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92화 (92/227)

< 빅딜 (3) >

“제작발표회 반응 좋은데요?”

기콘부 성 팀장은 홍보부 권 팀장과 통화하며 마우스를 손에 쥐었다. 외부 업체에서 보내온 파일을 클릭하자, 알록달록한 홈페이지가 모니터를 가득 채운다.

“홈페이지 예쁘게 나왔네.”

이시현의 홈페이지가 드디어 완성됐다. 아직 오픈은 아니지만, 이제부터 이시현과 관련된 모든 건 이 홈페이지를 통하게 된다.

“그럼 공식 팬클럽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으흠. 예 알았어요.”

성 팀장은 전화를 끊고, 새로운 인터넷 창을 열었다.

현재 한마음 사이트에선 이시현 팬클럽 두 곳이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데, 둘 중 한 곳을 공식 팬클럽으로 결정해야 한다. 아무튼 상황은 그렇고.

“얘들아. 삐삐는 언제까지 휴가니?”

“내일모레요.”

창가에 앉은 여직원이 대답했다.

“그래? 걔 어디 놀러 갔는데? 동해?”

“글쎄요··· 무슨 결판을 내러 간다고 했어요.”

“결판? 하여간 특이해.”

모니터에서 눈을 뗀 성 팀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탕비실에서 커피를 타고, 창가로 다가가 블라인드를 들춘다.

“비가 오네.”

**

“황동태!”

벼락이 친 것 같은 박태 감독의 외침에 조연출 황동태가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사이 배우들은 다들 머리를 손바닥으로 가리고 각자의 차로, 나무 아래로 뛰어갔다.

오늘은 전남 순천까지 내려온 야외 촬영인데, 촬영 초반부터 마른하늘에 비가 쏟아지고 있다. 참 신기하게,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인데.

아무튼 박태 감독이 화가 제대로 났다. 여기까지 내려와서 오늘 촬영이 물 건너가게 생겼으니까.

매주 편집과 송출이 필요한 드라마는 촬영지가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여러모로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보통은 서울과 두 시간 이내로 거리를 잡는데, 우리 오빠는 시대극인데다 김은수 작가가 대본 집필 속도가 빨라서 지방까지 촬영지를 넓혔다.

물론 배우들은 장거리 이동을 감수해야 하고, 촬영 장비의 대거 이동도 불가피하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우천으로 오늘 예정된 씬들이 허공에 붕 뜬 것이다.

“하루 종일 동태야 동태야. 박태 감독도 징하다.”

차창 밖을 보던 최재환이 혀를 차면서 다시 수첩을 들여다봤다. 나 역시도 그 말에는 동감이라서 피식 웃는다.

“일 잘하니까 부르는 거지.”

“두 번 잘했다가는 죽어나겠다.”

“요령이 없어서 그래. 가만 보면 형이랑 똑같아.”

내 말에 최재환이 피식 입꼬리를 올린다. 그러면서도 수첩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나는 선 굵은 그 옆모습을 잠시 보다가 손을 뻗어 수첩을 뺏어 들었다.

“야.”

“와··· 뭐 이렇게 빡빡해?”

수첩에 별의별 내용이 가득하다.

[현승아 미팅]

[이시현 팬클럽 통합]

[윤 부장님 만나기]

[신재인 귀국 일정 및 추후 계획]

[지에스 C&C]

······

“내놔.”

뺏어가더니, 다시 핸들에 팔꿈치를 기대고 수첩을 들여다본다.

“일도 바쁜데, 형은 현장 오지 말고 사무실에 있어라.”

내 말에 최재환이 무미건조한 말투로 대답한다.

“됐어 임마. 넌 이제 내가 집중 케어할거야. 일이야 잠 좀 줄이면 되지. 그리고 너 촬영 들어갈 때는 난 이렇게 놀잖아.”

“놀기는 전화만 붙잡고 있더만.”

“신경 끄세요.”

자식, 신경을 어떻게 끄나. 요즘에는 피곤한지 입술이 부르터있을 때가 많더만. 가뜩이나 후줄근해 보이는데 얼굴이라도 깔끔해야 할 것 아니냐. 너 이러다 장가 언제 갈래?

내가 녀석을 걱정하는 사이에도 비는 더 거세져서 차 유리를 두드렸다.

투둑투둑.

심심해서, 나는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뒷좌석에 앉은 그녀들, 서아린은 우아하게 이어폰을 꽂은 채로 차창 밖의 비를 감상하고 있었고. 한송이는 코··· 코··· 간헐적인 숨을 내쉬며 자고 있다. 아니면 살아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쟤는 진짜 특이한 것 같아.”

