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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대폰에서 군단이 자란다-167화 (167/254)

167화-제 3세력(2)

"막았다..?!"

창을 던진 늑대가 허공에 뜬 날개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구부정한 몸으로 이족보행을 하는 이 늑대인간들은 고블린들과 평소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던 마계의 부족중 하나로 차마 마계연합 본부에 사실을 알리고 지원을 받기 싫었던 고블린들의 플레이어가 은밀히 접촉해서 데려 온 지원이었다.

"너희는 이게 전부인가?! 그럴리 없잖느냐!"

"크흐, 전부 준비해라!"

당황한 늑대의 소리침에 이번엔 고블린 마법사들이 더 많이 모여들었다. 종족특성 집단행동과 결합한 집단의 마법은 분명 강력하다. 괜히 핵폭탄까지 동원하던 지구연합군과 대등히 맞선게 아니다.

"오오오...힘이!"

게다가 플레이어도 힘을 보탰다. 플레이어가 상점에서 구매해 사용한 타 종족의 종족특성까지 일시적으로 얻게 된 고블린들의 마력이 강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놈들은 하늘에 있는 강도연을 향해 자신들의 지팡이를 겨누었다. 지금 이 순간, 함선의 광선포와 맞먹는 힘을 지닌 포격이 그녀를 향해 쏘아졌다.

'...'

강도연은 자신을 노리는 함선을 상대할 때처럼, 날개에 힘을 집중하고 순간적인 추진력을 폭발시켰다.

음속을 돌파하는 이 어지러운 회피기동에 애초에 함재기등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함선의 조준센서는 즉각적으로 반응해 계속해서 포격을 이어갔지만, 살아있는 생물체인 고블린들의 인지능력과 시선처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

고블린 마법사 하나가 탄식을 내뱉은 순간. 강도연이 추진력 그대로 자신의 몸을 감속 없이 지상에 내리 꽂았다.

충격파가 터지며 근처의 땅이 뒤흔들릴 정도의 위력에 일정 반경 안에 있던 고블린들은 풍압만으로 몸이 터지고 짓이겨졌다.

충격에 넘어졌다 겨우 일어난 놈들의 눈에 두려움이 깃들었다. 그리고 그건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지원 나온 늑대인간들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강한 전사가 온다 한들 자신들의 힘으로는 흙먼지 속에서 펼쳐진 저 날개를 막을 수 없다는걸 직감했다.

'마법사들 위주로, 최대한 죽인다.'

반면 혼자서 적진에 난입해 수많은 적들을 눈앞에 둔 강도연은 눈을 번득였다. 자신에게 쏘아진 마법이 결코 약하지 않음을 확인했으니 본대에 피해가 가기 전에 마법사들을 최대한 줄일 생각이었다.

"끼에에엑?!"

땅을 박찬 그녀가 다시 한번 고블린 마법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미 전의를 상실한 고블린들은 플레이어의 명령이고 나발이고 맞설 생각은 못하고 혼비백산하여 흩어지기 시작했다.

비록 혼자이고 상대는 수만에 달하지만 전의를 상실했다면 남은건 학살 뿐이다. 그녀의 날개에서 뿜어진 참격이 땅과 하늘을 가르며 수십의 고블린들을 일격에 죽여나갔다.

이대로 간다면 본대가 도착하기 전, 그녀 혼자 이 대군세를 와해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이건..."

그러나. 고블린들의 플레이어도 결단을 내렸다.

강도연은 자신의 몸이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힘이 축 빠지며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척살권...'

'걱정하지 마. 이미 거의 다 도착했으니까.'

물론 그 영혼마저 바쳐야 하는 군단의 일원에게 척살권은 그리 큰 위협이 아니다. 강도연이 쓰러진 순간 이미 오윤아가 이끄는 본대가 당황한 놈들의 코 앞에 도달해 있었다.

"죽었어! 그러니까 신경끄고 어서 주변을 경계해라. 놈들은 하나가 아니다!"

[시체는 회수해라. 연구라도 해야할 것 아니냐]

척살권으로 위기를 넘긴 고블린들은 당황하면서도 서둘러 체제를 정비했다. 플레이어는 그 와중에 연결이 끊긴 강도연의 육신을 탐냈다.

그러나 고블린 몇몇이 그녀의 육신을 꽁꽁 묶어 질질 끌어 후방으로 옮기던 그 순간.

"하늘이다!"

하늘에서 은신을 푼 오윤아와 몇몇 상위종이 그대로 지상으로 강습을 감행했다.

놈들이 채 마법을 쓰기 전에 땅이 펑펑 터져나갔다. 오윤아는 허공으로 튀어오른 강도연의 육신을 받아서 품에 안았다.

"이 몸 하나에 들어간 자원이 함선 여러개 분량이라며?"

'...'

발끈한 고블린들이 당연히 마법을 시전하며 그녀에게 덤벼들었지만, 땅을 흔드는건 상위종들의 주술만이 아니었다.

"괴, 괴물!"

"괴물들! 괴물들!"

땅을 부수고 튀어나온 대형의 괴물부터 고블린을 베이스로 한 소형의 군단병까지 제대로 된 병종을 갖춘 군단이 혼란에 빠진 고블린들을 습격했다.

물론 숫자는 아직도 고블린들이 많았지만, 산고블린들은 아직 다른 고블린 부족들을 완벽히 하나로 만들지 못했다.

