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68화 (68/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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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시현입니다 (4)

‘음음.’

일찌감치 회의실에 자리 잡은 백유진이 수첩에 이시현을 그리며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지에스 기콘부 직원이자 ‘시현 수호천사들’의 팬클럽 회장인 그녀의 최근 관심사는 당연히 이시현. 이제는 회사에서도 이시현에게 집중하고 있으니 요즘 그녀의 삶이 소위 말해 ‘살맛나는’ 상황이다.

‘아이고, 길어서 그리기도 힘들어.’

도톰한 입술을 모으고 그림에 집중하던 그녀가 이시현의 다리가 너무 길다는 푸념을 하며 주근깨 얼굴에 홍조를 띤다. 그러는 사이 홍보부에서 올라온 직원들이 회의실 유리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그들의 인사에 서둘러 수첩을 덮는 백유진.

홍보부에 기콘부 직원들까지 들어와 회의실을 가득 채우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담배 냄새며 화장품 냄새가 일시에 찼다가 에어컨 바람에 식어 가는데, 마지막으로 들어온 성시원 팀장이 회의실 문을 닫고 박수를 짝!

“자, 여러분 오늘 회의 주제는 이시현 배우입니다.”

드라마 한편으로 이시현에게 불어 닥친 바람이 거센 마당에 차 대표의 특명이 내려졌으니, 배우 이시현의 로드맵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팀장님은 어떻게 갔으면 좋겠어요?”

성 팀장의 안경알에 회의테이블 왼편에 앉은 남자가 비친다. 홍보부서 권 팀장이 매끄럽지 못한 턱에서 손을 떼고 입을 열었다.

“빠르게 가야지. 지금 상황에 손 놓고 있을 수 있나.”

“그래서 일단은 바이바이 하고, 보이스레이드 뮤직비디오, 그리고 이번 특집드라마까지. 지금 가지고 있는 3개 아이템을 중점으로 밀고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성 팀장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그녀는 최근 이시현의 행보를 제 일처럼 기뻐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오랜 무명이었던 이시현에게 심정적으로 미안한 마음이 있던 차에 비로소 제대로 지원을 해줄 수 있으니 힘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건 이시현이 지금까지 끌어온 거니까, 우리도 그렇게 가이드를 잡긴 했어. CF는 몇 개나 갈 것 같아?”

“일단 박한영 배우 건은 다 끌고 올 겁니다.”

성 팀장은 묵직해 보이는 바인더에서 해당 광고주들의 명단을 꺼내 권 팀장에게 건넸다. 미리 복사본을 돌리긴 했지만, 광고주의 담당자들 연락처가 따로 적힌 명단이다.

“단가 가이드는?”

명단을 살피던 권 팀장이 그녀에게 눈썹을 치켜뜨고 묻는다.

“바이바이하고 박한영 배우 관련 건은 분기 3천에 할 건데, 새로 들어가는 건은 분기 5천부터 시작해야죠. 아, 인터넷은 어떻게 가실 거예요?”

지에스 홍보부서의 인터넷 홍보 비중은 낮은 편이다. 아직은 인터넷 전용선이 보급된 집들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라서 홍보 효과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은 팬클럽부터 정비해야지?”

권 팀장의 반문에 조용히 있던 백유진이 두툼한 눈두덩을 깜빡인다.

‘팬클럽?’

이시현의 팬클럽이라면 오직 하나 ‘시현 수호천사들’밖에 없으니까.

‘드디어··· 올 것이 왔군.’

내가 바로 시현 수호천사들의 회장입니다! 커밍아웃해야 할 상황이 마침내 찾아왔단 말인가.

“아무래도 한마음 사이트에 있는 이시현 카페가 제일 크더라고. 그래서 그쪽 회장을 한번 만나 보려고.”

권 팀장의 말에 백유진은 정말 때가 됐다는 생각을 했다. 갑작스럽지만, 이런 날이 다가올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한바. 언제든 얘기할 준비는 돼 있었다.

“저기······.”

“팬클럽 이름이 ‘시현 포에버’야.”

권 팀장의 이어진 말을 듣는 순간. 백유진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 모습을 본 성 팀장이 묻는다.

“왜? 뭐 할 얘기 있어?”

“아, 아니요.”

서둘러 입을 다문 백유진을 뒤로하고 성 팀장이 권 팀장에게 다시 집중한다.

“계속하세요.”

“아, 시현 포에버라고 지금 한마음에서 회원 수가 제일 많아. 오늘 날짜로 7천 명이야.”

“7천 명이요?”

