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춘스타들 (5) >
-태진엔터에서 장난치려던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지금 박 상무하고 최 팀장이 그쪽으로 출발했습니다.
전화기 스피커에서 들리는 정 이사의 다급한 목소리.
회의실에 모인 서른 명 남짓한 직원들이 숨죽인 사이, 차 대표는 손을 뻗어 수화기를 들었다.
“박 상무한테 전화해서, 변인희 뺀다고 태진에 통보해.”
내려놓은 수화기의 덜그럭거림과 함께 숨통을 조이게 하는 한숨 소리가 이어졌다.
“후······.”
차 대표의 시선이 여직원들을 스쳐 매니저들에게 닿을 때마다, 녀석들이 긴장하는 게 보인다.
“니들 뭐 하고 있던 거야?”
꿀 먹은 벙어리들이 서로의 눈치만 살핀다.
“다들 들떠서 말이야, 회사 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아무도 몰랐어? 일 터지면 그때 가서 나한테 보고하려고?”
눈앞에서 날카로운 고드름이 떨어져도 이보다 섬뜩할까.
차 대표의 눈빛, 목소리, 한숨이 더해지니 발가락 한번 꿈틀거리는 것도 신경이 곤두설 정도인데···
저런 사람을 장인으로 뒀던 나도 참 대단하지.
아무튼 음성 메시지 아니었으면 눈뜨고 코 베일 뻔했다.
그 메시지를 듣자마자, 나는 바로 조 부장에게 알렸고, 조 부장은 발 빠르게 C&C 건물에 설치된 CCTV를 확인했다.
그러자 변인희가 며칠 전 누군가와 찾아와 예행연습을 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늦은 밤, 남녀 청춘스타가 함께 있는 ‘스캔들’ 사진을 찍기 위한 예행연습.
“성지훈이 매니저.”
“예, 대표님!”
박용현이 목젖을 흔들며 앞으로 튀어나왔다.
건조한 실내 공기 탓인지, 아니면 긴장한 탓인지 얼굴이 말라 보인다.
“너 성지훈이 변인희 만난 거 알았어?”
“대본리딩 때 전화번호 교환하고, 그날 한번 만났다고 합니다.”
“내가 지금 그거 물었어?”
“몰랐습니다!”
더 얘기할 것 없다는 듯, 차 대표는 고개를 돌려 강 실장을 쳐다봤다.
“넌 뭐했어?”
“죄송합니다. 주차장에서 차 빼 오는 잠깐 사이에.”
강 실장은 박용현에 비해 차분한 모습이지만, 고개를 들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녀석들이 뭔 잘못일까.
핏덩이들이 뭘 알겠어.
그래 내 잘못이지. 전적으로 내 탓이다. 조심해야 했는데··· 변인희가 시현이의 지인이라는 얘기에 감이 무뎌졌다.
젠장.
이러니까 차 대표한테 뒤통수를 맞았지.
“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나설 자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상황을 정리할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 나섰다. 어쩌면 이 말을 듣고 싶어 매니저들 쪼는 건지도 모르겠고.
잠시···
차 대표는 나를 보며 생각을 곱씹다가 입을 열었다.
“모두 잘 들어. 지금 이 순간부터 스타일리스트 말고는 누구도 이시현 몸에 손대게 하지 마. 우리 소속 연기자들도 예외 아니야. 매니저들, 알았어?”
낮은 목소리지만, 스피커로 쾅쾅 때리는 것보다 매니저들 귀에 잘 들어갔을 거다.
“나가 봐. 이시현이만 남고.”
살았다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매니저들이 우르르 회의실을 빠져나간다.
둘이 남은 회의실.
차 대표가 다리를 꼬며 의자를 가리켰다.
“앉아.”
“예.”
내가 의자를 빼서 마주 앉는 사이에 차 대표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연기를 뿜고, 턱을 한번 씰룩이고 다시 나를 쳐다보고.
“태진엔터에 누구 있는지 알아?”
“최미숙 선생님··· 계신 거로 알고 있습니다.”
이 바닥에서 긴 시간 버티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살아남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거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최미숙이 보인 다정함에 취해서 그걸 잊고 있었다.
“훗. 스캔들도 잘 쓰면 약이 되지.”
차 대표는 콧잔등을 찌푸린 채로 손가락 사이의 담배를 이리저리 흔들며 말했다.
잃을 것 없는 신인에겐 오히려 스캔들이 약이 될 수도 있다. 관심은 집중될 테니까.
“이번엔··· 누님이 좀 무리하셨네.”
차 대표는 입이 텁텁한지 볼을 찌푸리고 계속 말했다.
“박 상무가 알아서 처리할 거다. 넌 그냥 모른 척해.”
