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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대폰에서 군단이 자란다-11화 (11/254)

11화-최하층의 그것들(4)

[플레이어들끼리의 경쟁은 당연히 있다]

"그럼 나는 내 몸을 어떻게 지키지? 군단은..."

[그건 상관없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저 힘을 키우는 것. 너는 멍청하게 죽지나 않으면 된다]

화면이 바뀌었다.

나는 아직 불안함이 남아 있었지만, 아직은 게임 자체가 시작 단계라는 것을 위안삼아 마음을 다스렸다.

[너는 살아남고, 군단은 강해진다. 그것이 각자의 역할이다. 그리고 서로 그 임무를 잘 수행했을 때. 서로의 힘은 우리의 힘이 된다. 화면을 보아라]

나는 녀석의 말을 듣고 화면을 확인했다.

지금 군단은 어떤 생물체를 관측하고 있었다.

"저게 뭐지?"

[군단은 부족한 능력치를 구하기 위해 일대를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한 진균을 발견했다. 특이하게도 이 진균은 짐승의 사체에 포자를 날려 그곳에서 번식하는 놈이었다]

말 그대로 특이하게 생긴 버섯 하나가 유기물로 추정되는 더미 위에 피어 있었다.

그 유기물들은 뼈와 가죽. 비늘 등이었다.

"저거 설마..."

[그렇다. 저 푸른 비늘은 우리가 차마 소화하지 못한 푸른비늘쌍두지룡의 비늘이다. 저 버섯은 그 강철 같은 비늘마저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이다]

길이 보인 것이다.

군단은 즉시 병사들을 움직여 버섯을 사냥하려 애썼다.

[진균은 독특한 능력답게 독특한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었다. 원통하게도, 진균은 자신들의 몸체를 그 비늘과 동일한 성분으로 경화시키기 시작했다. 군단병들의 이빨과 독침. 발톱이 통하지 않는다]

"그, 그러면?"

[찾아야 했다. 저 비늘을 뚫을 수 있는 공격력을 갖춘 생물을. 군단이 다시 정찰을 확대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저 거북이었다]

화면에 거북이 한마리가 보였다.

거북이라 보는게 맞나 싶을 정도의 녀석이었다.

크기는 다른 생물들과 비슷하게 평범했지만, 물가에 몸을 담그고 있는 이 거북이는 목을 길게 늘려 유인책을 맡은 도마뱀형 군단병 하나를 덥석 물었다.

그리고 단번에 으깨버렸다.

[군단이 판단한 바로, 저 거북이의 치악력이라면 비늘을 두른 진균을 으깨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편이 공동을 무너뜨려 진균을 깔아 죽이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군단은 답을 찾아내었다.

가장 효율적이고,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왕이면 상어 같이 좀 세고 큰 놈으로 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중요한건 수중전 능력이다]

"알고 있어."

나는 북적이는 마트를 찾았다.

이유는 하나, 생선을 사기 위해서였다.

군단에게 아가미와 수영 실력을 줄 수 있는 살아있는 생선을.

"근데 대체 뭐 사려고 온거야?"

"...넌 왜 따라온건데?"

문제가 하나 있다면 여동생인 강도연.

이녀석이 마트에 간다니까 부득불 따라왔다.

다행히 강도연은 들어온 순간 홀린듯이 빵가게 앞으로 가버렸다.

"이거 얼마죠?"

나는 곧장 수족관에서 살아있는 생선 하나를 샀다.

가능한한 싱싱하게 달라고 해서 받아든 그 물고기를, 계산하자마자 화장실로 가서 카메라로 찍었다.

[네가 던져 준 작은 물고기는 표본이자 양식이 되었다. 분명 이 동굴에는 없던, 물고기라는 생소한 생물체다. 하지만 군단은 기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론하여 물고기가 가진 아가미라는 기관이 물속에서 활동하기 위한 기관임을 눈치챘다]

군단은 내가 준 물고기를 먹어치우고 새롭게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병사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폐호흡이 사실상 대부분인 이곳의 양서류보다도 더 전문적인 수중전 전문 병력.

대부분의 시간을 물에서 살아가는 식생들을 먹어치우기 위한 병사들이었다.

"뭐야. 나갔다 들어왔어?"

"아니? 살거 다 샀으면 가자."

빵 봉지를 들고 오는 강도연에게 나는 태연히 거짓말을 했다.

집에 가면서도 나는 휴대폰을 들여다 봤다.

이미 새로운 병사들이 알의 형태로 둥지에서 나오는 중이었다.

"...손에 그거 뭐야?"

"응? 잠까..야!"

거의 집에 도착했을 때.

휴대폰을 보던 내 손을 녀석이 확 잡아 끌었다.

"무슨...타투했어? 근데 왜 모양이 이 따위야?"

"그, 그런거 아니야!"

당황한 나는 손을 잡아빼고 변명했다.

다행히 더 추궁하지는 않았다.

눈이 휘고 입꼬리가 올라간게 건수 하나 잡았다는 것 같기는 하지만.

[척살권을 쓰려는 것이냐?]

"미쳤냐고."

허탈하게 중얼거린 나는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머리 좀 컸다고, 바로 어머니한테 말하지는 않았다.

[군단이 준비를 마쳤다. 목표로 잡았던 거북을 사냥할 시간이다]

방으로 돌아 온 나는 다시 휴대폰에 집중했다.

급속도로 성장한 새로운 병사들이 알을 찢고 나왔다.

