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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로해주는 사람들 (3)
끼익.
병실 문을 열자 퀴퀴한 냄새가 밀려온다. 창가를 바라보고 누워 있는 사람, 그래서 나는 문을 열자마자 굽은 등을 볼 수 있었다. 아마 이 냄새는 늙어 시든 몸에서 풍기는 체취일 것이다.
“깨어 있을 때 보면 좋은데······.”
서민지가 안타까워했다. 그녀는 내가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 패키지를 건네받아 곁에 두고, 냉장고를 열어 시원한 캔 음료수를 꺼내 내밀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젓고 다른 제안을 했다.
“커피 한잔 할까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는 다시 병실을 나왔다.
눈앞에 펼쳐진 복도가 마치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보던 그곳과 같아 보인다. 좁고 긴 이상한 냄새가 나는 길. 단지 이곳은 햇볕이 잘 들어올 뿐이다. 후······.
‘그러니까, 언제였더라.’
그래, 이십대의 어엿한 사회인이 된 나는 희미해진 옛 기억을 떠올려 아버지와 살던 반지하방을 찾았다.
허름한 동네, 변함없는 모습들, 그대로의 냄새.
그곳에는 이제 또 다른 가족이 살고 있었는데, 그때의 우리 가족과는 달리 웃음이 문을 넘어왔다. 여기저기 금이 가서 초록색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은 유리문이 왜 그렇게 정겹던지. 한참을 문만 보고 뒤돌아섰는데, 등 뒤에서 누군가 물었다.
‘누구세요?’
‘아, 예전에 여기 살던 사람인데··· 그때 생각이 나서 한번 보러 왔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그러자 그녀의 곁에 있던 아이가 앞니 빠진 미소와 함께 말했다.
‘어제도 어떤 아줌마 왔었잖아? 그치 엄마?’
‘아줌마요?’
‘아, 그게 예전에 여기서 살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아들하고 남편하고 살았다고.’
‘그 아줌마 엉엉 울었는데.’
아이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서 아른거린다.
“배우라고 하셨죠?”
“예.”
자판기에서 꺼낸 커피를 내게 건네며 서민지가 물었다. 복도에 있는 자판기가 고장이 나서 그녀와 나는 요양원 밖 정원에 나와 있다.
“TV에서 왜 못 봤지? 이렇게 잘 생기셨는데.”
서민지는 정작 얘기를 꺼내고는 얼굴을 붉혔다. 이시현의 나이 스물일곱, 그녀 나이 스물넷.
“그러고 보니, 오늘은 남자친구가 곁에 없네요?”
나는 허전해 보이는 그녀의 옆구리를 스쳐보며 물었다. 전에 요양원을 찾았을 때는 그녀 또래의 남자친구가 곁에 있었다.
“아, 기말고사 때문에. 아직 학생이거든요.”
서민지는 흘러내린 이마의 머리카락을 넘기며 맑게 웃었다. 왠지 저 웃음이 아파 보인다.
“남자친구가 잘해줘요?”
“예, 좋은 사람이에요. 아빠 돌아가셨을 때도 엄마하고 제 곁에서······.”
그녀의 부친은 재작년 암으로 사망했다. 그러니 엄마마저 없으면 그녀는 이제 혼자가 된다. 세상과의 싸움을 앞둔 이십대의 청춘에게 든든했던 내 편의 부재는 어떤 심정으로 다가올까.
“오빠는 어떤 사람이에요?”
그녀가 내 눈치를 살피며 묻는다. 나는 긴 고민 않고 대답했다.
“좋은 사람이죠.”
나란 놈은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젊은 최재환은 좋은 놈이다.
“오빠도 와줬으면 좋을 텐데······.”
그녀는 구슬픈 노랫말이라도 읊듯이 바닥을 보며 속삭였다. 여름의 자판기 주변에 개미들이 줄을 지어 지나간다. 매미 소리도 들려온다. 맴맴.
‘후······.’
한숨과 기억의 상관관계는 꽤 큰 것 같다. 한숨이 깊어질수록 오래된 기억이 땀을 타고 스며 나온다.
서민지의 부친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식당을 운영했었다. 아내가 죽고 홀로 딸을 키웠다. 그러던 때 어린 최재환을 버린 엄마는 전국을 돌고 돈 끝에 그 식당에서 일하게 됐고, 서민지의 부친은 딸에게 잘해주는 그녀의 모습에 새로운 가정을 꾸릴 결심을 했다.