“예.”
담배 연기 사이로 차 대표는 회의실 창문을 돌아봤다.
“그때가 언제였더라. 내가 한창 밤무대 뛸 때니까, 서른 무렵인가? 누님 앞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
차 대표는 삐뚤어진 자세로 담배를 물고 생각에 잠겼다.
“이곳은··· 청춘들을 가지고 장사하는 곳이라고.”
쓴웃음에 담배 연기가 흔들린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그 장사를 하고 있어. 청춘스타든, 벼락스타든, 뭐 하나 만들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이 양반이 돌았나.
내가 본 차 대표는 이런 사람이 아닌데.
“이시현이, 니 꿈이 뭐야?”
뜬금없는 꿈 타령에 나는 잠시 생각을 더듬고 말했다.
“영화관에서 저를 본 관객이 멋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하하하.”
담배를 비벼끄면서 차 대표는 어깨를 들썩거렸다. 연기 사이로 일어선 그가 주머니에 두 손을 꽂고 나를 본다.
“변하지 마.”
나는 무슨 소리인가 싶어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그가 곁을 스쳐 가며 속삭였다.
“그 유치한 꿈 말이야.”
**
「2001년 1월 19일 금요일」
탁.
소주잔을 바라보는 현승아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약속 시각, 약속 장소에 왔더니만 뭐? 회식?
고깃집을 가득 채운 매니저들 틈에 이시현은 없었다. 차가 밀려서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까.
“승아 씨?”
빡빡머리 매니저가 눈치 없이 부르자, 현승아의 짙은 눈썹이 날카로운 송곳이 됐다.
“왜요!”
“아, 시현 씨 어디냐면서요?”
“어디래요?”
“거의 다 왔대요.”
“거의 다?”
그녀가 삐뚤어진 입술 사이로 쓴 술을 마시는 동안 코끼리, 여우, 뱀 같은 인상의 매니저들은 술을 주고받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변인희도 안 됐지. 회사 때문에.”
“뭐, 노력 없이 껑충 뛰려다가 넘어진 거지.”
“그럼, 걔 빠지면 그 자리에 누가 들어가?”
“글쎄.”
“한승연이 들어가나?”
“안 되지. 지금도 우리 소속이 셋이나 되는데, 방송국에서 가만있겠어?”
“가만있지 못할 건 뭐야? 우리 제작이고, 이시현 나오면 그걸로 충분하지. 지금 대한민국 최고의 청춘스타잖아.”
“듣자니까, 윤 부장님 쪽에 한 번 밀어준다는 것 같더라고.”
뱀 같이 생긴 매니저가 혀를 날름거리고 말하자, 다들 손에 들던 술잔을 멈칫했다. 그러자 가만히 듣던 현승아가 빡빡이 매니저를 돌아보고 물었다.
“윤 부장이 누구예요?”
“전에 우리 부장님인데, 교통사고로··· 뭐 아무튼 그만두시고 회사 차려서 나갔거든요.”
“거기 누가 있는데요?”
“연습생들 몇 명 데리고 나가긴 했는데··· 배우는 없던 거로 알고 있는데.”
고개를 갸우뚱하는 빡빡이를 뒤로하고, 현승아는 다시 매니저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대표님 오늘 최미숙하고 골프 치러 갔다며?”
“정말?”
“그래. 난 당최 두 사람 이해할 수가 없다. 이번 일도 최미숙이 저지른 거 다 아는데, 최미숙은 쏙 빼고 정리했잖아?”
“그만들 해라. 승아 씨 앞에 두고 쓸데없는 얘기는.”
누군가 한마디를 꺼내자, 열심히 떠들던 매니저들이 술잔을 치켜들었다.
딸랑딸랑.
마침내 고깃집 문이 열리고 이시현 일행이 들어왔다.
강 실장, 서아린에 이어 그가 들어오자 다들 고개를 돌린다.
넋 나간 고깃집 종업원들의 모습에 매니저들 어깨가 으쓱 올라가는데··· 술에 취해 고개를 떨구고 있던 현승아가 고개를 들었다.
“오오! 청춘스타 오셨네요?”
목소리처럼, 몸도 베베 꼬인 그녀.
“아, 승아 씨 미안해요. 우리가 늦었죠?”
강 실장이 눈치를 살피며 옆에 앉으려는데, 그 의자 위에 현승아의 손이 올라와 팡팡 두드린다.
“시현 씨 앉아요!”
“먼저 좀 드셨나 봐요?”
이시현이 미소를 띠고 앉자, 현승아는 바로 소주병을 뒤집었다. 팔꿈치로 콱콱 두드리고 단번에 뚜껑을 열었다.