유닛인 산고블린들이 집요하게 사냥당하자 질서와 규율이 단숨에 붕괴했다. 게대가 군단병들은 굳이 도망치거나 싸움을 포기한 고블린들은 건들지도 않았다.

[이럴 수가]

고블린들의 플레이어는 붕괴되어 가는 고블린 무리를 보며 이제서야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직감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일이 자신의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임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하지만 결과를 바꾸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자신의 군대는 이미 덩치를 키운 괴물들에게 짓밟히고 씹히고 있었고 추가적으로 병력을 보내는 것도 불가능했다.

[지금 당장, 연합의 의장 칼타스에게 연락해라. 당장!]

결국 할 수 있는 최선은 이제라도 자신이 속한 연합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 뿐이었다.

"남부에 세력을 가진 고블린들이, 정체 불명의 적에게 습격을?"

마계 전역에 직통의 연락망을 구축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던 칼타스는 그날 즉시 그 보고를 받았다. 함께 첨부된 증거 영상이 함께였다.

"...말도 안 돼."

그리고 그 영상과 함께 고블린들의 지원요청을 받은 칼타스는 눈을 부릅떴다. 그는 이미 군단병들에 대한 정보를 알고는 있었으니까.

단지 지금 멀리 떨어진 우주공간에서 반군연합과 싸우고 있는 괴물들이 왜 지금 여기 나타났는지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

"놈들은 확실히, 끔찍한 괴물들이었소. 그리고 강했지. 내가 직접 맞붙어 본 놈은 검을 쓰는 덩치 큰 놈이었소."

"이런 놈들. 본적 있나?"

"크흠?! 이놈은!"

칼타스가 내민 수정구 속 영상자료에, 호출된 오크는 콧김을 내뿜었다. 영상자료는 고블린들이 보내 온 물건으로, 그 안에 강도연의 모습을 비롯 군단병들의 모습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놈! 분명 봤소. 그곳에서!"

오크는 그중 누군가를 가리켰다. 그 오크가 알아본 대상은 다름아닌 오윤아로, 행성 라티스에서 신우와 싸웠던 그는 그당시 우주공간에 있던 강도연은 못봤어도 신우의 곁에 있던 오윤아는 봤으니까.

그리고 그는 추가적으로 몇몇 병종의 군단병들도 알아보았다.

"그, 그놈들이 이 땅에 왔단 말이오?"

"그런 것 같은데."

"그럴수가."

오크의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칼타스에겐 흥미로운 반응이었다. 대체 이 오크는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왔기에 평소의 안하무인이던 태도는 어디가고 진심으로 두려워한단 말인가.

"내가 보기에도 그렇고, 그곳의 인간들도 분명 그렇게 말했소. 놈들은 세상을 파먹는 괴물들이라고."

"놈들이 감히 이 마계를 먹어치울 수 있을 것 같은가."

"괜히 여러 세상을 손에 넣은 거대 세력인 그들이 그 난리를 떠는게 아니오."

오크의 태도는 진중했다. 칼타스도 이내 얼굴을 굳혔다.

"하지만 우리는 지구연합군의 공격에도 대항해야 한다. 다른 곳에서 병력을 뺄 수는 없다."

"...그, 솔직히 말하자면 비교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군."

단편적인 증거를 듣기만했지 직접 보거나 겪지 못한 칼타스는 머리가 복잡했다. 당장 그들의 주적은 호시탐탐 빈곳을 노려 폭탄을 쏟아붓는 지구연합군이었으니까.

게다가 이제는 연맹과 동맹을 맺고 그 지원까지 받는다는 첩보도 있었다. 분명 더 커지고 격렬해질 전쟁에 집중해야 하는데 내부에 생긴 제 3의 세력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미적지근하게 대항하다간, 암세포와 같은 그 괴물들이 이 세상 전체를 집어삼킬 것이오..!"

"반대로 말하면 그놈들을 이용해, 지구놈들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것 아닌가."

칼타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단순하게 발언할 수 있는 이 오크와 달리 칼타스 본인은 반드시 승리를 위한 계획을 짜야만했다.

"반군연합과의 협력은 우리의 기회. 절대 놓칠 수 없고."

칼타스는 게다가 최근 마계에 유닛을 둔 플레이어들과 강자들을 데려가려는 외부세력인 반군연합의 관계를 주선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었다.

그렇게 플레이어들의 관심이 외부로 향할수록 자신의 영향력은 연합 내에서 더더욱 커졌다.

반군연합의 총통 미하일과 마찬가지로 플레이어, 유닛, 그리고 게임 자체를 결국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탐탁찮은 요소라고 여기고 있던 그의 가장 큰 목적은 결국 마계 내에서 주도권을 되찾는 것.

그들에게서 습득한 지식으로 휘하 마족들을 강하게 만들었고, 이제 플레이어들을 꼬드겨 주력을 외부로 진출하게 만들기만 하면 그의 계획은 완벽히 이루어진다.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없애버리는 것도 곤란해. 듣자니 그 외계의 괴물들은 그 무엇도 가리지 않고 공격하고 먹어치운다지. 어차피 모든걸 가질 순 없으니 지금은 인간놈들을 견제할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

만약 군단의 습격으로 인해 초토화된 행성을 직접 봤다면, 겪어봤다면 다른 선택을 내렸을 확률이 높았지만 어쨌든 칼타스는 자신이 감히 그 재앙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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