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59화 (59/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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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으로 보여준다 (3)

“어, 어?”

스태프들의 입이 다물듯 말듯 하고 있다. 지금 이시현이 언덕을 내려가는 씬을 촬영하는 중인데, 아주 제대로 구르고 있었다. 몸을 사리지 않는 그 모습에 스턴트 감독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컷! 오케이! 바로 이동합시다!”

흥분한 박태 감독이 엉덩이를 들썩이며 외쳤다. 곧바로 한송이가 이시현에게 달려갔는데, 그녀의 얼굴에 걱정이 한 가득이다.

“오빠 괜찮아요?”

“하··· 하······.”

이시현이 숨을 몰아쉰다. 여전히 박춘삼에 머물러 있는 그를 보며 박태 감독은 확신했다.

‘이거, 물건 하나 들어왔네.’

지금까지의 걱정이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는 걸 깨닫는 데 그리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잘 될 것 같은 예감. 박태 감독은 그 예감 속에 하늘을 올려다봤다.

‘비가······.’

이제 대규모 씬에 들어가야 한다. 포탄과 총알이 빗발치는 곳에서 북한군과 남한군이 충돌하는 씬인데, 날씨 때문에 오늘이 아니면 촬영 일정을 맞출 수가 없는 씬이다.

“감독님, 빗방울 조금씩 내리는데요?”

조연출도 어두워진 하늘을 올려다봤다. 빗방울이 그의 이마에 닿는다.

“좋았어!”

박태 감독이 목소리를 높였다. 정확히 그가 바라던 우중충한 분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시현 씨, 이리 와봐!”

다가온 이시현을 끌어안다시피 가까이 둔 박태 감독은 눈에 힘을 주고 디렉션을 이었다.

철모에 흘러내리는 빗방울, 박춘삼의 얼굴에 묻은 피, 이제 박춘삼은 광기에 빠져 남한군을 죽이고 또 죽여야 한다.

박태 감독은 이 세 가지 포인트를 배우에게 집어줬다.

이시현이 미간을 찌푸린 채로 그의 말을 경청하고, 집중하고, 몰입한다.

이때 하늘이 번쩍였다. 곧이어 들리는 소리.

우르르 쾅!

“꺄!”

여자 스태프들이 비명을 지르고 머리를 숙였다. 산에서 벼락이 치면 머리카락에도 정전기가 일어난다. 그 때문에 현장에 있는 모두의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연이어 치는 벼락, 쏟아지기 시작한 비.

투둑투둑.

“시현이 오빠··· 오빠 같지가 않아요.”

우산을 두드리는 빗줄기 아래서 한송이가 속삭였다. 그녀의 시선은 빗속에서 감독과 얘기를 나누는 이시현을 지켜보고 있었다. 반면 강 실장은 대꾸 없이 주먹만 움켜쥐었다.

‘그래, 저게 어떻게 이시현이냐··· 저 눈빛······.’

인정한다. 이제 이시현을 인정할 것이다.

저놈은 배우다.

사람들의 환호성? 예능 출연?

그따위 거 다 필요 없다. 이시현은 배우이며, 스타다. 이 드라마가 불이 붙으면 뜨는 것이고, 아니면 그다음 거에서 뜬다. 무조건인데··· 그래서 질투가 나는 것이다. 최재환한테.

마침 박태 감독이 확성기를 챙겨들었다. 빗줄기를 뚫고 소리가 퍼져나간다.

“리허설 들어갑니다! 특수효과팀 서두르고, 다들 실수 없이 끝냅시다!”

대규모 씬에서의 실수는 돈과 시간으로 직결된다.

그래서 이 자리의 누구도 NG를 원치 않고 있었다.

특히 특수효과팀은 지금 바싹 긴장 상태다. 이시현이라는 배우는 이게 예상치 못한 촬영인지 모르나 스태프들은 그동안의 준비기간과 공을 들인 촬영이다. 실수란 있어선 안 된다.

그럼에도 어떤 이는 내심 궁금해하고 있었다.

과연 이번에도 이시현이 NG를 안 낼까?

심지어 다른 배우들은 촬영 일정 조정으로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 자리에서 현장을 구경하고 있다. 하긴 저런 생생한 북한군을 구경하는 게 어디 자주 오는 기회인가.

“조명팀 뭐하냐!”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는 가운데 리허설이 계속되면서 박태 감독의 목소리가 신경질적으로 변해간다. 감독은 온 신경을 집중해 카메라부터 엑스트라, 배우의 동선을 세밀히 체크했다.

