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64화 (6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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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로맨스가 필요할 때 (3)

「서울 압구정동」

“오케이, 좋습니다!”

스튜디오에서 진행 중인 오소리의 화보촬영.

너저분하게 늘어진 케이블과 장비들 뒤에서 최재환은 손에 든 신문과 촬영 중인 오소리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8.15특집드라마 ‘우리 오빠’ 주연 배우 실종?]

최재환은 신문 타이틀과 내용을 빠르게 훑었다. 기사는 짧은 촬영 일정과 주연 배우 교체로 인한 구설수, 그리고 KIS 방송국을 돌려 까는 내용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배우로 인해 TV시청료가 낭비되고 있다는 황당한 내용까지 있었지만, 최재환은 별다른 표정의 변화 없이 신문을 다시 원래 있던 의자에 내려놓고 오소리에게 집중했다.

“소리 씨, 팔 들고. 오케이! 우리 스탭들, 선풍기 바람 좀 세게 해주세요.”

작가는 앵글에 오소리를 담으며 연신 목소리를 높였다. 오소리도 그의 말을 잘 따랐고, 촬영은 트러블 없이 잘 진행되고 있었다.

‘어디 보자.’

손에 든 수첩을 펼친 최재환이 이마에 주름을 새긴다.

항상 들고 다니는 수첩에는 오소리의 오늘 스케줄이 적혀 있는데··· 이미 관광청은 갔다 왔고, 화보촬영은 지금 하고 있고, 이제 광고주 미팅이 남았다.

드라마 촬영 중임에도 제법 많은 스케줄.

사전제작이라는 게 이렇게 좋은 거구나 싶지만, 실상은 지금 상황이 그렇게 희망적이진 않다.

드라마야 시청률이 나와 봐야 아는 거고, 오늘 스케줄도 그다지 메리트 있는 건들이 아니다. 돈 안 되는 관광청 홍보 모델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광고주 미팅까지.

지금은 그저 대중들이 인식하고 있는 오소리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준이었다.

최재환은 수첩을 덮고 다시 오소리를 바라봤다.

그녀가 웃고 있다. 스튜디오 세트 덕에 구릿빛 피부가 한층 도드라져 보이는데, 선풍기 바람에 흔들리는 머리카락은 흡사 검은 물결 같았다.

스튜디오 스태프들이 입가에 미소를 만연히 띠고 그녀를 보고 있는데, 최재환은 오히려 그녀에게서 다시 눈을 떼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소리의 모습이 마치 호숫가 수면에 앉아 있는 백조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데, 그 아래서는 분주히 물장구를 치고 있는 백조.

‘올해는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오소리의 나이 이제 스물.

아직 어리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지금의 포지션이 계속되면 이십대 중반쯤에는 그저 그런 배우가 되고, 삼십대가 되면 ‘아, 옛날의 그 아역배우?’로만 남을 뿐이다.

그러니 가능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대중에게 오소리라는 배우를 각인시켜야 하는데······.

“좋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작가가 카메라를 내리자 오소리가 재빨리 그 곁으로 다가가 사진을 확인한다. 입술을 모으고 미간을 찌푸려 집중하는 모습이 최재환의 눈에 담긴다.

‘저 마스크가 대체 왜 못 뜨는 걸까.’

최재환이 3W의 성공에 일조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는 말 그대로 뚝심의 결과였다. 기발한 요령도, 특별한 감도 없었다.

회사에서 하란 대로 했을 뿐이고, 방송국가서 부딪치며, 이리 뛰고 저리 뛴 끝에 겨우 결실을 봤을 뿐이다. 이시현의 경우도 다를 바 없었고.

흔한 말로 미다스의 손은 아니다.

그럼에도 최재환이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이시현의 일에 대한 고마움도 있었지만, 윤 부장의 인사조치에 관여했다는 미안함도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어찌 됐든 지금은 내 배우.

그라는 존재는 배우가 슬프면 함께 슬프고, 기쁘면 함께 기뻐하는 매니저다.

‘응?’

오소리에게 집중하던 최재환은 무심결에 스튜디오 입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가 얼굴을 구겼다. 찌푸려진 턱에 힘이 들어간다.

“형님!”

작년에 지에스를 퇴사한 매니저가 최재환을 알아보고 손을 흔든다. 반갑긴 한데, 녀석 옆에 있는 배우가 오소리를 건든 그 개자식··· 백진철이다.

“안녕하세요.”

생글생글 눈웃음을 띤 백진철이 살짝 고개를 숙여 온다.

