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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으로 보여준다 (5)
「KIS 드라마국, 2000년 8월 3일 목요일」
“아니 국장님, 이건 너무하잖습니까?”
“너무하긴 뭐가 너무해?”
징징 짜는 소리가 계속되자 황 국장은 찌푸린 얼굴로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자 움찔한 노병기가 서둘러 목소리를 낮춘다.
“제 말은, 매를 맞을 때는 맞더라도 예고는 해줘야죠.”
“그럼 그 새끼는 예고하고 오소리 건든 거야?”
“아니 또 그 얘기는······.”
말꼬리를 놓친 노병기는 애꿎은 입술만 깨물었다. 성지훈 얘기를 하러 왔는데, 결국 또 백진철 얘기로 빠지고 말았다.
“그 자식은 뭐 하고 있어?”
“자숙하고 있죠.”
녀석은 오소리를 그렇게 만들고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나다니는 꼴을 보이면 차 대표가 죽여 버린다는 엄포를 놓은 통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얼굴도 반반하고 연기력도 있는 편이라서 VVW로서는 내치기 아쉬운 놈이다.
“국장님, 진철이 많이 자숙했습니다.”
“자숙해서 뭐?”
황 국장의 태도가 여전히 삐딱하다.
“좀 써주세요.”
“뭐?”
“국장님. 그렇게 안 좋게만 보지 마시고, 좋은 쪽도 보세요. 막말로 그놈 지금 국장님한테 밥이잖아요, 밥.”
“뭔 소리야?”
부스럭.
담배를 꺼내 문 황 국장에게 노병기가 잽싸게 라이터를 들이밀었다. 불이 붙자 다시 얘기를 꺼낸다.
“앞으로 백진철의 모든 스케줄은 KIS 우선입니다. 국장님이 오라고 하면 오는 거고, 가라면 가는 거고.”
“후······.”
황 국장이 담배 연기를 뿜는다. 턱 끝을 쓸어내리는 걸 보니 관심이 가는 모양인데. 이때다 싶은 노병기가 쐐기를 박는다.
“출연료도 주는 대로 받겠습니다. 그래도 너무 짜면 안 되고. 하하하!”
살갑게 웃는 노병기의 얼굴을 잠시 쳐다본 황 국장이 손가락을 헤아린다.
“2년쯤 됐나?”
백진철이 꼴통 짓을 한 게 재작년이니까.
“그 정도 됐죠.”
담배 연기가 국장실을 채우는 동안 황 국장의 고민이 이어졌다. 그러더니 끝내 고개를 가로젓고 종이컵에 담배를 밀어낸다. 치익··· 불꽃이 사라지는 담배를 보며 황 국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이것 때문에 지금 얼마나 골치 아픈지 알아?”
“알죠, 알아요. 국장님이 우리 신경 써주는 거.”
배우 교체로 인해 방송국이 뒤숭숭하다. 일은 백진철이 저질렀지만 KIS 촬영장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황 국장으로서는 차 대표의 요구사항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신경은 무슨. 안 돼, 백진철 그 새끼는 안 돼.”
“국장님?”
얘기가 또 엎어지자 노병기가 눈을 찌푸린다. 하지만 황 국장의 눈 한번 제대로 못 마주치고 바닥을 내려다보기 바쁘다.
“가. 나 바쁘다.”
“국장님.”
“안 가?”
황 국장의 짙어지는 눈주름에 노병기가 엉거주춤 일어나서 국장실을 나간다. 혼자가 된 황 국장은 콧잔등을 찌푸리며 담배를 새로 꺼내 물었다.
“내가 저놈 손을 또 잡으면 인간이 아니지.”
사실 이번 일로 상황이 복잡해지긴 했어도 내심 쾌재를 부른 황 국장이다.
그동안 VVW하고 이것저것 얽혀서 슬슬 끊을 필요가 있던 시점이었다. 거기다가 지난번 대본리딩 마치고 피디와 작가가 쪼르르 달려와 성지훈 연기 엉망이라고 난리를 치는 통에 곤란하던 참이기도 했고.
그러니 이번 일은 차 대표나 황 국장이나 서로에게 윈윈이었다.
물론 이시현이라는 놈이 연기력 논란이 일면 차 대표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으니 황 국장으로서는 손해 볼 게 없는 게임이었다.
‘그런데, 현장이 잘 굴러가고 있다 이 말이지.’
소파에서 일어나려던 황 국장이 멈칫했다. 주머니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린다. 띠리리, 띠리리··· 하지만 휴대폰을 꺼낸 든 황 국장의 표정이 좋지가 않다.
“왜?”
-국장님 저한테 또 빚지신 겁니다.
