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서를 구하는 방법이 필요할 때 (4) >
-준우 씨, 저 이시현입니다.
장준우는 현기증으로 쓰러질 것만 같았다. 손에 쥔 수화기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심장이 벌렁벌렁 뛰기 시작했다.
진짜 이시현이야? 우리 집에 왜?
욕이라도 한바탕 쏟아내려는 걸까? 혹시 병원비?
군대 영장을 받았을 때보다도 심장이 두근거리는데, 이 와중에 옆에서는 여동생들이 방방 뛰며 야단법석이다.
“오빠 진짜 이시현이야? 정말? 사기꾼 아니야?”
“몸 어떻데? 어디 크게 다친 거 아니지? 설마, 불치병?”
“쉿!”
장준우는 여동생들 볼을 밀어내고, 흥분을 가라앉히고, 후후······.
-준우 씨?
“아, 예! 듣고 있습니다!”
-훗. 준우 씨가 나 걱정할 것 같아 전화했어요. 집 전화밖에 없어서 이 번호로 했는데, 괜찮죠?
수화기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따뜻하고 배려심이 넘쳤다. 마치 전화기에서 빛이 쏟아지는 것 같다고 할까.
-준우 씨 잘못 없어요. 충분히 쉴 타이밍을 주고 그 다음 테이크를 갔어야 했는데, 내가 무리하게 계속 가서 벌어진 일이에요.
“아닙니다. 제가 조심했어야 했는데. 미안··· 합니다.”
한마디.
미안하다는 이 말을 한순간, 장준우는 체기가 앉은 것 같았던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우리 남은 촬영도 계속 같이해요. 어제는 저희 팀장님이 그냥 화나서 한 말이니까, 신경 쓰지 말고.
이시현의 목소리는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한 장준우의 근심과 걱정을 뻥 차버렸다. 아주 멀리. 이래서 사람들이 종교를 믿는 건가.
-준우 씨, 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준우가 전화를 내려놓자, 가족 모두의 시선이 달라붙었다.
“뭐래?”
“이시현 왜 전화한 거야?”
“뭐라고 말 좀 해봐!”
그러자 눈만 깜빡이던 그는 말했다.
“나보고··· 새해 복 많이 받으래.”
**
“요즘 왜 저렇게 청개구리야.”
탁 트인 한강변에 찬바람이 쌩쌩 흘러간다.
넘실거리는 강물, 흔들리는 풀들, 무리 지어 날아가는 새들.
최재환은 살짝 열린 차창에서 들리는 성난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며 스턴트맨과 통화 중인 이시현을 바라봤다.
‘자식.’
살아오며 외모에 불만을 품어 본 적은 없지만, 이시현을 보고 있으면 한 번쯤 저렇게 태어나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들게 한다.
청춘스타의 상징인 청바지, 회색 코트, 선글라스 하나 걸쳤을 뿐인데··· 어느새 한강변이 화보촬영장인 듯한 착각이 드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여기도 오랜만에 오네.”
최재환은 괜스레 눈을 한번 깜빡였다. 그러면 구형 소나타의 기억이 떠오를까 봐서였다.
일이 안 풀리면 여기서 바람 좀 쐬고 갔는데.
구형 소나타에는 이시현이 잘되면 마시려고 챙겨놓았던 캔맥주도 있었는데. 유통기한도 훌쩍 지나버렸던 그 맥주. 그런데 지금은 아주 고릿적 얘기가 돼버렸다.
최재환은 다시 이시현을 흘깃 쳐다봤다.
녀석의 앞머리가 춤을 추고, 코트 깃이 바람에 펄럭인다.
통화를 끝냈음에도 무심한 얼굴로 한강을 바라보고 있다.
무슨 생각을 저렇게 하고 있을까.
왠지 쓸쓸해 보이는 그 모습에, 최재환은 잠시 넋 놓고 보고 있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저러다 감기 걸리지.”
그래도 이렇게 사람 없는 곳 아니면 녀석이 바람 쐬기도 힘든 시기니까. 그래서 조금 더 내버려두고, 일단은 2팀 연기자들의 스케줄을 확인하기 위해 수첩에서 프린트물을 꺼냈다.
먼저 현승아.
아주 잘하고 있다. 지에스라는 둥지가 그녀에게 맞는 모양이다. 라디오, TV, 행사, 여러 방면에서 활약 중이다.
그리고 성지훈.
불안했는데, 지금은 노를 열심히 젓고 있다.
벌 수 있을 때 바싹 버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그 시간에 연기에 좀 더 집중하면 어떨까 싶은 아쉬움이 든다. 아니면 1팀으로 보내야 하나.
