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와 나 사이에 (6) >
“뭐야, 라면 먹으려고? 에이 내가 도시락 사 왔는데. 훗. 같이 먹을래?”
단단히 얼어붙은 모습을 보니 무척 놀란 모양이네.
놀라게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왠지 미안해진다.
나는 여전히 속눈썹만 깜박이는 조다현을 보며, 종이봉투 안에서 온기가 가득한 3단 도시락을 꺼냈다.
“이거 입에 맞을지 모르겠다. 좋아하는 음식이 장어라고 해서, 맛집에서 사 온 건데.”
슬기한테 물어봐서 특별히 맛있는 곳이라고 해서 사온 건데, 뭐 걔는 다 잘 먹는 것 같지만.
“오빠가··· 여길 어떻게?”
이제 좀 정신이 드나 보다.
그녀가 한 발짝 간신히 내딛는데, 나를 보는 눈이 마치 꿈을 꾸듯, 허상을 보듯, 믿기지 않는다는 시선이다.
“공지 못 봤나 보네. 그럼 많이 놀랐겠다.”
게릴라 이벤트는 전부터 생각했던 이벤트다.
지난번 번개콘서트를 촬영하면서, 문득 내가 먼저 팬에게 다가가면 어떨까 싶었는데, 이번에 기콘부에서 내 제안을 받아줬다.
사실 그것 말고도 이벤트는 넘치고 넘치지.
나는 많은 걸 알고 있으니까.
“앉자. 먹으면서 얘기하자. 나 지금 너무 배고파.”
나는 배를 살살 만지며 말했다. 촬영 마치고, 바로 여기로 왔으니까. 중간에 도시락도 사와야 했고. 그래서 몸은 힘든데 마음은 오는 내내 들떠 있었다.
물론 그사이 여기 부장님과 직원들은 조다현을 사무실에 남겨두는 미션을 수행했고.
조다현이 엉거주춤 의자에 앉았다. 움직임을 보니, 이러다가는 오늘 밤을 새워도 말 한마디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의 의자 다리를 잡아서 내 쪽으로 확 끌었다.
“엄마야.”
조다현이 깜짝 놀라 엉덩이를 들썩인다.
“자아.”
입에 넣어주는 건 너무 오바인 것 같아서, 나무젓가락을 쪼개 그녀에게 건넸다. 피곤해서 좋은 미소는 아니지만 지친 미소라도 짓고 그녀를 바라본다.
“많이 놀랐지? 이제 보름에 한 명씩 이렇게 만날 거야. 우리 수포 팬들 다 만날 때까지.”
과연 언제나 끝날까. 그날이 오긴 할까.
“그래서, 이번에··· 제가 된 거예요?”
“싫어?”
나는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싫을 수도 있는 거니까.
공지 올린지 며칠밖에 안 됐고. 사실 너무 서둘렀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오는 동안 오히려 내 심장이 떨렸으니, 말 다했지.
그래도 처음부터 실패하면 안 되는데.
“아, 아녜요. 싫기는요.”
휴. 다행!
“빨리 먹자. 이거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대.”
내 말에 그녀가 장어 한점을 집는다. 입에 물더니, 혓바닥을 날름 내밀어 입술을 핥는다. 자기소개란을 보니까 맛있는 거 먹으면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온다고 했는데.
“왜··· 요?”
“따뜻하지?”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품에 안고 왔거든.”
“풉!”
조다현이 제 입을 틀어막고 기침을 쏟는 바람에, 서둘러 종이컵에 콜라를 따라 건넸다. 겨우 진정된 그녀 얼굴이 잘 익은 홍시다.
그렇게 맛있었나.
사레가 들릴 정도였으면 그래도 잘 사온 모양이다.
“그럼 말이야. 장어가 있으면, 이거 빠질 수 없지.”
나는 실눈을 뜨고 그녀를 보면서 봉지에서 짠!
소주를 꺼냈다.
최재환의 감시 아래서 이거 하나 꼬불쳐 오기가 진짜 힘들었단 사실.
“촬영 중인데 드셔도 돼요?”
그녀가 걱정이 철철 넘치는 눈으로 나를 본다.
“우리 지금 촬영하는 거 아니야. 너와 나, 여기 둘밖에 없어. 그러니까 비밀이다. 밖에 있는 곰이 눈치채면, 나 엄청 혼나.”
내 짓궂은 윙크에 그녀도 숨죽여서 고개를 끄덕이고 살포시 미소를 보였다.
넓은 사무실, 이곳에서 함께 하는 둘만의 저녁.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우리는 드라마 얘기, 콘서트 얘기, 팬들 뭉치면 뭐하고 노는지 같은 시시콜콜한 얘기를 했다.
“오빠, 저희한테 하고 싶은 얘기 없으세요?”
