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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대폰에서 군단이 자란다-3화 (3/254)

3화-이상한 어플(3)

"뭐야. 얼굴 왜 그러냐? 잠 못잠?"

"...아니 그건 아닌데."

친한 동기가 내 얼굴을 보자마자 한소리 했다.

딱히 잠을 못잔건 아니다. 다만 조금 신경쓰이는 일이 있기는 하지.

"그러고보니 억울하단 말이지."

나는 남들이 떠들고 시험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휴대폰을 꺼내 한탄했다.

"막상 협박을 당해서 그 이상한 게임을 진행하긴 하는데 말이야. 대체 나한테 이득되는게 뭔데?"

분명 이놈은 나한테도 도움이 될거라 했지, 하지만 좀 해보니 전혀 아닌 것 같은데.

돈은 돈대로 들어, 시간은 돈보다 더들고.

[아직 네 아이들이 너무 미진하다]

"아하. 그럼 얘들이 좀 자라면 나한테 도움을 주나?"

[그럴 수도 있겠지]

떠오른 답변은 의외로 정상적이라 할 말이 없었다.

물론 내가 이녀석들 데려다가 대체 뭘 할 수 있는지는 차치하고.

"궁금한게 있는데. 나 말고 다른 이들도 분명있다고 했잖아."

[그렇다]

"그들도 다 이렇게 시작하는건...아니지? 능력이 다 다른가?"

지금까지의 정황상 나 같은 '플레이어'들이 있는건 분명하다.

그럼 대체 뭐가 목적이란 말인가.

우리끼리의 경쟁? 그렇다기엔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그건 그리 오래지 않아 알게 될 것이다. 한가지 말하자면, 너 같은 이들이 처음 배정 받는 종족은 다양하다]

"그러니까 원래는 세포 단위부터 키우는 게임이 아니란..."

"자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내 말은 문을 열고 들어 온 교수에 의해 끊겼다.

강의실이 조용해지고, 밖에 나가 있던 학생들이 빠르게 들어 온 가운데 수업이 시작되었다.

[해당 지역에서 정찰이 192번 실패했다]

"..."

한창 수업 중인데, 휴대폰에 글귀가 떠올랐다.

혀를 차고 몰래 휴대폰을 열었다.

이번 시험은 망했다. 남들이 보면 휴대폰 게임 때문에 망한걸로 보이겠지.

[지금 체계로는 뚫고 나갈 수 없다. 성장이 필요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녀석의 말에 동의했으니까.

자꾸 우리 앞길 가로막는 녀석은 별거 아니었다.

무슨 킹크랩만한 거대한 거미인데, 이 거미가 촘촘히 쳐둔 그물이 상당했다.

무려 그물 사이를 지나가는 타깃에게 인력을 작용하는 미친 그물이었다.

[일단은 그 밑에 층에 있는 소규모 식생들을 전부 먹어치워가는게 옳다고 본다]

내 생각에도 우선은 힘을 키우는게 우선이었다.

예를들면 덩치라던가. 아니면 색다른 무기라던가.

"야. 오늘 바로 집가는...어디 가냐?"

"지금 슬슬 중간고사 시즌이라고 좀 따뜻하잖아. 너 학교에서 벌 본적 있냐?"

수업이 끝나고, 나는 찾아 온 동기를 붙잡고 물었다.

정작 동기는 갑자기 벌을 찾는 내 모습에 당황했는지 눈을 꿈벅거렸다.

[우리의 병사들은 가장 강한 모습으로 스스로를 개조했다. 개미의 턱, 벼룩의 다리 등등..가장 효울적이고, 가장 강한 모델을 찾아서]

"그래 그래. 잘 하겠지."

하나뿐인 수업이 끝났지만 나는 집에 가지 않고 건물 근처 풀숲을 뒤지고 다녔다.

이 나이에 여기서 곤충채집이라니.

