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96화 (96/227)

< 이시현은 너무 착해서 탈이야 (3) >

“들어올 때 저거 못 봤어요?”

선반 옆의 작은 틈새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겨우 숨을 만한 공간이 있다. 거기에 설치된 CCTV. 원장이 애들 농땡이 피지 말라고 설치해놓은 건데, 그걸 본 이수정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지금 그런 생각 하고 있죠? 저거 가짜 아닌가? 아니면 저기 찍힌 테이프만 어떻게 할 수 없을까? 이 상황을 어떻게 넘어가지?”

이수정은 여전히 침묵 유지 중이고, 나 혼자 계속 떠든다.

“그대로 있어 봐.”

이제 존칭은 생략하고.

가까이 갔다가는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나는 뒤로 한발 물러나 그녀를 관찰했다.

힐을 신어서 이수정 키가 170센티미터는 돼 보이는데, 파란색 페디큐어로 멋을 낸 발가락과 가는 발목에 은색 구두끈이 걸쳐있다.

“구두 비싸 보이네.”

항상 묶고 다니던 머리는, 오늘 촬영이 없다고 곱게 풀어져 있다. 검은 물결이 어깨 위에 찰랑찰랑.

“귀고리 하고 시계는 얼마짜리야? 딱 봐도 꽤 비싸 보이는데. 향수도 비싼 것 쓰네?”

찬찬히 훑는 내 시선에 이수정의 다리와 손은 제멋대로 움직이고, 얼굴은 울상이다. 눈물이 또르르 흐르는 걸 보니 이제야 상황 파악이 되는 모양이다. 아니면, 내 얼굴이 화가 많이 난 것처럼 보이던가.

“왜 이런 얘기하는지 궁금할 거야······.”

겨우 애송이가, 감히 나를 건드렸다고, 내가 이런 일로 열 받겠어?

“그냥 지금 궁금해졌어. 이수정이, 배우가 아니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저 구두며, 귀걸이며, 시계며··· 화려함이 벗겨질 이수정이 궁금해졌어.”

이수정의 하얀 턱에 눈물방울이 대롱대롱, 주먹 쥔 양 손은 허리에 바싹 붙어있다. 투명한 엄지손톱이 검지 손톱을 괴롭히고 있는데··· 손톱이 삐끗.

“거, 거래해요.”

뭐. 겨우 꺼낸 말치고는 나쁘지 않네.

그래, 지금 상황은 거래를 해야지. 그런데 거래는 서로 주고받을 게 있어야 하는 건데, 나는 받을 게 없어. 설사 있다 해도, 받을 생각 없고.

“뭐, 뭘 원해요?”

“난 한 번도 뭘 원한 적이 없는데? 그리고 거래가 아니라, 잘못했다는 말부터 해야지.”

이제는 해도 늦었지만.

“1분 전에 그 말을 했으면··· 적당히 혼나고 끝날 일이었는데.”

분명히 말했었다. 잘못했다고 하면 넘어가 준다고.

“1분 사이에, 참 많은 일이 벌어졌네. 그지?”

궁지에 몰린 쥐를 가지고 노는 악취미는 없는데, 지금은 없던 취미도 생길 판이니까. 그래도 이 정도면 나 많이 참고 있는 거다.

“CCTV가 없었으면, 나는 폭행범에, 파렴치한 인간이 됐을 텐데, 그렇게 됐으면··· 세상이 날 가만히 뒀을까?”

짓밟고, 규탄하고, 낙인찍었겠지.

얘가 한 짓은 제정신 박힌 인간이 할 짓이 아니었다. 노병기도 대놓고 내 앞에서 이런 짓 못했다. 아, 나는 지금 최재환이 아니지만.

“거, 거래하자니까요.”

바들바들 떨면서도 입은 계속 놀리고 있는 이수정의 모습에, 오히려 화는 식는데 기분은 더러워진다.

이거 완전 또라이네?

하긴, 갑자기 자해공갈을 할 정도면 예측불허 캐릭터인 건 인정.

“무슨 거래?

궁금해서 들어나 보자 싶어서 물었다. 이수정은 입술을 꼼질꼼질 움직이다가 겨우 열었는데, 립스틱 묻은 앞니 두 개가 파르르.

“어차피, 이 일 터지면 그쪽도 곤란해질 거예요.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쪽 지금······.”

눈물을 철철 쏟아내면서도 머릿속을 쥐어짜 어떻게든 이 위기를 넘기려는, 그 노력이 가상하긴 한데··· 넌 진짜 혼 좀 나야겠다.

“그놈의 이미지 타령 지겹지도 않아? 됐다. 너랑 무슨 얘기를 하냐.”