차 대표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찜찜하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빚 갚으래서 갚았잖아? 뭘 또 빚을 져?”
-얘기 들으셨죠?
“뭔 얘기?”
-우리 배우 잘하고 있잖습니까.
“그거야 촬영 끝나봐야 아는 거지. 그리고 배우가 연기 잘하는 게 당연한 거지, 뭐가 그리 대수야?”
-성지훈이 찍었어도 그런 말 나오셨겠습니까?
황 국장은 얼굴을 찌푸렸다. 태우다만 담배를 종이컵에 밀어내고 소파에 등을 기댄다.
‘이 능구렁이 같은 놈.’
차 대표는 이미 황 국장의 생각을 다 알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왜 전화했어?”
-식사 대접하려고요.
“식사? 왜? 이번 일 고맙다고?”
-고맙기는요, 빚 받은 건데······. 이제 슬슬 앞으로의 일 논의 해야죠. 지금 7UP 엉망이라면서요?
“이제 방영했는데 무슨 소리야? 재수 없게.”
-하하, 그래요? 그럼 말고요. 나는 그래도 국장님 생각해서 전화한 건데··· 뭐 저녁은 SSB 국장님이랑 먹죠.
“잠깐만. 내가 다시 전화할게.”
귓가에서 휴대폰을 뗀 황 국장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송곳니로 입술을 괴롭히며 생각에 잠긴다.
‘잘 되려나?’
아직 어떤 결과물도 나오지 않았다. 촬영도 이제 이틀째고, 방영해봤자 시청률을 크게 기대하기 힘든 단막극.
하지만 이산가족상봉 일정으로 타 방송국도 그 시간대 드라마는 결방이고··· 대본도 나쁘지 않고··· 그럼 배우들이 문제인데.
‘최미숙이나 다른 배우들이야 믿고 보겠지만 이시현이라는 놈은······.’
황 국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책상을 열고 서류들 틈에서 이시현의 프로필을 꺼내 들었다. 유심히 사진을 보며 고민에 빠진다.
‘걸어? 말아?’
차 대표가 밥을 먹자고 하는 걸 보니 이시현을 전략적으로 밀자는 얘기일 터. 그 능구렁이 같은 놈이 말이야. 정말 이번 드라마가 빵 터지려나.
‘그러면 이시현을 가을에 넣을 만하지.’
생각은 깊어 가는데 확신이 없다. 이 바닥은 바람이 어디서 어떻게 불어올지를 도통 알 수가 없으니까.
‘후······.’
휴대폰을 다시 집는 순간까지 황 국장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차 대표의 목소리가 들리자 한숨을 감추고 입을 연다.
“회 먹자,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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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산, 8.15특집드라마 촬영 사흘째」
쏟아지는 비로 인해 먹먹해진 귀에 멀리서 폭음이 들려온다.
“우와, 무슨 블록버스터야?”
첫날부터 대규모 엑스트라 씬과 폭발 씬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외주도 아니고 방송국 제작이라는데, 대체 제작비가 얼마란 말인가.
수군대는 기자들 틈에서 세러데이 서울의 이우정 기자가 눈을 찌푸리고 하늘을 본다. 흐린 하늘, 잔뜩 낀 먹구름, 그녀의 노란 우비를 두드리는 비.
‘엊그제는 난리였다는데.’
정부에서는 8.15특집드라마와 관련해서 엄한 기사를 내지 말 것을 미리부터 각 신문사에 공문을 내렸다.
하지만 배우 교체, 그것도 성지훈이 하차하는 데 가만히 있을 기자들이 아니었다.
그래서 각 신문사를 대표해 제비뽑기에서 이긴 기자들만 엊그제 조용히 현장을 찾았고, 그 덕에 어제오늘자 신문 메인에 이시현의 계란범벅 사진이 게재될 수 있었다.
“기자님들 죄송하지만 질서 좀 지켜주세요. 비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다치십니다.”
오늘은 KIS 방송국의 배려로 촬영 현장이 기자들에게 오픈된 날이다. 기사를 내지 말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또 와서 찍으라는 것이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기인가?’
도통 그칠 줄을 모르고 내리는 비.
기자들은 질퍽거리는 바닥에 휘청거리면서 현장 스태프를 따라 산길을 올랐다.
촬영지에 가까워질수록 여기저기에 군복을 입은 엑스트라들이 보인다. 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현장 스태프들의 모습에 흡사 전쟁터에 왔는지 착각이 들 정도인데.
콰쾅!
갑자기 들린 폭음에 다들 어깨를 움츠렸다. 바람을 타고 화약 냄새가 풍겨오자 연예부 기자들이 종군 기자라도 된 듯 바싹 긴장한다.