성 팀장이 놀란다. 반면 백유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우리 사이트는 1만 명이거든? 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아니지, 그 포에버인지 하는 데는 어디야?’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억울하고 미칠 노릇이다.

이시현의 무명시절부터 지켜본 원조 팬으로서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바이바이 CF와 8.15특집드라마 합류로 인해서 회원 수가 급상승하긴 했지만, 그들과 원조 팬들을 동일 선상에 놓을 수는 없는 법.

하물며 어디서 감히 짝퉁 팬클럽이!

“매니저하고 스타일리스트 하나 더 붙인다며?”

권 팀장이 서류를 한데 모으며 묻는다.

“그 건이야 뭐, 매니지먼트 사업부에서 알아서 하겠죠.”

“지금 스타일리스트가 잘 못 하나?”

“글쎄요.”

가벼운 미소로 대답을 미룬 성 팀장이 서류를 뒤적이고.

그 밖에도 많은 얘기와 아이디어가 오갔다. 열띤 얼굴의 성 팀장의 모습은 오랜만에 보는 것이라서 기콘부 직원들은 바싹 긴장해야 했다.

회의 막바지가 되자 권 팀장이 지친 얼굴을 쓸어내린다.

“그럼, 오늘 문화의 밤 행사는 참여하는 건가?”

“예, 바이바이에서 요청했거든요. 이시현 배우도 하겠다네요. 그래서 우리도 그냥 하라고 했어요. 어쩔 수 없어요.”

성 팀장이 어깨를 으쓱 올린다. 사실 그동안 바이바이가 많이 서운해했다. CF가 잘나가는 마당에 모델이 꽁꽁 숨어 있으니 애가 탄 느낌이었는데.

“조금 싼마이 느낌인데··· 밖에는 노출 안 할게.”

“그러세요. 굵직한 것만 노출하자고요.”

“후, 그래요 그래. 그럼 오늘은 이만 합시다.”

권 팀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서류를 챙긴다. 의자 소리들이 드르륵 이어지고, 모두 회의실을 빠져나간다. 오직 한 사람을 빼고.

“삐삐, 뭐하니?”

“아, 예.”

엉거주춤 일어선 백유진의 모습에 성 팀장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창으로 다가갔다. 블라인드 틈새로 밖을 보더니 기가 질린 얼굴로 속삭인다.

“와··· 계속 늘어나네. 돈 좀 나가겠다.”

그 말을 하고 성 팀장이 회의실을 빠져나가자, 울상인 얼굴을 든 백유진이 허공을 향해 속삭인다.

“시현 포에버?”

의자를 밀친 그녀는 회의실을 박차고 나와 자리에 돌아왔다. 따닥! 마우스를 클릭해 한마음 사이트에 접속한다.

아이디와 비밀번호, 로그인, 그리고 검색.

[시. 현. 포. 에. 버]

검색 결과에 우르르 나오는 카페들.

이시현 포에버, 이시현 포에버러버, 러블리 이시현 등등.

그중 맨 위에 있는 카페가 회원 수 7천에 개설일이···

‘8월 2일?’

백유진의 눈이 커졌다. 8월 2일에 개설해서 불과 보름 만에 7천의 회원을 유치했단 말인가? 지에스 홍보부서도 못한 일을 고작 보름 만에?

‘대체 여기 회장 누구니?’

놀란 백유진은 자신의 카페인 시현 수호천사들에 들어갔다. 두근두근. 심장을 부여잡고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쫙 펼친다.

-운영자 긴급공지

짝퉁 팬클럽 등장 주의. 현재 우리 시현을 좋아하는 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신생 팬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한정된 바람에, 우리 ‘원조’ 팬클럽이 아닌 짝퉁 팬클럽에 가입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여러분께 공지를 남깁니다. 운영진은 현재 난립하고 있는 짝퉁 팬클럽들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팬 여러분들도······.

백유진의 손이 덜덜 떨린다.

‘안 되겠어!’

-운영자 긴급공지 2

운영진 재정비 및 카페 스텝 추가 모집. 오프라인 회의 진행을 할 예정이며, 금주 일요일까지 운영진에게 메일로 나이와 학력, 현재 하는 일, 그리고 왜 이시현의 팬이 됐는지에 대한 이유를 보내주시면 지금까지의 활동지수를 확인해 최종 결정하겠습니다.

여태는 회원 수가 많지 않았지만 이제는 많은 게 달라졌다. 1만 명의 회원 숫자.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회원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시현 포에버? 니들 죽었어!’

전투의지로 백유진의 눈이 활활 타오른다. 화장실에 가려 일어나려던 찰나.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금 자판을 두드린다.

