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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대폰에서 군단이 자란다-6화 (6/254)

6화-끝없는 확장(3)

"만약 밖에 나가더라도, 광합성만 배우면 좀 낫지 않을까 싶은데."

[식물의 능력을 배울 수 있을지는 차치하고, 과연 이 미궁의 끝에 뭐가 있을 줄 알고 그러지?]

"희망이라도 가져본거야."

어김 없이 뒷산에서 나무를 찍어 보낸 나는 상황을 살폈다.

좀 강해보이던 5층계의 동물들도 결국 집단 린치를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 잡아먹혔다.

그럴수밖에 없는게, 그녀석들은 무리도 짓지 않고 혼자 다니는 짐승에 불과했으니까.

차라리 군체를 이루고 무리대 무리로 덤벼 든 4층계의 개미들이 더 강한 것 같았다.

[5층계의 풍부한 먹이는 충분한 에너지를, 동시에 우리 종족의 진화에 큰 도움을 주었다. 이것 역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우리가 보다 고등한 존재로 진화하는 순간이다]

"...덩치를 키우긴 해야겠지. 언제까지 개미로 살 순 없을테니."

5층계의 나름 고등한 동물들을 잡아 먹은 군단은 슬슬 덩치를 키웠다.

그동안은 덩치 큰 동물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쌓은 데이터가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그동안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개조와 최적화가 더 빠르고 다양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두꺼비를 베이스로, 갑각을 두르고 체형을 교정한 병사들이 지금 버섯들을 수확해 잘게 부수고 있다]

그 첫 걸음 삼아 새롭게 만들어진 병사들은 컸다.

그들은 강한 턱으로 그 큼직한 버섯들을 잘게 부수고 다녔다.

잘게 부숴진 버섯들은 둥지가 뻗은 뿌리와, 생산한 더 작은 분해자들에 의해 분해되어 양분으로 치환되었다.

실상 내가 넣어주는 나무보다, 저 두껍고 큰 버섯에 든 양분이 몇 배는 더 많아보였다.

[새로운 병사들이 공중도 장악해, 벽과 천장에서 살아가던 이들을 사냥했다]

병종나누고 구분하는건 이미 우리가 세포 단위일 때도 행했던 것이다.

두꺼비의 몸을 베이스로 하지만 사실상 닮은 점은 4족 보행 척추동물이라는 것 뿐.

오히려 호리호리한 몸에 박쥐의 날개, 갑각, 턱과 꼬리의 독침까지 모든 것을 달고 있는 '결합체'라 부를만한 새로운 군단병은 날개를 퍼덕이며 다음 층계로 정찰을 떠났다.

나도 자리를 떠났다.

밥 먹을 시간이었다.

"대체 무슨 게임을 그렇게 하는거야?"

"응?"

얌전히 밥을 먹던 나는 갑작스런 말에 당황했다.

정작 동생, 강도연은 밥을 먹다말고 미간을 찌푸린채 나를 보고 있었다.

슬쩍 탁자에 올려 놓은 휴대폰을 흘끔거렸다.

"아무것도 아니야."

"곧 시험이라고 그렇게 앓는 소리 하더니 막상 폰겜만 하잖아."

"갑자기 왜 관심을?"

피식 웃었다. 평소엔 내가 뭐 하는지 신경도 안쓰던 애가.

"됐어. 어쨌든 시험 다음 주에 끝나는거잖아."

"그렇지."

나는 대화를 하면서 얘가 왜 이런 말을 꺼냈는지 알아차렸다.

애초에 잊을리가 없지.

"아빠 기일, 기억하고 있으니까 신경쓰지 마."

"...알았어."

녀석이 눈치를 보더니 다시 얌전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잠시 이상해졌지만 어차피 금방 풀린다.

나는 밥을 다 먹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게임이란 말이지...대체 튜토리얼은 언제 끝나는건데? 계정 레벨은 왜 안 올라?"

[튜토리얼은 9층을 넘는 순간, 즉 10층계에 도달하면 클리어다]

"제멋대로군."

이제 6층계도 우리에게 털리고 있다.

이정도 성장 속도라면, 그리 어려울 것 같지가 않은데.

[보아라. 군단이 보다 고등한 생명체로 진화하는 증거다]

화면에 한가지 화면 비춰 보였다.

이곳은 최하층, 우리가 발원한 근원지.

이제 우리의 둥지로 공동 전체가 뒤덮인 이곳에 징그러운 육벽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으음..."

[징그럽다고 생각하는가? 저 박동하는 육벽은 고등 생명체의 내부 생식기를 모방한 것이다]

"대체 왜?"

[이것도 효율을 위해서지]

미간을 찌푸린 나는 육벽을 살펴보았다.

그러니까 설명대로면, 지금 이 육벽은 생식기관만을 따로 떼어내 거대화시킨 것이라 했다.

말 그대로 둥지다.

군단 전체도 이제 슬슬 분업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생산은 생산에 집중하고, 사고는 사고에 집중하는.

[새롭게 가다듬은 생산체계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육벽의 꿈틀거림이 더 심해지더니, 무언가 고기벽을 찢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의 정체는 큼직한 알이었다.

[단순히 종양처럼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걸 넘어서, '성장'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군단은 병력을 육성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 효율을 급격히 끌어올릴 수 있었다]

육벽에서 생성된 알들은 전보다는 못해도 빠르게 성장하여 알을 깨고 나왔다.