두 차례의 리허설이 끝나자 감독은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바로 스탠바이를 주문했다. 이시현이 촬영 동선에 서서 숨을 몰아쉰다.

다들 긴장된 순간.

마침내 박태 감독이 확성기를 다시 쥐었다.

“레디··· 액셔언!”

감독의 외침.

북한군이 내려온다. 검은 물결이 돼 남한군을 향해 달려간다. 총성, 폭음, 절규, 악, 비명이 쏟아진다. 그 한가운데 박춘삼이 있다.

지미집 카메라를 시작으로 여러 대의 카메라가 이시현을 쫓자, 모니터에 집중한 박태 감독의 미간이 한없이 찌푸려진다.

재밌는 것은 이시현이 연기에만 몰두한 게 아니다. 카메라맨의 호흡까지도 맞추는 모습이다. 자칫 배우 혼자 날뛸 수가 있는데 그 경계선을 넘지 않고 있다.

물론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박태 감독의 눈에는 보인다. 저건 동선 몇 번 맞춰보는 거로 되는 게 아니다. 타고 난 감이다.

“으아아!”

박춘삼이 총칼로 남한군을 내려찍는다. 그 무서운 기세에 엑스트라가 실수로 총을 놓쳤다.

젠장, 자칫 NG 상황.

찌푸려진 얼굴의 박태 감독이 확성기를 들려는데, 박춘삼이 갑자기 남한군을 넘어트린다. 그리고 땅을 찍는다.

콱콱!

이어서 다시금 살육의 현장으로 뛰어들어가는 박춘삼! 박태 감독이 재빠르게 특수효과팀에 신호를 준다.

콰콰쾅!

타타타타!

거대한 폭음과 총성이 다시 이어진다.

빗발치는 총알, 이때 총알 하나가 박춘삼의 어깨를 뚫고.

“으아!”

쓰러진 박춘삼. 겨우 일어서지만 부들부들 떨리는 팔.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감독!

“후퇴하라! 후퇴해!”

북한군 장교의 외침에 북한군이 비틀거리는 박춘삼을 밀치고 후퇴한다. 간신히 박춘삼도 후퇴하지만 대열을 이탈하고 만다.

대본은 여기까지인데, 박태 감독은 여전히 컷을 외치지 않고 있다. 최대한 많이 찍어둬야 하기 때문이다. 모자라면 문제지만 넘치면 자르면 된다.

“오케이, 컷!”

드디어 확성기가 울렸다. 흡족한 박태 감독의 눈에 이시현과 카메라맨들이 숲에서 나오는 게 보인다.

철모를 타고 흐르는 빗방울. 이시현의 얼굴을 타고 흐르는 피.

박태 감독이 원했던 완벽한 그림이 걸어오고 있었다.

미리 쳐놓은 천막 아래로 이시현이 들어오자 스타일리스트 한송이가 수건을 펼쳐들고, 매니저 강 실장이 준비해 두고 있던 모포를 서둘러 덮어준다. 일사불란한 이시현 팀의 호흡에 조연출 황동태가 고개를 내젓는다.

“이야, 시현 씨 완전 상남자네.”

황동태의 입가에는 방실방실 웃음이 걸쳐 있었다. 이시현이라는 배우, NG 한번 없지, 연기력 있지, 거기다 몸도 안 사려.

프로는 말이 필요 없다. 실력으로 보여주는 거다. 지금 이시현처럼 말이다.

“오빠, 갈아입을 거.”

한송이가 새 군복을 가져왔다. 그런데 이시현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니야. 이대로 있을 게.”

그 소리를 들은 강 실장이 눈썹을 찌푸린다.

“야 이거 오버할 일 아니야. 촬영이 하루 이틀이야?”

“아니에요. 이대로 있다 들어갈게요.”

“그래요 시현 씨, 몸 상해. 갈아입어. 어차피 죄다 진흙밭이라서 들어가기 전에 흙 좀 묻히면 되죠.”

황동태까지 거들자 이시현이 고개를 든다. 순간 강 실장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저 눈 이시현이 아니다.

“저 이렇게밖에 못해요. 제가 끌어올 수 있는 감정이··· 이렇게라도 해야지 겨우 유지 되는 놈입니다. 죄송합니다.”

그 말을 들은 황동태와 강 실장, 그리고 한송이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못 하고 눈만 깜빡였다.

“좋아요, 힘내자고요.”

황동태가 천막에서 벗어나 박태 감독에게 향한다. 그들이 현장 상황을 의논하는 동안 강 실장이 할 수 있는 건 이시현에게 모포를 하나 더 덮어주는 것뿐이었다.