아무리 ATTM 소속이라도 타 부서 팀장 앞인데, 저렇게 맘 놓고 자는 것도 재능이다.

“쳐다보지 마라. 바보 바이러스 옮는다.”

최재환이 수첩을 덮으며 툭 말하고는 차창 너머를 다시 본다. 촬영감독, 조명감독, 죄다 하늘만 보고 있는데.

“이거 아무래도 비 안 그치겠는데. 오늘 이대로 쫑나겠다.”

우리 오빠는 10월 방영이라서 아직은 여유가 있다. 하지만 하루에 열 씬 촬영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건데, 오늘처럼 예기치 못한 비가 오면 연출자는 짜증이 확!

“근데 형, 아까 권혜선 어쩌고 한 건 뭐야?”

최재환이 1팀장과 통화를 하는 걸 얼핏 들었는데, 심각한 얼굴이었다.

“별일 아니야 신경 쓰지 마.”

자식, 팀장 됐다고 너무 터프해졌다.

“어떻게 신경 안 써. 그래도 한때 내 제자였는데.”

내가 연기 가르쳤다고 했었지 아마. 무슨 연기를 가르쳐줬던 건지 궁금한데··· 언제 한번 물어봐야겠다.

“됐고. 오늘 자정에 보이스레이드 뮤직비디오 공개된다.”

“진짜?”

뜬금없는 통보에 나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보이스레이드.

그 애들은 트러블로 해체된다. 둘 중 한 녀석이 잠적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뮤직비디오도 폐기했었고··· 물론 그 당시 뮤직비디오는 내가 출연한 게 아니지만.

“뭘 그렇게 놀라?”

“아, 아니야.”

그럼 이번에는 보이스레이드가 해체되지 않는 건가?

내 등장과 그게 무슨 상관인데?

“자식, 가끔 이상하다니까. 쟤도 이상한데 너까지 이상하면 골치 아프다.”

최재환이 룸미러로 한송이를 보며 고개를 내젓고, 다시 얘기한다.

“3W 해체 앞두고 있으니까 타이밍은 나쁘지 않아. 권혜선이 다치기 전에 찍었고, 또 오소리도 나오니까. 아마 이번에 너희 셋 이슈 좀 될 거야.”

그래 뭐, 뮤직비디오가 나온 거야 잘된 일이고, 보이스레이드 해체야 크게 관심 쓸 일은 아니지만.

“권혜선은 요즘 뭐해?”

“임마, 니가 걔를 왜 신경 써. 너만 신경 쓰라고······.”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까칠한 최재환의 목소리가 끊긴다. 조연출 반유선이 밖에서 비를 맞으며 서 있었다. 최재환이 차창을 열 틈도 없이 나는 바로 차에서 내렸다.

“아, 안에 계셔도 돼요.”

반유선이 놀란 얼굴로 나를 봤지만, 나는 두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에 올리고 손바닥 우산을 만들었다.

“아, 이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괜찮아요.”

빗속에서 여자의 머리 위를 두 손으로 막아주는 이 모습.

일반적인 남성이 이런 행동을 하면 저게 무슨 병X이냐고 눈초리를 받겠지만, 지금의 내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일 것이다.

그래, 솔직히 말해서 한번 해보고 싶었다. 이런 장면. 최재환일 때는 할 수 없었던···

“시현아!”

최재환이 차창 너머로 우산을 건넸다. 그럼 소원 성취는 이쯤하고.

우산을 펴서 반유선과 함께 비를 피하고 물었다.

“무슨 얘기 하시려고요?”

반유선의 젖은 얼굴이 나를 본다. 비까지 맞아가면서 뛰어다니는 그녀의 삶이 어찌 보면 피곤해 보이고, 어찌 보면 열정적이다.

“다른 게 아니고요.”

그녀가 품에서 대본을 꺼내 나를 힐끗 보며 얘기했다.

“오늘 씬, 배경을 바꾸려고요. 그래서··· 어떤가 해서요.”

“전 상관없습니다.”

백암산에서도 빗속을 뛰어다녔으니까.

“다행이다. 그럼 준비해주세요.”

“감독님.”

뒤돌아서는 그녀를 불렀더니 그녀가 흠칫 놀란다. 엊그제 신발끈 매 줬을 때도 그러더니만.

“우산 가져가요.”

“아, 괜찮아요.”

거절하는 그녀의 손에 우산을 쥐여줬다. 그리고 미소로 그녀를 보내는데··· 이런, 내가 또 한 여자의 심장을 망가트렸나 보다. 반유선의 얼굴이 붉게 피었다.

“준비되면, 저 바로 뛰어갈게요!”

내 외침에 그녀가 우산 속에 수줍은 얼굴을 감추고 멀어져간다.

장난이 조금 심했나?