“자!”
소주병 속에서 회오리친 술이 이시현의 잔을 채운다.
“미안해요. 차가 너무 막혀서.”
“뭐 늦을 수 있죠. 있어, 있어! 그런데··· 나는 이런 자리인지는 몰랐네? 우리 ‘둘’만 있을지 알았는데.”
‘둘’을 강조하는 모습에 이시현은 서둘러 소주병을 집었다.
“제가 한잔 드릴게요.”
“오케이, 건배!”
게눈 감추듯 술을 삼키고, 현승아는 턱을 괸 채로 이시현을 바라봤다. 하염없이.
“승아 씨, 많이 취하셨나 보네.”
강 실장이 빡빡이 매니저에게 눈치를 준다. 어서 데리고 가라고.
“승아 씨, 우리 그만 갈까요?”
“어디를 가? 됐고! 거기··· 청춘스타님.”
현승아의 눈에 이시현의 미소가 비췄다. 그래서 그녀는 발끈하고 고개를 들이밀었다.
“웃어? 나 비웃어요?”
“아니요. 청춘스타라는 말 때문에.”
“그게 뭐가?”
“승아 씨는 청춘이 뭐라고 생각해요?”
이시현은 반쯤 남은 술잔을 입에 가져가며 물었다.
“푸를 청! 봄 춘!”
허공을 손가락으로 찌르며 외치는 현승아의 모습을 보며, 이시현은 술을 머금어 삼키고 입을 열었다.
“어느 배우가 그러더라고요. 젊은 거 오래 안 간다고. 마음이 젊은 건 반쪽 청춘이라고. 그러니 맘껏 즐기라고.”
“그래서요?”
“그런데 푸른 봄은··· 언제든 오는 거잖아요. 우리가 서른이 되고, 오십이 되고, 아흔이 돼도··· 푸른 봄은 어김없이 찾아오잖아요.”
“에이 그게 뭐야. 어쨌든··· 시현 씨가 스타인 건 사실인 거로! 별이 됐으니까! 그치 아린 씨?”
“별이 되면 죽지 않나?”
다리를 꼰 채로 술잔을 손에 쥔 서아린이 나직이 속삭였다.
“그런가?”
현승아가 킥킥 웃는 사이, 서아린은 잔을 비우고 다시 말했다.
“저한테 스타는 제가 맡은 연기자예요. 내 연기자가 인기가 있든 없든, 저한테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그렇게 생각해요. 별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면, 이미 스타가 아닐까··· 꼭 성공해야만 스타인가?”
서아린의 담담한 속삭임을 들은 현승아는 술을 한잔 삼키고 얼굴을 가득 찌푸렸다.
“크으··· 오케이! 그럼 내가 결론 내릴게요. 청춘스타란, 별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청춘! 바로 우리 모두라고!”
수저를 땅땅 때리며 선포하자, 고깃집에 휘파람 소리가 울렸다.
“휘이! 승아 씨 멋있다!”
“다들 박수!”
박수갈채에 현승아가 벌떡 일어나 배꼽 인사를 하고 다시 앉았다.
그렇게 또다시 이시현의 잔에 술을 따르고, 건배를 제안하며 잔을 내밀었고, 서로 잔을 부딪치려는 그때.
“러브샷!”
갑자기 현승아가 이시현의 팔에 제 팔을 둘러 러브샷을 연출하려 했다. 그 순간 매니저들이 모두 벌떡 일어나서 외친다.
“안 돼!”
“시현 씨한테 손대지 마요!”
“워워워!!”
**
“배 사장 구두에 계란을 집어넣었어요. 그것도 아주 제대로 곯은 거로.”
“오, 주여.”
“죄송해요 신부님. 그래서는 안 되는 거 알았는데···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 나쁜 새끼가······.”
“자매님. 진정하세요.”
“죄송해요 신부님. 그래도 고해성사를 하니까 기분이 한결 나아지긴 하네요. 그리고··· 제가 얼마 전에 누군가의 집에서 신세를 지었어요. 그래선 안 됐는데··· 그래도 청소는 깨끗이 하고 나왔어요. 다용도실 수도꼭지가 부러지긴 했지만······.”
“자매님. 자매님.”
“예?”
“좋은 일 하신 건 없습니까?”
“아··· 제가 카페를 운영했어요. 그러니까, 인터넷 카페인데, 허구한 날 이상한 글이 올라와서··· 스팸이라고 아시죠? 햄 말고··· 아무튼 그런 게 자꾸 올라와서요. 물론 그보다는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래서 폐쇄했습니다.”
“주께서 자매님을······.”
부르르. 부르르.
“아, 죄송해요 신부님.”