“그럼 저기 가서 불이라도 쬐자.”

“괜찮아요.”

“임마, 너 오늘만 살 거야?”

이시현이 피워둔 불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고 하자 강 실장은 답답해서 물었다. 아무리 여름 날씨라지만 적당히 해야지.

“···살아라. 카메라가 돌면, 그 순간만 살아라.”

“뭐?”

이시현이 고개를 숙인 채로 중얼거린다. 그 모습을 보며 강 실장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슨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거지? 왜 이렇게 오버하는 거야?

“야 시현아.”

그러자 이시현이 고개를 든다. 이제야 눈빛이 원래대로 돌아온 듯한데, 갑자기 픽 웃는다.

“잘 때 소주 한잔 하고 자죠 뭐.”

“허.”

강 실장은 어이가 없어서 웃어버렸다. 아니면, 처음으로 이시현이란 놈이 마음에 들어서 나온 웃음일지도 모르겠다. 녀석을 보고 있으니 박한영이 한창 열심히 뛰었을 때의 모습이 겹친다.

박한영과 함께 촬영장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던 시절이 떠오른다. 가끔은 몰래 봉지라면을 끓여 먹던 기억이 떠오른다. 담배 한 대 나눠 피우며 웃고 노닥거리던 시간이 떠오른다.

“그래··· 해보자.”

강 실장은 이시현의 등을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불이 싫다면, 살이라도 부대껴 주려는 거다. 이번에는 이시현도 거부하지 않았다.

빗소리에 잠긴 천막 안.

쉼 없이 대사를 되뇌는 이시현의 목소리가 잔잔히 고여 든다.

**

드르륵.

매니저가 차에 올라타자 뒤에서 대본을 뒤적이고 있던 최미숙이 고개를 든다.

“어때?”

“지에스 이 자식들 뭔지 모르겠네요.”

“왜?”

“아니 어디서 물어왔지? 저런 애 들어본 적이 없는데.”

매니저가 혀를 차고 있다. 그 모습에 최미숙이 손에서 대본을 잠시 내려놓았다.

“그 정도야?”

매니저의 이런 반응 오랜만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매니저가 이렇듯 호들갑이라니.

“누님, 아무래도 이거 난리 나겠는데?”

대부분의 연기자는 잘될 드라마를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최미숙은 여태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면서도 오로지 작품성만을 따졌다.

애초에 대박이 터져 확 뜰 외모의 배우가 아닌 이상은 괜스레 이미지만 굳히는 것보다는 적당한 서브 역할에서 장수하기를 택한 것이다.

이는 최미숙이 지금까지 취해온 자세이고, 그녀가 만들어온 필모그래피의 주제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드라마도 그랬다.

8.15특집드라마는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는 날에 방영된다.

오직 그 의의만을 두고 출연을 결정했는데, 매니저도 대본을 봤을 때 그저 그런 드라마 정도로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런 매니저가 지금은 이게 잘될 느낌이라 이거다.

“이거 된다. 쟤 이시현인지 뭔지··· 된다. 누님 쟤 돼요.”

매니저의 확신에 찬 얼굴을 잠시 보던 최미숙이 다시 대본을 펼쳤다.

대본은 괜찮고, 제작비도 꽤 큰 드라마다.

물론 제작비 상당 부분은 정부에서 지원해준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촉박한 만큼 KIS도 많은 인력을 투입했다. 박태 감독은 평피디 중에서 꽤 실력 있는 사람이다.

‘다음 씬이 이시현이랑 걸치고······.’

그녀의 역은 숲에서 홀로 사는 노인. 일제의 탄압으로 인해 가족을 잃고 그저 목숨줄 연명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전쟁이 일어나면서 북한군이 내려왔다.

총성과 폭음이 울리는 산에서 그녀는 두려움조차 상실했다. 늙은 몸 겁탈하려 할 놈들은 없을 터.

11# 숲 속 노인의 집 / 밤

비가 쏟아지는 밤. 한차례 전투가 숲을 휩쓴 밤.

인기척에 방을 나온 노인은 부엌에서 삶은 감자를 훔쳐 먹고 있는 북한군을 마주하게 된다. 그녀에게 총구를 겨누는 북한군······.

똑똑.

대본에 집중하고 있던 최미숙이 고개를 들었다. 현장 스태프가 차를 두드린 것이다.

“선생님, 슛 들어갑니다.”

“예.”

먼저 내린 매니저가 우산을 펼치자 최미숙이 고인 숨을 토하며 차에서 내린다. 스탠바이 상태였기에 이미 분장은 마쳤다. 현장에 내려가니 다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언뜻 어지러워 보여도 저들만의 규칙이 있고, 흐름이 있었다.