“마지막 폭발 씬이었어요.”
선두에 선 스태프가 설명을 이었다. 그러자 기자 하나가 질문을 꺼낸다.
“이 정도 규모의 씬은 보통은 촬영이 좀 진행되고, 배우들의 호흡이 얼추 맞춰졌을 때 찍지 않나요? 첫날부터 찍었다면서요?”
“보시다시피 저희도 자연은 이길 수가 없어서요. 비가 오면 현장 통제도 어렵고, 기술적인 문제도 생기고 해서요. 오늘도 상당히 무리하고 있는 겁니다.”
“주연이 바뀌었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누구요? 아, 이시현 배우요?”
“예.”
“시현 씨야 뭐 걱정이······.”
여기자를 돌아보며 대답하는 스태프, 그때 갑자기 하늘이 번쩍였다.
우르르 콰쾅!
“꺄!”
기자들은 지금 순간 머리가 바싹 솟구친 경험을 했다. 그 모습에 스태프가 껄껄 웃는다.
“하하! 머리가 바싹 서죠? 산에서는 벼락이 치면 머리카락이 쭈뼛쭈뼛해집니다.”
“위험하지 않아요?”
“위험하죠.”
벼락이 자칫 방송장비를 내려치면 촬영이 올 스톱이다. 사람이라도 다치면 그때는 드라마 제작 자체가 멈출 수도 있는 일.
하지만 안전 따지다가는 촬영 일자를 맞출 수가 없는 게 이 바닥 현실이다.
“그럼 잠깐 멈춰야 하는 거 아닌가요?”
“가서 보시면, 그런 소리 안 나올 겁니다.”
마침내 촬영지에 도착하자 엄숙한 분위기가 기자들을 맞이했다. 조명에 비친 빗줄기의 모습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야 3번아 빨리 안 움직여!”
조명 감독의 외침에 기자들이 괜스레 숨죽이고 현장을 눈에 담는다.
“작가님이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박태 감독 곁에는 김은수 작가도 참관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대본을 손에 쥐고 계속해서 뭔가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지금 실시간으로 배경 수정하고 계신 거예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스태프가 나직이 설명을 잇고, 기자들은 수첩에 상황을 적는다. 우천에, 촬영장은 정신이 없고, 이상한 열기로 가득 차 있다는 기삿거리들이 꼬부랑글씨가 돼 수첩에 담긴다.
“동태야! 시현 씨 바로 오라고 해!”
박태 감독의 외침에 기자들의 시선이 다시 쏠린다. 조연출이 비를 피해 천막 아래로 들어와 무전기를 손에 쥐었다.
“시현 씨, 슛 들어갑니다. 내려와 주세요.”
잠시 뒤 이시현이 자신의 스태프들과 나타나자 기자들은 바로 카메라를 손에 쥐었다.
북한군 군복을 입은 이시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완벽한 북한군이었다. 쓰고 있는 철모를 타고 비가 흐르는데, 그 사이로 비친 눈빛이 사지를 건너고 있는 병사의 모습이다.
박태 감독이 이시현에게 다음 씬의 디렉션을 주는 사이에 이시현의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는 한쪽에서 대기했다.
그 모습을 본 이우정 기자가 다른 기자들의 눈치를 살피며 그들에게 다가간다. 이곳에 오기 전 이미 강 실장에게 연락해둔 터였다.
“실장님!”
쪼르르 다가가자 강 실장이 그녀를 반긴다.
“좀만 기다려요. 요거 끝나고, 오늘 촬영 접을 것 같거든요.”
“약속하셨어요? 저 인터뷰 따주시기로.”
“아 나만 믿어요. 이시현 단독 인터뷰니까.”
강 실장이 자신만만하게 큰소리친다. 그제야 이우정 기자도 여기까지 온 게 헛걸음이 아닌 것 같아서 엄지를 척 내밀었다.
“역시, 강 실장님이라니까.”
“기사 좋게 써줘야 됩니다.”
“당연하지, 누구 배우인데.”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이에 촬영이 시작됐다. 기자들의 시선이 감독의 모니터에 쏠린다.
19# 숲 속 노인의 집 / 밤 (최미숙의 마지막 씬)
북한군 진지와 노인의 집을 오가며 우정을 쌓은 박춘삼. 그러나 노인이 북한군에게 죽임을 당한 것을 보게 되고 탈영을 결심하는데.
저벅저벅.
박춘삼이 힘없이 부엌으로 걸음을 내디딘다. 부엌 안에는 노인이 쓰러져 있다. 색 바랜 한복이 피로 물들어 있고, 그녀의 손에는 그에게 주려던 건지 감자 하나가 쥐어져 있다.
