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132화 (132/227)

< 용서를 구하는 방법이 필요할 때 (2) >

“이야, 진짜 복서네.”

모두들, 스파링 씬이 촬영 중인 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스턴트맨과 이시현의 합이 흔한 말로 장난 아니다.

쉼 없이 상체를 흔들며 잽을 날리는 이시현.

스턴트맨의 풋워크도 그에 못지않게 현란하다.

“계속 움직여! 팔이 느리잖아!”

체육관 관장 역의 중견배우가 링에 기대 목청을 높이자, 진짜 시합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감 다 죽었어? 호흡 개판이잖아!”

윤시진의 죽음으로 링을 떠난 장태원이 5년 만에 다시 링에 서 있다. 아무도 다시 오라고 하지 않았지만, 그는 제 발로 이곳에 돌아왔다.

왜? 무엇 때문에?

쉭쉭!

장태원은 잽과 훅으로 스파링 상대를 견제했다. 하지만 잠깐 눈을 깜빡인 순간, 상대는 빠른 스텝과 동시에 날카로운 주먹을 뻗었다.

재빨리 고개를 숙인 장태원!

빠르게 상대의 안으로 파고든 덕에 그의 어깨가 상대의 팔꿈치와 부딪쳤다.

“아저씨, 버팅질은 쪽팔리지 않아?”

스파링 상대가 뒤로 물러나며 조롱했지만, 장태원은 오히려 씨익 미소를 드러냈다.

“너도 해봐, 별로 안 쪽팔려.”

하지만 입가의 미소와 달리 눈에 독기가 서려 있는 그 모습에 상대의 표정도 싸늘해진다. 목과 어깨를 크게 한번 풀더니, 다시 자세를 잡으며 손을 까딱까딱.

“선배 대우는 여기까집니다.”

예고편은 끝났다는 듯, 스파링 상대의 주먹이 본격적으로 장태원을 연타하기 시작했다.

“장태원 디펜스 똑바로 안 해!”

관장의 외침에 장태원은 팔을 딱 붙이고 머리를 감쌌다.

하지만 상대가 머리만 노리겠는가.

복부에 닿은 레프트 어퍼컷에 그의 몸이 크게 출렁였다. 충격은 복부를 넘어 가슴과 턱 끝까지 치고 올라왔다.

“컥!”

내장이 출렁거리는 고통에 장태원은 곧바로 상대를 끌어안았다.

“아이 씨발, 가지가지 하시네.”

스파링 상대가 짜증을 내뱉자, 장태원은 그를 힘껏 밀쳐내고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다시 주먹을 들었을 때, 주먹 사이를 뚫고 들어온 상대의 주먹.

쿵!

그대로 쓰러진 장태원.

“와······.”

촬영 스태프들이 혀를 내 두른다.

사전에 수차례 호흡을 맞춘 움직임이란 걸 다들 알고 있음에도 둘의 움직임에 넋을 놓고 볼 수밖에 없었다.

“눈빛 봤어? 와,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배우 하나 나왔네.”

“진짜 신기해. 나이도 어린데 풋내가 안 나.”

“배우들 긴장 제대로 해야겠어. 이제 이시현하고 비교당할 텐데······.”

그 말대로 지켜보던 어떤 배우는 한숨을 내쉬기도 하고, 또 어떤 배우는 고개를 내젓는다.

송이경의 고운 얼굴도 지금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주인공이니 당연히 이시현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연기에서 밀리는 건 얘기가 다르니까.

“오케이!”

최 감독이 흡족한 얼굴로 박수를 쳤다.

“자, 이번에는 타이트 샷 들어갑니다.”

잠시 쉬고 다음 컷 촬영이 이어지자, 촬영을 지켜보던 강 실장은 조감독을 데리고 체육관을 빠져나왔다.

“이제 촬영 초반인데 그렇게 피곤해하면 어떻게 해요? 시현이는 하루 3시간도 못 자는데도 저리 쌩쌩한데.”

“연휴 때 푹 자야죠. 근데, 왜 나오라고 한 거예요?”

눈가에 다크서클을 새겨넣은 조감독이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면서 물었다.

“저기 냉동차 있죠? 설 선물 싣고 왔으니까, 스태프들 하나씩 나눠주세요.”

“설 선물?”

조연출의 다크서클이 껑충 치솟았다.

“한우 세틉니다. 촬영팀 알바생 것도 챙겼으니까 빠트리지 말고. 아, 이거 시현이가 쏘는 겁니다.”

20만 원짜리 한우 세트.

스태프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넉넉잡아서 60인 물량을 주문했다.

