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작가의 정령 천재-206화 (206/210)

206. 꺼내 줘!

“그러니까, 성자님께서 부활을 하신 거지?”

“당연하지, 이 사람아! 비전 못 봤어?”

“한데, 왜 눈을 뜨지 않으시는 거야? 부활도 하셨고, 교단에선 문제없다고 했다면서?”

“그거야…… 모르지.”

열매 속 성자의 모습을 확인했고, 부활한 성자의 건강이 괜찮은 것도 확인했다.

한데, 눈을 뜨지도 않았고 열매에서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분명 부활하긴 했는데, 막상 열매 밖으로는 나오지 않는 상황.

사람들은 한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변화가 생겼다.

쿵.

세계수에 매달린 열매가 땅으로 떨어졌다.

가지와 열매가 분리된 것이다.

신기한 것은 열매가 떨어졌음에도, 깨지기는커녕 내부에 있는 성자의 몸은 흔들리지도 않았다.

“열매를 확인하세요!”

플로나의 말에 엘프들과 사제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힘들 게 부활한 성자의 몸에 문제가 생기는 건 절대 안 될 일이었다.

“세계수 쪽에서 열매가 분리됐을 뿐, 다른 이상은 없습니다!”

다행히 성자의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갑자기 왜 떨어져 나오신 건지…….”

플로나가 열매를 바라보며 중얼거리고 있을 때.

“어?!”

열매 속 성자가 움직이는 게 눈에 들어왔다.

“성자님이 움직이셨습니다!”

그녀의 말과 함께, 성자의 몸은 더욱 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열매 속에 있는 성자의 몸이 조금씩 흔들리고…… 이내 눈을 감고 있던 성자가 눈을 떴다.

“꼬르르륵.”

성자가 말하려고 하자, 입가 쪽에 물거품이 일어났다.

플로나는 열매로 다가가 다급하게 물었다.

“어, 어머니시여. 괜찮으십니까!?”

울먹이는 그녀를 바라보는 진.

진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자비로운 미소에 플로나는 탄성을 터트렸다.

“아!”

진이 돌아온 것을 확신하자, 그녀의 눈가에 가득하던 눈물이 쏟아졌다.

“어머니시여. 기다렸습니다.”

진은 그런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진의 손바닥이 투명한 씨앗에 막혔다.

하지만, 괜찮았다.

플로나 또한 투명한 씨앗 위로 손을 올렸다.

씨앗 때문에 서로의 온기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플로나는 진의 온기를 느꼈다.

그때, 진이 씩 웃으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무언가를 써 내려가는 듯한 움직임.

“……글자?”

플로나는 홀린 듯 진의 손가락 끝을 따라갔다.

이내 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천국에서…… 봐요…….”

더욱 확실히 의사소통할 수 있는 곳.

‘천국’에서 보자는 말이었다.

진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가겠습니다! 천국으로!”

이 모습은 비전을 통해 대륙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성자가 깨어났음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 * *

천국의 특수 회의장.

진을 비롯한 측근들이 사용하는 은밀한 장소.

그런 곳에 사람들이 북적였다.

진을 기다렸던 모든 이들이 모여 있었다.

“다들 표정이 왜 그래요?”

대부분이 눈물을 흘리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들은 진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만 울어요. 울어도 제가 울어야죠. 여러분이 노력해 주셔서 제가 돌아올 수 있었는데요.”

진의 말에 다들 눈물을 흘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공을 다른 이에게 돌리고, 감사를 표할 줄 아는 그들이 기다리던 성자가 돌아왔으니까.

“고마워요. 여러분.”

그리웠던 그 미소가 성자의 얼굴에 걸려 있었다.

“여러분 덕분에 돌아올 수 있었어요.”

듣고 싶던 그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왔다.

“고맙습니다.”

성자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의 진심이 비전을 통해 대륙 곳곳에 퍼져 나갔다.

사람들의 반응은 회의장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돌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자님!”

“저희가 부족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진은 빙그레 미소를 지은 채 모두의 이야기를 하나씩 들었다.

그렇게, 한차례의 소동이 지나간 뒤.

“자. 그럼 앞으로의 이야기를 해 볼까요?”

진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일단,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열매 상태를 유지하는 이유가 있는 건가요? 회복은 이미 끝났거든요.”

진의 말에 회의장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설마, 이유를 모르시는 건가요?”

모두의 시선이 세계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플로나에게 향했다.

“예. 어머니께서도 당황하신 것 같았습니다.”

“……그래요? 저한테는 별 말이 없으셨는데.”

“예? 소통이 되지 않으십니까?”

“예. 그 열매 안에선 밖이 보이긴 하는데,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요.”

그런 진의 말에 반응한 건, 마탑주였다.

“흐음. 이건 추론일 뿐이지만, 아마 영약 때문인 듯합니다.”

“영약이요?”

진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영약이 도움이 된다고 해서, 대륙에 있는 모든 영약을 투입했습니다.”

“모, 모든 영약이라니. 저보다 더 필요한 이들이 많았을 텐데요!”

당황하는 진의 모습에, 모두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다.

“흠흠. 그것은 모두가 동의한 일이니 신경을 쓰실 필요 없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발전한 것을 생각해 보면 영약을 더 많은 이들이 누릴 테니까요.”

“제가 많은 분께 민폐를 끼친 모양이네요.”

진의 자조적인 말에 플로나 가 황급히 대답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머니께선…… 이 대륙을 하나로 묶어 주셨습니다.”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요.”

눈물을 흘리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추기경이 입을 열었다.

“성자님.”

“추기경님.”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그저, 서로를 보며 이렇게만 말해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대로 느껴졌다.