-운영자 긴급공지 3

오늘 지에스엔터테인먼트 건물 앞에서 이시현 팬들에게 커피하고 빵 쏜다고 합니다. 무제한 쏜다니까, 아직 못 온 친구들 당장 오세요.

**

「서울시 동대문구, 2000년 8월 18일 금요일」

예년보다 많은 인파가 찾은 문화의 밤 행사.

온종일 열기가 후끈후끈하더니 그나마 해가 기울면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제 저녁 일정만이 남았는데, 영화 상영에 이어 초대 배우가 참석해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다.

“여러분 음료수 드세요!”

더위를 달래려 놀러 온 시민들과 젊음을 즐기러 온 학생들로 인산인해. 그 속에서 판촉물과 음료수를 나눠주고 있는 젖소 옷을 입은 알바생.

달려달려 젖소야, 바이바이 음료!

달려달려 젖소야, 바이바이 음료!

초원 위를 달려달려!

구름 위를 달려달려!

달려달려 젖소야, 바이바이 음료!

달려달려 젖소야, 바이바이 음료!

바이바이는 오래전부터 이 행사를 후원해왔는데, 올해는 예년과 달리 전용 부스까지 차려서 음료수를 제공하고 있다. CF의 폭발적 반응에, 바이바이송까지 인기를 얻으면서 발길이 끊이질 않는데.

“이 노래 그 이시현이 불렀대.”

“이시현이 누구야?”

“왜에, 우리 오빠 박춘삼.”

“헐, 진짜?”

일곱 명의 여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뿔뿔이 흩어졌다가 오랜만에 뭉친 친구들이다. 이제 막 스무 살의 꽃들은 그저 함께 걷고 얼굴만 보고 있어도 즐겁다.

“그래, 그 박춘삼. 걔가 이거 모델이래.”

“에이, 설마······.”

“진짜라니까. 저거 봐.”

물방울 티를 입은 여학생이 부스 옆을 가리켰다. 그곳에 ‘우리 오빠’ 포스터가 붙어있는데, 철모를 쓴 박춘삼의 얼굴 옆에 젖소 옷을 입고 초원을 달리는 이시현의 사진이 어설프게 합성돼 있었다.

“이거 합성이잖아!”

“진짜라고! 나 이번에 팬클럽도 가입했거든? 시현 수호천사들, 거기서 그러더라니까.”

“어? 나는 시현 포에버인데?”

“거긴 짝퉁이야.”

“무슨 소리야? 우리가 원조지!”

티격태격하는 일곱 명의 여학생들.

일단은 포스터 옆에서 다 같이 찰칵!

오늘 그녀들 사이에서 최대 화두는 배우 이시현이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우리 오빠’라는 드라마는 그녀들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는데, 다만 아직은 이시현을 실제로 본 적이 없으니 그녀들의 기억에는 박춘삼이라는 존재만이 있을 뿐이다.

“근데 오늘 영화배우 누가 온대?”

“글쎄.”

“남자 배우 왔으면 좋겠다.”

“에이, 작년에 할아버지 왔었대.”

“아, 불암이 아저씨?”

해마다 있는 행사지만 아무래도 무료 행사이다 보니 임팩트 있는 배우가 오는 일이 드물다. 그래도 초창기에는 송승국도 오고 그랬다는데.

“근데 이시현 진짜 장난 아니지 않아? 유이 볼에 손 얹을 때··· 아, 지금 생각해도 살 떨려. 대체 어디 있다가 뚝 떨어진 거야?”

한 친구가 몸을 배배꼬며 말한다. 그 모습에 웃음이 빵 터진 친구들. 한여름의 밤, 해가 기울고, 곳곳에 설치된 등이 켜지고··· 수다는 계속 이어진다.

“카페 보니까, 회사에서 얼굴만 보고 뽑았었대. 근데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서 5년 동안 무명이었고.”

“에이, 그건 오버다. 그걸 카페에서 어떻게 알아?”

“야, 우리 카페지기가 정보력이 얼마나 대단한데. 이번에 드라마 들어간 것도 카페에 제일 먼저 올라왔어.”

“진짜야?”

“진짜라니까 믿지를 못하네. 가끔 사진도 올라와. 시현 포에버에는 뭐 있어?”

“뭐··· 기사 같은 거.”

“어이구, 공짜 백화점 놔두고 야시장 돌아다니고 있네. 우리 카페는 다음 주부턴 이시현 스케줄도 일부 올라올 거래.”

“진짜? 나도 가입할까?”

“빨리 가입하셔. 이제 등업절차 생기면 가입하기 힘들어.”