하지만 덕분에 풍뎅이, 나비 등등 여러 곤충들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병사들의 강한 턱이 나비를, 풍뎅이를 물어뜯고 분해했다. 고기는 에너지가, 그리고 그들의 유전 정보는 모두 우리의 자산이 되었다]

피드백은 즉각적이었다.

이제 일반적인 개미보다 조금 더 커진 병사들이 계속해서 커져가는 둥지에서 미친듯이 뿜어져 나왔다.

폐기되거나 죽은 동료의 시체, 아주 좋은 양분일 뿐이었다.

[병사들이 행동을 개시했다. 가장 우선되는 것은 식량의 수집, 그리고 사냥감 사냥이었다. 우리의 첫번째 목표는 바로 근처에 있는 진균 군락이었다]

지도에 따르면 우리 둥지가 있는 동공 바로 근처에 버섯들이 모여 자란 곳이 있었다.

버섯의 세포 따위와 싸우던 우리가 아니다.

이제 우리는 무려 버섯 군락에 사는 '척추 동물'을 노리고 있었다.

[저 작은 도룡뇽은 이 버섯 군락의 왕이다. 우리는 저놈을 사냥할 것이다]

"...내가 보기엔 그냥 학살..."

[자랑스런 우리 군단이 진군하기 시작했다]

어째 묘하게 감정이입이 된 녀석이 열정적으로 현장을 중계했다.

사실 내가 보기에는 저 조그마한 도룡뇽 하나 잡자고 수천마리에 달하는 개미, 아니 이제 더 이상 개미라고 부르기도 힘든 괴물들이 떼지어 몰려가는게 그리 대단한건 아닌 것 같았다.

[처음으로 척추동물을 사냥한 순간이었다. 이것은 우리의 역사에 기록될...]

"예예."

나는 휴대폰을 내려 놓고 교내림 깊은 곳으로 향했다.

여기도 없으면 그냥 집에 갈 생각이었다.

[뭘 잡으려는 것이지?]

"벌."

나는 심플하게 대답해 주었다.

한번 생각해 봤다.

어떤 방식으로 이녀석들을 유도해야 하는지.

내가 보기엔 군체의식을 최대한 살리는게 맞았다.

그래서 그냥...생각해 본 것 뿐이었다.

내 상식상 가장 사회적인 곤충은 개미와 벌이었으니까.

특히 벌에게는, 무려 독침과 날개가 있었다.

"우리나라에 독개미는 그리 흔치는 않은데...개미산으로는 역시 좀 부족하지."

문제는 심심찮게 보이던 녀석들이 어째 잘 안보인다는 것.

나는 그냥 여기서 접고 집에 가기 위해 다시 길을 되돌아 왔다.

"...어디서 드론 날리나?"

산모기 특유의 엿같은 앵앵 소리와는 전혀 다른, 붕붕 거리는 소리가 들린게 그때였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여기서 드론 날리는 미친 놈이 있을리가.

[찍어라]

"으아아악!"

나는 휴대폰을 들었다.

그 순간 무언가가 내 옆을 스쳤다.

붕붕 거리는 거대한 덩어리.

보통 장수말벌이다! 하면 그냥 말벌, 드론이다! 하면 장수말벌이라지.

그 장수말벌이 아무래도 나를 표적으로 삼은 것 같았다.

"아 제발!"

어릴 때 한번 쏘인 이후 다른 벌레는 맨손으로 만지는 나도 벌은 유독 무서워했다.

미친듯이 셔터를 눌러댔다.

그러자 하늘이 도운것일까.

어느 순간 붕붕거리는 소리가 멈췄다.

[단언컨데 이 외부의 적은, 만만찮은 놈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저 말벌을 놓칠 수도 없었다]

전송된 장수말벌을 향해, 각력을 발달시킨 포획조가 달려들었다.

일단 수백마리가 시도해 겨우 두셋이 엉겨붙어 끌어들이는데는 성공했다.

다만 놈의 독침에 순식간에 죽어버린 일부가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힘이 강하다. 하지만, 이제 어지간한 무척추 동물은 우리를 상대하지 못한다]

가장 강력한 병사가 나섰다.