나는 눈앞의 이 싸이코를 멀리하고 계단을 내려왔다. 그런데 뒤에서 빠른 걸음 소리가 들리고 이수정이 내 등을 와락 껴안았다.

“뭐하는 거야?”

“자, 잘못했어요.”

“손 치워.”

“한번만, 한번만요.”

“한번은 무슨. 그래도 축하해. 자해공갈 여배우는 니가 최초일 거야.”

화려하게 데뷔하는 거다. 뉴스에, 사회면에.

“새, 생각해봐요. 시현 씨한테 어느 게 이득인지. 시현 씨가 그냥 넘어가 주면 나는 시현 씨 꼭두각시가 될게요.”

숨넘어가겠네.

“글쎄. 사람은 위기가 닥치면 뭐든 말할 수 있거든. 그래, 그렇게 했다고 치자. 아마 처음에는 말을 잘 들을 거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생각은 변질되고, 어떻게든 나를 밀어내려고 하겠지. 그거 생각만 해도 끔찍하잖아?”

나는 고개를 숙여 내 허리에 감겨 있는 손을 붙잡았다. 힘을 주려는데. 이수정의 목소리가 훅치고 들어왔다.

“애, 애완동물이 될게요!”

“뭐?”

“애완동물이요!”

이건 또 뭐야?

**

SN의 고수만 사장, 지에스엔터의 차 대표, 디디엔터의 배영식 사장, 지에스엔터 조진수 부장, 배우 최미숙까지.

알 만한 사람은 이름만 들어도 눈이 번쩍 뜨일 인물들이 오전부터 청담동 식당에 모여 있는 이유.

“배 사장, 오늘 일 두고두고 기억해야 해.”

SN의 고수만 사장이 술 주전자와 함께 건넨 훈수에, 배 사장은 경기를 일으키듯 고개를 끄덕였다. 속이 뒤틀려도 지금은 무조건 저자세로 나갈 수밖에 없으니까.

“아휴, 당연하죠. 차 대표,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이렇게까지 자세를 숙이는데도 차 대표는 대꾸 없이 술 한 모금을 목 넘기고, 조 부장이란 녀석은 곁에서 눈만 부릅뜨고 있다.

‘싸가지 없는 자식들.’

하지만 고수만 사장이 중재를 해줘서, 그나마 이쯤 끝나는 거니 천만다행이다. 불길 활활 타오를 뻔했다. 그런데, 최미숙은 여전히 불편한 얼굴로 또다시 불만을 씹는다.

“없어야지. 드라마 조연 몇 번 했다고, 얼굴에 카메라 마사지 좀 받았다고, 신인 배우가 촬영장에서 멋대로 행동한 것도 모자라 상대 배우에게 훈계한답시고 전화까지 했어. 이게 말이 돼?”

툴툴 뱉는 모습에, 배 사장은 다시 자세를 고쳐 앉고 최미숙의 잔을 채우려 했다. 물론 속으로는 ‘젠장맞을 년’을 골백번 외친다.

“됐어. 난 낮술 안 해.”

“아이고, 왜 그래?”

배 사장은 그녀를 달랠 요량으로 미안한 미소를 보였지만, 최미숙의 찌푸려진 얼굴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미숙아. 내 얼굴 봐서 한잔해라. 언제까지 그럴 거야? 철없는 애 하나로 좋은 드라마 시작부터 들쑤실 거야?”

그나마 고수만 사장이 곁에서 한마디를 하자, 잔을 툭 내민다. 그러면서도 기어이 또 한 소리.

“한 번이야. 또 이러면 나 진짜 그냥 안 넘어갈 거야.”

그 말에 배 사장은 넙죽 절을 하듯 고개부터 숙였다.

“당연하지. 내가 이수정이 단단히 혼낼게. 이 녀석을 그냥.”

툭.

최미숙을 겨우 달래는데, 이번에는 차 대표가 잔을 내려놓았다.

‘젠장, 겨우 한 놈 잠재우면 또 한 놈이 튀어나오네.’

배 사장은 속으로 온갖 욕을 퍼부으며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잔을 내려놓은 차 대표가 냅킨으로 입술을 한번 훔치고, 배 사장을 마주 본다.

“이번 일은 별일이 아니니까, 여기서 넘어가겠습니다.”

그 별일 아닌 일에 디디엔터는 휘청거렸다.

황주연의 CF가 물 건너 갈 뻔했고, 이수정은 드라마에서 하차할 뻔했고, 김유진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될 뻔했다. 이 엿 같은 놈들아!

“이해해줘서 고마워.”

“수만 선배님 얼굴 봐서 이번에는 넘어가는데··· 또, 이러면은 곤란합니다.”

배 사장은 그 말에 슬쩍 고수만 사장을 곁눈질했다. 조금 너무하지않냐는 시선이 담겼는데, 고수만 사장은 닥치고 기라는 듯 눈을 찌푸린다.