최재환은 잠시 미동도 않고 녀석을 쳐다봤다. 그러다가 타이밍이 미묘해질 찰나에 티만 날 정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곳에서 형님을 보내. 아, 실장 되셨다는 소식 들었어요.”

어느 세월의 얘기를 하는 건지.

“넌 그렇게 나가서 또 매니저냐?”

잠 좀 원 없이 자고 싶다고 뛰쳐나간 놈이 말이야.

“하하. 그럼 송충이가 솔잎 먹지 뭐 먹겠어요. 그냥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어떻게 또 이렇게 됐네요. 저 지금 VVW에 있어요. 아, 여기는 제가 맡은 배우 백진철. 왜 예전에 그 아역배우.”

“안녕하세요, 백진철입니다.”

백진철이 정식으로 인사를 한다. 물론 최재환은 그조차도 마음에 안 들었다.

‘건방진 자식.’

이시현은 무조건 허리 90도에 ‘안녕하십니까!’ 모드인데, 이 자식은 뭐 이렇게 허리가 단단할까.

평소라면 누가 인사를 하든 말든 신경도 안 쓰는 그였지만 백진철의 태도에는 유독 눈이 찌푸려진다. 아무튼 맘에 안 들지만, 지금 문제는 오소리였다.

“그래요, 반가워요. 근데 잠깐만.”

최재환은 대화를 끊고 바로 오소리에게 다가갔다. 여전히 작가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한눈에 봐도 그녀의 어깨가 떨리는 것이 보인다.

‘젠장.’

오랜만에 욕을 뇌까리며 그녀의 곁에 붙은 최재환이 일부러 미소와 함께 묻는다.

“작가님, 사진 잘 나왔습니까?”

“예. 몇 개 빼고 아주 잘 나왔네.”

“그럼, 우리 가도 되죠?”

“한 번만 다시 갔으면 좋겠는데? 흔들린 컷이 몇 개 있어서··· 한 번 더 가면 A컷 잡힐 것 같은데.”

작가는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오소리와 최재환을 번갈아 쳐다봤다.

“어쩌죠? 우리가 지금 시간이 안 되네.”

최재환은 떨고 있는 오소리를 한시도 더 이곳에 있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선을 그었다.

“아, 그럼······.”

작가가 입을 움찔거렸다. 하지만 더 이상의 타협은 없다는 시선으로 최재환이 보고 있으니 결국 체념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뭐, 보정하면 되니까.”

“예, 고맙습니다. 저희 이만 가볼게요. 명숙아! 소리 씨 데리고 차에 가 있어.”

최재환은 바로 스타일리스트 오명숙을 불렀다. 다가온 그녀가 짐을 챙긴다. 그러더니 슬쩍 백진철 쪽을 쳐다본다.

“근데 팀장님, 저 사람 백진철이죠?”

“왜?”

“저 옛날에 팬이었거든요.”

오명숙은 오소리와 백진철 일을 모르는 모양이다. 알면 진즉에 가서 업어치기로 백진철을 요절냈을지도 모를 판인데.

“팬은 무슨. 어서 가.”

최재환은 두 사람이 스튜디오를 나가는 모습을 보고서야 백진철 쪽을 돌아봤다. 녀석의 시선이 오소리의 뒷모습을 쫓고 있다. 저 x벌x끼를 되뇌며 다가간 최재환.

“지금 스케줄이 꼬여서. 나중에 또 보자.”

“형님, 저 여쭤볼게 있는데······.”

옛 동료, 이제는 백진철 매니저가 최재환을 붙잡았다. 잠시 얘기 좀 하자고 해서 최재환은 한숨 한번 쉬고 시계를 보며 말했다.

“뭔데?”

최재환은 백진철의 매니저와 잠시 둘이서 얘기를 나눴다. 별 얘기는 없었지만 그만두기 전까지는 잘 따르던 놈이어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언을 해주고 물러나려던 때였다.

“지금 누구 봤는지 알아?”

백진철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하하! 그래 좀 전에 봤는데, 더 예뻐졌어. 뒤태가 그냥······.”

그 말을 들은 최재환이 걸음을 멈췄다. 그 상태로 고개를 틀자, 낄낄거리며 통화를 하던 놈이 사나운 시선에 멈칫한다.

“그 뒤태가 우리 소리 얘기하는 거야?”

“아······. 그게······.”

입을 벙긋하는 백진철. 최재환이 뿜는 흉흉한 기세에 변명도 하지 못한다.

“허허.”