그녀가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서둘러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긴장은 풀린 모양인데 여전히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다.
“음··· 뭐가 있을까.”
하고 싶은 얘기야 많지.
변하지 말아 달라는 얘기도 하고 싶고, 자주 보자는 말도 하고 싶고, 언제 한번 운동회도 하자고 제안하고 싶고. 맞아, 여름 오면 운동회 한번 해야지.
“아, 하나 궁금한 거.”
문득 스친 생각.
“수포 카페 회장이 누구야?”
베일에 싸여 있는 존재.
기콘부에서 몇 번이나 부회장인 조별한테 물어봤지만, 그녀는 대답을 해주지 않고 있다.
다만, 몇 가지 추측은 하고 있는데··· 우리 회사 직원과 가까운 사람이라는 거. 스케줄이 빈번히 노출되고 있는 게 그 이유다.
“그건 저도 잘··· 모르는데.”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근데 왜요?”
“만나고 싶으니까. 고마워서. 내 첫 번째 팬이잖아?”
내 첫 번째 팬은 어디에 숨어 있는 걸까.
응답하라 오바.
**
“엣치!”
기침 한번에 백유진의 상체가 흔들흔들한다.
“넌 어제부터 계속 재채기니? 야근했다고 지금 시위하는 거야?”
성 팀장의 안경 속 삐딱해진 시선에, 번데기 주름처럼 입술을 모은 백유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거든요. 감기거든요.”
“옮기면 죽는다.”
백유진은 작은 주먹을 흔들며 엄포를 넣는 성 팀장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모니터를 바라봤다.
이제는 회사에서 대놓고 수포 카페에 드나들 수가 있다.
홍보부서도, 기콘부도, 이젠 수포 카페를 무시하고 일을 진행할 수가 없으니까.
“반응 어때?”
성 팀장이 백유진의 얼굴 옆에 슥 다가왔다.
“난리난리.”
운영 스텝이 이시현과 함께한 인증사진을 올렸다.
야근할 때 찾아왔다는 얘기, 둘이 한잔했다는 얘기, 집에까지 데려다줬다는 얘기에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한마디로 게시판에 불이 났다.
“기자들 지금 손가락 불나겠네.”
성 팀장이 입꼬리를 올리며 팔짱을 켠다.
수포 카페에는 연예부 기자들도 상당수 잠복해 있다. 아마 지금쯤 기자들은 어제 일 기사 쓰기 바쁠 거다.
“그럼, 2탄 공지는 언제 올릴까.”
“바로 하게요?”
백유진이 속눈썹을 깜빡이며 물었다. 그러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재채기를 할락, 말락하기에 성 팀장이 그녀의 목을 톡 건드렸다.
“아아.”
재채기가 멈춰 찝찝해진 얼굴로 코를 훌쩍.
“시현 씨 시간 없어. 스텝 촬영 끝나면, 바로 또 영화 촬영 들어가는데.”
이시현은 지금 스케줄이 가득 찼다. CF도 밀려들고 있고.
하지만 회사나 이시현이나 급하게 움직이진 않고 있다.
노 젓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지 소비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 빨리 움직이는 건 날씨 좀 풀리면.
“다들 뭐 좀 맘에 드는 거 있어?”
성 팀장이 직원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재밌는 거 너무 많아요. 특히 이거, 요즘 아주 난리라니까요.”
여직원이 모니터를 가리킨다.
[이시현은 내 남자친구]
제목만 봐도 가슴이 설레는 인터넷 소설이다.
“이거 누가 쓴 건지 찾아보고, 다른 것도 놓치지 말고 한 번씩 읽어봐. 간추려서 시현 씨 보여줘야 하니까.”
2탄 이벤트는 요즘 한창 붐인 인터넷 소설이 타깃이다.
“예!”
다들 찢어진 목소리로 열심히 대답했다.
한 사람만 빼고.
“엣치!”
“하여간··· 너랑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성 팀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더니 대꾸없는 백유진에게 다시 물었다.
“삐삐야, VJ 스페셜팀 작가한테 전화해서, 저녁에 촬영 끝나면 식사 대접할 거니까, 뭐 좋아하시냐고 물어봐.”
대답을 기다리는데···
또다시 가는 눈, 살짝 벌어진 입, 재채기가 나올 듯 말 듯.
“엣취!”
**
“그럼 야마가 뭐예요?”
-뭐요?
“아, 맥락이요, 맥락. 주제주제.”
-스타와 나 사이에.
“스타와··· 나 사이에?”
이우정은 접은 목에 휴대폰을 붙이고 수첩 위에 볼펜을 휘갈겼다. VJ 스페셜팀 작가한테 이번에 뭘 촬영했는지를 알아보는 참이었다.
