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79화 (79/227)

< 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찬스를 얻는다는 뜻 (4) >

-그림 어때?

무전기에서 번개콘서트 연출자인 선 피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현재 두 번째 게임 중인 3W 팀과 성지훈 팀의 풀샷을 잡으려고 조연출과 VJ가 인근 건물에 올라와 있는 상황.

“장난 아닙니다.”

VJ는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지상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조연출 역시도 마른침만 꿀꺽 삼킨 끝에 겨우 내뱉은 말이다.

-뭐가 장난 아니야.

“직접 보셔야 돼요. 지상이 죄다 검은 머리예요.”

거리를 가득 채운 검은 머리들이 조연출의 눈동자에 비친다. 머리가 쭈뼛할 정도로 굉장한 광경이다. 세상에나. 이제 겨우 첫 방 녹화인데.

“감독님··· 우리 대박 날 거예요.”

**

“저 시현 오빠 팬클럽 회장이에요!”

손을 번쩍번쩍 들고 있는 여자.

뭐야··· 쟤 나한테 계란 던졌던 앤데.

지금 내 팬클럽 회장이라는 여자의 얼굴을 본 순간, 백암산에서 피켓을 들고 ‘각성하라!’를 열렬히 외치던 그녀들이 떠오르는데··· 문득 고개를 돌렸더니 성지훈이 하늘이 무너져 내린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너··· 너······.”

성지훈이 입만 벙긋하는 사이 MC가 내 팬이라는 백암산 피켓녀를 불렀다. 쪼르르 달려온 그녀가 수줍은 얼굴로 나를 슥 쳐다보고 MC 옆에 섰다.

“이름 말씀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조별압니다. 현재 한마음 사이트에서 시. 현. 포. 에. 버! 팬클럽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허!

기가 막힌다. 백암산에서 흉흉한 기세로 계란을 던졌을 때는 언제고. 내 팬클럽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고? 아니 잠깐. 그럼 얘 성지훈 팬이었던 거잖아?

나는 다시 성지훈을 돌아봤다. 이제는 녀석이 불쌍해 보일 정도다.

어찌됐든 MC가 몇 명에게 더 물어본 끝에 겨우 성지훈의 팬을 찾아서 게임이 시작됐다. 그런데 성지훈 팬이 하필이면 남자.

“으아아!”

성지훈이 불굴의 힘을 다했지만 뒤로 풀썩 자빠졌다.

반면 조별아는, 토끼 같은 눈을 하고 나를 말똥말똥 보고 있다. 내 품에 안겨서.

“3W 팀 승리! 이번에 획득한 찬스는, 팬과 함께 찬스!”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가이드라인으로 달려갔다. 손을 뻗는 사람들 틈으로 몸을 밀어 넣고 외쳤다.

“3W 팬분들 손들어주세요!”

마구 손드는 팬들··· 니들은 내 팬클럽이라며!

그때 문득 안경 쓴 남학생이 보인다. 저 녀석, 아까부터 슬기 쫓아다니던 친구다.

“거기!”

내가 손짓하자 애가 깜짝 놀란다. 중학생 같은데.

“학생 누구 팬이에요?”

“슬기··· 누나요.”

“오케이!”

수많은 팬들의 손을 뚫고 간신히 남학생을 데리고 왔더니, 슬기가 남학생에게 저돌적으로 달려들어 목을 끌어안았다.

“우와앙! 내 팬이다!”

“야, 안 떨어져? 애 죽어.”

레니가 뒤에서 둘을 떼어내고 있는데, 아마 저 남학생은 오늘 아주 긴 밤이 될 거다.

아무튼 현재 우리한테만 붙은 VJ가 셋.

그만큼 우리 팀이 지금 주도적으로 게임을 이끌고 있는 반면 성지훈과 현승아 쪽은 지쳤는지 숨을 고르고 있었다.

저 둘도 나름대로 방송 경력이 있는 친구들이건만··· 아무래도 회사가 휘청하고 있어서인지 주눅이 든 것 같기도 하고.

근데 현승아 쟤는 운동화를 신고 오지 왜 힐을 신고 온 거야.

“저기, 운동화 하나 구할 수 없을까요?”

“왜요? 시현 씨 운동화에 무슨 문제 있어요?”

뜬금없이 운동화를 찾는 나를 스태프가 위아래로 훑어본다.

“아니요. 현승아 씨, 발 아플 것 같아서요.”

“아 맞다. 챙겨준다는 거 깜빡 잊었네.”

그제야 스태프들이 근처 상가에서 운동화를 구해와 현승아에게 건넸고, 그녀가 운동화를 신으며 내게 살짝 눈인사를 한다. 그리고 우리 둘을 잡는 카메라까지.

