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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대폰에서 군단이 자란다-155화 (155/254)

155화-시스템 재정립(5)

"어서 움직여!"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지는 와중에도 강습은 계속된다. 함선에서 무인기를 포함한 전차와 2족 보행 탑승형 장갑체등이 무더기로 지상에 착륙을 시도했다.

굳이 장비들을 가득 실어와 지상전까지 벌이는 이유는 간단했다.

현재 그들이 믿는 구석인 이세계의 초인들, 가이샨족이 공중에서는 전투가 불가능했으니까.

"사령관님. 달려들던 적들의 상위종들이 방향을 틀었습니다."

"으음...일단 여기까지는 계획대로군. 하지만 예상 이상으로 징글징글하게 많아."

달려드는 함선체와 비행종들을 상대로 강습이 끝날 때까지 버티면서 지상을 지원까지 해야 하는 함대의 부담이 컸다.

그나마 지금 버티고 있는 것도 다른 곳을 공격하고 있는 상대방의 병력이 적을 것이라는 예상을 과감하게 실행한 덕분.

강습까지 성공한 이상 남은건 지상과 공중의 합작으로 드넓게 펼쳐진 괴물들의 둥지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 수 있느냐였다.

"지금 발렌의 상황은 어떻다는가. 우리가 이곳에서, 놈들에게 갚아주는게 가능할까 싶은데."

"지금 생존자들의 대피가 가까스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지만. 놈들의 함대가 이미 모든 궤도를 점령했고, 뚫을 방법이 없어보입니다."

"...영악한 놈들. 회군하진 않겠다는거군. 이곳을 모조리 불태워야 본전이란 뜻인가?"

사령관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곳을 공격하는 이유 중 하나는 둥지를 위협해서 병력을 회군시키는 것. 하지만 이브가 자신이 써먹었던 방법에 휘둘릴리가 없다.

차라리 피해를 보더라도 이득보는 교환을 하겠다는 이브의 태도에 속이 타들어가는건 인간측이었다.

"별 수 없다. 이제 저 야만전사들을 믿고 최대한 싸우는 수밖에."

그래도 일말의 희망은 있었다. 새롭게 합류하게 된 전력, 그들이 충분히 역할을 다해준다면 미리 세운 계획대로 괴물들에게 충분한 타격을 먹여 줄 수 있었으니까.

"계속 온다...!"

"우리가 막아야 돼. 아니면 우리가 상위종한테 죽는다!"

사령관이 함대를 지휘하며 공중에서 싸움을 지속하고 있을 때. 강습에 성공한 지상군이 사방으로 화력을 뿜어내며 어떻게든 길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이미 사방은 새까맣게 무리를 이룬 군단병들로 가득 찼다. 조금이라도 쉬면 방어가 뚫렸다.

"큭...북서쪽에 초대형종이다! 타입은 바이슨!"

열심히 총탄을 갈기던 한 병사가 전방에서 땅을 울리며 달려오는 거체의 괴물을 보고 다급히 외쳤다.

평범한 미사일, 광선포 정도로는 저지할 수도 뚫을 수도 없는 단단한 갑옷을 두른 그 거대한 짐승이 그대로 돌진하더니 10미터가 넘는 길이의 망치머리를 쓸듯이 휘둘러 선두에 선 전차들을 비롯한 지상군 일부분을 그대로 날러버렸다.

"지금 강습한 저희가 가진 화력으로는 초대형종으로 분류한 저 거대괴수들을 처리 불가능합니다. 함대 지원도 지금은..."

"크흠. 저놈은 좀 크구만."

그 광경을 보고 얼어버린 강습사령관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곁에 있던 덩치 큰 야만전사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오히려 그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걱정 말라 난쟁이 친구. 우리 고향 후일라에서도 저런 거대한 짐승들을 많이 잡아봤으니까."

"나, 난쟁이..."

그가 당황한 강습사령관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며 히죽였다.

"야루. 할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형님, 아니 전사장."

그는 자신의 동생이기도 한 또다른 전사를 불러내어, 초대형종의 처리를 맡겼다. 야루라는 이름의 그 전사는 커다란 도끼를 들어보이며 자신 있게 앞으로 나섰다.

'진짜? 진짜라고?! 아무리 덩치가 크다 그래도 사람이, 저 집채만한 괴물을 혼자서 잡는다고. 저 도끼 하나로?!'

여전히 그 솥뚜껑만한 손에 머리를 잡혀 있던 강습사령관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야루는 반군연합 지상군이 미친듯이 몰려오는 괴물들을 막아주는 사이 굉음과 함께 땅을 부수며 단숨에 수십미터를 박차올랐다.

"도망가진 마라 괴물아!"

몸에는 물론 치켜든 도끼에 순간 선명한 붉은색 기운이 타올랐다.

마지막으로 힘차게 땅을 뛰어오른 야루가 전력을 다해 돌진해오는 초대형종의 머리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평범한 인류에 비해 그 덩치가 크다하나 그래봤자 초대형종의 몸에 비하면 너무나 작다.

"이럴 수가!"

"인정 받은 전사라면 이정도가 당연한 것이거늘 왜 그리 놀라는가?

하지만 강습사령관은 펼쳐지는 광경에 평정도 잊고 대놓고 소리를 질렀다. 휘둘러진 도끼에서 뿜어진 파괴적인 기운이 초대형종의 머리를 말그대로 쪼개버렸다.

형상력에 강한 저항을 가지는 용종의 비늘을 적용한 군단의 갑주도 완전무결한 무적은 아니다.

그들이 오랜 시간 갈고 닦은 무예에 방어가 뚫려버리자, 그 거체가 비틀거리다 쓰러지기 시작했다.