최재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오른다. 그런데 그 웃음이 비릿하고, 섬뜩하다. 백진철의 매니저가 다가오더니 깜짝 놀란다.

“형님?”

최재환은 화가 나면 찌푸린 표정이 드러난다. 그런데 그 화를 넘어서면 되레 저런 섬뜩한 미소가 나온다. 지금처럼. 백진철의 매니저도 그걸 익히 알고 있었다. 모를 리가 있나, 저 표정 나오면 완전 통제 불능인데.

“진철이 너 뭐 잘못했어?”

매니저가 백진철을 채근한다. 지금 상황이 뭐든 무마해야 했다. 옛정을 떠나서 최재환이라는 사람을 적으로 돌리면 좋을 게 없다.

“그게······.”

“이거 아주 웃긴 새끼네.”

최재환의 비린 미소에 백진철이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우리, 또 보자.”

그 말 한마디를 하고, 최재환은 바로 스튜디오를 빠져나왔다. 주차장에 도착한 그는 바로 차에 오르지 않고 주차장의 회색 벽을 바라보고 섰다.

‘후······.’

이 상태로는 운전을 할 수가 없었다. 열 받아서 머리가 뜨겁다. 맘 같아서는 요절을 내고 싶었는데··· 팀장이라는 위치만 아니었다면, 아니 오소리만 없었다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근래 보기 드물게 열이 올라왔으니까.

‘쓰레기 같은 새끼.’

뚫린 입이라고 어디서 그딴 소리를.

“괜찮아요?”

등 뒤에서 오소리가 불쑥 다가온다. 최재환은 애써 흥분을 삼키고 돌아봤다.

“아무것도 아니야.”

“팀장님도··· 알고 있죠? 그 새끼하고 내 일······.”

오소의 입에서 응어리가 담긴 단어가 나오자 최재환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 모습이 재밌는지 그녀가 웃는다. 씁쓸한 미소를 띠고.

“훗······. 왜요? 나 욕 잘하는데.”

“괜찮아?”

“괜찮죠 그럼.”

오소리의 미소에 최재환의 화가 싹 가라앉는다. 지금 가장 힘든 게 누구인데, 혼자서 흥분하고 난리였으니.

“가자. 늦겠다.”

최재환은 억지로 끌어올린 미소를 보여주고 오소리를 차에 태웠다. 운전석에 오르자, 등 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회사에 들렀다 가요.”

“어? 왜?”

“팀장님, 아니지··· 조 부장님에게 얘기했어요. 우리 땜빵 좀 해달라고.”

“왜?”

“오늘 시현 씨 서울 올라왔다면서요? 가서 얼굴 한번 보세요.”

“됐어.”

“됐기는··· 맨날 걱정하면서. 스케줄 다 끝났잖아요. 저녁에 광고주 만나서 밥 한 끼 하는 건데. 밥 먹는 건 일 아니거든요?”

오소리의 배려에 최재환은 더 말하지 않고 입맛을 쩝 다셨다. 그리고 제발 저 억지웃음 좀 짓지 않았으면 싶었다. 차라리 울지. 그럼 자리를 피해 주기라도 할 텐데.

“고맙다. 안 그래도 신경이 좀 쓰였는데.”

“거봐, 내 말이 맞지.”

“훗. 그래.”

최재환은 차에 시동을 걸었다. 건물을 나오는데, 오소리가 나직이 묻는다.

“어떻게 하실 거예요?”

“또 뭐가?”

“이제 팀장님이니까, 시현 씨 곁에 전처럼 함께 할 수는 없잖아요.”

오소리는 걱정을 담아 최재환을 바라봤다. 지금 그녀 자신도 엉망이긴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최재환에게 신경을 집중한다.

“그건 뭐··· 걱정할 것 없어.”

의외로 최재환이 고민거리가 아니라는 듯 얘기한다.

“그래요?”

“응.”

결국 더 묻지 못하고 있다가, 오소리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 혜선 씨 생각보다 크게 다쳤다면서요?”

“후······.”

이번에는 최재환의 얼굴이 시름에 잠긴다.

응급실 검사에서는 문제가 없었는데 입원 후 정밀 검사에서 권혜선의 다리에 골절이 발견됐다. 그 때문에 3W 활동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여론이 좋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서 3W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이고, 권혜선이 빠진 무대를 팬들의 응원이 채워주고 있다는 점이다.

“멤버들 심란하겠네.”

“그렇지.”

오소리의 걱정처럼, 슬기와 레니도 마음이 뒤숭숭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번 최재환이 그녀들의 무대에 따라간 것도 그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걱정이겠다.”