과연 지금 내 모습은 카메라에 어떻게 담길까?

분명 꽤 매너 있는 모습으로 비칠 거다.

“자, 그럼 10분 뒤에 출발합니다!”

출발에 앞서 잠시 휴식 시간을 준다고 해서 3W와 남학생은 김 팀장이 펼친 우산 아래로 햇빛을 피해 들어갔다. 그 사이 나는 팬들에게 붙어 사인을 시작했는데.

“시현아.”

최재환이 부른다. 그럼 마지막으로 사인 하나만 더···

“오빠, 저 조별압니다! 카페 운영 열심히 할게요!”

그녀가 불쑥 나서서 팬과 종이를 내밀었다.

“어, 고마워요.”

“말 편하게 하세요!”

조별아. 이 무서운 여자.

성지훈을 걷어차고 오더니.

뭐 물론 팬이 다른 연예인에게 갈 수도 있지만. 그래, 설마하니 니가 성지훈 팬클럽 회장이라도 되겠냐.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게 인생이지.

“그럼, 팬클럽 잘 부탁해.”

지난날 백암산 피켓녀로 남았던 그녀에 대한 기억을 지우며 사인을 휘갈겼다. 미처 사인을 못 해준 팬들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바로 최재환에게 갔는데.

“왜?”

“이리 와봐.”

최재환이 나를 끌고 구석으로 간다.

“지금 혜선이 오고 있거든.”

“권혜선? 수술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니까 말이야. 고집도 보통 고집이 아니다.”

최재환이 혀를 내두른다. 퇴원한지 며칠이나 됐다고, 휠체어 신세인데 여길 어떻게 온다고, 구시렁거리면서 이마를 가득 접고 있다.

“아무튼 그러니까, 오는 걸음 헛수고 되지 않게 니가 좀 노력해줘라. 에휴··· 아마 쟤들 혜선이 보면 펑펑 울거다.”

최재환이 멀리 있는 슬기와 레니를 보며 안쓰러운 시선을 한다.

근데 최재환이 너··· 권혜선만 너무 챙기는 거 아니냐?

이러니까 섭섭해지려고 그러네. 팀장 되더니 나는 아주 그냥 뒷전이네.

“알았어. 나 이시현, 최 팀장님의 명을 받아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훗, 그래.”

최재환이 내 어깨를 툭 치고 웃는다. 접혔던 이마도 펴졌고. 그렇게까지 권혜선이 신경 쓰였던 걸까.

“왜?”

최재환이 나를 본다.

“아니야.”

쓸데없는 생각은 뒤로하고, 다시금 뛸 준비를 한다. 슬기가 소년의 손을 움켜잡고,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손이 잡힌 사춘기 소년은 붉게 핀 볼로 온 힘을 다해 외친다.

“3W 번개콘서트 보러 오세요!!”

**

홍보가 끝나고 저녁 8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잠실종합운동장이 사람들로 가득 차는 동안 우리는 대기실에서 잠시 쉬고 있다.

온종일 뛰어다녔더니 다리에 힘이 없다. 내가 이 정도인데 3W는 오죽할까.

SNS가 있었다면 시간하고 장소를 글자 몇 개로 공지하면 됐겠지만, 뭐 아날로그적인 맛은 있었다. 단지 힘들어 죽겠다는 거. 맥주, 맥주가 마시고 싶다.

“그럼 시현 씨도 무대 올라가는 거예요?”

강보라가 내게 붙어 메이크업을 고쳐주며 묻는다.

“아니요. 저는 여기까지.”

“아, 하긴 배우니까.”

사실 요즘 들어 생각은 늘 하고 있다. 언제쯤 무대에 오를 수 있을까. 그런 날이 머잖아 올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그때는 정말 준비가 돼 있고 싶다.

노래는 이시현의 진짜 재능이니까. 결코 가볍게 대하지 않을 거다.

“근데 시현 씨.”

“쉿.”

입술을 반쯤 열고 질문하던 강보라에게 검지를 내밀었다.

화장대 거울에 슬기하고 레니가 비치는데, 서로의 손을 맞잡고 기도하고 있다.

꽤 진지해 보이는 그녀들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강보라를 조용히 시켰는데, 검지를 치웠더니 그녀가 붉게 상기된 얼굴을 숙이고 제 입술을 빨아들인다.

그래서 괜히 미안해졌다.

내가 너무 잘생겼으니까, 이런 행동 함부로 하면 안 되는데 말이야.

“보라 씨 고마워요.”

메이크업이 끝났으니 그녀에게 또 미소를 한번 보여주고.

