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휴대폰에서 군단이 자란다-142화 (142/254)

142화-침략자들(2)

"그래. 기어코 끝을 보자는 건가."

아예 행성의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도망치는건 한계가 있다.

즉 언젠가는 충돌을 벌여야 한다는 것, 리암은 함포 사격을 피하면서 미친듯이 달려드려는 날개를 보고 그 시점이 꽤 이를 것이라 짐작했다.

"사령관님! 지금 본성에서 답신이 왔습니다!"

"역시...! 그래, 지원은 언제 오는거지? 규모는! 기상천외한 전술을 사용하는 저놈들을 이기려면 압도적인 규모가 필요해!"

"그건..! 그것이..."

소식을 갖고 달려 온 보좌관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리암은 어째선지 익숙한 이 풍경에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제발 헛소리 하지마. 총통이 아무리 권력에 미친 사람이라 해도 사리분별은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 광경을 똑똑히 알렸는데도 가만히 있을리 없어."

"분, 분명 본성에서는 지원을 보내려고 했답니다."

거의 짜증에 가까운 리암의 반박에 보좌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상황을 보고했다. 그리고 그 보고가 이어질수록 리암의 입이 점차 벌어지기 시작했다.

"공...행성 레뭔이 공격을 받아!? 그곳은 우리 연합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경제도시야. 그런 곳이 어떻게 공격을 받아. 그, 그것도 지금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저 괴물들에게!"

"본성에서 첨부한 한장의 자료입니다."

리암은 어떻게든 멘탈을 붙잡고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려 했지만 지금 모든 상황은 비상식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이게 대체 뭐지?"

리암은 물론 에이미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도 그것을 보고 말문을 잃었다.

우주공간에서, 태양을 등지고 있는 그것.

마치 거대한 나무가 심어진 하나의 섬과 같은 그것은 주변에 가득한 함선체 괴물들을 돌진시키며 고고히 떠 있었다.

물론 리암에게 저 천공의 섬이 어떤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대체 저 괴물들이 왜 있어서는 안될 저곳에 가 있는지.

'...설마?'

순간 그의 머릿속에 절망스러운 가설이 하나 스쳤다.

분명 저 괴물들은 현지인들의 마법을 훔쳐 쓴다고 알려져 있었다. 오스틴은 진화하고 학습하는 괴물이라며 상상 이상으로 끔찍하고 무서운 괴물들이라 평가했다.

여기까지 진화하는데 성공한 그런 괴물들인데, 어쩌면 마법이 아닌 자신들의 기술도 훔쳐쓸 수 있는 것 아닌가.

"왜지? 왜 자만한...아니, 애초에 고작 며칠인데 며칠만에 그게 가능할리가..."

"놈들이 저희를 통해 워프 엔진을 가져갔다 이 말씀이십니까? 저, 저희를 통해서 각 행성들의 좌표들도 알았고, 그러면..."

흥분해서 횡설수설하는 그의 말을 완벽하게 이해한 에이미가 입을 막으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제 더 이상 잔당 수준인 자신들의 전력으로 막네 시간을 끄네 할 수 있는 사태가 아니었다.

*

"새로운 세상. 새로운 태양. 새로운 인간들..."

워프 직후. 침략요새에 있던 레이나는 완벽하게 바뀌어버린 주변 풍경을 바라보더니 손을 들어 등진 태양빛에 가져다 대어보았다.

군단의 둥지를 일부분 통째로 옮겨온 이 침략요새는, 지금도 태양빛을 변환시켜 에너지를 보충하고 있었다.

"하지만 감히 우리를 공격한 인간놈들."

그녀의 시선이, 이번에는 전방으로 향했다.

행성 레뮌. 반군연합에게는 꽤나 중요한 행성이지만 의외로 경계는 형편없다. 행성은 물론 행성 궤도에 떠 있는 정거장등에도 분주한 경계태세는 느껴지지 않았다.

"어째서지?"

레이나는 의문을 가졌다. 물론 허를 찌르는 전략이긴 했지만 상대도 바보가 아니다.

애초에 워프를 미리 감지하는 기술도 갖추고 있었고, 무엇보다 분명 자신들과 싸우던 적들이 보고하지 않았을리 없으니까.

자신들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고 있다면 적어도 최소한의 방어 준비는 갖추는게 맞는 것 아닌가.

레이나도 이브도 인간측에서 직전까지 아예 보고를 누락했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하고 있었다.

'혹시 함정이 아닐까?'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들이 과연 저희를 맞이하여 얼마나 대단한 준비를 갖춰 놓았을지."

함정일 가능성도 생각했지만 군단의 진격은 어차피 멈춤 없이 계속되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함정이라도 들이박는것이 더 이득이라는 계산이 이미 끝나있었다.

'...이상한데.'

하지만 돌진시킨 함선체들이 정지해 있던 군함들을 들이박고 부숴나가는데도.

궤도에 떠 있던 정거장이 단숨에 부숴지고 내부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우주공간으로 튀어나와도 이브가 예상한 '완벽한 함정'은 발동할 낌새가 없었다.

"아무래도, 이 건방진 인간들이 대비를 제대로 해두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남은 것은 처절한 응징 뿐."

어처구니 없는 웃음을 흘린 레이나가 가면을 쓰고 요새의 끄트머리에서 발을 떼었다.