혼잣말 같은 오소리의 속삭임에 최재환이 룸미러를 살핀다. 그녀에게서 다행히 아까의 떨림은 보이지 않는다.

“신경 쓰지 마. 걔들이야 잘 지내니까. 둘이 티격태격하면서.”

“아니, 우리 팀장님 권혜선 씨 걱정되겠다고요.”

“그거야 뭐··· 걱정되지.”

“안 가 봐도 돼요?”

“가봤어.”

최재환은 바로 대답했다. 첫날 입원했을 때 가보고, 이튿날 또 한 번 가고.

“겨우 두 번 갔잖아요.”

오소리가 타박하듯 말하자 최재환이 어깨를 으쓱 올린다.

“두 번이 어때서? 더 간다고 뭐 달라지나.”

“달라지죠. 누가 곁에 있느냐에 따라서 아픔도 덜어지는 건데.”

“응?”

오소리의 알 수 없는 소리에 최재환이 눈썹을 올렸다. 그러자 그녀가 눈을 감으며 몇 마디를 더하고 의자에 기댄다.

“신경 좀 써요. 겉만 보지 말고, 그 마음도 좀 보라고.”

“···뭔 얘기야.”

**

철컥.

오피스텔 문이 열리자 최재환은 까치발을 들고 들어갔다.

흩어진 이시현의 신발을 먼저 정리해주고 거실을 들여다본다.

불이 꺼져있는 거실. 컴컴한 어둠.

하지만 이 안에 이시현이 있다는 건 코에 닿는 공기만으로 알 수 있었다.

소리 죽여 신발을 벗은 최재환이 거실에 발을 들인다.

바스락.

맥주와 과자를 사 왔는데, 비닐봉지가 상황파악 못 하고 인기척을 낸다. 턱에 경련이 일 정도로 긴장을 유지한 채, 최재환은 찬찬히 주위를 둘러봤다.

‘응?’

어두운 거실의 소파에 이시현이 자고 있다. 피곤해서 녹다운 된 모습이다.

“훗.”

최재환은 그 모습을 잠시 동안 바라봤다.

‘어쩌면 이 자식은 자는 모습도 잘 생겼다냐.’

별수 없이 사 온 맥주를 냉장고에 집어넣고, 살살 냉장고 문을 닫았다. 그런 뒤 이시현이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옷가지들을 챙기고, 떨어진 대본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식탁에 놓여 있는 컵라면 용기까지 말끔하게 치웠다.

‘자식··· 밥을 먹지.’

설거짓거린 없는지, 더 치울 건 없는지 훑어보고 시간을 확인한다.

저녁 7시.

깨우기도 모호한 시간.

최재환은 주워든 옷가지들을 모아서 다용도실로 향했다.

‘후······.’

세탁기에 빨랫감을 넣고 숨을 고루 내쉰다. 은은한 주황빛 아래 있으니 왠지 모르게 나른해지는 기분.

“어이구, 모기 들어오겠네.”

최재환은 살짝 열려있는 다용도실 창문을 닫았다. 엊그제 청소하려고 들렸었는데, 깜빡 잊고 닫지 않은 모양이다.

‘훗.’

도둑이라도 드는 거 아닌가 싶다가도 웃음이 나온다. 훔쳐갈 게 있어야지 말이지. 살금살금··· 거실로 나온 그는 다시 이시현을 바라봤다.

‘자식이, 확실히 많이 달라졌단 말이야. 여태 사춘기였나?’

전에는 말수도 적고 퉁명하기도 해서 답답한 면이 있었는데, 이제는 말을 잘 들어도 너무 잘 듣는다. 그래서 더 챙겨주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고.

혹시 잠도 전염이 되는 걸까.

녀석을 보고 있으니 피곤하기도 한 것 같기도 하고.

‘잘 자라 임마.’

얼굴을 봤으니 됐다.

얇은 이불 하나를 덮어주고, 최재환은 그대로 오피스텔을 빠져나갔다.

철컥.

닫힌 문.

고요함이 다시금 거실에 물 들 때.

“으음······.”

이시현이 눈을 떴다. 비몽사몽 일어나 화장실로 간다.

쏴아아!

우렁찬 소리가 고요함을 들썩이고. 소파에 다시 와 벌렁 드러눕는데, 이시현이 다시금 허리를 펴고 앉아 게슴츠레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킁킁.

“이상하네··· 최재환 냄샌데······.”

그 말을 흘리고 다시금 소파에 드러눕는다.

입가에 흐른 침을 닦으며, 또다시 꿈을 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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