이제 나는 3W가 무대에 올라가는 것만 보고 빠질 거다. 내가 무대에 올라가면 그야말로 민폐가 되는 상황이니까. 오늘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 그녀들이어야만 한다.

후······.

마음 같아서는 오피스텔로 돌아가서 최재환하고 맥주나 한 캔하고 싶다. 녀석한테 가르쳐 줄 것도 많으니까, 술 좀 먹여서 맨정신이 아닐 때 알려주고 싶은데, 스케줄이 아직 남았다.

기도가 끝났는지 슬기와 레니가 내 곁으로 다가온다.

종일 입었던 티셔츠와 청바지는 벗어버리고 무대 의상으로 갈아 입은 모습인데, 2016년의 살이 다 비치는 의상과는 확연히 다르다.

아직은 방송에서 노출이 관대한 편이 아니니까.

그래도 하얀색 치마에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모습이 행사 나갈 대의 무대 의상보다는 수수해보여 참 보기가 좋다.

“오빠, 오늘 정말 고마워요.”

“내가 도움이 됐나 모르겠어요.”

“도움이 안 됐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상기된 얼굴의 레니가 눈에 힘을 주고 말한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레니 이미지는 크롭탑에 가죽 핫팬츠인데, 하얀 치마는 좀······.

“오빠, 오늘 우리가 될 것 같아요?”

슬기가 얼굴을 들이밀면서 묻는다. 동글동글 얼굴에 눈만 크게 뜨고 있으니까, 아까 그 소년이 얼굴을 붉힌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글쎄요.”

분위기 봐서는 3W인데, 촬영 스태프들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해서 불안한 감이 없잖아 있다.

“결과는 열어 봐야 알죠. 근데, 마음은 됐으면 좋겠어요.”

“야 뭘 그런 걸 물어, 오늘은 무조건 우리야. 시현이 오빠가 붙으면 요즘 뭐든 된다니까!”

레니야, 확신은 금물이야.

“하긴, 특집드라마 대박에 할리우드 진출까지. 아! 할리우드 얘기는 비밀이지.”

슬기가 입술을 흡! 닫고 주위를 살핀다. 현재 가경 작가의 차기작 소식은 기사로 떴는데, 구체적인 상황까진 알려지지 않았다.

“아무튼, 재환이 오빠는 팀장 승진까지 했으니까··· 와! 진짜 시현 오빠 올해 운 대박이다.”

“왜 열심히 노력한 애를 운만 좋은 놈으로 만들어?”

언제 대기실에 왔는지 최재환이 핀잔을 준다. 그 옆에는 오늘 3W 로드매니저를 자처한 1팀 김 팀장이 시체처럼 걸어와 소파에 풀썩.

“근데 저쪽 팀은 뭐 하고 있어?”

슬기가 성지훈 팀의 근황을 물었다. 선배들이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거다.

“뭐하긴 우리처럼 기다리고 있지.”

레니가 싱겁게 말하자, 슬기가 두 주먹을 꽉 쥐고 옆구리에 딱 붙이더니.

“야 멍충아, 내가 그거 몰라서 물었겠냐?”

“허, 이거 완전 충격이네. 멍충이한테 멍충이 소리를 듣나니. 할렐루야.”

“어이구. 둘이 티격태격하는 거 보니까 이제 좀 긴장이 풀리나 보다.”

피식 웃는 최재환을 보며 나도 이제 슬슬 일어나려는데, 스태프가 들어와 김 팀장을 찾는다.

둘이 속닥속닥.

아무래도 권혜선이 온 듯한데, 슬기하고 레니한테는 비밀이다. 3W 콘서트 무대가 확정되면, 그때 무대 뒤에서 권혜선이 나온다고 한다. 지극히 식상하지만 감동 하나는 제대로 잡는 연출을 하겠다는 거다.

“무대 스탠바이 됐습니다! 출연진 준비해주세요!”

대기실 밖에서 스태프의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린다. 그러자 슬기와 레니가 다시금 숨을 고르고, 우리는 대기실을 나왔다.

나를 비롯한 남은 이들은 스태프들과 함께 무대 옆 천막으로 이동했고, 안대를 쓴 성지훈과 3W가 마침내 무대에 올랐다.

관객석에 설치된 전광판에 표시된 숫자 0.

그리고······.

사람들로 빼곡히 찬 잠실종합운동장의 모습에 나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내가 알기로는 번개콘서트가 말이 당일 홍보지, 항상 보안이 유지된 건 아니었다. 지방 촬영 같은 경우는 지역 방송에서 유출이 되기도 했고, 팬들은 미리 일정을 알고 응원 시기를 맞추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확실히 번개콘서트였다.

첫 회 촬영이니까.