“그래. 알았어, 명심할게.”

당장 회사에 돌아가면 이수정을 아작낼 생각을 하며, 배 사장은 억지 미소를 계속 유지했다. 그년 하나 때문에. 이 무슨 개망신인가.

아무튼 이쯤하면 됐겠는데, 최미숙은 한잔을 마시더니 다시 쏘아붙였다. 독기어린 저 눈을 보니 한동안 이수정을 계속 갈굴 모양이다.

“배 사장, 애들 관리 잘해. 아직도 방송국 가면 평피디들이 선배님, 선배님 할 것 같지? 아니야. 걔들한테 배영식 씨피는 이제 옛날 사람이야. 그런 안일한 생각가지고 일하면 안 돼!”

“알았어, 알았어.”

이제는 미소가 아플 지경인데, 겨우 분위기가 가라앉는 모양새가 되자 배 사장은 바싹 마른 목을 쓴 술로 달랬다.

‘후....’

어찌됐든 봉합은 됐다. 이수정이야 당분간 힘들겠지만, 다른 애들은 살았다.

발 빠르게 고수만을 찾아가서 다행이지, 안 그랬다면 소속된 배우가 꼴랑 셋이 전부인 마당에 문 닫을 판이었다.

작은 규모. 신인을 육성하기보다는 순수하게 매니지먼트로 버티는 회사. 그래서 계약 비율도 배우 쪽이 유리하건만··· 기지개는커녕 본전도 못 뽑고 문 닫을 뻔했다.

‘젠장.’

배 사장은 입술 안쪽을 지그시 깨물었다.

때로는 갑, 때로는 을이 되는 순간.

그 흑백논리 속에서 오늘은 그가 철저히 을이 되는 날이었다.

방송국에 있을 때는 여기 있는 놈들 모두가 그에게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조아리고, 어떻게 든 잘 보이려고 알랑방귀를 뀌었었는데.

“자, 그럼 마무리된 거지?”

고수만이 무릎을 탁 치며 물었다. 그러자 최미숙은 고개를 휙 틀어버렸고, 차 대표는 묵묵히 술잔을 입에 댔다. 오직 배 사장만이 헤헤 웃는, 그 미묘한 분위기 속에 중재는 끝이 났다.

**

「지에스엔터테인먼트. 2000년 9월 25일 월요일」

이수정은 입술이 바싹 마르는 기분이었다. 사무실 유리문하나 열었을 뿐인데, 사람들의 시선이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말은 안 해도 다들 욕을 하고 있을 거다.

쟤가 그 싸가지야, 쟤가 문제의 이수정이야, 저렇게 생겼구나 등등.

“실례하겠습니다!”

이수정의 매니저가 먼저 허리를 숙였다. 오늘은 지에스엔터테인먼트에 사과를 하러 찾아온 거니까. 대표실을 거쳐 각 층마다 찾아가 사과했고, 마지막으로 매니지먼트 사업부에 들른 거니까.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행동 조심하겠습니다.”

매니저가 외치고, 이수정은 옆에서 죄송합니다를 복창했다. 그러다 보니 선선한 날씨에도 이수정의 머리카락에는 땀이 흥건히 뱄다

그렇게 모두에게 인사를 한 뒤에야 회의실에 들어섰다.

이시현이 책상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그럼 나는 아래서 기다리고 있을게.”

매니저가 홀로 나가자 이수정은 눈을 몇 번이나 깜빡였다. 눈앞의 이시현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는데, 벌써부터 심장이 제멋대로 쿵쾅이다.

‘재수 없어.’

이수정은 어금니를 힘껏 깨물었다. 정말 그날은 머리가 돌아버렸었다. 그날 왜 그랬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저 인간이 약을 올리지만 않았어도 여기까지 오진 않았다는 거다.

‘미치겠네.’

그날 이시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강제로 그녀의 손을 풀고 내려가 버렸고, 잠시 뒤 올라온 이시현 매니저가 그녀에게 마스크 하나 내밀고 집에 돌아가라고 했을 뿐이다.

그 뒤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녀는 며칠 동안 극도의 불면증에 시달렸다.

언제 기사가 뜰지 몰라서. 언제 매장당할지 몰라서.

배 사장에게 욕을 먹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누구에게도 말 못할 일이어서 속만 태워야 하는, 지금 상황이 답답할 뿐이었다.

“저··· 사과 다 했어요. 그냥 넘어가 줘서, 고마워요.”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기는 너무도 쉽지만, 이수정은 구두에 감춰진 발가락을 오므렸다. 온몸에 간지럼증이 올 것처럼 이시현이 싫다.