“선생님!”

최미숙을 본 박태 감독이 피곤한 얼굴로 다가왔다.

“두 씬 바로 갈 테니까, 선생님은 알아서 가세요.”

“에이, 왜 이렇게 부담을 줘? 그냥 끊어서 가.”

“하하.”

박태 감독은 실없이 웃기만 했다. 그는 최미숙에게 따로 디렉션을 주지 않았는데, 그만큼 경력과 연기력을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최미숙은 마치 집에 온 것처럼 여유롭게 허름한 초가집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가는 길에 힐끗 돌아보니 이시현이 보인다.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 그리고 촬영 스태프들과 있는 모습이다. 어느새 박태 감독이 그 곁에 붙어 열을 다해 디렉션을 하고 있었다.

‘제법이네.’

최미숙은 이시현을 보면서 설핏 미소를 지었다.

아침에 본 그 배우가 맞단 말인가.

저 눈빛, 저 모습.

확실히 배우란 인종은 특출난 게 맞다.

“자, 스탭들 빠져나오고, 바로 슛 들어갑니다. 선생님, 준비되셨습니까?”

쏴아아!

기가 막히게도 비가 다시금 거세진다.

이시현이 카메라 동선에 서는 것을 보고서야 최미숙은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물론, 방에는 그녀를 찍고 있는 카메라가 함께다.

“액션!”

촛대의 불이 아른거린다.

흐르는 촛농과 함께 늘어진 시간이 뚝뚝 떨어지고, 침침한 눈으로 바느질을 하는 노인의 귀에 불현듯 들려온 소리.

“아이고, 여시가 나려왔나.”

허리를 펴고 일어선 노인은 방문을 열고 마당을 바라본다.

쏟아지는 비, 고인 물에 튕기는 빗방울들.

고무신을 신은 노인이 처마 밑을 지나 부엌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북한군 하나가 감자를 허겁지겁 먹고 있는 게 아닌가.

“······.”

그 모습을 아무 말도 않고 바라보는 그녀.

우당탕.

되레 인기척에 놀란 북한군이 총을 손에 쥐고 노인을 겨눈다.

하지만 그녀는 놀라지 않고 가마솥으로 움직여 깨진 박을 손에 쥐고 물을 푸는데. 이때, 그녀의 등 뒤에서 들리는 북한군의 목소리.

“이, 이거 하나만 먹고 가겠습네다.”

“하나를 묵든 두 알을 묵든, 물은 들고 무거.”

노인이 박을 내민다.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

북한군의 시선이 그녀를 보는데.

카메라 앵글에 집중한 촬영 감독의 목울대가 꿀렁인다.

박태 감독 역시 눈 한번 깜빡임 없이 모니터에 집중했다.

지금 노인과 박춘삼이 서로를 마주했다. 한 사람은 세월을 놓은 자의 시선이고, 한 사람은 살기 위한 시선이다.

“고, 고맙습네다.”

박을 손에 쥔 북한군이 물을 벌컥벌컥 들이켠다. 목을 타고 흐르는 물. 다시금 감자를 입에 욱여넣는 손은 찢기고 상처 난 손이다. 감자를 입에 무는 건지 손을 무는 건지 모르겠다.

“천천히 묵어. 감재 많으니께.”

그 말을 넌지시 건넨 노인은 부엌 턱에 앉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어짠지··· 오늘따라 감재를 많이 찌고 싶드라니.”

노인의 목주름이 흔들린다. 그녀의 눈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건가. 또 그녀의 눈치를 보며 감자를 삼키는 북한군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컷!”

박태 감독이 외쳤다. 그러자 가라앉은 공기를 뚫고 소리가 울린다.

짝··· 짝··· 짝짝짝!!

박수 소리였다. 이 자리의 스태프들 모두가 두 연기자의 호흡에 감탄한 마음을 박수로 표현하는 것이다. 가끔 현장에서 중견 배우의 첫 씬을 기념에 박수를 쳐주긴 해도 이 정도로 거센 박수는 처음이었다.

최미숙이 스태프들을 거쳐 이시현을 돌아본다.

이시현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입안의 감자를 마저 씹고 있었다. 그 모습은 현재의 절망과 삶의 한계를 동시에 느끼고 있는 박춘삼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녀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그가 일어나 허리를 숙인다.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너······.”

눈만 깜빡이는 이시현에게 최미숙의 시선이 닿는다.

“연기 어디서 배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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