하여간 장인어른··· 아니 차 대표. 여기에 날 출연시킬 줄이야. 신의 한 수가 뭔지를 아는 남자.

“그러고 보니까 너 예능 첫 출연이네.”

최재환이 내 곁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무대를 보며 말을 건다.

“나 잘했나?”

“잘했어. 후훗.”

“다행이네.”

입가에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최재환이 팀장이 되고는, 그리고 내가 바빠지면서, 이렇듯 서로 얘기를 나누는 시간도 전처럼 많지가 않다.

“오빠.”

문득 들려온 소리에 최재환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휠체어 탄 권혜선이 욱이 매니저와 함께 있는 모습이 보인다. 물론 무대의 레니와 슬기는 여전히 안대 착용 상태.

“혜선아.”

최재환이 그 이름을 나직이 속삭이고, 그녀에게 간다.

**

[MNC 예능국 국장실]

“허허.”

민 국장이 차를 내려놓으며 웃는다. 지금 현장에서 연락이 왔는데, 현재 인파가 1만을 넘어 2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또한 집계상 3W를 보러온 팬들이 8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국장님 덕분입니다.”

차를 입에 머금으며, 차 대표가 미소를 짐짓 보인다.

“애초에 이거 손쓸 필요도 없었잖아. 하하.”

민 국장이 다리를 꼬며 웃는다. 사실 성지훈은 발판이었다.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시작을 위해서는 요즘 동정여론이 불고 있는 3W가 제격. 그리고 마지막에는 권혜선이 등장하면서 감동의 물결까지.

인원만 적당히 차면 전광판 조작은 일도 아니다. 그런데 웬걸.

“이시현이 확실히 대세는 대세야.”

“잠깐이죠. 진짜 인기는 열풍이 식어봐야 아는 거죠.”

“어이구, 차 대표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웃는 거 보면 이시현 열풍이 꽤 오래갈 듯 보이는데?”

“훗. 5년 놀았는데 한두 달 만에 끝내서 되겠습니까?”

“뭐 그나저나··· 너무한 거 아니야?”

“예?”

“우리 오빠 정규 편성까지 이시현이 합류할 필요는 없었잖아? 우리 MNC도 요번에 대본 좋은 거 많은데.”

“뭐 어쩌겠습니까. 이미 얘기 다 끝난 거.”

“그래서 말이야.”

민 국장이 소파에 놓인 기획안 하나를 집어 건넨다.

“이번에 우리 평피디 한 놈이 이걸 제안했는데 말이야.”

“뭔데요?”

차 대표가 손에 집는다.

“만남의 장?”

“그래. 지금 KIS에서 우리 오빠 다큐 제작하고 있다며?”

드라마가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이야기가 실화라는 사실이 알려져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그 오빠라는 사람을 찾고 있어.”

“예?”

표정 하나 없던 차 대표가 눈을 크게 뜬다.

“지금 중국 지사 통해서 알아보고 있어. 그 박춘삼이 살아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단 말이야.”

“흠······.”

뜻하지 않은 얘기에 차 대표가 입술을 매만진다. 민 국장이 살살 구슬리듯 얘기를 계속했다.

“그 기획안 이름을 ‘다시 만난 우리 오빠’로 할까 해.”

“살아만 있다면야··· 근데 가능할까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턱을 쓸어내리는 차 대표.

“가능만 하면 전 국민이 볼 거는 뻔한 거지.”

“그래서요?”

차 대표가 묻는다. 왜 이런 얘기를 꺼냈냐는 거다.

“그래서 말이야. 이시현이 사회를 봤으면 해서.”

“우리야 못할 건 없죠.”

박춘삼이 살아있다면 반세기만의 감동적인 만남인데, 그 방송을 보지 않을 국민이 누가 있을까.

“좋아. 근데 말이야.”

“말씀하세요.”

“이시현이 말이야. 노래 좀 하나?”

“노래요?”

차 대표가 눈썹을 올리자 민 국장이 눈가에 주름을 세우고 미소를 씰룩인다.

“그 드라마 곡 있잖아. 유이가 불렀던 거. 그거 이시현이 부른다고 생각해봐. 실화의 여동생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걸 카메라가 잡고, 이어서 실제 박춘삼이 무대에 등장하는 거지. 캬! 이거이거 눈물이 절절 흐른다. 안 그래?”

호쾌한 웃음과 탄성을 흘리는 민 국장의 모습에 차 대표가 기획안을 다시 들여다보는데, 마침 민 국장의 휴대폰이 다시금 울린다.

“어 말해.”

잠시 뒤 통화를 끝낸 민 국장이 찻잔을 쥐며 차 대표를 응시한다.

“이제, 안대 벗는다네?”

< 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찬스를 얻는다는 뜻 (4)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