그러니 엄밀히 따져 서민지라는 아이는 나와 남이다.
내가 이 사실을 잘 아는 이유. 그날 반지하방을 보고 돌아온 후 나보다 앞서 그곳을 찾았다는 여자에 대한 궁금증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흥신소라는 곳이 제법 일을 잘했었고.
그러니까 서민지가 대학에 입학했을 무렵, 아마 내가 스물일곱쯤 됐을 때니까, 1996년인가, 97년인가······.
아무튼 그 뒷얘기는 지리멸렬하고 뻔한 얘기다. 찾아가서 몰래 엄마를 봤고, 행복한 그 가정의 모습에 상처만 받은, 그런 뻔한 얘기들.
**
끝까지 굽은 등만을 보고 요양원을 나와야 했다.
“의사는 뭐래요?”
“금방··· 가시게 될 것 같아요. 아빠 곁으로.”
서민지의 눈이 금세 붉어진다. 나로서는 그녀의 볼을 타고 뚝뚝 흐르는 눈물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가볼게요.”
나는 그녀를 뒤로하고 차에 올라탔다. 엑셀을 밟으며 룸미러를 보니 배웅을 위해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아빠 곁으로 간다고?’
요양원에서 그리 멀리 가지 못해 나는 차를 세웠다. 핸들을 쥔 손에 까닭 모를 힘이 들어간다.
‘그 아빠가 누구인데?’
서민지의 아버지일까. 어린 최재환의 아버지일까.
“하······.”
늘어진 한숨이 오늘따라 거추장스럽다.
‘실수였어.’
이번에도 모른 척 해야 했거늘. 그때처럼.
나는 엄마가 아프다는 소식을 외면했었다. 장례식도 찾지 않았다. 물론 당시로써는 몬스터 프로젝트 때문에 일본에 가야했던 이유도 있었다. 그 일 덕에 나는 차 대표의 신임을 얻고, 그의 딸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엄마의 마지막 모습, 그리고 장례식. 그 둘을 외면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은 없다. 그저 이따금 생각은 났지만, 그마저도 시간이 흐르면서 완전히 잊어버렸다.
나를 버린 여자.
아빠와 나를 두고 떠난 엄마.
그게 다였으니까. 내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이번 삶에서는 문득 그때의 일이 떠오르자 마치 가려움증처럼 견딜 수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내내 후회했던 걸까.’
다시 시동을 걸기 전 나는 룸미러를 쳐다봤다. 이시현의 얼굴이 비친다.
“알아 임마, 나 치사한 거.”
이시현의 얼굴에 숨어 이렇게 그녀를 찾아가는 것은 치사한 일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떠오르질 않는다. 살면서 숱한 결정을 해왔는데. 도저히 이번만은.
‘이번에도··· 모른 체해야 할까.’
아니면, 아니면··· 서른한 살의 최재환을 설득해야 할까.
나중에 후회할 거라고?
마흔일곱의 최재환이 말이 맞으니 들으라고 재촉할까?
하지만 그건 늙은 꼰대의 잔소리이고 참견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지금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건데.
“후······.”
치치직.
낡은 카니발에 시동이 걸린다.
**
「일본 도쿄, 2000년 6월 27일 화요일」
“그래요? 나야 당장 움직일 수 있죠. 어디요? 시부야? 바로 갈게요.”
전화를 끊은 최재환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오른다. 지금 막 통화한 이는 박한영인데, 그의 형 가경 작가가 시부야 인근에서 한번 만나자고 연락이 온 것이다.
“우에노상, 나 볼 일이 있어서.”
최재환은 여직원에게 서둘러 얘기하고 여름 재킷을 챙겨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정확한 뜻은 ‘나 화장실 좀’이었다. 외워둔 일본어가 그것밖에 없으니까.
“아!”
밖으로 나가려던 그는 문 앞에서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쳤다. 선글라스를 쓴 여자인데,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아 맞아, 스미마셍, 스미마셍.”
그는 고개를 몇 번이나 숙이고 사무실을 벗어났다.