그대로 밑을 지나던 함선체에 착지한 그녀가 함대를 이끌고 그대로 대기권에 직행했다.

"군단에 맞서려던 이들에게 죽음을."

대기권을 통과하던 때. 그녀가 디디고 있던 함선체는 물론 곁을 지나던 두 함선체들의 몸에서 뿜어진 촉수가 각각 그녀의 몸에 연결되었다.

수백미터의 크기를 가진 함선체의 에너지를 뽑아 쓸 수 있게 된 그녀가 지팡이를 쳐들었다.

지금 시전하는 마법은 과거 둥지의 에너지를 뽑아 사용한, 공명하는 100중첩의 마도 직사포.

땅에서 시작하여 우주권의 함선 하나를 소멸시킬 위력의 마법이 지금은 하늘에서, 건물이 빽빽한 땅을 향해 쏘아졌다.

"사라져라."

어차피 어딜 쏘든 상관 없었으니 타깃은 급히 발진해서 위로 떠오르고 있는 전함 하나.

그 전함은 레이나의 포격에 맞고 그대로 터져 소멸했다.

그들이 군단의 둥지에 무차별 폭격을 가했을 때처럼, 레이나를 비롯한 함선체들이 일제히 광선포를 뿜으며 지상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전장이 갈렸다.'

이브는 크게 둘로 나뉜 전장을 동시에 컨트롤했다.

기습으로 다소 허망하게 뚫려버렸지만, 어쨌든 이곳에 주둔하고 있던 부대가 없는 것도 아니었고 심지어 실시간으로 워프를 타고 오며 도착하는 함대도 있었다.

'요새는 방어태세로 돌입.'

이브는 사방에서 덮쳐오는 함대를 향해 철저한 방어전을 펼쳤다.

이 전투를 위해 대다수의 함선체들과, 상위종 병력을 준비시켜 두었다. 어차피 지상은 상위종까진 필요하지도 않을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이브의 설계는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정보가 없었던 반군연합의 군대는 함선체들과 연계하는 상위종들의 소수 기동전을 따라오지 못하고 크게 피해를 보기 시작했다.

"내부 침입! 내부 침입이다!"

적들의 시선과 포격이 함선체에 이목이 끌린 사이 그 곁을 슬쩍 비행하다가, 힘을 집중시켜 단숨에 베리어를 부수고 가장 약한 부분의 외벽을 부수고 함선 내부에 침투한 상위종은 무기를 들고 내부의 승무원들을 마구잡이로 학살하고 다녔다.

그렇게 내부 설비 손실과 인명 손실로 제 구실을 못하고 빈 깡통이 되어버린 함선은 방해만 될 뿐.

이브는 이런 방식으로 적의 1할에도 채 못미치는 숫자의 병력으로 모든 방면의 공격을 틀어막았다.

적들이 틈을 노리고 파견보내는 강습상륙함들 역시 그들의 병기를 본따 만든, 요새에 내장한 방어 시설들이 하나하나 격추시켰다.

'함대 병력이 두배, 아니 세배만 더 되었어도 완벽한 역공인데.'

다만 스스로 아쉬워 할 정도로 화력과 숫자가 부족했다. 이브는 때리는걸 좋아하지 맞는건 극도로 싫어했으니 더더욱.

애초에 적들의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지자마자 급히 파견한 병력이니 이건 어쩔 수 없었다.

"걱정마십시오. 부족한만큼, 지상에서 더 죽이면 됩니다."

물론 레이나가 자신만만하게 선언한만큼, 더 중요한 전장은 우주가 아니라 지상이었다.

"어딜."

우주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장을 뒤로하고 푸른 창공에 떠 있던 레이나는 저 멀리서 이곳으로 몰려오는 함선과 전투기등 적 병력들을 향해 사방으로 동시다발적인 마력포를 수십발을 쏘아내었다.

쏘아낸 포격이 단숨에 수백km를 가로지르고 몰려오던 기갑부대를, 전투기 편대를, 함선을 폭사시켰다.

'사출.'

이브는 이렇게 레이나의 엄호를 받은 함선체들을 움직여 외갑의 일부를 열고 가장 효율적인 장소들로 갑각과 가죽에 쌓인 포트들을 사출했다.

하늘을 가로지른 포트들이 건물과 도로를 부수고 땅에 박혔다.

"으, 으아악!"

갑작스런 습격에 기겁한 사람들의 눈앞에 나타난건 그 포트에 들어있던 중소형의 군단병들.

단숨에 거대한 면적의 도시를 동시에 타격하게 된 군단병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인간들을 사냥하듯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 대처가 형편 없다. 이곳 레뮌의 사람들은 애초에 게이트를 열고 나오는 마물들과의 싸움을 겪어보지 못했으니까.

'사출한 군단병들을 통해 전방위적인 타격을 가하고, 함선체에 탑승했던 본대와 대형 이상의 군단병들을 풀어넣는다.'

사실 이번 기습은 시험의 장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의도대로 이브의 전략은 착실히 진행되고 있었다.

수천, 수만번 시뮬레이션 돌린 결과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아군의 군단병중 하나가 죽었다. 그리고 그 곁에 있던 다른 군단병이 그를 죽였다. 너는 대표유닛, 즉 이제 다른 세상의 유닛들을 사냥해도 포인트가 올라간다]

'유닛.'

바로 그때. 이브의 이목을 단숨에 끌어잡는 변수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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