절대 물고기는 아니었다. 애초에 아가미만 가져 오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수영하기 쉽게 전체적으로 유선형인점은 현지의 양서류를 닮았다.

다만 아가미를 달고, 억세고 두꺼운 한쌍의 팔로 땅을 기어다니는게 다른 점이었다.

[거북의 등딱지와 배딱지는 분명 단단하다. 하지만 전신에 비늘을 두르고 있던 지룡에 비하면 쉬운 상대다]

거북은 이미 우리를 경계하는 듯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씩씩거리고 있었다.

그래봤자 돌아오는건 놈의 주의를 끌기 위해 시도하는 독침 포격이었다.

[거북의 신경은 완전히 빼앗겼다. 동시에 군단이 하나둘 물로 잠수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물 속은 어둡고 탁해 볼수가 없었다.

그래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정도는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연한 거북의 지느러미, 꼬리를 향해 군단병들이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고통을 느낀 거북이 기겁하며 재빠르게 목과 지느러미를 껍질 안으로 집어넣었다]

"이제 어쩌려고?"

[이미 결착은 났다. 거북은 물 속에선 숨을 쉴 수 없다]

잔혹한 선고다.

하지만 물밖으로 탈출한다 한들. 이미 다른 병사들도 대기하고 있다.

[거북이 숨을 쉬기 위해 다시 고개를 내미는 순간, 대기하던 군단병들이 목을 물어뜯었다. 발버둥치려고 지느러미를 꺼낸게 독이되어, 물어뜯길 부위를 제공한 꼴이 되었다]

사바나 다큐멘터리보다도 잔혹하다.

산채로 뜯어먹히는 거북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공동에 울려퍼졌다.

만약 저게 사람이라면...하지만 분명 사람이어도 군단은 먹어치울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거북의 사냥은 하나의 과정에 불과할 뿐. 진정한 목적은 지룡의 비늘을 소화할 수 있는 진균을 잡는 것이다]

"..."

군단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그러고보니 처음 아닌가.

군단이 무언가의 과정으로 삼기 위해 특정 대상을 의도적으로, 집요하게 사냥한 것이.

[그렇다. 군단은 학습하고 있다. 자신들의 능력을 보다 잘 발휘할 수 있는 부분으로. 강적을 잡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보다 철저히 갖추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효율적인 사냥을 계획할 것이다]

새로운 병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번에 사냥한 동굴긴목거북의 치악력을 갖춘 병사다.

준비가 갖춰지는대로 목표로 했던 버섯을 씹어 삼키고, 그 능력마저 가져 올 것이다.

"...알바를 다시 해야겠는데."

동시에 내 통장 잔고도 확인했다.

이러나 저러나 돈쓸 일이 늘어날 것 같으니 결국 준비는 해야 할 것 같았다.

*

이미 초토화되어버린 공동.

쓰러진 시체들은 점차 뻗어 오는 촉수에 휘감겨 그대로 소화될 것이다.

그런 와중에 홀로 고고히 남은 한 버섯이 있었다.

외부의 위협에 퍼져 있던 모든 뿌리를 고사시키고 흡수한 가장 단단한 물질로 몸을 덮은채 버티고 있었다.

이것이 이 버섯의 생존전략.

하지만 지금 이 버섯을 먹어치우려는 적은 오직 이 버섯 하나만을 죽이기 위해 5개의 공동을 절멸시키고 수많은 식생을 학살해가며 마침내 답을 찾아왔다.

[버섯은 모른다. 자신을 향한 집착과 탐식이 얼마나 강한지]

운이 좋아 이 대층계에서 가장 단단한 비늘을 얻어 소화시켰지만 그뿐이다.

큼직한 덩치를 가진 도마뱀이 이곳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그 입을 쩍 벌렸다.

버섯은 버텨보려 했으나, 애초에 오리지널도 아닌 흉내내기 수준으로는 치악력을 견디지 못했다.

비늘이 깨지기 시작했다.

버섯 내부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나갔다.

[이제 가장 단단한 비늘도 우리가 갖게 되었다. 하지만 과연 그것으로 만족하느냐? 그것은 절대 아니었다]

도마뱀은 으적으적 씹은 버섯을 둥지에 뱉어내었다.

생산과 소화흡수는 오로지 둥지의 일이니까.

하지만 소화흡수를 진행하는 군단은 동시에 다른 쪽에서 사고하고 행동하고 있었다.

[또다른 지룡...놈이 우리 군단의 다음 번 타깃이 되었다]

푸른비늘쌍두지룡의 두배는 될 법한 크기.

검붉은 비늘을 가진 거체의 도마뱀이 어슬렁 어슬렁 이 대층계로 모습을 드러냈다.

[냄새를 맡았느냐. 이변을 눈치채고, 짓밟으러 온 것인가]

지룡은 코를 킁킁거리며 무언가를 찾는 것 처럼 보였다.

겉모습은 도마뱀 수준이나 사실 의외로 지능이 높다.

군단이 흡수한 뇌조직 중 가장 고등한 체계를 가지고 있는게 바로 이 대층계의 지룡들이었다.

놈이 눈을 번득였다.

허공에서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검은 새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이 동굴에 '깃털 생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새는 당연하게도 군단의 정찰병 중 하나였다.

놈이 입을 쩍 벌리고, 커다란 불덩이를 토해냈다.

불덩이는 날아가 부딪힌 순간 폭발.

그 근처를 부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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