지에스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제휴를 한 조이치 기획사는 롯폰기에 있다. 시부야까지는 거리상으론 가까웠지만, 최재환은 낯선 이국땅의 차편을 찾지 못해 일단 뛰었다. 물어물어 약속장소인 카페에 도착하니 30분이나 흘러 있었다.
“하······. 하······.”
숨과 땀방울을 턱 끝에 대롱 매단 그가 카페에 들어서자 검은 뿔테 안경에 보자기인지 코트인지 모를 붉은 천을 뒤집어쓴 사람이 보였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헷갈리는 기이한 패션이다.
“혹시, 가경 작가님?”
박한영의 말을 빌리자면, 카페에서 제일 이상해 보이는 남자가 자신의 형일 거라고 했다.
“이시현 씨?”
가경 작가가 눈을 찌푸렸다. 그런데 그 얼굴이··· 박한영급이다. 형제는 형제라 이건가.
“아, 저는 이시현 매니저 최재환입니다.”
“아하.”
그제야 가경 작가가 고개를 끄덕인다. 뭐야, 이런 노골적인 차별은.
최재환은 맞은편에 앉으며 곧바로 명함을 건넸다.
“저 여기··· 근데 작가님,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뭐든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가경 작가는 고개를 가로젓더니 자신이 마시던 음료수 잔을 최재환을 향해 쓱 내밀었다.
“사막의 오아시스는 아름답고 평화롭죠. 나는 그 오아시스를 당신과 나누고 싶습니다.”
뭔 소리야.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최재환은 일단 음료수를 마시라는 뜻 같아서 사양하지 않고 마셨다. 어차피 갈증도 났고. 무엇보다 괜스레 눈 밖에 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되는 자리였다.
“하··· 감사합니다.”
“그래서, 이시현이라는 배우는 언제 볼 수 있습니까?”
환장하겠네. 지가 약속 펑크를 냈으면서.
확 열기가 올랐지만 최재환은 끌어올린 미소와 함께 이시현에 대해서 얘기를 시작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이시현에 대해서, 그리고 얼마만큼의 준비가 돼 있는 배우인지를 피력했다. 그런 다음에야 연기수업 과정을 녹화한 동영상 CD를 건넸다.
참고로 연기 선생님은 이시현의 연기가 조금 달라졌다는 말을 했다. 뭐라더라, 날 것이 어쩌고 했는데.
“한번 보시고, 결정하시면 연락을······.”
“곧 시나리오 보내겠습니다.”
“예?”
최재환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가경 작가가 말했다.
“당신이 이시현에 대해서 얘기할 때, 굉장히 즐거워 보이네요. 나 역시 그 즐거움에 합류하고 싶다는 생각이, 지금 막 들었습니다. 참고로 투자와 제작은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정해져 있으니까.”
가경이란 작가는 즉흥적인 사람인가. 혹은 감정에 휩싸이는 타입인가. 최재환의 머리가 뒤죽박죽되는 것도 모르고 가경 작가는 계속 말했다.
“그리고, 동생을 통해서 이 동영상은 봤습니다.”
“아, 그러셨구나.”
박한영은 그런 말 안 했는데.
최재환이 다시 고개를 들어 가경 작가의 눈을 바라봤다. 침을 꼴깍 넘기고 입을 열었다.
“그럼, 정말 이시현이, 작가님 영화에··· 그러니까 작가님 작품에 쓰시는 거죠?”
“주인공입니다. 단 한 명뿐인.”
지금 막, 최재환의 머리끝이 전율과 함께 치솟아 올랐다. 하지만 바로 정신을 차리고 다시 묻는다.
“가, 감독은요? 누가······.”
“제 친구가 할 겁니다. 믿을만한.”
“저······.”
최재환은 다시 망설였다. 투자자는, 제작사는, 정확히 어디인지, 시나리오 장르는 또 뭔지··· 묻고 싶은 것이 산더미였지만 입을 열 수가 없다. 가경 작가에게서 뭔가 압도당하는 느낌이 있었다. 아무튼, 확실한 게 필요하다.
“저기··· 확실히 시현이 쓰시는 거죠?”
“그렇다니까요.”
“그, 그럼”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최재환의 눈에 냅킨이 더럭 들어왔다.
“화, 확인 사인이라도.”
황당한 제안이었지만 가경 작가는 잠시 최재환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셔츠 앞주머니에서 몽당연필을 꺼냈다. 그러더니 냅킨에다 휘갈기기 시작했다.