“고마워요, 내가 나중에 밥 살게요.”
휴대폰을 끊고. 후 한숨을 내쉬고.
“최 팀장님이 날 피하시면, 내가 오겠다 이거야.”
이를 아득아득 갈면서 수첩을 탁 덮은 그녀.
마침 그녀의 차 쪽으로 경비 아저씨가 설렁설렁 걸어오고 있었다.
“또 왔어?”
그녀가 창문을 열고 반갑게 손을 흔들자, 경비의 얼굴이 못 볼 걸 봤다는 얼굴이다.
“오늘은 저도 일찍 가야 해요. 금방 갈 거예요.”
배시시 웃으며 그에게 박카스를 내밀었다.
“아이고. 용쓴다, 용써.”
뒷짐을 쥐고 다시 순찰을 떠난 경비를 뒤로하고 이우정은 잠시 차 안에서 이시현을 기다렸다. 시간은 이르지만, 오늘 촬영이 일찍 끝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스케줄도 따로 없는 것 같고.
얼마나 지났을까.
해가 슬슬 기울 때쯤에야 이우정은 차에서 잠시 내렸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나풀거린다.
남자친구 집 앞에서도 이렇게 기다려 본 적이 없건만.
“있긴 있었나. 그런 존재가. 훗······.”
언제까지 이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요즘 그녀의 가장 큰 고민이다.
순전히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이제는 특종 하나에 목을 매며 산다.
연예부 기자라면 우습게 보는 사람들도 많고, 열애설 기사 한번 올리면 팬들한테 협박전화까지.
물론 좋은 점도 많지만···
봉투 하나 챙기고 온갖 미사여구를 써가면서 신인들 기사를 써줄 때면, 이게 뭐하는 짓인가도 싶고.
“후······.”
차에 다시 타려는데, 또다시 이마에 빗방울이 달라붙었다.
“여기만 오면 비야.”
투덜거리는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오늘은 차 안 잠겼······.”
뒤를 돌아본 이우정은 깜짝 놀라서 딸꾹질과 함께 다음 말을 삼켜버렸다.
“기자님 여기서 뭐 해요?”
“시현 씨?”
이시현이다. 손에 묵직한 비닐봉지를 들고 있다. 시선이 느껴졌는지 그가 비닐봉지를 흔들며 말했다.
“편의점에서 맥주 사 오는 길이에요. 설마, 나 기다린 거예요?”
“예.”
그녀가 실토하듯 고개를 끄덕이자, 이시현이 우산을 슥 내밀었다. 제 키보다 높은 곳에서 비를 막아주는 우산을 보는 그녀에게, 그가 물었다.
“언제부터 기다리신 거예요?”
“아, 아까부터.”
“저 오늘 촬영 일찍 끝나서 계속 집에 있었는데.”
“그래요?”
이우정은 이마를 찌푸리며 경비를 떠올렸다.
‘아저씨! 그런 건 얘기를 해줘야지!’
그러는 사이에 빗방울이 그녀의 볼록한 이마에 닿는다.
머리숱 사이로 스며든 빗방울. 더구나 추위 탓에 그녀의 입에서 하얀 차가움이 흘러나왔다.
“춥겠다. 잠깐만요.”
이시현이 그녀의 손에 우산을 넘겼다.
받아든 그녀가 까치발로 그를 씌우려고 했지만 역부족.
“저 괜찮은데.”
“입어요. 근데 무슨 일이에요?”
벗은 점퍼를 그녀에게 입히고, 이시현이 다시 우산을 받아들고 물었다.
“인터뷰 좀 하려고요.”
“지난번에 왜 안 오셨어요?”
“에이, 라운드하고 단독하고 같나.”
너스레 한번 부렸는데, 이시현의 얼굴에 살짝 먹구름이 낀 것 같아서, 이우정은 서둘러 손을 가로저으며 다시 말했다.
“라운드라서 안 간 거 아니고, 사실 일이 좀 있었어요. 나야, 시현 씨가 오라면 맨발로 달려가지.”
“그래요? 난 기자님 안 보여서 걱정했어요.”
“그러면, 걱정 안 되게··· 우리 지난번처럼 전화로 인터뷰하고 그러면 안 될까?”
이우정은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물었다.
“흠.”
이시현이 고민한다. 그러더니.
“017, 236······.”
“최 팀장님 번호 말고.”
이우정이 투덜대자 이시현이 빙긋 웃는다.
“들켰네. 훗. 그럼, 지금 질문 하나 받을게요.”
하나.
그 하나에 이우정 기자의 눈이 반짝인다.
뭘 물어야 할까. 열애설? 없다고 하면 끝이지.
드라마? 흔하잖아. 염색? 그건 지났고.
“똑딱똑딱. 시간 지나요.”