뭐 가끔 심장의 두근거림은 건강에 좋은 거니까.

다시 차에 타려는데, 드르륵 소리와 함께 옆문이 열리고 서아린이 얼굴을 내밀었다.

“화장실 가려고?”

“오빠 젖었잖아요. 뒤에 타세요. 메이크업 수정하게.”

“······.”

와, 얘는 진짜 프로다.

그녀 말대로 이번에는 뒷좌석에 탔다.

밴이 이래서 좋다니까. 쾌적하고 넓은 공간.

이제는 과거가 된 구형 소나타를 떠올리면 눈물이 앞을 가리는데··· 수건으로 비를 닦는 내게, 우산 없이 나갔다고 최재환이 잔소리 중이다.

“왜 오버하고 난리야.”

“그럼 어떻게 해. 비 맞고 계시는데. 고개만 내밀 수는 없잖아.”

“허이고. 그래서 지금 촬영 들어간다고?”

“응. 비 걸쳐서 지금 찍자는데.”

“아니, 굳이 배경까지 바꾸고··· 그리고 무슨 비 오는 씬을 진짜 비 오는 날 찍어?”

최재환이 학을 뗀다.

그 말대로 보통은 드라마 촬영에서 비가 배경인 씬은 살수차를 동원한다. 자연환경에 맡기면 컨트롤이 힘들기 때문인데, 지난번 백암산 촬영이야 시간이 촉박했으니 그러려니 하겠지만.

아무튼 박태 감독 징글징글하다.

“오빠, 잠깐만요.”

서아린이 나한테 바싹 다가온다. 내 뒷목이 젖었다고 수건을 손에 쥐고 직접 닦아주는데. 얘는 다 좋은데 가끔 너무 붙어서 탈이다. 어느 때는 코까지 들이밀 정도로 바싹 다가오니까. 서로의 체취가 느껴질 정도다. 열정 하나는 인정.

“야, 됐어. 수건 줘.”

“제 일입니다.”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내 목의 물기를 닦은 그녀가 기능성 메이크업 제품을 꺼냈다.

“이건 잘 안 지워지니까, 세안할 때 좀 불편할 거예요. 아니면, 제가 나중에 닦아 드릴게요.”

눈을 감은 채로 응, 하고 대답했다.

워터프루프 화장이라니.

내가 이런 걸 하게 될 줄이야. 아마 최재환한테 메이크업해보라고 하면 기겁을 하겠지.

“끝났습니다.”

준비가 끝나고 차에서 내렸다. 이번에는 최재환이 우산을 들고 먼저 내렸다.

박태 감독한테 갔더니 여전히 황동태를 나무라고 있다.

“그래도 저녁에는 그친다고··· 죄송합니다. 기상청에 전화해서 미리 확인했는데, 분명히 비 안 온다고 했거든요.”

그래. 황동태 말대로 요상한 일이다. 하늘이 저렇게 맑은데. 호랑이님이 장가를 가시나.

“어휴. 그냥 너희 할머니한테 물어보지 그랬냐? 무릎 어떠시냐고.”

“죄송합니다.”

“됐으니까, 가서 이수정한테 준비됐냐고 물어보고 와!”

그 말을 인정사정없이 던지고 내게 오더니, 미안한 얼굴로 말을 붙여온다.

“시현 씨, 괜찮겠어?”

“예. 전 준비완료입니다.”

“하여간 믿음직하다니까. 5회 대본도 벌써 준비 끝났다며?”

신인배우가 연기에 자신 있게 나오면 대부분 감독들은 콧방귀를 끼거나 긴가민가하게 쳐다본다. 그런데 박태 감독은 이제는 나를 충분히 신뢰하는 눈을 하고 있었다.

“그럼 이제··· 이수정만 오면.”

그런데 잠시 뒤 다시 온 황동태가 죽을상을 하고 입을 열었다.

“감독님, 이수정 씨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데요.”

“왜?”

“메이크업도 그렇고, 갑자기 배경 바꾸는 것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곤란하다고 차에서 안 나와요.”

“환장하겠네. 하자면 하는 거지··· 어후.”

“죄송합니다.”

황동태는 또 고개를 숙였다.

그럼 지금 상황에, 배경을 바꾼들 나 혼자 찍을 건 없다. 오늘 내 씬은 이수정이 겹치는 투샷이고, 오늘 촬영에서 주 피사체도 이수정이니까.

그래서 나는 최재환의 팔을 붙잡고 감독과 떨어져서 따로 얘기를 나눴다.

“형.”

“왜?”

“5회 대본에 우천 씬 몇 개 있거든? 다섯 씬.”

“너 미쳤냐?”

