴 상공에서 펼쳐지는 가운데.

극도의 분노로 말을 잃은 이브는 다른 곳으로 신경을 돌렸다.

이쪽은 오히려 어떻게든 버티려는 적들을 상대로 거대한 군단의 병력이 총공세를 펼치는 지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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