“시현 씨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어요?”
왜 이런 질문을 한 걸까.
서둘러 질문을 바꾸려고 했지만, 이미 이시현은 대답을 떠올리고 있었다.
“흠··· 너무 많은데.”
“우와, 시현 씨 기억력 좋은가 보다.”
이우정은 눈앞의 이시현을 올려보며 속삭였다.
비록 스타와 기자라는 신분이지만, 이런 남자가 앞에 있는데 시선이 가지 않으면 그게 여자인가.
“강렬한 건 기억에 남죠.”
“예를 들면?”
“서럽게 우는 여자의 모습 같은 거?”
“에?”
이시현이 뭔가를 떠올리듯 얘기해서, 이우정이 눈을 반짝인다. 이건 웬 떡이냐 싶은데. 이시현이 바로 미소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다른 질문.”
“또 해도 돼?”
“어서요.”
“아싸.”
잠시 고민 끝에.
“버디 아이디.”
“하하! 저 그런 거 안 해요.”
바로 실망해서, 이우정은 입을 오물거려 말했다.
“하면 좋잖아? 그럼 서로 대화도 하고.”
“말 안되는 거 아시죠?”
피식 웃는 이시현.
그래서 이우정은 재빨리 다른 질문을 했다.
“온라인 팬 문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좋죠. 같은 취미와 관심을 가진 팬들이 한 공간에 모여서 수다도 떨고. 아마 나중에는 실시간으로 대화도 하고 휴대폰으로 사진도 찍어서 올리고 그럴걸요.”
“에이. 너무 앞서가셨다.”
이우정이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속삭였다.
“그래도 그런 세상 오면 우리 기자들은 편하겠네.”
피식 웃는 그녀와 달리 이시현은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본다.
“왜?”
눈을 깜빡이고 묻자, 이시현이 의뭉스럽게 물었다.
“편할까요?”
“그게 무슨.”
“뭐 그냥··· 그럼, 저 들어갈게요.”
“시현 씨.”
이우정은 한 번 더 그를 불러세웠다. 그리고 급하게 튀어나온 질문.
“시현 씨한테, 기자는 뭐예요?”
이번에는 이시현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가깝지만, 또 가깝지 않은 사람?”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이시현은 우산만 남겨두고 등을 보였다. 그런데, 다시 멈춰서 그녀를 뒤돌아본다.
“기자님, 파이팅!”
왠지, 눈물이 핑 도는 응원이었다.
“후······.”
다시 차에 탄 이우정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왠지 쳇기가 가신 것도 같은데, 남아있는 것도 같고.
아파트를 빠져나오는 중에 휴대폰이 바로 울린다.
“예, 부장. 지금 이시현 인터뷰 땄고요. 저 병원 좀 들렸다가 들어갈게요.”
이시현을 만났다니까 흡족해진 부장의 껄껄 웃음을 듣고 전화를 끊었다.
병원 주차장에 도착한 그녀가 차에서 내려 한숨부터 내쉰다.
발걸음이 너무 무거워 질질 끌다시피 들어갔는데, 그녀는 곧장 원무과부터 들렸다. 물론 들어선 순간부터 죄지은 자의 얼굴이다.
“죄송해요. 제가 많이 늦었죠.”
서둘러 가방에 손을 쑤셔 넣었다. 돈을 꺼내는데.
“어머님 병원비 계산되셨는데?”
“예?”
놀란 그녀가 눈을 끔뻑였다.
“계산되셨어요. 그리고 앞으로 병원비도 여기로 청구하라던데.”
터벅터벅.
원무과를 걸어 나온 이우정은 휴대폰을 들었다.
신호가 가고. 최재환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 기자님.
“어떻게 된 거예요?”
-뭐?
“병원비요.”
-아. 지난번 라운드 인터뷰 때 안 왔잖아. 왜 안 왔나 했더니, 어머니 수술 때문에 못 왔다면서요? 그쪽 부장님이 그러시던데.
이우정은 목이 아파서 대답할 수가 없었다.
-오해하지 마요. 빌려드린 거니까. 이건 뇌물 아니야.
“고마워요··· 꼭 갚을게요.”
-나한테 고마워해서 뭐해. 시현이가 준 건데.
“예?”
-시현이가 그러더라고요. 돈도, 마음도, 갚으라고··· 아주 천천히. 끊을게요. 바빠서.
이우정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숙였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조용해진 휴대폰을 쥐고 한참을 흐느껴 울던 그녀는 어둑어둑해진 병원 유리벽 너머 하늘을 바라봤다. 그런데 가슴이 들썩이더니.
“꺼억.”
그녀는 눈물 속에서 긴 트림을 했다.
지금 순간 막힌 속이 쏙 내려갔으니까.
< 스타와 나 사이에 (6)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