그뿐인가.

회사 직원들한테는 한우 세트뿐 아니라 오리털 점퍼 교환권까지 선물한 이시현이다.

그저 ‘선물 좀 돌리죠’ 그 한마디로 쏜 금액이 오천만 원.

“우와, 명절에 한우 세트 받는 건 처음이네.”

조감독의 입이 귀에 걸렸다. 강 실장을 쳐다본 그가 들뜬 얼굴로 말했다.

“시현 씨는 진짜 완벽한 사람이네요. 그럼 강 실장은 뭐 받으셨어요? 우리야 남인데도 한우 세트면, 실장님은 매니저니까 뭐.”

“저요?”

강 실장은 대답 대신 피식 웃었다.

지난번에 받은 김치냉장고와 TV, 그리고 이번에는 연휴 때 쓰라고 두둑한 봉투까지 받은 그였다.

“시현 씨 얼마나 벌어요?”

실례되는 질문인지 알지만, 조감독은 눈치껏 물었다.

“감독님. 그거 들으면 일하기 싫어져.”

스타가 되면 버는 돈은 수준이 달라진다.

강 실장은 조감독의 한숨과 함께 다시 체육관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야! 너 뭐하는 거야?”

무술 감독이 이시현의 스파링 상대역인 스턴트맨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 순간 강 실장의 눈에 링에 쓰러져 있는 이시현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에요?”

“주먹이, 진짜 들어갔어.”

최 감독이 한달음에 달려온 강 실장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사이에 무술 감독은 이시현을 살폈다.

“시현 씨 괜찮아?”

“아, 괜찮아요.”

이시현이 눈을 깜빡이며 숨을 고르고 일어났다. 그리고 무술 감독 어깨에 기대는데···.

“시현아!”

**

“수도꼭지가 왜 부러졌을까.”

“예?”

이우정 기자는 뜬금없는 소리에 옆을 돌아봤다.

수더분한 인상, 구겨진 셔츠, 언제 빤지 모르겠는 청바지.

그런 최재환이 엘리베이터 상단의 숫자 표시등을 보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중얼거리고 있다. 그 모습이 참 괴상해서,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생각했다.

‘대체 이 남자의 매력이 뭐야.’

2000년의 대미를 장식한 3W 권혜선과 최재환의 스캔들.

“QQ 소식 들으셨어요? 주태곤 편집장 사직서 냈다는데.”

“그 일은 고마웠어요.”

불과 몇 주전 일인데, 최재환은 마치 옛일을 얘기하듯 무덤덤한 얼굴이다.

“고맙긴요. 나야 특종 잡고 좋았죠.”

그날 최재환에게 걸려온 전화.

자신과 권혜선의 스캔들 기사를 내달라는 황당한 얘기.

고민 끝에 일단 인터넷 홈페이지에 단독 붙여 기사 올리고, 연예부 전체회의하고, 부장이 인쇄소 멈추고, 그렇게 신문 1면에 싣기까지.

숨 가쁘게 움직였던 그 날을 떠올리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이우정 기자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걸음을 멈췄다.

“우와.”

사무실 입구에서부터 늘어선 쇼핑백과 선물들.

“이게 다 팬들이 보낸 거예요? 지에스 진짜 대단하다.”

“평소에 이 정도는 아닌데, 연휴잖아요.”

최재환이 별거 아니라는 듯 사무실로 들어간다.

“근데, 스티커들은 뭐예요?”

선물마다 붙어있는 색색의 스티커.

“아, 팬클럽 색상이구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이우정 기자는 바로 눈치를 챘다. 하지만 고개를 갸웃하고 다시 묻는다.

“근데, 파란색은 없네요?”

시현 수호천사들의 공식 색상 ‘코발트블루’

“시현이 건 저기.”

최재환이 손을 내민 곳에는 몇 개 없는 상자들이 벽에 붙어있었다. 그중 하나에는 편지봉투가 수북한 걸 보니, 척 봐도 팬레터인데.

“저게 다예요?”

실망한 그녀 모습에 최재환은 팬레터 하나를 들어보며 이유를 알려줬다.

“시현이건 죄다 반송 처리해요. 주소 없는 것은 내용물 확인해서 고가인 제품은 공식 홈페이지에 찾아가라고 올리고, 나머지는 고아원에 기증하거든요.”

최재환은 그 말을 해주고 그녀가 홍보부서를 둘러볼 수 있게 안내했다.

이시현, 블랙보이, 3W, 오소리.