이런 둥지가 점령한 층계 전체를 채워가고 있고, 이런 알이 수백 수천개씩 쏟아진다.

[그리고 보아라. 제대로 된 뇌조직이라 부를만한 기관도 만들어지고 있다. 심지어 이건 일종의 투자 개념도 가지고 있다. 고도화되고 전문적인 신경조직이 필요하다는걸 이미 인지하고 있는 것이지. 이것은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발달한 우리 종족의 뇌는 분명 자아를 갖게 되겠지]

최하층에 자리한건 생산기관 뿐만이 아니었다.

가장 깊고 안전한 그곳.

그곳에 군단과 연결 된 뇌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아직은 그리 큰 도움이 안되는 시범적인 조직일 뿐. 하지만 데이터가 더 쌓인다면 저 뇌는 분명 더 커질 것이다.

*

"이건 뭐지?"

[새로운 유형의 적들이다]

자고 일어난 순간, 나는 비몽사몽 휴대폰을 찾았다.

시계는 볼 필요도 없다. 창 밖으로 보이는 색만 봐도 아직 어스름한 새벽이다.

"뭐지?"

눈을 비빈 나는 화면을 살폈다.

7층계, 분명 우리가 먼저 정찰하길 특별할 것 없던 그곳에 새로 생산한 우리의 대형 정찰병들이 전멸당한 상태였다.

[이번에도 전과 같다. 자그마한 개체로는 차마 정찰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번에 반응한 것이지]

"저게 대체..."

새롭게 정찰병이 파견되었다.

이번엔 벌을 베이스로 한 작은 개체다.

그 개체가 지난번엔 미처 포착하지 못한 적들을 찾아내었다.

[우리가 5층계와 6층계에서 사냥한 적도 있는 두쌍날개박쥐다]

"...뭐가 저렇게 많아."

공동의 천장이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 빼곡한 그놈들은 분명 박쥐였다.

적어도 수백마리는 되어 보였다.

이미 저 외계박쥐들이 몸뚱이만 어린애만한 크기를 가지고 있다는걸 알기에 몸에 소름이 돋았다.

[분명 놈들은 '군단'이라 부르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그저 모여 살기만 할 뿐이며, 사냥도 각 층계로 퍼져서 개인적으로 하니까]

"그렇다고 해도 저렇게 많은 놈들이 다굴치면 우리가 못이기잖아. 피지컬 차이를 보라고."

나는 헛웃음을 치며 중얼거렸다.

이제 나도 슬슬 감이 잡히는 가운데, 내가 내린 판단은 불가능이었다.

저 박쥐무리와 정면 힘싸움을 벌이기에는 지금 군단이 가진 힘이 부족하다.

비슷한 체급의, 더 뛰어난 전투병을 생산할 수 있지만 그러면 숫자를 맞출 수 없었다.

[그건 우리가 생각하는게 아니다]

"뭐?"

[말하지 않았나. 군단은 멈추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오히려 기뻐하고 있다. 저 수많은 고기들을 영양분 삼을 수 있다면, 반대로 저 박쥐들 같은 대규모 부대를 만들 수 있는데]

"대체 어떻게 싸울 생각이지?"

[...우리를 믿어라]

군단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그 속내를 모르겠지만, 적어도 정면 꽝 싸움을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병력을 충원하기는 커녕 오히려 기존의 병력도 죽여 양분으로 환원할 정도였으니까.

"이건 진짜 궁금하네."

나는 일단 옷을 챙겨 입었다.

오늘 시험이라 벼락치기 공부라도 할까 했더니.

[군단이 첫번째 전술을 짰다]

그리고 머지 않아, 군단은 축척시킨 에너지를 다시 발산하기 시작했다.

나는 둥지의 모습을 자세히 살폈다.

자그마한 알에서 또 뭔가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군단이 정한 첫번째 전술은, 야비한 전술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먹힐지는 모르겠군]

벽을 기어가는 소형의 생물체들이 있었다.

이들은 단 하나의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독침. 그 독침에, 군단이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독인 산성독을 머금고 있었다.

정면 대결이 힘들다 판단되자마자 이런 음지의 전투를 택한 것이다.

[확실히 독침과 산성독은 박쥐에겐 효율적이다. 하지만 실행률이 그리 좋지 못했다. 방심하던 몇몇 박쥐들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애초에 박쥐들은 이런 작은 식생을 주식으로 하는 놈들이었다]

교환비가 좋지 않다.

박쥐들은 손쉽게 접근을 알아채고 독벌레들을 먹어치웠다.

산성독은 혈관에 주입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했다.

게다가 박쥐를 비롯 이 동굴의 식생들은 기본적으로 버섯들 덕에 먹는독에 대해 내성이 있는 편이었다.

"이제 어쩌지? 가진 방법은 다 써본 것 같은데."

[군단은 2번째 전술을 택했다]

슬슬 나갈 준비를 하며 진행을 살폈다.

뭔가 추가적인 움직임은 없었다.

하지만 최하층, 2층계를 가득 덮은 육벽들이 순식간에 딱딱히 굳어갔다.

"이건..."

[폭발적인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군단은 임시적으로 2개층의 둥지를 휴면시켰다]

대체 뭘 위해서?

화면을 6층계의 입구로 돌렸다.

나는 거기서 그 의도를 알아차리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요새에서 저항하던 흰빛동굴개미들의 전술을 모방하여, 군단은 공성전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내가 아는 공성전이 아닌 것 같은데?"

언제부터 공성전의 의미가 성으로 때리는 거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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