무려 몸에 단단한 갑각을 두른 도룡뇽 비슷한 생명체다.

힘도 비슷하고, 독침은 갑각을 뚫지 못했다.

제아무리 장수말벌이라 해도, 사방에서 덮쳐드는 이들을 막을 순 없었다.

[분해하고, 진화한다]

벌은 그자리에서 해체당했다.

습득한 유전 정보는 군체 전체에 저장되고, 생산공장인 둥지에 전달된다.

둥지를 이룬 진균은 급격히 발달하며 새로운 병사를 만든다.

[척추를 가지고, 벌의 날개를 가지고, 독침을 가진 병사들이 만들어진다]

"...징그러."

차마 좋다고는 못하겠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또 에너지가 바닥이란 것이다.

[동굴 생물들은 모두 자기만의 에너지 획득법이 있으나, 애초에 이 동굴은 에너지가 너무나 부족하다]

"하아아..."

또 내가 밥을 먹여야 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려한들, 환경 자체가 너무 척박했다.

"결국 포식을 멈출 수 없다는거잖아. 발달하고 커지면 커질수록."

이제 손가락 세마디만한 병사들이 나오는데 빵쪼가리 가지고 해결이 될리가 없다.

급한대로 음식물 쓰레기라도 먹일려는데 이번엔 놈이 반대했다.

그 논리가 가관이었다.

[음식을 소화하는데도 에너지가 들지. 흡수하는 것 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화에 쓰면 그게 무슨 의미지?]

결국 효율의 문제였다.

그나마 건진건, 길바닥에 죽어 있는 비둘기의 사체였다.

"...이정도면 괜찮다는거잖아. 근데 이게 대체 음쓰하고 뭐가 달라?"

[그렇다]

다행히 시체라고 거르지는 않았다.

비둘기의 유전자를 얻은건 덤이지만, 지금은 그런 큰 사이즈는 양산이 비효율적이었다.

"저기, 빵은 내가..."

[빵은 썩 괜찮은 양분이었다]

동생이 아무 말 없이 닫은 문이 쾅 닫혔다.

경멸하는 눈이야 익숙하긴 하지만, 설마 빵때문에 이렇게 되다니.

한숨을 내쉰 나는 그냥 방에 들어왔다.

삐진걸 달래려면 또 빵을 사와야 할 판이었다.

"이젠 너 안준다."

[최하층은, 이제 완전한 우리의 영토다]

듣는건지 마는건지.

어쨌든 확장세가 가파르다.

이제 그리 크지만은 않은 지하 최하층의 공동은 모두 우리의 영영이 되었다.

만 하루, 단 이틀만에.

하지만 성장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지금 미생물과 버섯을 비롯해 그곳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을 쓸어먹었음에도 자급자족은 반도 불가능했다.

"결국 확장이 답이야?"

조금이라도 먹이를 먹지 못하면 굶어 죽는다.

그리고 이미 불 붙은 성장은 막을 수 없다.

남은 답은 이제 끝까지 가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성장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성장을 위해선 전쟁을 계속해야 했다]

군단이 집결했다.

다큐에서 본 벌떼는 귀여워 보일 정도였다.

허공에는 갑각을 두르고, 날개짓을 하며 꼬리에는 독침을 가진 만능의 병사들.

바닥에는 힘을 극대화한 기어다니는 병사들.

그런 이들이 적어도 수천, 아니 수만마리.

[동굴은 한개 층만 올라가도 점점 상황이 좋아진다. 우리의 목표는 이제 윗층의 생명체들이다. 정찰 결과 위층에 서식하는 이들 중 가장 강해 보이는 것은 뱀이었다]

"솔직히 질 것 같지는 않은데?"

정찰이 막힌, 킹크랩 사이즈의 거미들이 사는 저 까마득한 윗층계라면 모를까.

지금 우리는 척 봐도 위협적인 군단이었다.

소동물들이 좀 날뛰어 봐야 막을 수 없을게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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