현재 지에스를 대표하는 가수와 배우들의 사진이 붙은 벽을 둘러보고, 이우정 기자는 홍보부 직원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각인시킨 뒤 다시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기자님.”

지하 주차장에 다시 내려오자 최재환이 봉투를 건넸다.

“아, 뭘 이런 걸.”

“얼마 안 돼요. 여러모로 고마워서.”

“어휴, 이렇게 많이 안 주셔도 되는데.”

두툼함에 놀란 그녀가 눈꺼풀을 흔들며 봉투를 매만졌다. 최근 받은 명절 떡값 중에서도 제일 두껍다.

“시현이가 신경 좀 썼어요.”

“제가 오히려 드려야 하는데.”

그래도 서둘러 주머니에 봉투를 쑤셔 넣고, 팡팡 두드린 그녀가 환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잘 쓸게요.”

“예, 연휴 잘 보내시고.”

“아. 팀장님.”

“왜요?”

“그럼, 혜선 씨하고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예고도 없이 훅 들어온 질문에, 최재환의 얼굴이 찌푸려진다. 그러자 이우정 기자는 바로 말했다.

“기사 낼 거 아녜요. 걱정돼서 하는 얘기지.”

“끝나고 자시고가 어딨어요. 시작도 안 했는데.”

최재환은 기사 내용 그대로 얘기했다.

잠시의 호감. 서로 갈 길을 가기로 한 두 사람.

“그래요. 알겠어요. 근데 난 혜선 씨가 걱정이에요.”

“뭐가요?”

“팀장님, 그때 나한테 부탁했을 때··· 혜선 씨한테 상의할 시간 없었죠?”

“다 지난 일을 뭐하러 자꾸 얘기해요.”

“근데 나라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한테 상의도 없이 헤어지자는 통보를 그런 식으로 했다면··· 크게 실망했을 것 같아요.”

이어진 말에 최재환은 대꾸하지 않았다.

“갈게요.”

차에 타려는데, 휴대폰 벨소리가 지하 주차장을 흔들었다.

이우정 기자, 그리고 최재환, 둘의 휴대폰이 동시에 울리고 있었다.

**

“왔다 왔다!”

발 빠르게 소식을 듣고 특종을 건지러 온 기자들이 차에서 내린 얼굴을 보자 전투태세로 돌변했다.

“팀장님! 시현 씨 지금 상태가 어때요?”

달려드는 마이크, 카메라, 기자.

연예부 기자 중 지에스 팀장을 모르는 이가 없는 것처럼, 최재환 역시 눈에 익은 기자들이었다.

“저도 전화 받고 바로 오는 길입니다. 확인하고 알려드리겠습니다.”

“무슨 촬영 중이었나요?”

“회사에서 무리하게 스케줄을 잡는 바람에 사고가 난 거 아닌가요?”

“현장 스태프 말로는 이시현 씨가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는 얘기가 있는데······.”

“기자님들!”

최재환이 결국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가장 불안한 이는 기자도, 팬들도 아닌, 바로 그였으니까.

“확인하고, 1시간 내로 제가 이 자리에서 상황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대로 뒤돌아선 최재환은 병원 유리문을 힘껏 밀어냈다.

병실이 어디인지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촬영 스태프들이 그에게 길을 안내했다.

불안과 걱정으로 걸음이 빠르다.

철컥.

병실 문을 열자, 최 감독을 비롯해 임 작가와 무술 감독, 서아린의 시선이 최재환에게 닿았다.

“어떻게 된 거예요?”

“크게 충격받은 건 아닌데, 혹시 몰라서 지금 MRI 찍으러 갔어요.”

“뭐 하다가 이렇게 된 건데요?”

최재환의 성난 시선이 닿자, 감독은 고개를 돌려 무술 감독을 바라봤다.

“스파링 씬 찍다가 합이 약간 틀어졌어요. 그래서 주먹이 제대로 턱에 맞았는데··· 시현 씨가 요즘에 감량 중이라서 체력도 바닥이었잖아요? 그래서 쓰러졌는데······.”

무술 감독은 머리를 북북 긁으며 얘기했다.

최재환은 사람 하나 잡을 기세로 숨을 내쉬다가 다시 물었다.

“의사는 뭐래요?”

“최 팀장님, 이거 그렇게 큰일 아니야. 그냥 잠깐···.”

분위기를 달래보려 입을 열었던 감독은 곧바로 사나운 시선을 마주해야 했다.

“감독님. 시현이 팬들한테 그런 소리 할 겁니까? 당장 시현이 내일 스케줄 펑크나게 생겼는데, 큰일이 아니라고요? 이러다 후유증이라도 남으면, 그 여파 누가 감당할 건데요?”