카메라가 박춘삼을 클로즈업하고.
절망과 상실을 마주한 박춘삼의 얼굴.
손을 뻗은 박춘삼이 쓰러져있는 노인에게 손을 얹지만 흔들지도 그렇다고 뒤집지도 않는다. 그저 멍하니 앉아 부엌을 눈에 담을 뿐이다.
가마솥에서는 김이 피어오르고, 아궁이에서는 남은 불씨가 사그라진다. 여전히 온기가 서려있는 이곳에서 노인의 몸은 식어가고 있다.
박춘삼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니, 생각이라는 걸 하고는 있을까.
이때 노인의 손에서 벗어난 감자가 땅에 구르고, 초점을 잃은 시선이 감자를 따라간다. 상처투성이 손이 감자를 집는다.
흙 묻은 감자를 대충 털어내고 입에 무는 박춘삼.
한입 베어 물고 목이 메 기침하는데.
“콜록, 콜록.”
급히 일어나 가마솥에 담긴 물을 퍼마신다.
흔들리는 목울대, 입가에 묻은 물기.
입술을 훔쳐낸 박춘삼이 감자를 다시 물고, 어느새 흘러내린 눈물은 구겨진 얼굴을 타고 감자와 함께 그의 입가에 스며든다.
“컷. 오케이!”
감독의 사인이 떨어지자 이시현이 감정을 추스르느라 몸을 웅크린다. 누워있던 최미숙이 일어나는 동안에도 여전히 목이 메는지 콜록거린다.
무난한 씬.
이시현의 연기는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이보다 강렬한 것을 원했던 기자들로서는 조금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안전문제라지만 폭발 씬 같은 걸 참관하는 게 더 좋을 것을. 고작 이것 때문에 서울에서 경남까지 내려왔단 말인가. 누군가 불만을 속삭이는 이때.
“앗 뜨거!”
그 소리에 기자들뿐 아니라 현장 스태프들이 고개를 돌렸다.
가마솥 뚜껑을 집던 스태프가 손을 털고 있었고, 그 곁에 있던 조명 감독이 가마솥 안에 손을 가져갔다가 황급히 뺀다. 기자들의 시선이 곧장 이시현에게 향했다.
“야, 찬물 가져와! 어서! 대체 아궁이에 불을 얼마나 지핀 거야?”
스태프들이 서둘러 찬물을 가져와 이시현에게 먹인다. 그사이 기자 하나가 호기심에 가마솥 물에 손을 살짝 담갔다가 오만상을 찌푸리고 물러났다.
“시현 씨 괜찮아? 왜 이렇게 욕심을 내?”
다가온 박태 감독이 목소리를 높인다. 이시현은 뜨거운 물임에도 NG를 내지 않으려고 그냥 삼킨 것이다. 그 열의를 칭찬하지는 않고 과욕을 탓한다.
“죄송합니다.”
“드라마는 영화하고 달라. 드라마는 리얼이야. 오버하면 시청자들 바로 알아. 그리고 오늘만 촬영할거야?”
“죄송합니다.”
“됐어. 오늘은 절대 입 열지 마.”
고개를 숙이는 이시현의 모습에 감독이 한숨을 내쉰다. 그러더니 조연출을 불러서 바로 정강이를 걷어찬다.
“넌 뭐하는 거야 새끼야! 미지근이라는 뜻 몰라? 적당히라는 말 몰라?”
현장 트러블은 무조건 조연출 책임.
그 사이 최미숙이 이시현에게 다가와 상태를 살핀다.
“입 좀 벌려봐.”
최미숙이 이시현의 입안을 살피는 다정한 선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좋은 그림에 또다시 찰칵!
“괜찮은 거야? 병원 안 가봐도 돼?”
“예.”
괜찮을 리가 있나. 입안이 다 벗겨졌을 것이다.
“너 배우가 목 다치면 어쩌려고 그러니. 잘못되면 내일 촬영은 어떻게 하려고?”
“죄송합니다.”
“말하지 마. 어이구 이 바보··· 대체 어디서 이런 바보가 온 거야?”
걱정해주는 최미숙에게 땀에 젖은 미소를 보이는 이시현. 그 모습에 기자들이 카메라를 붙잡고 있을 때 이우정 기자는 시름 속에 고개를 숙였다.
‘아, 단독 날아갔네.’
저 상태로 인터뷰가 될 리가 없다. 데스크에 큰소리 빵빵 치고 왔는데··· 그런데 이우정 기자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눈을 번쩍인다. 문득 내일자 타이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연기요? 뜨거운 물도 문제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