“오소리는 봉사활동 갔고··· 승연이는 집에 있고. 민호 형님, 해수 누님은 2년째 쉬고 계시고.”
다시금 프린트물을 접은 그는 룸미러 속 자신의 얼굴을 잠시 마주했다.
또 한 해가 찾아왔다.
또 한 살을 먹었다.
또 주름이 늘었다.
그래도 여전히 팀장급치고는 젊은 나이지만, 경험이나 실력 면에서는 타 회사 팀장급에 밀리지 않는다. 그가 이시현을 키웠다는 거야 세상은 몰라도 이 바닥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으니까.
더구나 권혜선과의 스캔들로 제법 떠들썩해지면서 본의 아니게 또 이름을 알리고 말았다.
‘후······.’
문득 이우정 기자의 말이 최재환의 머리를 스쳤다.
얘기도 없이 기사를 낸 거에 대해서 권혜선이 실망했을 거라는.
‘그런 기미는 없었는데.’
하긴. 기사 뜬 그 날 말고는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 서로 거리를 두고 있으니까.
띠리리. 띠리리.
벨소리에 흠칫 놀란 최재환은 휴대폰을 확인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순간 그녀 전화인 줄 알았으니까.
“왜?”
-오빠, 헬프미!
“너희 팀장한테 전화해.”
-아 오빠가 더 믿음직하거든? 유 실장님, 아니 유 팀장님 지금 자기 몸 하나 관리하기도 힘들어.
쫑알쫑알.
요즘 이시현 앞에서 요조숙녀처럼 굴기에 좀 변했나 했더니만.
“뭔데?”
최재환은 핸들에 기대고 휴대폰을 귀에 붙였다.
손등에 턱을 올렸더니 까칠한 느낌에 인상이 찌푸려진다.
-나 설날 KIS 스케줄 있는 거 알지?
“본론.”
-‘내가 일일 피디다!’ 오빠 이거 뭔지 알지? 나 아이템 뭐로 짤까? 오늘하고 내일 반나절 안에 촬영할만한 대박 아이템 뭐 있어? 아, 키워드는 감동!
감동이라는 소리에 최재환은 이마를 찌푸렸다.
일에 치이는 삶은 감동이란 걸 느낄 여유가 없다.
그런 게 세상에 있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 사람에게 감동을 묻고 있으니. 하.
“너 수다 떠는 거로 짜. 그거면 1시간이 뭐야? 3시간은 방송할 수 있을 거야.”
-확 그냥!
“끊어봐. 생각 좀 하고 전화해 줄게.”
-꼭! 꼭! 꼭이다!
슬기의 명랑한 목소리가 사라지자, 타이밍 좋게 차 문이 열리고 이시현이 탔다.
“뭐했냐?”
“그냥, 누가 생각나서.”
그게 누구냐고 물으려던 최재환은 이시현의 입가에 희미하게 새겨져 있는 주름 하나를 보고 묻는 것을 관뒀다.
그대신 아예 등을 돌려 녀석을 제대로 마주 봤다.
동글동글 눈동자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자, 그는 말했다.
“내일 슬기가 ‘내가 일일 피디다!’라는 설 특집 방송에 출연하거든. 거기서 직접 코너를 짜는 건데, 키워드는 감동. 어떤 게 좋을까?”
바로 본론에 들어갔는데, 이시현이 눈썹을 꿈틀대며 물었다.
“몇 시 방송인데?”
“저녁 8시. 그러니까 코너 짜고, 촬영하고, 편집까지 들어가야지.”
생방송이지만 준비 과정은 카메라에 담아야 하니까.
최재환은 이시현을 빤히 지켜봤다. 그리고 이내 피식 웃었다. 차라리 기콘부 성 팀장한테 물어보는 게 나은 것을. 그래도 순간이지만 이시현이라면 답을 줄 것 같은 기대감이 스치긴 했다.
“아니다. 가자.”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제대로 운전석에 앉았다. 시동을 걸려고 차 키를 쥐었는데, 뒤에서 이시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설 연휴 저녁 8시면 온 가족이 보는 시간인데··· 감동이라. 그럼 답은 하나네.”
“뭔데?”
감동이야 많을 거다. 설 연휴에도 일하는 가장이 있을 테고,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연휴를 즐길만한 형편이 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래서, 뭔 소리인가 궁금해서, 최재환은 다시 돌아봤다. 그러자 이시현이 손에 쥔 선글라스 다리를 톡톡 건들며 말했다.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거.”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
흔하지만 또 흔해서 먹히는 스토리.
최재환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되물었다.
“누구? 그럼 누구를 만나게 해줘야 할까?”
“그리운 사람.”