감독의 목울대가 꿀렁거린다.

최재환은 다시 물었다.

“누구예요? 스파링 상대해준 스턴트맨.”

“그게.”

“그 사람 또 나와요?”

“몇 씬 더 있긴 한데······.”

“빼요.”

최재환 한마디에 무술 감독이 입술을 훔친다.

잠시 뒤, 이시현이 MRI를 촬영하고 병실에 돌아왔다.

휠체어도 없이 모자만 눌러쓴 채로 강 실장과 함께 걸어 들어오는 모습에, 계속 굳어있던 최재환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괜찮은 거야?”

“괜찮대.”

“정말 괜찮은 거야?”

최재환은 강 실장을 돌아보고 다시 물었다.

“의사가 걱정하지 말래.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오늘 하루 입원하자고 하더라. 구토증세나 그런 게 올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해. 시현이 연휴 스케줄은 다 빼.”

“다?”

“몇 개 안 되잖아.”

가수들과 달리 배우는 연휴에 스케줄을 거의 잡지 않는 편이다. 가수들이야 인지도 높이려면 한 번이라도 TV에 나와야 하는 처지지만 배우는 다르다.

“알았어.”

강 실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시현이 침대에 앉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더니 천연덕스럽게 미소를 띠고 말했다.

“그럼 전 오늘 하루 입원할 테니까, 다들 이만 가세요.”

눈치만 살피는 사람들.

“계속 그렇게 저 구경하실 거예요?”

다들 돌아가고 남은 이는 강 실장 혼자뿐이었다.

최재환이 이시현의 스케줄 정리를 하고 오면 그와 교대하기로 했다.

‘징그러운 놈.’

강 실장은 또 대본을 보는 이시현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주 장태원이 되려고 환장한 놈 같다.

오늘 일도 자신이 피했어야 했다고, 스턴트맨은 아무 잘못 없다고, 오히려 자기가 맞아서 다행이라고 하는 이상한 놈.

“시현아 그만 봐라. 좀 쉬어.”

“예.”

그렇게 말하면서도 대본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너 대사 거의 다 외웠잖아?”

“그렇긴 한데··· 아직 뭔가 부족해요.”

“뭐가?”

“그거 알려고 계속 보는 거죠.”

고개를 든 이시현이 씩 웃는다.

“어지럽진 않아?”

“별로요.”

“아이고.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흠··· 그 회사 앞에, 순대국밥 있잖아. 그게 먹고 싶네.”

이시현이 미소와 함께 말했다.

딱히 먹고 싶은 건 없지만, 강 실장 바람 좀 쐬게 하려고 굳이 순대국밥을 얘기했다.

“그건 최 팀장한테······.”

“그때면 거기 문 닫아요.”

“아, 너 혼자 두면 안 되는데.”

강 실장이 눈을 찌푸리고 시간을 살핀다.

“병원인데 무슨 일 있겠어요. 기자들 한번 왔다 갔다면서요? 그리고 여기 VIP 병실이잖아요.”

“그렇긴 한데······.”

그렇게 강 실장이 나가자, 이시현은 대본을 다시 살폈다.

너덜너덜해진 대본을 보고 또 보고.

물론 이렇게 한들 진짜 복싱 선수가 될 수는 없을 거다.

다만 대본을 보면 볼수록, 이시현은 장태원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똑똑.

대본을 넘기는 그때, 병실 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이시현 환자분, 체온 체크 좀 할게요.”

간호사 한 명이 눈치를 살피며 들어왔다.

체온을 체크하고, 불편한 건 없는지 묻고··· 그리고 수줍게 내민 카메라.

“저 사진 좀······.”

“후훗. 인터넷에 올리면 안 되는 거 아시죠?”

“당연하죠!”

간호사가 나가고 이시현은 다시 대본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대본을 손에서 놓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흠!”

의사 한 명이 상태 본다고 들려서. 찰칵!

“저기······.”

이번에는 간호사 세 명이 와서 찰칵!

“팬입니다!”

인턴들이 단체로 와서 찰칵!

“후.”

이시현은 다시 대본을 손에 쥐었다.

얼마나 봤을까.

피곤이 밀려오는지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눈을 깜빡이고 다시 눈을 뜨는데··· 언제 들어왔는지, 병실에 누군가 서 있는 게 아닌가.

“누구세요?”

남자는 천천히 뒤돌아섰다.

그리고 마주 본 그 얼굴에, 이시현은 놀라서 미간을 찌푸렸다.

< 용서를 구하는 방법이 필요할 때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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