-나 가경 작가는 차기작 주연에 배우 이시현을 캐스팅할 것이며 이시현 역시도 이 영화에 출연할 것을 약속한다.
가경 작가가 이번에는 최재환에게 냅킨을 건넨다.
“자, 그쪽도 사인하세요.”
최재환은 이시현 대리인 자격으로 가경 작가가 건넨 연필로 사인했다. 흐릿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까봐 두어 번 덧칠까지 했다. 물론 이런 행동은 차 대표가 알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지만. 일단은, 눈 한번 질끈 감고 저지른다.
“그럼, 곧 시나리오하고 정식 계약서를 지에스에 보내겠습니다. 그때 가서 다시 미팅하죠.”
“예!”
가경 작가는 그 말을 끝으로 카페에서 벗어나 홀연히 사람들 틈 속으로 사라졌다. 최재환은 얼떨떨해 있다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어찌 됐든, 그렇지만, 됐다.
“됐어!”
2000년 6월 27일 화요일, 만약 누군가 시부야 한복판에서 번쩍 뛰어오른 미친놈을 본 기억이 있다면, 그 미친놈은 아마 배우 이시현의 매니저 최재환이라는 사람일 것이다.
“대표님, 저 최재환입니다. 지금 막 가경 작가님 만났습니다. 이시현, 후······. 가경 작가님 다음 작품 주연입니다. 단 한 명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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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는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얼굴을 두 손에 묻고 흐느꼈다. 나는 그 모습을 그저 말없이 지켜볼 뿐이고.
“민지야······.”
남자친구가 그녀를 위로한다. 오늘 그녀의 모친이자 최재환의 모친. 그래, 엄마가 세상을 떠나는 날이다.
“환자분 가족들 이제 들어오세요.”
간호사의 말에 우리는 서둘러 병실로 들어갔다.
‘······.’
나는 지금 엄마를 보고 있다. 눈을 깜빡이면서, 무의식 속에서 그녀를 눈에 담았다. 기억 속 얼굴이··· 이렇게 말라버렸네.
더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나는 사지가 굳어가는 기분이었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정말 내가 기억하는 엄마인지, 아니면 내가 어떤 환상에 빠진 건지. 내가,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나를 버렸고, 나를 아들이라 불러주던.
‘꿀꺽······.’
마른 침이 힘없이 내 목을 기어간다.
나는 그동안 이곳을 들리면서 그녀가 잠든 시간만을 찾았다. 간호사에게 물어봐서 진통제를 맞는 시간을 알았고, 그 직후의 시간대에 맞춰 들렸다.
그래서 내가 본 엄마의 모습은 늘 굽은 등뿐이었다. 서민지에게는 바빠서 그 시간이 아니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핑계를 댔다. 그러니, 지금 나는 처음으로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지금 간성혼수 상태라서······.”
의사가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 서민지의 남자친구가 곧바로 되물었다.
“간성혼수가 뭐예요?”
“그게 쉽게 말해서, 기억에 혼란이 오는 상태이십니다. 그리고 이제······.”
의사는 입술만 핥을 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 엄마가 입을 열었다.
“재환아······.”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엄마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그녀의 아들 최재환이 아닌 이시현에게. 병실 안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닿는다.
“재환아.”
다시 부른다. 나는 머뭇거렸다. 심장이 뛴다. 볼에 눈물 한 방울을 흘리고서야 발을 내디뎠다.
“우리 아들······.”
그녀가 나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녀의 탁한 눈이 보고 있는 것을. 그녀는 눈앞의 이시현이 아닌, 그녀의 가장 소중했던 시간의 어린 최재환을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아들 뭐 해줄까?”
“···수제비.”
내 두 볼에 눈물이 떨어진다. 떨어진 눈물방울이 구두에 닿았다. 그녀의 손을 잡으려는데, 힘없이 떨어진다. 성큼 다가가서야 그 손을 겨우 붙잡았다.
“수제비··· 짰지? 엄마가··· 미안해······.”
나는 또다시 눈을 깜박였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그녀가 지금 눈을 감았기 때문에 몇 번이나.
“엄마······. 엄마······.”
나는 엄마를 불렀다. 낮고 그리운 목소리로.
“엄마.”
그녀가 세상을 떠나고 무려 16년이 흐르고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