“그럼 오늘 가서 바로 가입해야겠다.”

그녀들은 소란스러울 정도로 이시현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운동장으로 향했다. 그곳에 영화 상영을 위한 야외무대가 설치돼 있는데, 앞에 의자들이 세팅돼 있었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이런 자리가 그렇듯 최신 영화보다는 고전 영화들이 주가 되기 때문인데, 그녀들은 다리가 아파서 조금 쉬고 갈 요량으로 자리를 잡았다.

“야야!”

대충 자리를 잡고 얘기를 나누는 사이, 화장실에 다녀온 친구 하나가 호들갑이다.

“왜 이리 호들갑이야?”

“오늘 영화 상영 안 하고 드라마 상영한대!”

“진짜? 무슨 드라마?”

“뭐겠어?”

기울어진 눈웃음을 보이는 친구.

“설마··· 꺄!”

일곱 명의 여학생들이 발을 동동 구른다.

저녁 8시.

그녀들의 수다가 이어지는 동안 사람들이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마침내 야외무대의 스크린에 오프닝 영상이 비친다.

[우리 오빠]

휘갈겨진 글씨를 시작으로 피난길에 오르는 사람들이 보이자, 비어있던 의자들이 빠르게 채워진다. 그 때문에 드라마 초반은 웅성거림과 소란스러움에 이어졌지만, 곧바로 시작된 전투 장면에서 다들 숨을 죽였다. 스크린에 초 집중한 여학생들.

타타타타!

콰쾅!

총성과 폭음이 이어진다.

드라마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을 받은 ‘우리 오빠’

그 주인공 박춘삼.

“아······.”

유이와의 장면에서 객석에 탄성이 터진다. 이시현과 그녀의 모습이 너무도 예쁘다.

마지막에 박춘삼이 죽어가며 가족을 부르는 모습에서는 다들 눈시울이 터졌다. 그리고 웅장한 사운드에 이어진 유이의 노래.

스크린의 영상은 끝났지만 여전히 드라마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이때, 시립대 입구에는 아무도 모르게 차 한 대가 들어오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연예인 차량인데, 대기하고 있던 시립대 학생회가 주차된 차 주위를 막아섰다. 그곳에서 내린 배우와 매니저.

학생회 친구들이 눈을 깜빡인다. 놀라서 입을 벌린 친구들도 있었다. 조금은 엉성한 그들의 호위 속에 최재환과 이시현은 무대 뒤편으로 향했다.

그사이 무대 스크린에는 바이바이 광고가 나가고 있었다. 이제 초청 배우가 와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순서가 이어지는데··· 웅성거리기 시작한 사람들.

“설마··· 박춘삼 오려나?”

그런 기대감.

“에이, 최미숙 올걸?”

“하긴.”

그런 실망감.

때마침 무대에 행사 사회자가 올라온다.

“여러분 드라마 잘 보셨나요?”

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 배우를 내놔라.

“여러분 누가 오셨을 것 같아요?”

“박춘삼!”

누군가 크게 외치자, 사회자가 정색하고 손을 내젓는다.

“큰일 날 소리를. 박춘삼이 여기를 어떻게 와요? 지금 가장 핫한데.”

그 말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엉덩이를 들썩이고 일어나자 사회자가 재빨리 외친다.

“자, 그럼 초대 배우를 모시겠습니다. 박춘삼 아니더라도 환호해주세요.”

그리고 천천히 무대에 올라오는 남자는.

“어? 이시현이다!”

“이시현?”

웅성거림 뒤에는 어김없이.

“꺄!!”

일시에 터진 환호성은 흡사 볼륨을 줄여놓은 스피커를 갑자기 켜버린 듯했다.

카메라를 드는 사람도, 들썩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도, 그 앞을 막는 학생회도, 모두가 들뜬 상황 속에서 이시현이 무대에 올라왔다.

“박춘삼 씨는 너무 바빠서 못 모셨는데, 지금 오신 분이 여러분 마음에 드시나 모르겠네요. 그럼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사회자가 너스레를 떨며 요청하자 이시현이 마이크를 만지작거린다. 그러더니 마이크에 입술을 대더니 수줍게 미소 짓고.

“이거 되는 거예요?”

“하하! 그럼 되는 거죠. 지금 다 듣고 계세요. 안 그래요, 여러분?”

사회자가 마이크를 내밀고 객석을 향해 묻는 순간 여기저기서 대답인지 함성인지 모를 외침들이 이어지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시현이 마침내 허리를 숙인다.

“안녕하십니까! 배우 이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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