그렇게 서로를 한참이나 바라본 뒤, 추기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이고. 늙은이 눈물이 많아지고, 주책이 늘어나는 거 같습니다. 그럼, 몸은 전부 회복되신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허허. 그럼, 열매에서 나오시기만 하면 되겠군요.”

“예. 그러면 될 거 같습니다.”

“마탑주님. 조금 전 영약 때문이라고 하셨던 이야기를 자세히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추기경님.”

추기경은 다시 화제를 열매와 영약 쪽으로 돌렸다.

‘역시 우리 영감님!’

천국에 온 건 결국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온 것이다.

“영약은 고밀도 마나입니다. 그런 마나가 세계수를 통해 열매에 온전히 전해진 것입니다.”

“허어. 그건 좋은 일 아닙니까?”

“맞습니다. 실제로 불완전한 부분을 영약으로 해소됐고, 이렇게 성자님께서 회복하실 수가 있었습니다. 다만, 작은 문제가 생긴 것이지요.”

“어떤 문제입니까?”

“우선, 세계수와 소통이 되지 않으신다고 하신 걸 보면 껍질에 고밀도 마나가 모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마나 때문에 소통이 되지 않으시는 것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또 있습니까?”

“예. 열매 껍질 부분에 고밀도 마나가 쌓였다면…… 쉽게 부서지지 않을 겁니다.”

“그럼…… 지금 성자님께서 열매 안에 계시는 게…….”

“예. 아마도 너무 많은 마나가 쌓여서 나오지 못하시는 걸 겁니다.”

“이건 바로 확인해 봐야겠군요.”

“그렇습니다. 만약 제 가설대로 마나가 너무 많이 쌓여 있다면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허허. 걱정이 많았는데 방법이 있다니 다행이군요.”

“한데, 그게 쉬울지는 모르겠습니다.”

추기경은 말해 보라는 듯 마탑주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강제로 부수는 수밖에 없습니다.”

“강제로?”

“예. 내부에 있는 성자님이 다치시면 안 되니 쉽지 않을 겁니다.”

“허어.”

안에 성자가 있는데, 그걸 외부에서 강제로 깨부순다?

대체 누가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이 세상엔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꽤 있었다.

“교단의 첫 번째 검을 호출하겠습니다.”

“그분께선…… 중요한 임무를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니었습니까?”

“성자님을 구하는 일보단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그럼, 저도 최대한 빠르게 열매의 껍질을 연구하겠습니다.”

“허허. 그전에 허락을 구하시지요.”

추기경은 그렇게 말하며 플로나를 바라봤다. 마탑주는 그제야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세계수와 열매의 관리자는 플로나였으니까.

“저희를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오히려 저희가 부탁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회의가 마무리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곧장 움직인 이들은 몇 되지 않았다.

남은 이들은 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몸 괜찮으십니까?”

“어디 아프신 데는 없으십니까?”

“정말 성자님 맞으시지요?”

“혹시 확인을 좀 해 봐도 되겠습니까?”

“성자님!”

진은 어색하게 웃으며 그들의 말에 하나하나 대답해 주기 시작했다.

이건 꼭 필요한 일이었다.

‘비전’을 보고 있는 모두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기 위해서.

“전 괜찮습니다. 근데, 제가 저를 증명하는 건…… 오랜만에 추억 이야기나 할까요?”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 * *

비전을 통해 성자가 괜찮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을 때.

마탑은 열매 주위에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검사를 하고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마나 농도가 높군.”

“단순히 고밀도 정도로 말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최상급 마석보다 더 강한 마나 집적도입니다. 허어. 어찌 이런 것이…….”

“투입된 영약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지.”

열매 껍질의 마나 농도를 확인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진짜 어려운 건 그다음이었다.

“이 정도 마나 집적도라면 얼마의 힘이 필요하겠습니까?”

“힘이 있다고 되는 게 아닐세. 아무리 많은 마나를 쏟아부어도, 이 정도 고밀도 마나라면 마나 자체가 분해될 테니.”

“교단의 첫 번째 검이 오면 해결되겠습니까?”

“흠. 속단할 수 없겠지만…… 어려울 걸세. 이 껍질은 그 자체만으로 보물일 터이니.”

이 소식은 곧장 ‘성자 부활 대책팀’에 전달되었다.

대책팀의 총괄 ‘마그마’.

그가 이 이야기를 보고받았다.

“첫 번째 검께서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단 말씀이십니까?”

“현재 파악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흐음. 그럼 어쩔 수 없군요. 방법은 하나뿐이네요.”

“방법이 있으십니까?”

“예. 지원자를 받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예전에 땅에 박힌 성검을 뽑은 용사처럼, 성자님을 구할 용사를 뽑는 겁니다.”

기다렸다는 듯 나오는 해결책에 보고하던 마법사는 깜짝 놀랐다.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처음에 드워프가 총괄이 됐다고 했을 때 그 선택이 의아했는데, 이젠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니!

물론. 그건 착각일 뿐이다.

이다음부터의 시나리오는 이미 결졍된 사항이었다.

마그마는 진의 말을 그대로 전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 비전을 통해 용사들을 모집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비전’에는 새로운 소식이 전파됐다.

<열매 안 성자님을 구할 용사를 찾습니다!>

이건 기회였다.

교단에 의해 와해된 왕국이나 제국의 ‘강자’들.

그들이 자신의 힘을 보여 줄 유일한 기회.

<여러분의 지원을 기다립니다!>

이 비전을 보고 참을 수는 있는 이는 없었다.

엘프 영지를 향해 대륙에 은거한 강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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