그런데 책을 덮은 이시현이 그녀를 싸늘하게 쳐다봤다. 순간 등줄기에 소름이.

“나, 너 용서한 적 없어.”

사람 깔보는 시선이다. 재수 없어. 저게 착하다고? 저게 착한 거야? 최미숙이 저걸 봐야 하는데.

“내가 왜 가만히 있는지 알아?”

이수정은 쏟아붓고 싶은 수많은 말을 삼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피라미 잡아서 뭐하겠어. 먹을 것도 없는데.”

자신을 피라미로 비유하는 이시현의 말에 이수정은 순간 화를 숨기지 못하고 턱을 바르르 떨었다. 그 모습을 보고도 이시현은 피식 웃기만 한다.

“여기서 끝낸 걸 천운으로 알아. 내 매니저가 이거 알았으면··· 기자들에, 방송국에. 너희 사장님 제대로 고생 좀 했을 거야.”

“고, 고마워요.”

“고마워요가 아니라, 감사합니다! 내가 너보다 나이 많잖아?”

“가, 감사합니다.”

“하지만 명심해. 당장 내일이라도, 아니 지금이라도 기자에게 이 CD를 건넬 수 있어. 내가 친한 기자가 있거든.”

이시현이 옆에 있는 CD케이스를 흔든다. 그제야 CD케이스를 본 이수정의 눈이 대뜸 커졌는데.

“설마, 이거 하나 뺏으면 될 거라는··· 그런 단순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아, 아니요. 절대, 절대.”

당황하면 머릿속은 꽉 막힌다. 그저 입 밖으로 나가는 건 짧은 단어뿐인데.

탁.

이시현이 CD케이스를 내려놓았다. 보지 않으려고 해도 이수정의 눈은 자연스럽게 CD케이스를 따라갔다. 저 안에 CCTV영상이 있다. 문제는, 과연 저걸 누가 봤을까다.

‘샵 원장은 봤겠지? 그때 그 매니저도 봤을까?’

최소한 한 사람은 분명히 봤다. 이시현. 눈앞의 저 괴물.

“감사합니다. 저, 그럼 가볼게요.”

당장 빠져나가고 싶어서 휙 뒤돌아서려는데.

“이름을 뭐로 지을까?”

“예?”

그녀가 다시 돌아보자 이시현이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악마. 악마!

“내 애완동물 말이야.”

이수정의 목울대가 꿈틀.

‘저 미친 새끼!’

아무렇게 내뱉은 말인데, 그 말을 진심으로 안 건가. 설마 이상한 걸 시키는 거 아니겠지 등등··· 별의별 생각들이 스쳐 가는데.

“나가서 부장님 사무실 있는 방향으로 쭉 가면 중간에 탕비실 있어. 가서 차 한 잔 타와. 홍차 있을 거야.”

멍하니 있는 그녀에게 이시현이 검은 눈썹을 꺾는다.

“못 들었어?”

이수정은 서둘러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자존심이 쩍쩍 깨져서, 걸을 때마다 바닥에 흩뿌려진 유리조각을 밟는 기분이지만 지금은 달리 방법이 없었다.

후회한들 일은 벌어졌고, 수습하긴 이미 늦어버렸다.

당분간은 비위를 맞춰주는 수밖에. 이시현도 사람인데 이러다가 넘어가겠지. 설마 이상한 걸 요구하지는 않겠지 등등··· 별의별!

‘젠장!!! 젠장!!!’

그놈의 별의별 생각만하다가 미쳐서 죽을지도 모른다.

이수정은 살이 덜덜 떨리는 얼굴에 겨우 미소를 들고 탕비실을 찾았다. 빈 컵에 홍차를 타면서, 있는 욕 없는 욕 머릿속에서 쏟아냈다.

‘짜증나! 짜증나!!’

원하는 대로 차를 타서, 똑똑··· 문까지 두드려 조심스럽게 들어갔더니 이시현이 책을 다시 보고 있었다.

“저기, 차 가져왔어요.”

이시현의 옆에다가, 이수정은 정말 조신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조용히 컵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이시현이 그녀를 멀뚱멀뚱 쳐다보더니.

“마셔.”

“예?”

“너 마시라고 가져오라고 한 거야. 훗, 나 보기보다 착하지? 사과하러 다니느라 고생했는데, 목마를 것 같아서.”

이수정은 컵을 바라봤다. 홍차가 보이는 게 아니라, 아까 정수기 옆에 있던 물받이 통이 떠오르는데.

“왜? 혹시 거기에 뭐 탔어?”

“아니요··· 감사합니다.”

홍차를 원샷하고!

이수정은 다시 이시현을 바라봤다. 미소를 간신히 유지한 채. 헛구역질을 겨우 참고.

< 이시현은 너무 착해서 탈이야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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