**
[설날 아침. 강원도 삼척시]
살을 에는 추위가 파도를 타고 밀려오는 이곳.
오늘 KIS ‘내가 일일 피디다!’ 제작진 일부와 3W 슬기가 이곳을 방문했다.
“우와 추워! 추워서 죽을 것 같아!”
슬기는 제 팔뚝을 정신없이 문지르며 바닷바람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녀를 집어삼킬 듯 달려들던 파도가 방파제에 철썩! 부딪힌다.
“슬기 씨, 준비됐어요?”
조연출, 작가를 비롯한 스태프들, 카메라 감독이 찬바람에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물었다. 그러자 슬기는 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
좋은 배경이고 뭐고 빨리 방파제를 벗어나려면 달리 방법이 없었다. 어서 찍고 가는 수밖에.
짝!
조연출의 박수 소리와 함께 슬기는 마이크를 잡고 카메라 앞에 섰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3W 슬깁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인사부터 하고.
카메라는 그녀의 호들갑과 함께 바다에 초점을 맞췄다.
“파도가 엄청납니다! 으아!”
카메라에 비치는 성난 파도와 하얀 거품, 맑은 하늘.
“여러분 바람 부는 거 보이시나요?”
슬기는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짧은 머리라 망정이지, 긴 머리였으면 시청자들은 아마 공포영화를 보는 기분일 거다.
“아, 제가 지금 어디냐고요? 전 지금 동해 삼척시에 왔습니다. 그럼 여기 왜 왔는지 궁금하시죠?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정다영이라는 친구의 부모님을 모시러 왔습니다.”
슬기의 몸이 바람에 휘청거린다.
스태들이 놀라서 움찔했지만, 그녀는 미소 한 번 찡긋 보이고 멘트를 놓치지 않았다.
“정다영은 현재 저희 회사에서 연습생으로 있는 친굽니다. 올해로 4년째 연습생 생활을 하는, 착하고 착한 친구예요. 참고로 저하고 연습생 동기랍니다.”
한번 시원하게 웃고.
“보통 연휴에는 연습생들이 집으로 가지만, 못 가는 친구들도 있거든요. 집이 멀거나,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죠?”
잠깐 숨 들이켜고.
“그래서, 오늘 제가 다영이 부모님을 모시고 서울에 갈 겁니다. 물론 다영이한테 비밀입니다! 자, 그럼 다영이 부모님을 모시러 고고!”
“오케이, 끊을게요!”
조연출의 외침과 함께 슬기는 ‘언니!’를 외치며 스타일리스트 강보라에게 달려갔다. 그녀가 두꺼운 점퍼를 펼치자 그 속으로 쏙.
“아우 추워!”
“슬기 씨 바로 이동하자고! 시장도 찍고, 사람들도 찍어야지! 이거 편집하려면 3시 전까지는 방송국에 돌아가야 한다니까?”
“예!”
바로 차에 오른 슬기가 조연출을 다시 불렀다.
“피디님, 여기서 통화하는 거 담을까요?”
“통화?”
“다영이한테 전화해서 저 지금 삼척에 촬영 왔다고, 반응 좀 살피면 좋을 것 같은데.”
“어이구. 슬기 씨 아주 베테랑이야.”
조연출의 흡족한 얼굴과 슬기의 능글능글한 미소가 서로를 마주했다.
“헤헤. 그럼 지금 걸어볼까요?”
[청담동 B팀 연습생 여자 숙소]
-다영이 지금 뭐하니?
“아, 오늘은 연습실 출입금지라서 숙소에 있어.”
정다영은 휴대폰을 귀에 붙이고 팔팔 끓고 있는 떡국에 수저를 찔렀다. 맛을 보고, 조미료 팍팍!
-너 올해도 집에 안 갔어?
“헤.”
할 말이 없어서 웃음으로 때웠다.
3W 슬기하고는 연습생 동기라서 이따금 통화하고는 한다.
같은 시간 함께 고생한 동기가 먼저 데뷔한다는 건.
축하해줘 마땅한 일이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게 사람 마음이다. 슬기가 데뷔하던 날, 지하 주차장 화장실에 소리 죽인 흐느낌이 퍼진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엄마 안 보고 싶니?
“통화했어. 나중에 보지 뭐.”
수저를 내려놓으며, 정다영은 무거운 손을 들어 볼을 쓸어내렸다.
-이런 날 부모님하고 같이 있어야지.
“언니 오늘 많이 바쁘지?”
-말 돌리기는. 다영아, 나 지금 어디에 있게?
“어딨는데?”
정다영은 볼을 쓸어내리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슬기가 어디에 있을까 상상하며. 방송국에 있으려나. 아니면 행사?
-나 지금, 삼척.