"보이나 난쟁이 친구. 아무래도 우리는 손발이 잘 맞는 것 같군. 투기를 발산하면 아무래도 심적인 피로가 크게 쌓인다. 빠르게 끝내는 결투에는 강하지만, 끝없는 전쟁에는 취약하지."

그는 놀라 말을 잊은 강습사령관을 무시하고 중얼거렸다.

초대형종에게서 살아남은 지상군이 초대형종을 처리한 야루에게 달려드는 중대형 군단병들을 가로막고 총탄과 포탄을 퍼부었다.

시너지. 이브가 그들의 합작에서 가장 경계하던 그것, 세상의 벽을 깨고 서로 만나게 된 이들이 협력하여 만들어내는 기존의 법칙을 초월하는 기적.

지금 광경은 그 힘을 가장 잘 드러내는 광경이었다.

"상위종이다!"

"나는 그럼 저곳으로 가보지."

피식 웃은 그가 만지작거리던 강습사령관의 머리에서 손을 치우곤 자신의 도끼를 잡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사실 그들이 상대해야 하는 진짜 적들은 초대형종이 아니었다.

"크하핫! 다들 놀랐나?! 별것도 아니구만. 차라리 우리 땅의 거대땅쥐가 더 강하겠어."

"하, 한눈 팔지 말고 계속 싸워! 일단 작은 놈들은 우리가 맡겠습니다!"

"나도 저곳으로 가야 하나?"

두려움 반 놀람 반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반군연합 군인들의 시선을 즐기던 야루는 반쯤 부숴진 초대형종의 머리 위에 서서 동족들 쪽을 바라보았다.

점차 전선을 확대해가는 지상군과 함께 동족들은 새로이 나타난 적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검술도 쓰고 창술도 쓰고 한다고 했지. 몸이 근질거린다. 나도 그놈들과 싸우고 싶은데.'

마치 인간을 모방한듯한 군단의 상위종에 대해선 그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

야루는 입맛을 다셨다. 거대짐승과의 싸움이야 사실 고향에서도 지겹도록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무기를 다루며 인간처럼 싸우는 외계의 괴물들? 뜨겁고 전사다운 투지를 근본으로 삼는 가이샨족의 전사인 이상 도저히 참기가 힘들었다.

"으아악! 상위종?! 상위종이다!"

"오오오!"

그런데 결국 못참은 그가 그쪽으로 몸을 돌리려 할때. 전방에서 비명에 가까운 보고가 터져나왔다.

야루는 기다렸다는 듯 그곳을 향해 뛰어갔다.

"응?"

그러나, 이곳에 나타난 존재는 지금 저곳에서 동족들과 싸우고 있는 상위종들과는 조금 달랐다.

'괴물들 중에...암컷이 있었나? 그러고보니 날개인지 뭔지 들은 것 같기도 한데.'

도끼를 든 그는 대형에 속하는 채굴형 군단병의 위에 서 있는 적을 보고 눈을 빛냈다.

가면 속에서 번득이는 붉은 안광, 굴곡 있는 여체와 흩날리는 검은 머리칼. 손에는 검붉은 광석으로 된 검이 한자루 들려 있었다.

본능적으로 상대의 특별함을 알아본 그가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팔다리와 가슴에 하나씩. 일단 저희가 만든 분류법에 따르면 최소 5형 이상으로 판단됩니다."

그의 곁에 있던 장교 하나가 재빨리 외부에서 빛나는 동력기관들을 세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브의 군단형 아바타는 가슴에, 배에, 심지어 머리 안에도 동력기관이 박혀 있다는걸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자세하게 급을 나눌 필요도 없다. 강한가, 약한가. 이 두가지면 충분하니까!"

이내 히죽 웃은 야루는 땅을 박차고 먼저 달려들었다. 출력으로 급을 나누고 전투력을 측정한다? 그는 절대 동의하지 못했다.

진짜 실력은 진짜로 붙어봐야 안다는게 가이샨족의 지론이었다.

어차피 자세한 실력은 한합만 겨뤄봐도 알 수 있으니까.

"...!"

그리고 자신이 휘두른, 붉은 기운이 타오르는 도끼를 상대가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슥 들어올린 검으로 가볍게 막아내었을 때.

그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재밌구나!"

땅에 떨어진 야루가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전력을 끌어올렸다.

한번만 부딪혀도 알 수 있기에, 지금 자신의 적이 전력을 다해야 하는 상대임을 직감했다.

"전사장 승급 시험 이후로 처음인가. 내가 모든 힘을 끌어올려 전력을 다하는게!"

그는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 붉은 투기를 폭발시키곤 다시 한번 이브를 향해 덤벼들었다.

땅에 착지한 이브도 그를 향해 돌진했다. 도끼와 검이 충돌하며 폭탄에 버금가는 충격파를 터트렸다.

적어도 여기까진, 야루는 힘에서 밀리지 않았다.

"무슨..."

그러나 이어지는 광경에 마구 도끼를 휘두르려던 그가 경악했다. 또다른 세상의 성녀 이자벨이 탐을 내던, 공명법의 진정한 힘은 상대방의 힘까지 흡수하여 역으로 증폭시키고 터트리는 것.

상대의 힘을 빼앗고 자신의 힘을 증폭시키는 이브의 신묘한 검술에 채 몇 합 나누지도 못하고 그의 몸에 붉은 실선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전부 죽여버려. 단 한마리도 남기지 말고.'

토막난 야루의 시체를 짓밟은 이브가 분노를 터트렸다.

압도적으로 적을 벤 것 같지만, 지금 이브의 배에도 긴 상흔이 남아 진득하고 붉은 체액을 조금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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