진동에 놀란 이수정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여보세요?”
피아노 학원, 태권도 학원, 당구장.
3층짜리 허름한 건물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간판들.
“세상에······.”
이수정은 입을 벌린 채로 건물을 눈에 새겼다.
눈을 아무리 깜빡여도 ‘드림 프로덕션’이란 간판은 보이지가 않는다. 지하라더니 간판도 없는 모양이었다.
‘돌아가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발을 내디뎌 건물에 들어섰다.
“엄마야!”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늘어진 바퀴 사체와 거미줄.
한걸음 한걸음 내디디면서 긴장과 한숨을 연거푸 뱉은 뒤에야, 음식점 스티커가 잔뜩 붙은 철문 앞에 섰다.
똑똑.
초인종도 없어 문을 두드렸더니, 잠시 뒤에 문이 열리고 수더분한 인상의 남자가 나왔다.
“저··· 성 팀장이란 분에게 소개받고 왔는데요.”
믿을 만한 회사가 하나 있다는 말에 왔건만.
계약금은커녕 식대도 못 받을 것 같은 예감이.
“이수정 씨죠? 어서 오세요.”
남자는 정중히 명함을 내밀었다.
‘드림 프로덕션··· 윤정환 사장?’
이수정은 잠시 명함을 스쳐보고 안에 발을 들였다.
‘세상에.’
절로 입이 벌어지는 풍경이 펼쳐졌다.
그냥 연습실 같은 공간에 책상 하나와 소파 하나 놓여 있는··· 그래서 잘못 왔다 싶어서 뒷걸음치는데.
“초라하죠? 임시, 임시 거첩니다. 곧 옮깁니다. 하하.”
그게 언제냐 물으려다가, 이수정은 포기하고 소파에 앉았다. 낡은 소파에서 곰팡내가 풍긴다.
‘으······.’
그래도 차분히 주위를 둘러보는데, 구석의 스피커에서 라디오 방송이 들렸다.
-여러분, 지난주에 제가 청춘스타에 관해서 얘기했는데, 기억하시나요? 그런데··· 한 청취자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만물이 푸른 봄철을 청춘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나이를 먹는다고 푸른 봄이 찾아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더라고요? 그리고 또 이런 얘기도 있었어요. 스타란, 높은 인기를 얻어 별이 된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별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그게 이미 스타가 아니냐고. 꼭 성공해야만 스타냐고··· 이상하게도 전 그 말이 계속 머리에 남더라고요.
“아, 미안해요. 제가 가끔 듣는 방송이라서”
-여러분. 그래서 제가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청춘에 제약을 두지 않을래요. 우리에게는 또 봄이오니까. 그래서 청춘스타란, 별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청춘··· 바로 우리 모두라고. 카페에서 열심히 일하는 학생도, 면접을 망친 취업준비생도, 전날 회식으로 속이 부대낀 우리 아버지들도, 하얀 구름이 머리에 내려앉은 옆집 할아버지도··· 모두가 청춘스타라고. 그럼 여러분! 우리 오늘도 꿈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요, 파이팅!
윤 사장이 라디오를 끄고 맞은편에 앉았다.
“보면 알겠지만, 계약금은 많이 못 드려요. 그리고··· 저희가 해 드릴 수 있는 게 많지가 않아요. 솔직히 거의 없다고 보셔야 할 겁니다. 물론 수정 씨 케어는 제가 최선을 다하겠지만··· 어찌 됐든 당장 뭐가 된다고 보장해드릴 건 없습니다.”
이수정은 잠자코 듣기만 했다.
그러자 눈치를 살피며 다시 일어난 윤 사장이 커피를 타서 가져왔다.
“커피 한잔 드시면서,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시고.”
“저기······.”
“예?”
“계약하면 뭐부터 하나요?”
윤 사장은 자신을 향한 혼란스러운 시선에 뜸 들이지 않고 바로 답했다.
“오디션부터 봐야죠. 차근차근, 하나하나씩.”
“저도··· 스타가 될 수 있을까요? 저한테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보세요?”
이수정은 자신의 가치에 대해 물었다.
입에 발린 얘기는 수없이 들었으니, 이제는 진실한 얘기를 듣고 싶었다.
“하하. 글쎄요. 근데, 스타 별거 없어요.”
“예?”
“그냥 열심히 살아가는 겁니다. 수정 씨의 자리에서 말이에요. 어김없이 찾아올··· 새 봄을 기다리면서.”
이수정은 윤 사장의 말을 곱씹었다.
그렇게 피어오르는 커피향을 한참을 바라보던 그녀가 조심히 고개를 들었다. 미소와 함께.
< 청춘스타들 (5)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