“어?”
-촬영 때문에 잠깐 왔는데, 와 여기 춥다.
슬기의 엄살을 들으며 정다영은 싱크대에 허리를 기댔다.
문득, 삼척시의 바다 풍경이 눈앞에 스쳐 간다.
-우리 다영이가 이런 곳에서 자랐구나 싶네.
그러고 보니 파도 소리가 휴대폰 너머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너무 익숙해서, 가슴이 흔들린다.
“언니도 참.”
괜히 눈물이 글썽여서 눈을 훔쳤다.
-아, 나 촬영 들어가야 해서.
“어, 어.”
-맛있는 거 먹고, 푹 쉬어.
“응!”
끊어진 전화.
휴대폰을 내려놓은 정다영은 살짝 깨문 아랫입술을 괴롭히며 잠시지만 썰렁한 거실을 바라봤다.
올 설 연휴에 숙소에 남은 연습생들은 많지 않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회사에서 연습생들에게 설 선물을 챙겨줬고, 더구나 이시현이 한우 세트에 오리털 점퍼까지 선물해줘서 집에 들고 갈 수 있는 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은 사람은 남고, B팀 여자 숙소에는 연습생 3명이 남았다.
“밥 먹어!”
소리를 냅다 질렀더니, 방문이 열리고 후드티를 푹 눌러쓴 갈색 머리 투덜이와, 잠옷 차림의 윤 언니가 발을 툭툭 뻗으며 거실에 왔다. 그런데 상을 보자마자 투덜이가 인상을 팍 쓴다.
“야, 떡국은 무슨 떡국이야.”
“먹어. 그거 먹는다고 나이가 안 붙니?”
윤 언니가 수저를 집으며 타박했더니 투덜이가 쀼루퉁한 얼굴로 수저를 들었다. 후루룩. 그래도 입에 맞는지 투덜거림이 사라졌다.
이제 정다영도 자리에 앉으며 리모컨을 손에 쥐었다.
띡.
누르자 TV에서 연예인들이 윷놀이하는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우린 언제쯤 저런 방송에 나올 수 있을까?”
투덜이가 힐끗 TV를 보며 속삭였다.
설 연휴에 방송에 나올 수 있는 급이 된다는 건 그녀들에게 있어 오직 하나의 꿈이자 삶의 목표니까.
“집에 전화했어?”
오늘 같은 날 집 얘기는 금지어지만, 그래도 맏이 윤 언니가 입술을 핥으며 물었다. 그러자 투덜이가 수저를 부지런히 움직이며 웅얼거렸다.
“안 올 거냐고 묻더라. 그래서 바빠서 못 간다고 그랬지 뭐. 언니는?”
“우리 집은 친척들 많이 왔다고, 그러니 시끄러운데 와서 힘 빼지 말라고. 맛있는 거 많이 먹으라고. 돈 필요 없냐고··· 다영이 너는?”
“우리 집이야 뭐.”
정다영은 짧게 얘기하고 작은 입을 벌려 떡국을 한입 물었다. 조미료가 선사한 감칠맛이 입안에서 춤을 춘다.
“넌 추석 때도 안 갔잖아? 부모님 안 보고 싶어?”
“다섯 시간이면 가는 걸 뭐.”
“하여간 너 진짜 독하다, 독해.”
윤 언니는 정다영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지금까지 다른 연습생들의 눈물을 한 번씩은 꼭 봤다. 또 그들의 가족과도 인사를 나눴다. 자식 맡겨두고 마음 편한 부모님이 어디 있을까. 그래서 다들 한 번씩은 이곳을 찾으시니까.
근데 딱 한사람 정다영의 눈물은 보지 못했다. 그녀의 부모님도 뵙지 못했고.
‘집안이 원래 무덤덤한 편인가?’
윤 언니는 고개를 갸웃하고, 괜히 분위기가 우중충해져서 이시현이 준 한우 세트를 가리키고 말했다.
“우리 저녁에 한잔할까? 고기 구워 먹자! 어차피 오늘 올 사람도 없는데. 소주 콜?”
상을 치우고, 양치하고, 셋은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저녁을 기다리며 재미없는 설 연휴 방송을 보는 사이 슬슬 시간이 흘러갔다.
창밖의 해도 점점 고개를 숙이고 있고.
그래서 이제 서로 맥주를 마시네, 소주를 마시네, 와인을 마시네··· 고민을 하고 있는데, 문자가 띵동!
[최재환 팀장입니다. 10분 뒤에 연습생들 숙소 점검할 예정입니다.]
윤 언니가 벌떡 일어났다.
“비상이다!”
< 용서를 구하는 방법이 필요할 때 (4)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