최재환이 내 생각을 바로 눈치채고 눈살을 찌푸린다. 그러더니 단호하게 손을 저었다.

“몸 상해. 하지 마.”

“어차피 해야 하는 거잖아.”

오늘 안 해도 우천 씬은 해야 한다. 살수차 불러서 하는 것보다는 지금 하는 게 낫고. 비는 오지만 날은 맑으니 조명도 크게 필요 없을 것 같고.

“그거 한다고 뭐가 달라지는데? 내 보기에는 오늘 아니어도 촬영일 여유 있어. 하루 공쳐도 돼.”

“날이 더 추워질 때 하는 것보다 지금 비 올 때 하는 게 낫지. 오늘 찍고, 하루 쉬게 해달라고 하지 뭐.”

최재환이 재차 안 된다고 했지만 나는 꼭 하고 싶다. 잘하면 하루 정도 쉴 수 있으니까. 오랜만에 최재환하고 순대국밥에 소주 한 잔도 하고.

“대사는 다 외웠어?”

잠시 고민을 하던 최재환이 한숨을 내쉬고 물었다.

“응.”

최재환은 한 번 더 내게 할 수 있냐고 묻고, 확답을 듣고서야 감독에게 다가갔다. 둘이서 얘기를 나누더니··· 감독이 나한테 왔다. 콧잔등을 찌푸리며 비 오는 하늘을 보며 입을 연다.

“할 수 있겠어?”

“예.”

어렵지 않다. 지금 나는 박춘삼에게 동화 돼 있으니까. 카메라 앞에서 내 행동은 박춘삼이고, 내 생각도 박춘삼이 될 수 있다. 설령 카메라가 없더라도 나는 연기할 수 있다. 비가 온다고? 그게 무슨 상관인데.

“괜찮아, 무리하지 마.”

박태 감독이 씁쓸한 미소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최재환이 넌지시 다시 얘길 꺼낸다. 내 고집 아니까.

“한번 해보시죠. 어차피 나중에 비 오는 씬 가려면 살수차 부를 텐데, 그것도 돈이잖아요. 한 씬 가보고 결정하세요. 비도 적당히 오는데.”

박태 감독이 무리인데를 속삭이며 고개를 갸웃하는데, 뒤에서 누군가 불쑥 들어왔다. 희끗희끗한 파마머리. 중견배우 최미숙이다.

“아니 선생님, 왜 벌써 오셨어요? 저녁까지 드시고 오시지.”

대중이 알아주는 중견배우의 등장이니 박태 감독도 긴장하는 눈치다.

“촬영 안 하고 뭐 하고 있어? 비는 또 뭐야?”

그녀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박태 감독을 쳐다보고 물었다.

“그렇게 됐어요. 동태 저게······.”

“뭐야? 그럼 촬영 접는 거야?”

“행여나. 밤 씬은 그대로 갈 거니까, 선생님 돌아갈 생각하지 마세요.”

박태 감독의 농담에 최미숙이 하하 웃으며 다시 묻는다.

“이 정도 비는 배경 좀 바꿔서 하면 안 돼? 비 걸치고 나무 아래서 해도 되잖아?”

“그러잖아도 김 작가와 상의했거든요. 그런데 이수정이 못한대.”

박태 감독이 혀를 차며 이수정 차가 있는 방향을 바라본다.

“그래? 애가 재밌네··· 근데, 지금 무슨 얘기하고 있던 거야?”

최미숙의 얼굴이 순간 싸해졌는데 다시금 나로 화제가 돌아왔다.

“그게, 시현 씨가 5회 있을 우천 씬을 지금 몰아서 찍자잖아요. 할 수 있다고.”

“훗. 요놈 맹랑하네.”

최미숙이 눈웃음을 보이며 나를 쳐다본다.

“너 감기 안 걸릴 자신 있어?”

씬에 따라 다르지만, 비를 맞는 씬은 체력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연기와 연출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무한 반복되는 촬영에서 배우들의 탈진 증세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백암산에서도 버텼는데요. 이 정도야 뭐.”

“너는 쉬고 싶지 않니?”

“스태프들이 마음 편해져야 저도 마음이 편하죠.”

“아이고, 말 참 예쁘게 해. 누가 가르친 거야?”

그 말에 최재환이 옆에서 멋쩍은 미소를 보이는데, 최미숙이 나를 보는 시선이 여배우의 가식이 아닌, 진심으로 귀여운 후배를 보는 시선이다.

“박태 감독.”

“예, 선생님.”

“한번 해보자. 우리 예쁜 녀석, 연기하는 모습 구경 좀 하게.”

박태 감독이 다시 나를 바라보고.

“그래··· 해보자고.”

자. 그럼 이제 또 촬영 들어간다.

< 빅딜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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